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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톨릭신문으로 보는 한국교회 100년 (19)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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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09-04 ㅣ No.1896

[창간 100주년 특별기획 - 가톨릭신문으로 보는 한국교회 100년] (19)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한국교회


‘새 시대 정신으로 쇄신과 일치 실천’ 역사적 과제 앞에 서다

 

 

세상을 향한 창을 활짝 열고, 교회 쇄신을 위해 소집된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1965년 12월 8일 모든 일정을 마치고 폐막 미사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가톨릭시보는 이 감격적인 순간을 다음과 같이 전했습니다.

 

 “공의회 8일 역사적 폐막 - 교종 바오로 6세는 8일 현대 가톨릭교회의 좌표를 정하고 새로운 세기의 문을 연 역사적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폐회하면서, 이 공의회가 노력한 바는 가톨릭교회뿐 아니라 전 인류 세계를 새로운 성신 강림으로 혁신하기 위해서라고 언명했다. 교종은 세계 주교들을 모은 이 공의회가 교회 안에 일대 정신 쇄신을 가져오게 하였음을 강조하고, 2천 년 교회사상 제21차인 이번 공의회가 가장 위대한 것이었다고 천명했다. 바오로 6세는 공의회가 목적한 것의 실현은 이제부터라고 다짐하고, 모든 가톨릭 신자들이 이를 신속히 실천에 옮겨 온 세계를 그리스도 안에 구원하는 데 전력을 다하라고 호소했다.”(가톨릭시보 1965년 12월 12일자 1면)

 

-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 후 한국교회는 공의회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적응하려는 의지를 다졌다. 사진은 1965년 10월 5일 제2차 바티칸공의회 참석한 한국주교단 일행 모습.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한국교회의 과제

 

당시 가톨릭시보 사장은 훗날 한국교회 첫 추기경으로 서임된 김수환 신부였습니다. 공의회의 가르침을 한국교회에 전하기 위해 힘쓴 김 추기경은 12월 25일자 칼럼 「공의회의 의의」에서 폐막에 즈음한 한국교회의 과제를 일깨웠습니다.

 

“공의회가 내일의 교회와 인류 사회에 과연 기대한 바대로의 성과를 가져올지 여부는 아직 속단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성과 여부는 결의된 바를 앞으로 어떻게 실천에 옮기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교 생활 재생도, 교회 쇄신과 일치도, 세계와의 대화도 이제부터의 과업이다. 공의회는 교종 바오로 6세 친히 하신 말씀대로 쟁기로 땅을 갈아제친 데 불과하고, 풍성한 결실을 가져올 과목(果木)을 심는 일은 지금부터 우리 각자가 해야 할 일이다.” (가톨릭시보 1965년 12월 25일자 3면)

 

김 추기경은 공의회가 열어젖힌 새로운 세기의 문으로 “우리의 동포들을 천주께 인도하는 것”이 한국교회의 과제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이에 앞서 “공의회라는 거울에 우리 신앙생활과 사목 자세를 비춰보는 일”, 이러한 “반성과 각성이 있을 때 우리도 쇄신된 교회가 될 수 있다”고 당부했습니다.

 

- 가톨릭시보 1965년 12월 11일자 1면.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주교단 공동교서 발표

 

한국 주교회의는 공의회 폐막 후 처음 열린 1966년 5월, 사흘간의 총회를 마치고 「바티칸공의회와 한국교회」라는 이름으로 공동사목교서를 발표했습니다. 주교단 공동명의로 작성, 발표된 이 사목교서는 공의회의 가르침을 한국교회 안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적용하려는 의지를 다지고, 그 근본적인 원칙과 지침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교서는 각 교구의 모든 사목 정책 방향이 공의회의 가르침을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가기 위한 노력에 집중될 것임을 밝혔습니다.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있어서는 ‘개인적 구령관’에서 벗어나 ‘공동체적 신앙 의식’을 키워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가톨릭시보는 5월 22일자에서 공동사목교서 소식을 1면 톱기사로 소개하고 전문을 함께 게재했습니다. 교서는 우선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교회사상 미증유의 기념탑적 업적”이며, 어떤 면에서는 “성교회 생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공의회 후 처음으로 개최된 한국 주교회의는 공동사목교서에서 공의회의 모든 교령과 정신을 투철하게 실천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는 것이 우리의 지상 과업이라고 전국 성직자·수도자 및 신자들에게 유시했다. 남한의 12개 교구장과 북한의 2개 교구장 서리가 공동 서명한 동 교서는 형식적이 아닌 내적 쇄신으로 교회의 인류 구원 사명감에 각성하고, 현대에의 적응을 유효적절하게 수행하는 운동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천명했다.”(가톨릭시보 1966년 5월 22일자 1면)

 

교서는 공의회가 폐막되었지만 그 가치를 “한낱 역사적 사건으로 돌려 아름다운 추억을 다소 간직함으로써 만족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한국교회가 공의회를 “지나가는 행사로 보는 인상”을 준다고 지적하며, 그 이유를 공의회의 가르침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주교단은 ‘공의회를 연구하고 묵상’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혹시라도 공의회를 통해 가톨릭의 근본 교리가 변질된 것처럼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주지시켰습니다. 또한 ‘교회 쇄신’은 부분적인 개편이 아니라 신자 개개인과 하느님 백성 전체가 진정으로 내적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공의회 후 긴장과 갈등의 과도기

 

공의회 폐막 후 한국교회 안에서는 공의회 정신 구현을 위한 실천 노력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가톨릭시보는 1966년 5월 29일자 2면 사설을 통해 한국 주교단의 분발을 촉구했습니다.

 

사설은 “공의회가 한낱 아름다운 추억화(追憶化)의 골동품이 되어가는 위기”를 지적하고, 주교단 공동사목교서가 공의회 정신에 대한 신자들의 의식을 각성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공의회 이후 과도기적 혼란의 현실을 상기시키며, 교회 지도층의 “조속한 지도력 발휘”를 기대했습니다.

 

한편, 공의회 이후 개혁과 쇄신, 전통과 보수라는 두 가지 흐름이 긴장 관계를 형성하는 과도기가 나타났습니다. 김 추기경은 「사목」지 1967년 8월호 기고문 「공의회는 왜 있었는가?」에서 한국교회가 공의회 정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하며, 부분적이고 형식적인 쇄신이 아니라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성 베네딕도회 백 플라치도 신부는 「공의회 정신 구현을 위한 쇄신의 도정」이라는 제목으로, 가톨릭시보 1968년 3월 3일부터 4월 21일까지 총 8차례에 걸쳐 전례 개혁의 의의에 대한 글을 연재했습니다. 이 글들은 전례 토착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종교적 제국주의’의 병폐를 신랄하게 비판했는데, 당시 교황대사는 그 내용이 지나치게 급진적이고 공의회 정신에 위배된다며 항의했습니다.

 

공의회는 세계교회와 지역교회 모두에 커다란 변혁의 계기를 마련했고, 그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긴장과 저항은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공의회 정신이 교회 안팎에 새로운 시대정신과 시대적 징표를 드러냈으며, 한국교회는 근현대 교회사와 민족사 안에서 공의회 정신에 바탕을 둔 새로운 인식과 실천의 역사를 만들어 갔다는 것입니다.

 

[가톨릭신문, 2025년 8월 31일,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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