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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전례-기도하는 교회16: 성찬례와 구원의 희생 제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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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기도하는 교회 (16) 성찬례와 구원의 희생 제사
성찬례를 통해서 강생의 신비가 성사적으로 재현되는 것처럼, 성찬례는 예수님의 구원을 위한 봉헌 행위도 성사적으로 현재화합니다. 요한복음이 전해주는 것처럼, 예수님의 몸으로 세상은 생명을 얻게 됩니다(요한 6,51 참조). 예수님은 당신 살을 제자들뿐만이 아니라, 온 세상이 생명을 얻도록 내어주십니다. 구원의 희생 제사의 본질적인 부분인 성찬례를 통하여 세상은 생명의 양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성찬례 안에서 이루어지는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의 의미는 성혈을 축성하는 말씀에서 더욱 분명해집니다. “이는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마르 14,24) 여기서 ‘많은 사람을 위하여’라는 말은 단순히 ‘다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사용하신 셈어식 표현으로 ‘모두’의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바치신 구원을 위한 희생 제사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바쳐진 것입니다. 이처럼 인류에게 새 생명 곧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것이 성자 그리스도께서 사람이 되어 오신 이유이며 십자가상의 희생 제사의 목적입니다. 그러므로 최후의 만찬은 당신 제자들에게 당신의 살과 피를 생명의 음식으로 내어주기 위함이 아니라, 희생 제사의 결과로 모든 사람이 예수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게 하기 위함입니다. 물론 성찬례는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상에서 피를 흘리신 것과 같은 방식이 아니라, 성사적인 동시에 상징적으로 구원의 희생 제사를 재현합니다. 이러한 성찬의 거행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을 희생하시고 온전히 성부께 봉헌하신 희생 제사의 구원 업적을 현존하게 합니다.
예수님의 지상 생활을 특징짓고, 십자가상 희생 제사에서 충만함에 이르렀던 봉헌 영성은 주님을 따르는 신앙인들의 삶에도 꼭 필요합니다. 성찬례에 참여하는 사람은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에 결합하여 자기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합니다. 인간의 삶에 존재하는 고통이나 불안으로, 우리는 늘 죄의 유혹 앞에 흔들립니다. 하지만 성찬례에 참여하며 우리는 예수님과 함께 죄가 부추기는 ‘불순종’을 거스릅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뜻에 온전히 ‘순종’할 힘을 얻습니다.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인 성찬례 안에서 예수님의 ‘순종’에 결합한 신앙인은 부활의 신비 안에서 완성되는 구원을 희망합니다. 성찬례 안에서 모시는 그리스도의 몸과 피는 파스카 신비를 통해 이루어진 구원의 양식 곧 참 생명을 주는 양식이 됩니다. 이처럼 성찬례는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를 봉헌하는 것인 동시에 그 희생 제사가 부활의 신비 안에서 완성되었음을 기념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까닭에, 성찬례는 그리스도의 수난으로 바쳐진 슬픈 봉헌 행위를 기념하면서도 기쁨으로 거행하게 됩니다. 성찬례를 통하여 우리는 구원을 위한 그리스도의 고통에 동참합니다. 동시에 죽음을 이기시고 영원한 생명 주시는 주님 부활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찬례는 인간의 고통 앞에서 던지는 ‘왜’라는 질문에 답을 줍니다. 성찬례는 인간이 겪는 크고 작은 고통이 끝이 아니라고 답합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부활이 보장해 주는 구원의 기쁨을 기억해야 한다고 답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십자가상 희생 제사가 주님의 부활을 통하여 참된 행복을 우리에게 주실 것임을 성찬례는 끊임없이 기억하도록 합니다.
성찬례는 우리가 예수님을 따라 십자가를 지고 살아가는 삶이 부활의 기쁨에 이르는 길임을 믿고 희망하고 살아가도록 힘을 북돋아 줍니다. 지금 앞에 놓인 고통에 슬퍼하기보다, 다시 일어날 힘과 은총을 구원의 희생 제사인 성찬례에서 얻으시면 참 좋겠습니다. 하느님의 구원을 희망하며 구원의 기쁨을 충만히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2025년 7월 20일(다해) 연중 제16주일(농민 주일) 청주주보 3면, 김형민 안토니오 신부(교구 복음화연구소장)] 0 63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