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3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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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 교부들의 삶과 신앙: 사도적 정신을 계승하고자 했던 교부 스미르나의 폴리카르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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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08-20 ㅣ No.951

[교부들의 삶과 신앙] 사도적 정신을 계승하고자 했던 교부


스미르나의 폴리카르푸스

 

 

지난 시간에는 “하느님을 모시는 자”(θεοφόρος, 테오포로스)로 불렸던 안티오키아의 이냐시오의 삶에 대해 함께 나누었습니다. 오늘은 이냐시오가 남긴 마지막 편지의 수신자이자, 사도들에게서 직접 가르침을 받은 교부로 널리 알려진 스미르나의 폴리카르푸스의 생애와 신앙에 대해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폴리카르푸스의 생애는 여러 문헌에서 다루어지고 있지만, 특히 그의 제자였던 교부 리옹의 이레네오가 자신의 저술 『이단 논박』에서 언급한 내용을 주목할 만합니다. 이레네오는 자신이 직접 뵈었던 스승 폴리카르푸스를 회상하며, 사도들의 가르침이 어떻게 그를 통해 전해졌는지를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나는 복된 폴리카르푸스가 앉았던 자리와 가르쳤던 자리, 드나들었던 장소, 그의 모든 행동과 외모, 사람들 앞에서 행한 연설을 당신에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가 요한과 주님을 본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교제하고 그들의 말을 어떻게 인용하였으며, 주님과 그분의 기적과 가르침에 관하여 그들에게 무엇을 들었는지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폴리카르푸스는 ‘로고스’(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목격한 사람들로부터 모든 것을 전해 들었듯이 모든 것을 성경과 일치하여 이야기하였습니다.” 『이단 논박』 3,3,4

 

이레네오의 증언을 통해 우리는 폴리카르푸스가 사도들의 제자였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그가 존경받는 교회의 지도자로 활동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폴리카르푸스는 자신의 생애 동안 참된 신앙이 무엇인지를 가르치기 위해 힘썼으며, 그로 인해 오늘날까지도 깊은 존경을 받는 교부로 기억됩니다. 특히 그는 그리스도교 영지주의 이단 가운데 대표적인 발렌티누스파와 마르키온파에 맞서 논쟁을 벌였으며, 많은 이들을 진리의 길로 이끌어, 어머니이신 거룩한 교회의 품으로 돌아오게 한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유일한 서신으로 전해지는 『필리피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동료 신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권고의 말씀을 남기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여러분 모두가 올바른 말에 순종하기를 권고합니다. 여러분이 복된 이냐시우스와 조시무스와 루프스 뿐만 아니라 여러분 가운데 다른 사람들, 그리고 바오로와 그 밖의 사도들에게서도 직접 본 모든 인내를 행할 것을 권고합니다. 이들 모두는 헛되이 달린 것이 아니라 믿음과 의로움 안에서 달렸다는 것을 여러분이 확신해야 합니다. 주님의 고난에 참여한 그들에게는 주님 곁에 그들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음을 믿으며, 그들이 현세를 사랑하지 않고 우리를 위해 돌아가시어 성부께서 일으켜 세우신 그리스도를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필리피인들에게 보낸 편지』 9,1–2

 

사도들에게서 배운 인내는 단순히 무조건적으로 요구된 덕목이 아니라, 그 인내의 이면에 자리한 신앙에 대한 깊은 확신을 전제로 합니다. 이러한 사도들의 정신은 폴리카르푸스의 삶 안에서 이어졌고, 마침내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순교의 증언으로 결실을 맺었습니다. “여든여섯 해 동안 나는 그분을 섬겼습니다. 그분은 나에게 어떤 그릇된 행위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내가 나를 구원하신 왕을 어떻게 모독할 수 있겠습니까?” 『폴리카르푸스 순교록』 9,3

 

신앙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사도들이 전해준 인내의 정신을 우리에게 보여준 폴리카르푸스는, 자신의 삶 전체를 통해 하느님을 섬기는 모범을 남겨주었습니다. 지난 시간에 살펴본 안티오키아의 이냐시오처럼, 사도 시대의 교부들은 “하느님을 모시는 자”(θεοφόρος, 테오포로스)로서의 영성을 통해 우리 신앙의 여정에 깊은 울림을 남겨 주고 있습니다.

 

[2025년 8월 17일(다해) 연중 제20주일 가톨릭마산 8면, 이승언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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