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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성당 스케치16: 산타 마리아 데이 미라콜리 성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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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성당 스케치] (16) 산타 마리아 데이 미라콜리 성당 성모 성화 기적 기리는 베네치아 최초 르네상스 성당
- 롬바르도가 건축한 베네치아의 산타 마리아 데이 미라콜리 성당 파사드. 베네치아는 초기 르네상스 건축에서 지역 양식이 발달한 도시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출처 위키미디어
피렌체를 중심으로 시작된 르네상스 건축은 15세기 중반을 지나면서 피렌체 밖으로 전해졌습니다. 피렌체에서 르네상스 양식의 성당과 건물을 설계한 브루넬레스키와 피렌체뿐만 아니라 만토바에 르네상스 성당을 세운 알베르티, 두 건축가는 르네상스 건축 양식의 표준형을 제시하면서 당대의 건축 양식을 주도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르네상스 표준 양식을 배운 제자들은 이탈리아 여러 지역에서 르네상스 건축물을 지으며 지역 양식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대표적인 지역으로 피렌체에서 남쪽으로 100킬로미터가량 떨어진 토스카나의 작은 도시 피엔차를 들 수 있습니다. 르네상스를 장려하는 인문주의 교황으로 알려진 비오 2세 교황(1458-1464 재위)은 조각가이자 건축가인 베르나르도 로셀리노(Bernardo Rossellino, 1409–1464)에게 피엔차의 도시 계획을 맡겼습니다. 로셀리노는 비오 2세 광장을 중심으로 남쪽에는 피엔차 대성당(Duomo di Pienza)을 서쪽에는 교황의 세속 이름을 딴 팔라초 피콜로미니를 배치했습니다.
로셀리노는 성당의 북쪽에 면한 좁은 광장이 가능한 넓은 면적을 갖도록 하려고, 성당의 파사드를 북쪽으로 향하게 하고 성당을 가능한 한 남쪽의 끝에 배치하였습니다. 따라서 성당의 제대가 있는 앱스 부분은 가파른 경사면에 지어졌습니다. 사실 이곳에는 작은 로마네스크 성당이 일반적인 배치에 따라 동서 방향으로 놓여 있었는데, 성당과 광장을 모두 살리기 위해서 성당이 광장을 바라보도록 남북 방향으로 배치한 것입니다.
- 비오 2세 광장을 바라보도록 건축된 피엔차 대성당 파사드. 로셀리노는 브루넬레스키와 알베르티의 영향을 받아서 르네상스 성당을 지역 양식으로 표현했다. 출처 위키미디어
외관을 보면 파사드가 세 개의 층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리고 네 개의 기둥에 의해서 수직으로 세 부분으로 분할되었는데, 이 분할은 내부의 3랑식(네이브와 두 아일) 구성과 일치합니다. 파사드 1층에는 세 개의 출입문이 있고, 2층은 세 개의 아치로 장식되었으며, 3층 페디먼트 안쪽의 팀파눔에는 비오 2세 교황의 문장이 있습니다. 남쪽에 있는 앱스에는 고딕 양식의 창문이 있어서 내부의 조도가 밝은 편입니다.
내부는 네이브와 두 아일의 높이가 같은 3랑식 평면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하지만 네이브는 두 아일의 폭에 비해서 훨씬 넓게 설계되었습니다. 천장은 교차 아치형으로 되어 있고, 앱스는 세 개의 경당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큰 경당에 성가대석이 있습니다. 로셀리노는 이렇게 브루넬레스키와 알베르티의 영향을 받아서 르네상스 성당을 지역 양식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초기 르네상스 건축에서 지역 양식이 발달한 도시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베네치아입니다. 베네치아 르네상스는 토스카나로부터 르네상스의 표준 양식을 들여왔을 뿐만 아니라, 해양 도시에 남아 있는 고대 유적지에서 동로마(비잔틴)제국의 건축을 직접 습득하였습니다. 그러한 초기 베네치아 르네상스를 이끈 건축가로 피에트로 롬바르도(Pietro Lombardo, 1435–1515)를 들 수 있습니다. 조각가이기도 한 그는 20대 청년 시절부터 브루넬레스키의 작품을 통해서 피렌체의 르네상스 양식을 배웠는데, 산타 마리아 데이 미라콜리 성당(Chiesa di Santa Maria dei Miracoli)이 그의 대표작입니다.
