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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서지마을, 원주교구 순교자, 순교 영성을 만나는 새로운 성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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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마을, 원주교구 순교자, 순교 영성을 만나는 새로운 성지
원주교구에 순교자를 기념하는 성지가 새롭게 조성되었습니다. ‘서지마을’이라는 이름의 성지입니다. 서지마을은 원주시 부론면 손곡리 산 위에 있는 마을입니다. 1830년대에 박해를 피해 피난 온 천주교 신자들의 살던 교우촌입니다. 특히 그곳에 살던 최해성(요한), 최 비르지타는 1839년 기해박해 때 원주에 있는 강원감영에서 모진 고문을 받고 순교하셨습니다. 이분들은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우리나라를 방문하셨을 때 복자로 시복되었고, 이를 계기로 원주교구에서는 이 복자들과 또 다른 많은 순교자를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해 서지마을을 성지로 조성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2022년에 서지마을 성역화 사업을 시작하여, 그 첫 단계로 순교자 기념 성당과 순교자기념관을 건립하여 6월 21일 봉헌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새롭게 성지로 조성된 서지마을은 여러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서지마을은 그동안 잊고 지낸 순교자들을 다시 기억하는 시작입니다. 1784년 신앙의 선조들이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인 이후 우리 교회사는 고난의 역사였습니다. 천주교 신자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고, 고문을 당하고, 순교하신 분이 어림잡아 만여 분 이상입니다. 우리 원주교구에도 그렇게 신앙을 지키다 순교하신 분이 수없이 많고, 그중에서 이름이 전해지는 분만 꼽아도 100여 분 가까이 됩니다. 그러나 너무나 죄송스럽게도 우리는 그동안 그분들의 이름도, 순교도 잊고 지냈습니다. 서지마을은 다시 우리 교구 신앙 선조들과 순교자들을 기억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둘째, 서지마을은 순교자들의 순교의 영성, 특히 비움의 영성을 배우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순교자들이 기꺼이 자신의 생명을 봉헌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개인적인 용감함 덕분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닮은 온전한 비움의 영성을 사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갈등과 반목이 가득합니다. 정치뿐만 아니라, 이웃 간에도 심지어 가족 사이에도 갈등이 심합니다. 그 이유는 자신의 고집과 주장으로 가득 차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우리 사회는 더 빨리,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 하고 외적인 것에 관심과 집착이 강합니다. 그러다 보니 소박하면서도 아름답고, 가난하면서도 나누며 감사하게 사는 삶은 잃어버렸습니다. 서지마을 순교복자 최해성 요한은 관장이 재산으로 유혹을 하며 배교를 강요하자 “원주 고을을 다 준다 해도 천주를 배반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아마도 자신을 온전히 비울 수 있었기에 기꺼이 순교를 받아들일 수 있었고, 욕심을 비우셨기에 죽음 앞에서도 당당하셨을 것입니다. 서지마을은 순교자들의 그 비움의 영성을 본받고 배우며, 우리도 그렇게 살아가기를 기도하는 자리입니다.
그동안 새로운 성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많은 분이 기도해 주시고, 도움을 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느님은 순교자들을 통하여 찬미받으소서.
서지마을 순교자 기념성당, 순교자 기념관 봉헌 미사 2025년 6월 21일(토) 오전 10시 30분
[2025년 6월 15일(다해)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원주주보 들빛 3면, 이우갑 베드로 신부(서지마을 성역화 담당, 부론본당 주임)] 0 18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