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ㅣ교회음악
클래식 순례27: 쉬츠의 부활 히스토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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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형의 클래식 순례] (27) 쉬츠의 <부활 히스토리아>
오늘은 주님 부활 대축일입니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예술가가 우리 신앙의 핵심이자 교회력에서 가장 중요한 이날을 경축하는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바로크 시대 초기 독일 작곡가이자 ‘독일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하인리히 쉬츠(Heinrich Schütz)의 <부활 히스토리아>(Auferstehungshistorie)를 들으며 부활의 기쁨을 되새겨 볼까 합니다.
https://youtu.be/Ao8md2MTLRw?si=oaMVM0iqY4TbpMUH
쉬츠는 바흐보다 100년 먼저 태어났습니다. 지금 우리는 독일이나 오스트리아를 ‘음악의 나라’라고 여기지만, 독일어권 지역은 바로크 시대 초기까지도 서양음악의 변방에 가까웠습니다.
쉬츠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 가서 조반니 가브리엘리의 가르침을 받았고, 돌아온 뒤 50년 넘게 드레스덴의 작센 궁정악단을 이끌면서 이탈리아 음악의 선진적인 장르와 형식을 도입해 독일 음악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지금도 유럽의 일류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의 전신입니다.
그런가 하면 그의 삶과 경력은 독일 역사의 비극이었던 30년 전쟁(1618~1648)과 겹치는데, 그는 전후 피폐해진 독일의 음악 문화를 재건하려는 의지와 역사적 사명을 자각하며 일련의 기념비적인 작품을 쓰기도 했습니다.
<부활 히스토리아>는 쉬츠가 작센 궁정악장을 맡고 왕성하게 활동하던 1623년 부활 팔일 축제의 저녁기도를 위해서 쓴 작품입니다. 30년 전쟁이 아직 작센까지는 미치지 않았던 시기였지요.
후배 독일 작곡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작품으로, 작곡가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독일 각지에서 연주됐습니다. 당시로서는 아주 예외적인 일이었습니다. ‘히스토리아’(Historia)는 독일에서 발전한 오라토리오의 일종으로, 가사는 네 복음서와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 그리고 부활 찬가 ‘승리’를 자유롭게 엮었습니다.
제목에는 ‘행복하고 영광스러운 부활’이라고 썼지만, 음악은 오히려 조용하고 내밀한 편이며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조금씩 부활의 기쁨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쉬츠는 능숙하고 깊이 있는 방식으로 가사를 표현했는데, 가령 첫 합창곡에서 한 옥타브 위로 치솟는 음형은 뚜렷하게 부활을 상징합니다. 복음사가의 낭송은 전통적인 시편창과 현대적인 레치타티보를 자연스럽게 오가며, 세 여인이 이미 비어버린 무덤의 돌을 치우려는 대목에서 같은 음을 길게 이어가는 베이스는 마치 그것이 헛된 노력임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예수님이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에게 나타나시는 장면은 작품의 정점입니다. ‘슬픔’(traurig)이라는 단어에서 F단조와 D장조가 만드는 묘한 분위기, 그리고 제자들이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팡파르 풍의 음형은 지금도 듣는 이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킵니다.
[가톨릭신문, 2025년 4월 20일, 이준형 프란치스코(음악평론가)] 0 36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