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14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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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칼럼: 우리의 이름은 MZ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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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07-13 ㅣ No.164

[도서칼럼] 우리의 이름은 MZ가 아닙니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기업의 부당함에 저항하는 고졸 출신 신참 여직원들을 두고 직장 내 기성세대는 “너희가 세상을 몰라서 그래.”라는 식의 폭력적인 조언을 던집니다. 그 와중에 여직원들의 편이 되어주는 유일한 기성세대에 속한 봉현철 부장(김종수 분)은 후배들이 회사에 저항함으로써 발생한 책임을 오롯이 본인이 감당하기로 결심하고, 이후 후배 직원 보람(박혜수 분)에게 편지로 자신의 속내를 다음과 같이 전합니다.

 

“‘옛날이 좋았다.’, ‘옛날이 좋았다.’ 쉽게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 게 아닐까? 옛날을 안 살아 본 사람들한텐 너무 무책임한 이야기잖아. 그러니까 나에게 지나간 시간이 소중했던 것처럼 지금 또한 누군가에겐 좋은 시절이었으면 좋겠어.”

 

앤 헬렌 피터슨의 《요즘 애들》은 저자 본인을 포함한 미국의 대다수 밀레니얼 세대가 마주하고 있는 절망적인 상황을 섬세하게 비춤으로써, 그들을 향한 편견 어린 시선의 부당함을 지적합니다. 특히 그들의 대입과 취업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온 베이비 부머 세대의 어린 시절부터의 사회적 상황을 되짚어봄으로써 현재 밀레니얼 세대가 처한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을 진단합니다.

 

자신을 희생해 가며 얻게 된 대학 학위조차 이들의 미래를 보장해 주지 못하는 와중에,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보다 2배 증가한 실업률과 고용 인원이 860만 명 감소한 현실 앞에 대다수가 절망할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노동자들의 처우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그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데 급급하게 됩니다. 그렇게 임금이나 근무 환경, 근무 시간과 같은 이야기는 꺼낼 수도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며, 과로를 유능함으로 포장하여 더 많은 일을 하도록 부추기는 사회가 형성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자는 이러한 사회적 모순에 맞서 밀레니얼 세대가 적극적으로 저항해 나가길 촉구합니다. 사회적 불안정을 개인의 불안정으로 엮지 않고, 기성세대들이 구축해 놓은 세대론에 잠식당하지 않으며, 자본주의 시스템을 당연시하는 구조적 불평등을 타파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즘 애들》이 진단하는 미국 사회의 현실은 한국 사회와도 크게 다르지 않게 다가옵니다. 한국 청년들 역시 세대론에 파묻혀 스스로를 비하하거나 이전 세대를 혐오하는 차원에 머물도록 사회 시스템이 그들을 길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시대적 흐름 안에서 《요즘 애들》은 사회 전체가 엠제트(MZ) 세대라 칭하는 ‘요즘 애들’을 마주함에 있어 우리 사회의 태도가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봉 부장의 시선을 따르길 요청합니다. 엠제트 세대가 마주한 절망을 단순히 그들의 나약함이나 부족함의 결과로 치부하지 않고 이전 세대들의 부덕함이 낳은 결과로 여길 수 있는 사회적 성찰로 이끌 수 있는 그 시선 말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청년 신자 수가 감소하는 현상을 마주하는 교회의 시선과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는 교회의 태도에도 《요즘 애들》이 요청하는 성찰과 쇄신의 과정이 절실해 보입니다.

 

[2025년 7월 13일(다해) 연중 제15주일 서울주보 7면, 구본석 사도요한 신부(국내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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