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15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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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의신학ㅣ교부학

[교회]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구원관과 타종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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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09-04 ㅣ No.955

[구역반장 월례연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구원관과 타종교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시대의 표징’ 개념은 세상과의 대화 및 선교 개념으로 발전되어 갔습니다. 세상 안에서 ‘시대의 표징’을 읽고자 하는 하느님 백성의 노력은 세상에 대한 교회의 자세에 있어 부정적인 선입견과 그로 인한 폐쇄성이 극복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사제 생활 교령」 22항에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교회와 세상과의 관계에 대하여 제시하는 새로운 전망이 소개됩니다. 이는 예전의 부정적인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었던 세계관과 그로 인해 세상에 대해 닫혀 있던 교회관을 극복하여, 세상과 교회가 서로 주고받는 상호적 통교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계관과 교회관의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세상 안에서 현존하시고 활동하시는 성령께 대한 믿음입니다. “실제로 이 세상은 참으로 많은 죄에 매여 있지만 적지 않은 힘도 지니고 있으며 성령 안에서 하느님의 거처로 함께 지워질 살아있는 돌들을 교회에 제공한다. 같은 성령께서는 교회가 이 현대 세계에 다가서는 새로운 길들을 개척하라고 재촉하시며 또한 사제 교역의 적응에 알맞은 길들을 보여 주시고 보살펴주신다.”

 

온 세상 안에서 현존하여 활동하시는 성령의 인도에 따라, 세상 안에서의 감추어진 보화와 좋은 씨앗들을 발견하여 이를 하느님 나라의 성장을 위해 받아들이는 교회의 모습은 종말론적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 속의 ‘순례하는 교회’의 겸손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교회 헌장」 48-50항에서는 순례하는 교회의 종말론적 성격에 관하여 말합니다.

 

이제 이러한 사상은 「선교 교령」 11항과 15항에서 ‘말씀의 씨앗’이란 개념을 통해 보다 명시적이고 구체화되어 드러납니다. 「선교 교령」 11항은 그리스도교 밖에서 감추어진 형태로 존재하는 ‘말씀의 씨앗’을 발견하고 계발하여 하느님께로 성장시켜야 하는 교회의 임무 수행을 바로 성령께서 도와주신다고 설명합니다. “그들의 민족적 종교적 전통에 익숙해져야 하고 그들 안에 감추어진 말씀의 씨앗을 기꺼이 존경하는 마음으로 찾아내야 한다. … 바로 그리스도께서 사람의 마음을 살피시어 참으로 인간적인 대화로써 그들을 하느님의 빛으로 이끄신 것처럼, 그리스도의 제자들도 그리스도의 성령으로 충만하여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알고 또 그들과 사귀어야 한다. 그들은 진지하고 끈기 있는 대화로 너그러우신 하느님께서 이민족들에게 얼마나 값진 보화를 나누어 주셨는지를 배워야 하며, 그리고 동시에 이 보화들을 복음의 빛으로 비추고 해방시켜 구원자이신 하느님의 지배 아래로 돌려 드리도록 힘써야 한다.”

 

이 인용문은 성령의 인도하심 속에서 세상과의 대화와 통교를 통하여 이미 이 세상 안에 존재하는 좋은 보화들을 찾아내고 복음의 빛으로 계발시켜 하느님께로 이끌어야 할 교회의 사명을 ‘말씀의 씨앗’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선교 교령」 9항에서는 이를 “마치 감추어진 하느님의 현존과도 같이 이미 민족들에게 있는 진리와 은총”이라고 묘사합니다.

 

「비그리스도교 선언」 2항에서는 ‘말씀의 씨앗’을 암시하며, “이들 종교에서 발견되는 옳고 거룩한 것”이라는 표현을 통해 그것이 개인적 차원을 넘어 공동체적 차원의 문화적, 종교적 실재에까지 확대될 수 있음을 말합니다. “가톨릭 교회는 이들 종교에서 발견되는 옳고 거룩한 것은 아무것도 배척하지 않는다. 그들의 생활 양식과 행동 방식뿐 아니라 그 계율과 교리도 진심으로 존중한다. 그것이 비록 가톨릭 교회에서 주장하고 가르치는 것과는 여러 가지로 다르더라도,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진리의 빛을 반영하는 일도 드물지는 않다.”

