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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극ㅣ영화ㅣ예술

영화칼럼: 영화 애프터 양 - 애프터 크라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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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4-10-23 ㅣ No.127

[영화칼럼] 영화 ‘애프터 양’ - 2022년 작, 감독 ‘코고나다


애프터 크라이스트

 

 

필립 K. 딕의 공상과학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에서 안드로이드를 사냥해서 현상금을 버는 주인공 데커드에게 인간인지 안드로이드인지 구분하는 시험을 받는 레이첼은 “이 시험이 내가 안드로이드인지 알아내는 시험인가요? 아니면 내가 동성애자인지 알아내는 시험인가요?”라고 질문합니다. 이는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를 구분 짓는 태도와 이를 바탕으로 한 차별이, 인간과 안드로이드를 구분 지어 안드로이드를 제거하려는 소설 속 미래 사회의 태도와 다르지 않은 폭력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코고나다 감독의 영화 <애프터 양>은 ‘테크노휴먼’이라고 불리는 안드로이드 ‘양’(저스틴 H. 민 분)을 중심으로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탐구를 펼칩니다. 극중 백인 남성 제이크(콜린 패럴 분)와 그의 부인인 흑인 여성 카이라(조디 터너스미스 분), 부부가 입양한 중국인 딸 미카(말레아 엠마 찬드로위자야 분)와 미카의 오빠 역할을 맡기기 위해 부부가 구입한 양은 한 가족을 이룹니다. 여기서 영화는 양이 고장 나는 상황을 통해서 왜곡된 인간됨의 조건을 비판적으로 드러냅니다. 바로 나와는 다른 존재를 철저히 구분 짓는 태도입니다.

 

다양한 이윤 추구 및 욕망 충족의 과정 속에서 민족, 국가, 인종, 종교 간 갈등 및 각종 차별 등을 쉬지 않고 겪어온 인류는, 서로를 철저히 구분 짓고 타자를 대상화하는 과정을 통해서 스스로가 인간임을 증명하려는 듯 보입니다. 그래서 영화 속 양을 대하는 등장인물들의 지극히 인간중심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태도는 인간이 본능처럼 버리지 못하는 서로를 구분 짓는 태도를 상징하듯 다가옵니다. 이들은 고장난 양을 가족이나 이웃이 아닌 가전제품처럼 여기고 철저히 경제적인 잣대로 양에게 벌어진 문제를 해결하려 듭니다.

 

하지만 양은 자신이 터득한 인간성을 바탕으로, 서로를 구분 짓는 태도가 인간 본연의 습성이 아닐 수 있음을 증명해 나갑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양의 시선에는 차별의 기준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양의 메모리칩 속 영상화된 기억들에는 양이 바라보는 대상을 향한 깊은 애정과 호기심이 드러납니다. 모두를 따뜻하게 품고 싶은 의지로 가득한 양의 시선이 담긴 그의 기억은 가족들의 마음에 짙은 울림을 전합니다. 그렇게 영화는 인간됨의 기준이, 모든 것을 나와 철저히 구분 지으려는 인류의 습관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세상을 향한 양의 따뜻한 시선으로 옮겨가기를 소망합니다.

 

복음이 증언하는, 세상을 향한 예수님의 시선을 떠올려봅니다. 어느 누구도 구분 짓지 않으며 단 한사람도 놓치지 않으려는 섬세한 시선, 불의로 신음하는 이들을 향한 연민의 시선, 당신을 십자가에 못 박은 이들을 향한 용서의 시선 등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예수님의 시선은 복음서라는 이름의 기억저장소에 소중히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에게는 복음서에 담긴 예수님의 시선에 감화되고 그 시선을 닮아가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2024년 10월 20일(나해) 연중 제29주일(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 · 전교 주일) 서울주보 7면, 구본석 사도요한 신부(국내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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