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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이콘산책25-26: 이콘으로 표현된 성모의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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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4-07-02 ㅣ No.1081

[김형부 마오로의 이콘산책] (25) 이콘으로 표현된 성모의 유형


기도하는 성모님, 인도하는 성모님, 자애로운 성모님

 

 

 

(작품 1) 기도하는 성모님: 템페라, 61 x 32cm, 이콘 마오로 미술관, 안성, 한국.

 

 

1. 기도하는 성모님(블라케르니오티사, 즈나메니아, 플라티테라, 오란스)(작품 1)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신앙에 기초한 그림으로는 이미 로마의 카타콤바(2세기)에 그리스도를 나타내는 약자와 함께 망자를 위해 기도하는 모습으로 그려진 것이 있습니다. 이는 유다교의 기도 형태로, 그리스도교가 시작되기 전부터 나타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요한 묵시록(12,1-6)에는 ‘여인과 용’의 내용으로 ‘태양을 입고 발밑에 달을 두고 머리에 열두 개 별로 된 관을 쓴 여인이 나타나고⋯. 아이를 배고 있었는데⋯’라며, 그 여인을 확실하게 성모라고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성모님을 연상케 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따라서 가슴에 아기 예수를 품고 기도하는 성모님을 표현하기 시작합니다. 이 성모상은 러시아 이콘에 자주 등장합니다.

 

이 유형은 성모님과 연관되어 4세기부터 점차 이콘 형태로 바뀌면서 기도하는 성모님으로, 곧 ‘오란스’ 유형입니다. 두 손을 올려 ‘기도하는 성모님’을 주제로 한 성모님은 반신상 또는 전신상으로 가슴 부분에 임마누엘(아기 예수님)을 메달 형태로 함께 그립니다.

 

이러한 기도 모습은 그리스도교 이전부터 있었고, 죽은 사람이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간구하는 모습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황제 가족의 죽음을 애도하는 모습(피에타스, pietas :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에서 차츰 성모님의 기도로 하느님께서 불쌍히 여기실 것을 간구하는 모습으로 연결됩니다.

 

이사야의 예언대로(이사 7,14) 성모님의 가슴에 임마누엘 모습을 품음으로써 ‘계시의 성모님’이라는 뜻의 ‘즈나메니아’, 그분의 몸체는 ‘하늘보다 더 넓다’라는 의미로 ‘플라티테라’(platytera)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비잔틴 제국의 수호 이콘인 전신상 이콘은 모신 곳의 수도원 이름과 연결되어 ‘블라케르니오티사’라 부릅니다.

 

이 유형으로 6세기부터 드물게 아기 예수 없는 성모상도 나타납니다. 이 성모상의 경우 양 옆에 세라핌(치천사)과 케루핌(지천사)을 넣기도 합니다. 그 상위의 천사는 성모님 가슴에 임마누엘이 계실 때만 그릴 수 있습니다.

 

치천사(熾天使)는 하느님께 불타는 사랑으로 붉은색, 지천사(智天使)는 지혜의 천사로 청색으로 표현합니다. 임마누엘께서는 코라(하느님께서 계신 곳) 안에 등장하시며 주변은 짙은 암청색의 색깔과 빛나는 금선으로 장식합니다. 짙은 암청색은 하느님의 현현(나타나심)을 의미합니다. 이 이콘은 하느님께서 사람으로 오신 신비와 삼위일체와 연결하고 신성과 인성을 갖추신 그리스도를 통해 성화되어가는 교회의 모습을 상징합니다.

 

 

- (작품 2) 인도자의 성모: 영혼을 구원하시는 성모, 94.5 x 80.3cm, 14세기, 스벤티 클리멘트 수도원, 오흐리드

 

 

2. 인도자의 성모(Hodigitria)(작품 2)

 

‘인도자의 성모님’ 이콘은 품위를 지닌 여왕의 모습으로, 무표정한 얼굴로 상체를 곧게 세워 앞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아들을 내보이시는 형태입니다. 예수님은 어린이처럼 표현되기보다는 진지하고 지혜로 빛나는 모습에 마치 어른처럼 옷을 갖추어 입고 있는 형태입니다. 이 이콘은 5세기 때 시리아와 팔레스티나에서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성전에 따르면 루카 복음서 저자가 복음 기록과 함께 이 형태의 그림을 그려 테오필로스에게 보냈다고 전합니다. 후에 그 그림은 로마 황제 테오도시우스 2세의 황후 유도키아에 의해 예루살렘에서 콘스탄티노플로 옮겨져 눈 먼 이의 기적적인 치유와 함께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전해집니다.

