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11일 (목)
(녹) 연중 제23주간 목요일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영성의 샘: 봉사의 동기, 그리고 성장하는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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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09-04 ㅣ No.2195

[영성의 샘] 봉사의 동기, 그리고 성장하는 신앙

 

 

재능, 시간, 마음, 열정, 물질적인 것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아낌없이 봉헌하며 교회 안에서 봉사하는 신자분들을 볼 때면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이웃과 교회를 위해 열심히 봉사하는 신자분들을 보며 사제도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며 성찰하게 된다.

 

사제직이 일평생 하느님과 교회를 위하여 봉사하는 자리이지만, 사제가 봉사해야 하는 대상인 하느님 백성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평신도들이 없다면 사제직도 의미가 없지 않을까? 그러한 의미에서 신자분들은, 특히 교회 안에서 봉사하고 있는 신자분들은 사제의 또 다른 스승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사제 성소를 찾아가는 과정에 수많은 신자분의 영향을 받고, 그들의 봉사를 통해 신앙이 성장하고 성소자로서의 꿈을 키워가게 되고, 사제가 되어서도 그들의 많은 기도와 관심과 격려와 배려를 통해 행복한 사제의 삶을 살아가며 주님 곁에 머무르며 사목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이 글을 빌려 신자분들에게, 특별히 교회 봉사자들에게 진심을 담아 감사드린다.

 

하지만…

교회의 봉사자들을 만나다 보면 가끔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시행착오를 겪고, 때로는 미끄러지기도 하고, 유혹에 빠지기도 하고, 세상의 것과 하느님의 것 사이에서 방황하기도 하고, 하느님의 뜻보다 내 것을 먼저 얘기하기도 한다. 신앙 여정에 있는 이라면 평신도, 수도자, 사제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모습이고, 신앙인이 성장하는 과정이기에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수십 년을 봉사하면서도 기복적인 신앙에만 머물며 하느님을 기도 내용의 거래 대상으로 바라보거나, 세속의 것이 주가 되고 하느님이 도구가 되는 신앙에 머무르거나, 이웃이나 공동체, 교회를 바라보지 못하고 나 자신의 것만 바라보는 분들을 볼 때도 있다. 분명 하늘나라의 부르심을 받기 전에 그들에게도 더 큰 은총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믿지만,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부족함과 그것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변화의 길이 멀게만 느껴지는 모습을 보다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우리가 교회 안에서 봉사자로 지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사제나 수도자나 다른 봉사자들의 권유로, 봉사하며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 행복해서, 때로는 가정에서는 인정받지 못하지만 교회 안에서 인정과 위로를 받을 수 있어서, ‘일’에 대한 욕심으로, 직책에 대한 목표가 생겨서, 봉사 직무에 대한 열정으로, 봉사가 행복해서, 나를 통해 누군가 행복해하는 것이 기뻐서, 그리스도인이라면 당연한 것이기에, 하느님께 받은 것이 많아서, 하느님과 교회에 대한 사랑으로….

 

봉사하는 동기를 보면 아주 개인적이거나 인간적이거나 세속적인 이유도 있고, 순수하면서도 신앙적으로 심오한 이유도 있다. 봉사하는 동기가 어떻게 되었든, 비록 인간적이고 세속적인 동기일지라도 주님께서는 봉사자로 지내는 그 시간을 당신 자녀의 신앙이 성장하는 기회로 사용하신다. 그 은총의 시간에 나를 성장시켜 주시고 이끌어가시는 성령의 손길을 느끼고, 내 것을 말하기보다 침묵 가운데 다가오는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경청하고, 나를 깨우시고 깨닫게 해주시는 주님의 뜻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마리아께서는 교회 봉사자가 지녀야 하는 모습의 모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이시며 교회의 어머니이신 마리아께서 바로 교회 봉사자가 지녀야 하는 모습의 모범이시다.

 

성모 마리아께서는 우리 인간이 감히 받아들이기 힘든 하느님의 부르심 앞에서 기도하고 경청하셨고, 아들 예수님의 복음 선포에 묵묵히 함께하시며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셨고,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앞에서 인간적인 고통과 눈물을 가슴에 안고 함께하시며 하느님의 뜻에 동참하셨고, 예수님의 제자들과 교회 공동체에 머무르시며 하느님의 일에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셨다.

 

레지오 단원들은 그 누구보다 본당에서 많이 봉사하고 기도하면서 교회의 선교 사명에 함께하고 있다. 각자에게 주어진 달란트가 다르고, 때로는 봉사를 시작한 동기는 다르지만, 성모님께서 보여주신 신앙의 모범과 그분께서 걸어가셨던 신앙의 길은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따라가야 하는 모범 답안과도 같고 레지오 단원에게는 더욱더 그러하다.

 

‘나를 하느님 대전으로 이끌어가시고 성장시켜 가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있을까?’

 

‘내 이야기를 내려놓고, 그분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그분의 방식에 익숙해지고 있을까?’

 

‘성모님의 발자취를 바라보며 그분께서 걸어가신 길에 함께하고 있을까?’

 

오늘도 교회를 위하여 봉사하는 가운데 많은 업무와 회의와 만남을 이어간다.

 

그러한 시간 속에 마음과 영혼이 지치지 않고 감사드리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이끌어가시는 하느님 아버지께 찬미와 영광을 드린다.

 

[성모님의 군단, 2025년 8월호, 김태완 바오로 신부(수원교구 복음화국장, 수원 R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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