‘기적의 성모 마리아’(Santa Maria dei Miracoli)라는 성당 이름에 나타나 있듯이 이 성당에는 성모 마리아와 관련된 기적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15세기 후반, 베네치아의 비단 장수 안젤로 아마디의 집 모퉁이에는 1408년에 봉헌된 니콜로 디 피에트로가 그린 성모 마리아 성화가 있었습니다. 이 성화는 사람들에게 기적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고, 실제로 지역 주민들은 은총을 얻기 위해서 성화 속 성모 마리아께 기도하였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사람들은 1480년 그 성모 성화의 기적 은총을 영광스럽게 해줄 성당을 지어 성모 성화를 보관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피에트로 롬바르도에게 성당 건축이 맡겨졌고, 그는 베네치아 최초의 르네상스 성당을 지어 봉헌하였습니다.
- 산타 마리아 데이 미라콜리 성당 네이브 제단 방향. 출처 위키미디어
성당의 내부는 1랑식 바실리카 평면으로 되어 있습니다. 배럴 볼트(원통을 반으로 자른 형태의 둥근 천장)로 되어 있는 네이브의 천장은 구약의 예언자들과 성조들이 새겨져 있는 50개의 목재판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제단 부분은 2층으로 만들어졌는데, 아래층에는 성물이 안치되어 있고 위층에는 성 프란치스코, 성녀 클라라, 가브리엘 대천사와 주님 탄생 예고(수태고지), 그리고 양쪽에 팔각형 독서대가 다양한 채색 대리석으로 제작되어 있습니다. 제단의 뒷벽에는 원형 문양으로 된 십자가가 있고, 양옆에 반원 아치의 창문과 그 위에 원형 창이 있습니다. 천장은 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외부는 두 단으로 되어 있는 직육면체의 본체 위에 반원통형 천장과 돔 천장이 얹힌 형상입니다. 정면(파사드)과 뒷면(제단 외부) 앞에는 작은 광장이 있고, 왼쪽에는 운하가 흐르고 오른쪽에는 통행로가 나 있습니다. 외벽은 아치 열을 사각 벽기둥이 받치고 있는데, 아케이드가 아닌 장식 형태에 머물고 있습니다. 사각 벽기둥의 주두는 외벽의 1단에는 코린토 양식이 2단에는 이오니아 양식이 사용되었습니다. 다만 1단과 2단 사이의 엔태블러처는 1단과 2단에 통일성을 주지 못하고 마치 분리된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알베르티의 경우처럼 여기에 장식적 요소를 넣어 1단과 2단이 지루하지 않으면서 일체성을 갖도록 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출입구 부분은 다른 부분에 비해서 아치의 폭이 넓은데, 여기에 십자가 장식을 넣어서 양쪽의 아치와 구분하는 효과를 냈습니다. 출입구 상부의 팀파눔에 성모자의 흉상이 있어서 성당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반기고 있습니다. 파사드 최상층의 반원형 페디먼트에는 커다란 원형 창과 3개의 오쿨루스, 2개의 대리석 원형 장식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고대 로마의 벽체 구조와 유사한 면에서 토스카나 지역의 로마네스크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고, 브루넬레스키와 알베르티의 초기 르네상스 양식의 영향도 받았습니다. 여기에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대성당 등에서 비잔틴 양식의 요소들을 취하기도 하였습니다. 결국 피렌체의 르네상스 표준형 양식에 베네치아 고유의 비잔틴 양식이 더해져 베네치아 지역 양식을 형성한 것입니다. 건축 양식을 이해하고 해석하여 지역에 맞도록 재탄생시키는 일은 우리나라 ‘성당 건축’도 풀어야 할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가톨릭신문, 2025년 4월 20일, 강한수 가롤로 신부(의정부교구 건축신학연구소 소장)] 0 10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