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7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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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희년에 떠나는 로마: 순례의 의미 및 희년 순례의 기원과 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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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07-06 ㅣ No.2397

[희년에 떠나는 로마 Ⅰ] 순례의 의미 및 희년 순례의 기원과 정립

 

 

“우리와 비슷하게 우리 모습으로”(창세 1,26) 사람을 지어내신 하느님께서 우리를 초대하신다는 사실은 그 부르심을 받은 인간이 자신의 창조주를 향해 응답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합니다. “가거라!”(창세 12,1) 하시는 하느님의 목소리 앞에서 아브라함은 가야 할 곳도 알지 못하는 가운데 즉시 길을 떠났습니다. 이렇듯 우리에게 주도권을 가지고 다가오시는 하느님의 초대에 믿음을 가지고 응답하는 삶의 방식이 바로 순례입니다. 순례는 참되고 성숙한 신앙으로의 초대이며, 이러한 하느님의 부르심에 주의를 기울이고 순종할 때 신앙은 한 뼘 더 자라납니다. 삶의 한복판에서 자신의 존재를 내어드리는 믿음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약속하신 영원한 생명으로 우리를 이끌어 주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창세 12,1)

 

로마는 그 특별한 역사를 통해 하느님 섭리의 표징으로 사도 베드로와 바오로의 순교의 장소이자, 혹독한 박해를 이겨낸 그리스도교 신비의 살아있는 증거이며, 교회의 일치를 눈으로 볼 수 있는 완전한 기초입니다. 순례자들은 로마를 방문함으로써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령을 통하여 당신 몸인 교회를 구원의 보편 성사로 세우셨다.”(『교회헌장』, 48항)라는 말씀의 의미를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희년(禧年, Giubileo)은 우리가 하느님의 거룩하심으로 변화되는 때이므로 ‘성년(聖年)’이라고도 하는데, 이 특별한 전통은 교회가 시작될 때부터 존재하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희년이 처음 시작된 때는 언제부터였으며 그 배경은 무엇이었을까요?

 

첫 번째 희년이 선포되기 전, 그리스도인들은 큰 좌절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생활하시고 구원의 역사를 완성시키신 예루살렘을 비롯한 팔레스티나 지방의 거룩한 땅[聖地]을 회복하고자 하는 염원이 철저하게 실패로 끝나버렸기 때문입니다. 성지를 향해 순례를 떠나는 꿈을 포기해야만 하는 절망에 빠진 신자들에게 교황 보니파시오 8세는 구약의 히브리 백성의 전통에서 자유와 해방을 의미하는 희년의 개념을 끌어올려, 용서와 구원을 약속하는 희년을 선포함으로써 성령께서 새로이 교회를 이끄시도록 길을 열었습니다.

 

희년은 목자와 양 떼의 관계 안에서 잃어버렸던 수많은 영혼을 돌아오게 하고, 전 존재적인 신앙 체험에 목말라하는 신자들에게 하느님의 무한한 용서를 오감으로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교황은 희년에 로마를 방문하는 신자에게 전대사를 수여하였는데, 칙서 『고대인들의 충실한 증거(Antiquorum habet)』에서 전대사를 얻기 위한 조건에 대해 이렇게 명시하였습니다.

 

“로마인이라면 성년 중에 적어도 서른 번,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대성당을 방문할 것입니다. 이방인 순례자라면 같은 방법으로 열다섯 번을 방문할 것입니다.”

 

이제 그리스도교 세계 각지에서 로마를 향한 발걸음이 시작되었습니다. 보니파시오 교황은 희년을 ‘백년의 해’라고 호명하면서 앞으로 열릴 희년의 주기를 100년에 한 번으로 제정하였습니다. 그러나 희년의 주기는 시대에 따라 100년에서 50년, 33년, 25년 등으로 단축되었는데 1475년 이후 더 이상 바뀌지 않고 25년 주기로 완전히 고정되었습니다. 로마를 방문하는 희년의 순례자들이 방문해야 할 교황의 대성당(Basiliche Maggiori Papale)으로는 1350년에는 성모 마리아 마조레(Santa Maria Maggiore) 대성당, 1423년에는 라테라노의 성 요한(San Giovanni in Laterano) 대성당이 필수 순례지에 포함되면서 ‘로마 4대 성당 순례’가 완성되었습니다.

 

희년의 역사가 25년마다 이어지는 가운데, 1550년 로마에서 활동 중이던 피렌체의 필립포 네리 성인은 순례자들의 구체적인 필요 사항에 봉사하기 위해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의 환대회를 설립하여 많은 순례자들을 물심으로 도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로마를 방문한 순례자들의 체험이 더 충만해질 수 있도록 다음의 3개 성당을 추가하여 7대 성당들을 방문하는 여정을 만들어 소개하였습니다. 성 필립포 네리는 교회가 갖고 있는 신비적이고 성사적인 완전한 숫자 일곱의 의미와 로마의 일곱 성당 순례를 놀라운 방법으로 연결하면서, 성당들을 향하는 걸음마다 각자의 카리스마와 관계를 맺는 성령의 일곱 가지 은사를 청하는 기도를 알려주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희년에 로마의 일곱 성당을 순례하는 전통이 마련되었습니다. 본질적으로 희년은 참회의 때이고, 그리스도교의 중심으로서 자리매김한 희년이 열리는 로마는 영적으로 다시 태어나는 커다란 용서의 장소입니다. 신자들은 전대사를 받기 위한 조건으로 고해성사를 통해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한 신실한 참회와 미사 영성체를 하고, 그리고 성문을 들어가면서 사도신경과 주님의 기도를 바쳐야 합니다. 2025년 희망의 희년을 맞이하여 다음 지면부터 성 베드로 대성당부터 시작하는 로마의 일곱 성당을 소개하겠습니다.

 

 

[2025년 7월 6일(다해) 연중 제14주일 인천주보 3면, 김세웅 디오니시오(이탈리아 공인 가이드, 『쥬빌레오 로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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