 

「교회 헌장」 17항에서도 ‘말씀의 씨앗’이란 표현을 직접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의 마음과 정신에 또는 민족들의 고유 의례와 문화에 심어져 있는 좋은 것”이라는 표현으로써 그것의 개인적이며 공동체적인 차원을 밝힙니다. 그런데 이러한 ‘말씀의 씨앗’ 개념은 궁극적으로 복음 선포 맥락에서 해석되어야 합니다.

 

「선교 교령」 15항은 말씀의 씨앗과 복음 선포를 연결시키는 성령의 작용에 의한 선교 개념을 제시합니다. “말씀의 씨앗과 복음 선포를 통하여 모든 사람을 그리스도께로 부르시고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신앙의 순종을 불러일으키시는 성령께서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을 세례 샘의 품안에서 새로운 생명으로 낳으시어 그들을 하느님의 한 백성으로 모으신다.”

 

「선교 교령」 9항은 “선교 활동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 세상과 그 역사 안에 하느님의 계획이 나타남 또는 그 ‘공현’과 성취”라고 정의한 후에, “하느님께서는 선교를 통하여 구원의 역사를 명백히 완성하신다.”고 진술함으로써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제시하는 ‘성취론’ 혹은 ‘완성론’ 개념을 잘 보여줍니다. 이러한 성취론적 전망에서, 말씀의 씨앗 형태로 교회 밖에서 존재하는 실재들을 「교회 헌장」 16항에서는 ‘복음의 준비’라고 간주합니다. “그들이 지닌 좋은 것, 참된 것은 무엇이든지 다 교회는 복음의 준비로 여기며, 모든 사람이 마침내 생명을 얻도록 빛을 비추시는 분께서 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목 헌장」 22항은 중요한 구원론적 전망을 제시합니다. 이는 종래의 폐쇄적인 구원관을 재해석하는 기념비적인 대목입니다. “그리스도인은 파스카 신비에 결합되고 그리스도의 죽음에 동화되어 부활을 향한 희망으로 힘차게 나아갈 것이다. 이것은 그리스도인만이 아니라 그 마음에서 은총이 보이지 않게 움직이고 있는 선의의 모든 사람에게도 들어맞는 말이다. 사실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돌아가셨고 또 인간의 궁극 소명도 참으로 하나 곧 신적인 소명이므로, 우리는 성령께서 하느님만이 아시는 방법으로 모든 사람에게 이 파스카 신비에 동참할 가능성을 주신다고 믿어야 한다.”

 

이 인용문은 구원을 위한 근본 규범으로서의 그리스도론적 성찰을 전제합니다. 즉, 구원은 “파스카 신비에 결합되고 그리스도의 죽음에 동화되어 부활을 향한 희망으로 힘차게 나아갈” 때에만 가능한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지는 이 구원의 신비에서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이들도 원천적으로 배제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성령께서는 명시적으로 그리스도를 모른다 하더라도 선의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 안에서 또한 보이지 않게 활동하십니다. ‘하느님의 보편적 구원 의지’ 안에서 하느님께로 불린 모든 인간의 구원을 위하여 그리스도께서 속량 제물로 봉헌되셨기 때문입니다. 성령께서는 이러한 보편적 구원에로의 거룩한 부르심의 은총에 응답하는 모든 선한 이들을 신비로운 작용을 통하여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구원에 이르도록 인도하십니다.

 

결국, 오랜 기간에 걸쳐 교회 안에 내려오던 전통적 사상인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라는 명제가 오늘날의 지평에서 새로이 해석됩니다. 우리는 오늘 신앙과 교회를 통한 구원을 굳게 믿고 고백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모든 인간의 구원을 위해 신비로이 작용하시는 하느님의 놀라운 역사하심을 또한 고백하게 됩니다.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25년 9월호, 박준양 세례자요한 신부(레지오 마리애 세나투스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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