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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칼럼: 도서 세속 시대, 의례의 과정, 희망의 문턱을 넘어 - 세계청년대회를 보는 시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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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칼럼] 도서 A Secular Age(세속 시대), 의례의 과정, 희망의 문턱을 넘어 세계청년대회를 보는 시선
2027년, 서울에서 세계청년대회가 열립니다. 이 대회는 1986년에 개최된 이래, 미디어와 일반 학자들도 주목하는 세계적인 행사가 되었습니다. 전 세계 청년들이 무엇을 체험하기에 전 세계에서 모이는가? 이는 오늘날 세계와 교회에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문학적 시선에서 이를 해석할 때, 크게 세 가지 중요한 관점이 드러납니다.
첫째 시선은 세속화와 복음화의 맥락에서 세계청년대회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서구 세속화의 결과로 청년 세대가 교회를 멀리하게 되었는데, 이 대회는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혁신적인 창안이라는 것입니다. 전통적 신앙 내용(십자가, 이콘, 교리교육 등)을 청년 세대의 감수성에 맞는 양식(순례, 축제, 문화 행사 등)으로 성공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복음화에 공헌했다는 의미입니다. 철학자 찰스 테일러도 《A Secular Age(세속 시대)》라는 저서에서 이런 접근을 합니다. 그는 제도적 소속보다는 개인적 경험을 통해 의미를 찾는 ‘진정성의 시대’에 이런 대회가 청년들에게 잘 맞는 종교적 형태라고 봅니다.
둘째 시선은 세계청년대회에서 경험하는 ‘공동체성’ 체험에 주목합니다. 청년대회 참여는 쾌적한 여행이 아니라 불편을 감수하는 순례입니다. 멀리서 온 청년뿐 아니라 홈스테이를 제공하여 순례자를 맞아들이고 환대하는 가정도 순례자가 되는 것입니다. 이들은 이 대회를 통해서 신앙인의 정체성, 가치관을 심화하고, 어떤 이는 심지어 ‘인생이 바뀌는’ 경험도 합니다. 이들은 평상시의 사회적 지위나 의무, 계층을 초월하여 평등하게 연결되는 상태, 즉 문화인류학자 빅터 터너가 《의례의 과정》에서 말하는 ‘커뮤니타스’를 경험하는 것입니다.
셋째 시선은 세계화와 가톨릭 세계시민의 관점입니다. 세계청년대회의 역사는 20세기 후반 냉전의 해체와 경제적·문화적 세계화, 과학기술 혁신 등과 맞물려 전개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세계화 흐름 속에서 세계청년대회는 가톨릭 사회관과 인간관을 교육하고 체험하게 함으로써 가톨릭적 세계시민을 양성하는 ‘우정의 학교’가 되고 있습니다. 순례자들은 외국 친구와 우정을 맺으며 문화적 다양성을 체감할 뿐 아니라, 전쟁과 평화, 빈곤과 발전, 생태와 같은 공동 이슈를 성찰하고 대화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순례자는 자신이 속한 지역교회를 넘어서 세계교회를 감지함으로써 가톨릭 세계시민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 세계청년대회에 대한 인문학적 시선은 관료적·행정적 접근이나 양적인 성공을 넘어서 한층 넓은 지평을 열어줍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가장 중요한 시선을 기억해야 합니다. 바로 청년들의 목마른 시선과 이를 대하는 그리스도의 시선입니다. 일찍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희망의 문턱을 넘어》에서 그 시선을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어디에나 교황이 가는 곳이면 교황은 젊은이들을 찾고 젊은이들은 교황을 찾으려고 합니다. 사실, 그들이 찾는 것은 교황이 아니라 그리스도입니다.” 이 시선이 2년 남지 않은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는 매일의 우리 시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2024년 10월 27일(나해) 연중 제30주일 서울주보 6면, 김우선 데니스 신부(예수회, 서강대학교 교수)] 0 5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