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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성모 승천 대축일 서울대교구장 메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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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성모 승천 대축일 메시지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5)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름의 절정 8월의 한가운데에서, 뜻깊은 광복절에 우리는 교회 전례력에 따라 복된 성모 승천 대축일을 맞이합니다. 하느님과 완전한 친교 안에서, 구원 여정을 따라 예수님과 함께 걸으신 성모님께서 마침내 영과 육, 온전한 존재로 천상 예루살렘에 올림을 받으셨습니다.
성모님의 승천은 신앙의 역설이자, 하늘과 땅의 역설입니다. 성모님은 거룩한 침묵과 경청으로 “신앙의 밤”을 견디셨고,(<구세주의 어머니>, 17항 참조)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시는”(루카 1,52) 구원자 하느님에 의해 천상으로 올림을 받으신 것입니다. 이 승천의 역설이 알려주는 바가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경청과 친교의 마음으로 하느님 백성을 향해 뛰어든 사람들을 하늘로 들어 높이신다는 점입니다. 승천은 스스로 낮아진 자들의 미래입니다.
스스로를 낮추신 성모님께서 지향하신 경청과 친교의 믿음을 거울삼아 오늘의 세상을 돌아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수많은 거짓 표상으로 가득합니다. 더 많이 소유하고 현란하게 소비하려는 사람들이, 세상과 이웃을 물질과 소유로 평가하며 스스로의 삶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문호 알베르 까뮈의 말대로, “소유할 줄 모르므로 소유하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세상의 물질적, 소비적 자극에 익숙해진 결과, 마음을 열어 차분히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일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래서 참다운 경청은 침묵을 필요로 합니다. 침묵을 통한 경청 속에서, 우리 자신에게 중요한 시간을 상대방에게 내어주는 ‘자기 증여’의 한 형태를 발견합니다. 이 ‘경청’이야말로 사람이 행해야 하는 “첫 번째 봉사” 이자, 현대에 필요한 “듣는 귀의 사도직”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님, 제56차 홍보 주일 담화, 2022년)
바로 이 ‘경청’에 성모님의 믿음이 자리하며, 끝없이 귀 기울여 주시는 당신의 마음을 통해 성모님께서는 우리의 어머니가 되셨습니다. 경청은 일치를 불러오며, 일치를 체험하여 분열의 상처를 치유한 사람이 내딛는 믿음의 발걸음은 한결 힘찹니다. ‘친교’의 신비를 깨달으며 각자의 길을 가던 사람들이 어느덧 같은 길을 동행하고,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한마음으로 하느님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모습이 바로 시노드 교회의 모습입니다. 이 지향을 우리 삶 안에 되살리기 위해 교회는 ‘함께 가는 길’인 시노드를 마련한 것입니다. 이 길에 모두가 주인공으로 ‘참여’하여 복음의 기쁨을 사는 과정이 ‘선교’이며, 이 길을 앞서가신 성모님은 바로 “교회의 표상이며 시작”이십니다.(<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68항 참조)
특별히 온 세상의 청년들이 바로 이 길의 주인공이란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청년들의 발걸음이 교회가 마련한 시노드의 길을 더욱 활기차게 할 것입니다. 성모님이 가신 길을 따라 청년들이 모두 주인공이 되는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이 가슴 벅찬 광경이, 준비 과정을 포함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의 모든 과정을 수놓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신앙이 다른 이 세상 모든 청년들 또한 환대의 마음으로 닦아 놓은 이 길을 함께 걸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빛을 회복한 대사건’인 광복을 통해 자유를 되찾은 우리 대한민국은 전쟁이 남긴 깊은 상처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가 경탄해 마지않는 민주주의 국가, 문화 국가로 성장했습니다. 광복절의 참뜻을 되새기고, 승천하신 성모님의 일치와 평화의 여정을 묵상하며 자문해 봅니다. 과연 우리는 우리 안에 깊게 자리한 반목과 미움에서 해방되었을까요? 이 질문의 통렬한 울림을 받아들이며, 우리 모두의 화해와 일치 속에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가 진정한 빛을 회복하는 광복의 새 출발, 평화와 일치를 위한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오늘 성모 승천 대축일과 광복절을 함께 누리는 기쁨 속에서, 하늘 영광을 입으신 분, 희망과 평화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전구를 청합시다. 성모님은 우리에 앞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가셨으며, 하느님의 계획을 당신 삶의 계획으로 삼으시어 하느님이 이끄시는 세상 역사의 참 주인공이 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성모님에게 허락하신 영광의 승천은 성모님의 과거이자 현재이며, 또한 우리의 미래입니다. 승천의 은총을 입으신 어머니의 고귀한 전구로, 하느님이 주시는 일치와 평화의 기쁨이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마음에, 또한 북녘 땅 동포들 모두에게도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평양교구장 서리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0 53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