2025년 12월 4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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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상징 속 성인 읽기: 복음사가들의 상징 (1) 성 마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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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12-03 ㅣ No.2465

[상징 속 성인 읽기] 복음사가들의 상징 (1)

 

 

 

 

네 권의 복음서에는, 특히 공관 복음서들에는 공통되는 내용들이 많이 들어 있다. 그러면서 각각의 복음서는 한편으로 뚜렷하게 구별되는 특징도 있음을 보여 준다. 가령, 마태오 복음서는 예수님의 인성 측면을, 마르코 복음서는 예수님의 왕다운 위엄 측면을, 루카 복음서는 예수님의 속죄를 위한 희생 측면을, 요한 복음서는 하느님 나라의 신비 측면을 부각하며 우리에게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해 준다.

 

 

 

 

날개 달린 사람: 성 마태오 복음사가

 

마태오 복음서는 첫머리에서 예수님의 족보를 소개한다. 그리고 이로써 마태오 복음서에서는 하느님이시면서 인간이신 예수님의 두 가지 본성, 곧 신성과 인성 중에서 특히 인성적인 측면이 부각된다. 이 복음서를 쓴 성 마태오에 대해서는 사도들 중 한 사람으로서 이미 다루었다(성모님의 군단 2025년 7월호 참조).

 

 

날개 달린 사자: 성 마르코 복음사가

 

성경에 마르코라는 이름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교회 안에서 일찍부터 마르코는 무엇보다도 복음사가 중의 한 사람, 곧 마르코 복음서를 쓴 사람으로 여겨져 왔다(2티모 4,11 참조). 그리고 마르코 복음사가는 요한 마르코라고 일컬어지는 사람(사도 12,12.25; 13,5.13; 15,37 참조)과 동일 인물로 여겨졌고, 요한 마르코는 바르나바 사도의 사촌(콜로 4,10; 필레 1,24 참조)으로 여겨져 왔다.

 

교회에 전해 오는 바에 따르면, 마르코는 아프리카 북부의 펜타폴리스(오늘날의 리비아) 지역의 도시 키레네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첫 기적을 행하셨을 때, 곧 카나의 혼인 잔칫집에서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셨을 때(요한 2,1-11 참조), 물을 가져다 물독을 채운 일꾼들 가운데 한 사람이 마르코였다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 오는 것을 보면, 마르코는 일찍이 아프리카에서 유다 지방으로 옮겨와서 지내고 활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성경에 그 이름이 적지 않게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마르코는 예수님의 공생활 때부터 교회가 설립되어 발전해 가는 초기 단계에 다양한 활동과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교회의 전승은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뒤에 제자들이 모여 있던 집,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나타나셨던 집, 오순절에 성령이 제자들에게 내리셨던 집이 마르코의 집이었다고 전한다. 그 뒤 마르코는 사촌인 바르나바의 소개로 바오로 사도를 만나서 선교 여행을 여러 차례 함께하기도 했고, 그러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갈등을 겪기도 했다. 그리고 바오로를 떠나서 바르나바와 함께 키프로스로 선교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마르코는 베드로 사도와도 함께한 적이 있다. 유다의 통치자 헤로데 아그리파가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 사도를 죽인 뒤 이내 베드로 사도도 잡아들였다. 이때 베드로는 처형 직전에 기적적으로 감옥에서 빠져나왔고(사도 12,1-19 참조) 안티오키아와 소아시아를 거쳐(1베드 1,1 참조) 로마로 갔다(42년경). 그 여정 중에 베드로와 마르코가 만났다. 베드로는 마르코를 동료이자 통역자로 삼아 동행했다. 이때 마르코는 베드로를 수행하는 한편으로 베드로가 설교한 것들을 글로 기록해 두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해서 로마에 도착한 이듬해에 북아프리카로 떠나기에 앞서 복음서를 엮었다.(오늘날 우리가 보는 마르코 복음서는 아니다)

 

아프리카로 돌아간 마르코는 고향인 펜타폴리스에서 몇 년을 지내다가 활동지를 옮겨 알렉산드리아로 갔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 하늘에 오르신 지 16년가량 지난 49년경에 알렉산드리아에 교회를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이것이 그리스도교 초기의 주요 거점인 다섯 교회 중 하나인 알렉산드리아 교회였다. 오늘날까지 아프리카 북부 지역 일대에 존재하는 콥트 가톨릭교회, 콥트 정교회, 알렉산드리아 그리스 정교회들이 모두 이 공동체에서 유래한다. 

 

뿐만 아니라 콥트 교회에 전해 오는 고유 전례의 여러 면모 또한 마르코에게서 비롯한다. 마르코는 알렉산드리아 지역의 사람들에게 복음을 선포하며 그들을 우상 숭배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노력했고, 이에 분노한 이교도들에게 붙잡혀 밧줄에 목이 묶인 채로 숨이 끊어질 때까지 끌려다녔다(68년).

 

이렇게 순교한 마르코는 복음사가로서뿐만 아니라 알렉산드리아 교회의 첫 주교로서, 그리고 아프리카 지역의 그리스도교회 설립자로서 존경받는다. 또한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이집트와 콥트 지역, 스페인의 마이나르, 몬테네그로의 수도 포드고리차, 필리핀의 판질과 라구나의 수호성인으로서, 또한 법정 변호사의 수호성인으로도 공경받는다.

 

복음사가로서 성 마르코는 날개 달린 사자로 상징된다. 이는 마르코 복음서가 예수님의 왕다운 위엄을 특히 부각하는 복음서라는 점과 관련된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사자는 잠을 자는 동안에도 눈을 뜨고 있다고 믿었고, 그런 면에서 무덤에 계셨으나 끝내 되살아나신 그리스도를 나타낸다고 보았고, 또한 사자는 뭇짐승의 왕이라는 점에서 왕이신 그리스도를 나타낸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한편, 복음사가 마르코, 요한 마르코, 바르나바의 사촌 마르코가 동일 인물이라고 여겨 온 초기 교회 전승의 입장과는 다른 견해가 교회 초기에 이미 제기되었다. 복음사가 마르코, 요한 마르코, 바르나바의 사촌 마르코가 각기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모두 예수님께서 파견하신 바 있는 ‘72인의 제자들’(루카 10,1 이하 참조)에 속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로마의 성 히폴리토). 그런가 하면 오늘날의 성경학자들 중에는 마르코 복음서가 마르코 복음사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익명의 저자에 의해 쓰였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성모님의 군단, 2025년 11월호, 이석규 베드로(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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