 

호데곤(Hodegon) 수도원에 보존되었다가 오스만 투르크 침공 때(1453년) 없어졌다고 전해집니다. 하느님의 어머니로서 이 이콘이 성모님의 표본이 되었습니다. 이콘 속 성모님의 옷은 당시 팔레스티나 여인의 복장이라고 합니다. 이 이콘은 러시아에서는 ‘스몰렌스카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성모님의 오른손은 아기 예수님을 향해 있는데, 이는 하느님 빛을 보지 못하는 영적으로 눈먼 사람들과 신앙인들이 갈 길은 임마누엘 그리스도임을 가리킵니다. 따라서 이 유형을 ‘길의 성모님’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 모습은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한 14,6) 또는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라는 성경 구절을 상기시킵니다. 아기 예수님께서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요한 6,68-69)이 적힌 두루마리를 들고 계십니다.

 

이 형태에서 조금씩 변형된 이콘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폴란드의 검은 성모님으로 알려진 ‘쳉스트호바 성모님’이라든지, 성모님의 얼굴과 축복하는 아기 예수의 오른손만 보이는 러시아의 ‘카잔의 성모님’ 등입니다. 모든 성모님 이콘에는 위편에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의미로 ΜΡ, θΥ이 쓰여 있고, 예수 그리스도라는 의미의 ΙϹ, ΧϹ가 쓰여 있습니다.

 

- (작품 3) 자비의 성모: 33 x 26cm, 템페라, 이콘 마오로 미술관, 안성, 한국.

 

 

3. 자비의 성모(Eleusa, 자애로운, Umilenie)(작품 3)

 

마케도니아의 비잔틴 예술은 금욕주의적 엄숙함에서 벗어나 점차 내면적인 부드러움을 강조하는 쪽으로 기울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엄격한 정면보다는 고개를 살짝 돌린 형태라든지, 불안해 보이는 표정, 완만해진 곡선 등으로 표현합니다.

 

그것은 어머니의 자애로운 모습을 나타냅니다. 그러면서 하느님을 향한 인간의 모성애적인 감정, 사랑을 좀 더 내면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감성적 표현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자비의 성모 이콘은 다른 성모 이콘보다는 좀더 자애로운 모성을 표현함으로써 인간미가 넘쳐납니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이미 소개했던 ‘블라디미르의 성모상’입니다. ‘자비의 성모님’ 유형은 성모님과 아기 예수님이 서로 얼굴을 맞댄 모성이 더욱 강조된 형태입니다. 이 형태의 성모님은 그리스도에게 무언가 속삭이는 모습인데, 마치 우리의 간절한 기도를 알려 주시는 듯합니다.

 

이 형태는 6세기에 콥트 지방에서 처음 나타났다고 하는데, 모성적 표현의 신상에서부터 그 형태가 발전되었다고 여깁니다. 자비의 성모상은 특히 슬라브 지역에서 사랑 받고 있으며, 여기에서 유래하여 변화된 가정 이콘으로 많이 남아 있습니다.

 

가정 이콘은 슬라브 지역 집안에 성화상들을 모셔두는 장소에 자리하는 작은 규모의 이콘들인데, 이 장소를 ‘아름다운 구석’이라고 합니다. 자비의 성모 이콘의 변이형이 등장합니다. 예를 들면, 아기 예수님의 응석을 묘사한 키코스 수도원의 키코티사, 달콤한 입맞춤이라는 의미의 글리코필루사, 어머니의 젖을 먹인다는 뜻의 갈락토트로푸사 등이 있습니다. 모두 모성애를 강조한 이콘들입니다. 이 이콘들은 고통스럽고 고달픈 이 세상 삶에 친근하게 자비와 위안을 전합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6월 30일, 김형부 마오로(전 인천가톨릭대 이콘담당 교수)]

