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9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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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금쪽같은 내 신앙91: 신학 예찬(禮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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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03-25 ㅣ No.2151

[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 신앙] (91) 신학 예찬(禮讚)


신학을 해야 하는 이유

 

 

일반 신자들은 신학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실까? 필자가 늘 갖고 있는 물음이다. 필자는 신학교에 입학해서 지금까지 신학이라는 바다 속에서 헤엄치며 살고 있다. 처음에는 헤엄치는 방법을 몰라 허우적거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바다 속 헤엄을 즐기며 살고 있다. 필자에게 신학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신학은 삶이요 행복이며 기쁨의 원천이라 말하고 싶다.

 

신학교에서 강의하며 신학에 대한 첫 느낌을 말하라고 하면 학생들은 대체로 신학이 지루하고 보수적이며, 고리타분하고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부정적으로 말한다. 필자가 경험하고 알아온 신학과는 너무 다른 반응이다. 왜 신학을 그렇게 경험할 수밖에 없었을까? 그것은 신학이 그동안 신앙생활이나 실생활의 주제와 무관히 행해졌기 때문은 아닐지?

 

일전에 프랑스의 조셉 도레 대주교님께서 청년들과 만남 시간에 낙태·안락사·동성결혼 등에 관한 질문을 받으며, 오늘에도 여전히 신학이 필요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사회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삶의 기준이 모호해지고 사라져 해결이 안 되는 문제들로 우리는 고민하고 갈등하게 되며, 신학은 이러한 문제들에 분명한 기준을 합리적으로 제시할 과제를 지니고 있다고도 말씀하셨다.

 

사실 오늘처럼 신학이 필요한 때도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급속한 사회 변동에 따라 신앙생활과 실생활에서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신자들은 수수께끼와 같은 삶에 대한 의미 있는 답을 신앙에서 찾고자 한다. 신학자는 이에 응답해야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모든 신자가 신학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신앙은 생각을 통해 성장하고 발전하기 때문이다. 신학은 여기에 도움을 준다.

 

최근 한 본당의 50주년 기념 토크 콘서트에 초대를 받아 신앙에 대한 신자들의 궁금증을 듣고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타로·사주팔자·오늘의 운세 등에 천주교 신자가 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신앙에 맞는 행위인지, 믿음이 없는 자녀의 집이나 자동차에 십자고상이나 묵주를 걸어두면서 주님께서 자녀들을 보살펴주신다고 믿는 행위가 정당한 것인지, 노름을 좋아하는 남편이 전에는 일 년에 3~4회 하더니 몇 년 전부터는 성당 신자들과 모임을 만들어 일주일에 한 번씩 모임을 하는데 복음화 정신에 맞는 것인지 등 외에도 자살·대세·구마 등 다양한 질문이 오갔다.

 

필자가 담당하는 신학입문 시간에도 학부 2학년 학생들이 갖는 신앙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을 들어볼 수 있었다. 안락사와 연명치료는 어떻게 다를까? 교회의 희년은 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영향을 끼치지 못할까? 교황님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에서 나온 결과를 ‘성령의 이끄심’으로 설명하는데, 세월호나 전쟁과 같은 불행한 일은 왜 설명하지 못하는가? 요즘 기적은 왜 잘 일어나지 않는지, 과학기술의 발전과 관계가 있는 것인지? 고해성사는 개인 양심에 따르는데, 심판 때는 그와 다른 절대적 기준이 작용하는지?

 

필자는 학생들이 던진 질문을 추려서 강의 때 다루고자 한다. 신학에 대한 일반 개론에 앞서, 신학을 실제로 행하고 경험하며 그 맛과 기쁨,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해진 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 삶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신앙은 늘 도전 앞에 설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시대 흐름 안에서 제기되는 물음과 문제에 귀 기울이고, 신앙에 근거해 합리적이고 타당한 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교회는 더욱 세상과 가까워지고, 우리 신앙도 더욱 신뢰를 얻을 것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25년 3월 23일, 한민택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겸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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