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술ㅣ교회건축
수원교구 성당 순례19: 퇴촌성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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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교구 성당 순례] (19) 퇴촌성당 1985년 천진암본당으로 세운 뒤 천진암성지와 분리되며 ‘퇴촌본당’으로
그리스도의 부활은 우리 신앙의 중심이고, 우리 역시 그리스도의 부활에 동참하리라는 희망을 품는다.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고, 또 신앙공동체의 부활을 기억하는 성당이 있다. 수원교구 제2대리구 퇴촌성당이다.
예수님 부활을 기념하며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광동로 97-9. 흐드러지는 벚꽃 사이로 외벽에 커다한 조형물이 설치된 성당이 보였다.
성당은 모습이 독특하다. 성당은 건축면적 330.79㎡, 연면적 798.14㎡에 지상3층으로 규모면에서는 여느 작은 시골성당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 모습은 도시의 어느 성당보다도 현대적인 느낌이다.
일반적인 성당 건축이 대칭미를 추구한다면, 퇴촌성당은 비대칭이면서도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사다리꼴 형태의 전례 공간과 직육면체 형태의 교리실 등의 공간, 높이 솟은 첨탑, 1층의 필로티 구조가 이루는 균형미가 돋보인다. 외부만이 아니라 성당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성당 내부에서도 이런 특징이 이어졌다.
구조만이 아니라 색도 그렇다. 연회색빛의 벽돌타일의 외벽에 짙은 회색의 지붕, 노출콘크리트 등이 비대칭으로 연결되면서도 전체적으로 어우러져,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모습이 새롭게 보이는 신선함을 준다.
하지만 성당의 모습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성당 외벽에 설치된 ‘부활하신 예수님 상’이다.
고정수(프란치스코) 조각가가 제작한 이 성상은 높이 6.5m, 너비 5m 크기로, 무게만도 2.6톤에 달하는 대형 작품이다. 고 조각가는 1만 여 개에 달하는 스테인레스 스틸 조각을 용접으로 이어 붙여 예수님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2015년 퇴촌본당 설립 3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이 성상은 양손을 활짝 펼친 채 신자들을 맞이하는 듯한 예수님의 모습을 담고 있다. 손과 발에 난 상처가 수난과 죽음을 이겨내고 부활한 예수님의 모습임을 기억하게 해준다.
그리고 ‘부활하신 예수님 상’ 아래에는 ‘EGO SUM VIA VERITAS ET VITA’라는 문구가 보였다. 라틴어로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라는 뜻이다.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이 단순히 기념만 하는 사건이 아니라, 우리가 따라 걸어야 할 길이라는 것을 기억하게 해줬다.
‘부활하신 예수님 상’만이 아니었다. 성당 내부와 외부 곳곳에는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 받는 예수님, 성가정, 승천하는 성모님의 조각을 비롯해, 성모영보, 성모자를 담은 성화가 자리하고 있었다. 성당 내부의 벽돌 하나하나에도 신앙의 상징이 담긴 그림이 새겨져 있어, 신자들의 믿음이 한 장, 한 장 쌓여 완성된 성당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줬다.
- 퇴촌성당 내부. 이승훈 기자
- 퇴촌성당 내부 벽돌. 이승훈 기자
부활한 신앙공동체가 세운 성당
퇴촌지역은 사실 한국교회의 초기 역사와 깊은 연관을 지닌다. 하느님의 종 이벽(요한 세례자)을 중심으로 하느님의 종 권철신(암브로시오)·권일신(프란치스코 하비에르)·이승훈(베드로)와 복자 정약종(아우구스티노) 등 여러 신앙선조들이 서학 서적을 연구하고 자발적으로 신앙공동체를 이뤘던 천진암이 바로 이 지역이다.
1968년 병인박해 때 순교한 손성직(베드로)과 가족이 광주 소뫼(牛山里, 지금의 퇴촌면 지역)에서 이주했다는 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천진암강학 이후로도 퇴촌 지역에는 신자들이 살고 있었다. 그러나 박해 이후로 퇴촌 지역에 신앙공동체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정작 한국교회의 신앙이 싹튼 이곳에 신앙공동체는 사라져 버리고 만 것이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부터 신장본당을 중심으로 퇴촌 지역에 전교활동을 활발하게 펼쳤고, 퇴촌 지역에는 다시 신앙공동체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국교회 창립 200주년 이듬해인 1985년 2월 ‘천진암본당’이라는 이름으로 본당 공동체가 세워졌다. 오늘날 천진암성지의 ‘광암성당’이 이전에는 천진암본당, 바로 퇴촌본당의 성당이었다.
퇴촌본당은 20여 년간 천진암성지를 중심으로 활동하다 2006년 성지와 본당이 분리되면서 ‘퇴촌본당’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터전을 옮겼다. 그렇게 2011년 준공하고, 2017년 봉헌한 성당이 지금의 퇴촌성당이다.
퇴촌본당은 설립 당시에는 어린이를 포함해 신자 수가 73명에 불과한 아주 작은 본당이었지만, 1992년에는 300여 명으로 신자 수가 증가했고, 현재는 신자 수 1790여 명이 이 성당을 중심으로 신앙생활을 해 나가고 있다. 퇴촌성당은 신앙의 씨앗이 뿌려졌지만, 박해로 신앙공동체가 사라져 버린 곳에 부활한 신앙공동체의 역사를 담고 있었다.
- 퇴촌성당 성모상과 야외 제대. 이승훈 기자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5년 4월 20일, 이승훈 기자] 0 11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