 

 

[김형부 마오로의 이콘산책] (26) 이콘으로 표현된 성모의 유형


예수님 품에 안고 옥좌에 앉아 계신 ‘하느님의 어머니’

 

 

 

- (작품 1) 하느님의 어머니 : 모자이크, 성 소피아 성당, 아기 예수님이 성모님을 옥좌 삼아 앉아 계신 형태로 성모님께서 아기 예수님의 어깨에 손을 얹고 다른 손은 발에 대고 있는 형태다.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도시를,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성 소피아 성당을 성모님께 봉헌하고 있다.

 

 

4. 하느님의 어머니(테오토코스, 니코포니아: 승리의 성모)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이콘은 본래 성 루카가 그렸다는 ‘인도자의 성모님’(길의 성모님)을 기준으로 점차 다른 형태 즉, 아들 예수님을 품에 안고 옥좌에 앉아 계시는, 좀 더 품위 있는 황후의 모습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성모님께서 옥좌에 앉아계시고 한 손은 아기 예수님 어깨에, 다른 한 손은 아기 예수님의 발에 두는 형태입니다. 옥좌 좌우에는 주로 미카엘과 가브리엘 대천사를 대동하고, 경우에 따라 그 지방의 성인들을 주변에 동참시키기도 합니다. 황실 시녀들과 함께 동방박사의 예물을 올리는 모자이크로, 로마 제국에서는 6세기 라벤나 산 아폴리나레 누오보 성당 옥좌에 앉아계신 주님의 어머니로 화려하게 드러납니다.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의미를 지닌 ‘테오토코스’ 란 명칭은 많은 논란을 거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본성과 성모에 대한 교리 신학적 의미가 많은 논쟁을 거쳐 이루어졌음을 교회사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성모님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말씀이 사람으로 오시는 것부터 그분의 구원 완성을 지켜보는 처음이자 마지막 증인이 되고 있습니다. 즉 인간이 하느님을 닮는 것을 가능케하는, 첫 번째의 인간으로 드러난 표상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자비하시기에 우리 인간을 구원할 계획을 세우시고, 그 계획을 이루기 위해 어머니를 선택하셨다는 의미입니다. 하느님이 계신 곳을 코라(khôra)라 하는데 이콘에서는 ‘빛나는 어두움’이라 부르며 짙은 암청색으로 표현합니다. 그 거룩하신 분에게 인간의 본질을 내준 여인으로 임신 기간에는 말씀이신 하느님의 코라 역할을 담당하셨기에 ‘빛나는 어두움’, 즉 ‘빛을 담은 그릇’ 역할을 하십니다.

 

하느님의 어머니 이콘은 처음에는 6세기부터 상아에 조각한 부조 형태의 이콘과 차츰 황제들이 건축한 성당에 모자이크로 등장합니다. 이스탄불의 성 소피아 성당 벽면에는 모자이크로 된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도시를, 유스티니아누스 대제가 성 소피아 성당을, 옥좌에 앉아계신 성모님께 봉헌하는 이콘이 있습니다.(작품 1)

 

그리스에서는 같은 형태의 이콘이 ‘승리의 성모(Nikopoia)’라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431년 에페소 공의회에서 하느님의 어머니로 발표함으로써 ‘그리스도 어머니’라는 이단에서 벗어나 얻은 승리를 나타냅니다.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그 이름은 성부와 성자의 동일 본질을 주장했던 아타나시우스가 아리우스의 이론을 반대하면서 사용했고, 카파도키아 교부 나지안주스 그레고리우스는 삼위일체 교리를 확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단성론에 기인한 이단은 예수님을 하느님으로서가 아닌, 구세주의 역할이라고만 정의합니다. 천주성이 없는 시각으로 본다면 성모님도 하느님의 어머니가 아니고, 다만 ‘구세주의 어머니’일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론은 하느님의 신성이 없고 인성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희생이 온 인류를 구원할 구세주 자격을 가졌는지, 그것은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잘못 이해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작품 2)

 

이 형태에 인도자의 성모님 또는 자비의 성모님을 옥좌와 연관시킨 성모상도 있습니다. 이 형태의 이콘은 주로 그리스 지역에서 보이며 러시아 지역에서는 드물게 나타납니다.

