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리
매주 읽는 단편 교리: 실체 변화(Transsubstantiati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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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읽는 단편 교리] 실체 변화(Transsubstantiatio)
오늘은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본래 이 대축일은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다음 목요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목적 배려로 주일로 옮겨 지냅니다. 오늘은 성체성사에서 중요한 개념인 ‘실체 변화’에 대해 알아봅니다.
미사 중에 바쳐진 빵과 포도주는 ‘축성 기원 기도’와 ‘성찬 제정 축성문’으로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화합니다. 먼저, 사제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빵과 포도주에 성령을 보내 주시기를 청합니다: “간구하오니, 성령의 힘으로 이 예물을 거룩하게 하시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되게 하소서.” 그리고 성찬 제정 축성문으로 그리스도의 말씀을 재현합니다: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줄 내 몸이다.” “이는 … 너희와 많은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 이로써 빵과 포도주 안에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성사적으로’ 현존하게 됩니다.
빵과 포도주가 축성된 후 그리스도의 몸과 피의 실체로 변화된다는 뜻으로 ‘실체 변화’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사람은 훗날 알렉산데르 3세 교황(1159~1181 재위)이 되는 롤란도 반디넬리(R. Bandinelli)입니다. 그는 1140~1142년에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하였는데, 그 배경에는 상징주의와 사실주의 간의 첨예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상징주의란 빵과 포도주를 단순한 표지로 보려는 입장이고, 사실주의는 빵과 포도주의 물질적 요소조차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실체 변화’는 이 두 입장의 극단을 배제하면서 성체성사의 신비를 밝힌 개념입니다. 다시 말해, 빵과 포도주의 외적 형상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그 실체 곧 빵과 포도주의 본성은 그리스도로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이 용어는 제4차 라테란 공의회(1215)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신적인 권능에 의해 빵이 몸으로, 포도주가 피로 실체 변화될 때, 그분의 몸과 피는 빵과 포도주의 형상 안에 제대의 성사 안에 참으로 계신다”(DS 802).
그리스도께서 성체성사 안에 현존하신다는 신비는 트렌토 공의회(1545~1563)에서도 확인됩니다: “지극히 거룩한 성체성사 안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영혼과 신성과 더불어 그분의 몸과 피가, 곧 온전한 그리스도께서 참으로, 실제로 그리고 실체적으로 계심을 부인하고, 오히려 그분께서 성체성사 안에 표지나 외형으로, 또는 효력으로만 계신다고 주장하는 자는 파문될 것이다”(DS 1651). 여기서 “참으로, 실제로 그리고 실체적으로”라는 구절은 그리스도께서 성체와 성혈 안에 온전히 현존하신다는 것을 확고히 선언한 표현입니다. 트렌토 공의회가 종교개혁에 대응하여 열린 공의회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톨릭과 개신교가 성찬례의 의미와 중요성을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개신교는 개별 종파마다 성찬례에 대한 이해가 조금씩 다른데, 공통적인 건 가톨릭교회가 말하는 ‘실체 변화’에까지는 이르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두 종교의 큰 차이 중 하나입니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성체성사를 통해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실체 변화하기에, 미사가 끝난 후에도 남은 성체를 감실에 모셔둡니다. 그리고 미사 밖의 영성체와 성체 현시, 성체강복, 성체조배 같은 성체 흠숭 예식을 거행합니다. 오늘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맞아 실체 변화의 신비를 다시금 마음에 새기고, 정성스럽게 자주 영성체할 것을 다짐해 보면 좋겠습니다.
[2025년 6월 22일(다해)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의정부주보 4면, 박혜원 소피아] 0 26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