 

 

- (작품 2) 하느님의 어머니 : 콥트 이콘 모작, 템페라, 15 x 15cm, 이콘 마오로 미술관, 안성, 한국. 콥트 이콘은 에티오피아와 이집트의 동방교회에서 제작하는 이콘으로 벽면의 프레스코 이콘을 보면 선이 굵고 눈을 크게 그리며 섬세함보다는 그 지방의 특수한 문양들로 장식되어 이채롭다.

 

 

- (작품 3)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템페라, 53 x 41cm, 성 알폰소 성당, 로마, 이탈리아. 수난의 성모 이콘 중 하나, 도움을 항상 주신다는 의미에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이라는 별칭이 붙여졌다.

 

 

- (작품 4) 수난의 성모님: 82 x 61,5cm, 크레타, 16세기,레클링하우젠 이콘 박물관, 레클링하우젠, 독일.

 

 

5. 수난의 성모님(파시온, 스트라스트나야)

 

‘수난의 성모님’ 이콘은 인도자의 성모님에서 파생된 것으로 다른 이콘 형태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늦게 나타났습니다. 이 이콘에는 수난을 상징하는 물건들이 등장해 ‘수난의 성모님’이라고 불립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것은 로마 알폰소 성당에 있는 ‘영원한 도움의 성모’입니다. 성모님께서는 인도자의 성모 이콘 보다는 머리를 약간 아기 예수쪽으로 기울이고 있고, 아기 예수는 무엇에 놀란 듯 두 손을 어머니의 손에 두고 있으며, 신발 하나가 벗겨진 채 무엇인가를 바라보고 있는 형태입니다. 위쪽에는 미카엘 천사가 창과 해면을 들고 있고, 다른 쪽에는 가브리엘 천사가 십자가와 세 개의 못을 들고 있습니다.

 

성모님은 약간 아기 예수님께 머리를 기울이는 한편 얼굴은 무표정합니다. 그 무표정은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섭리를 잘 알기에 침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우리 인간을 위해 사랑하는 아기 예수님을 언제라도 내주시려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한편 아기 예수님은 성모님께 도움을 청하려 달려들어 손을 잡고 있는데, 앞으로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인류를 구원하시려는계획에 대해, 본인에게 다가올 수난의 두려움을 미리 보는 듯합니다. 그러나 그분의 두려움은 실상 세상사에 휩쓸려 살아가고 있는 불안한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에서는 자색의 전통적인 모습에서 청색 겉옷(마포리온)을 입고 있는데, 이는 이탈리아로 넘어가면서 그 지방의 전통에 맞게 표현된 듯합니다. 하늘은 푸르고 그곳에는 하느님이 계신다고 믿어 왔습니다. 이로써 청색은 하느님의 색입니다. 여기서 성모님의 청색은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신 분을 의미합니다. 붉은색은 강한 색상이고 따라서 전쟁과 피를 의미하며, 사랑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수난을 상징하는 뜻으로 붉은 색상을 썼습니다. 초록색은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되면 나뭇가지에 푸른 새싹을 돋게 하고, 활기찬 기운을 줍니다. 따라서 아기 예수님께서 입으신 초록색은 우리의 희망과 생명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갈색의 겉옷(히마티온)은 황금색을 띠고 있는데 황금색은 고귀하신 신분을 나타내고, 갈색은 고난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작품 3)

 

15세기에 이르러 크레타 출신 안드레아 리초스의 작품에 등장하는데, 사실적인 표현으로 섬세하게 제작되었습니다. 오스만 제국의 콘스탄티노플 침공(1453) 이후 이콘 화가들이 크레타를 거쳐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로 건너가면서, 그들은 새로운 지성과 예술적 변화를 만나 베네치아의 미적 감각과 연결되어 섬세한 작품들을 내놓았습니다.(작품 4)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7월 7일, 김형부 마오로(전 인천가톨릭대 이콘담당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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