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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우리 성인을 만나다23: 성 손선지 베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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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선 교수의 우리 성인을 만나다] 23. 성 손선지 베드로 손선지 성인, 16살 때부터 순교 순간까지 회장 직분 충실히 수행
- 윤영선 작 ‘성 손선지 베드로’
출 생 1820년 충청남도 부여군 순 교 1866년(47세) 숲정이 / 참수 신 분 회장
어릴 때부터 깊은 신앙심과 품행 지녀
우리 전례력을 보면 예수님의 탄생과 부활이 중심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대림과 사순이 각각 성탄과 부활을 향해 있고, 시기마다 그에 어울리는 기쁨과 희망의 메시지로 우리의 신앙생활을 이끌어준다. 대림·성탄·사순·부활 시기를 제외한 나머지가 연중 시기다.
전례력은 이렇게 일 년을 주기로 그리스도의 신비 전체를 재현하도록 초대한다. 연중 시기는 우리가 받은 부활의 은혜를 성령의 도움에 힘입어 일상 안에서 영적인 기쁨과 희망으로 성숙시켜 나아가는 시간이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 보이지만, 이 시간이야말로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고 있음을 증명하는 기회다.
연중 시기가 상징하는 메시지처럼 평범한 일상을 영적으로 성숙시켜 가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소명이라면, 선조들의 숨겨진 삶이야말로 절정의 부활이 펼쳐지고 증명된 현장이었음이 틀림없다. 신앙 선조 손선지 베드로 성인은 말할 나위 없이 영웅적인 순교로 부활의 영광을 얻었다. 하지만 그가 받은 순교자의 영예는 감추어진 일상의 증언이고 선포가 아니었을까.
형장으로 향하며 자신의 옷 벗어준 성인
순교자 증언록은 손 베드로가 부모에게 효도하고, 성정이 유순하고 진실하였으며, 평생 열심히 수계하고, 남에게 듣기 싫은 말을 하거나 시비하는 때가 없었다고 전한다. 어릴 때부터 깊은 신앙심과 품행을 지녔던 베드로는 샤스탕 신부에 의해 불과 16살 나이에 회장으로 임명되었다. 그리고 47세에 순교할 때까지 일생을 평범하고도 성실한 회장이자 가장으로 살았다.
전주 숲정이 형장으로 향하던 베드로가 “나는 내일 죽을 것이니 이 옷을 입으시오” 하고 가난한 이에게 입은 옷을 벗어주었다는 일화는 착하고 경건한 그 일상의 연장일 뿐이었다. 그에게 순교는 평범한 일상을 거룩하게 만든 그의 삶이 현세에서 내세로 옮겨졌다는 선언이라고 보면 어떨까.
손선지 베드로 성인의 후손 손용환 신부
강원도에서 최초로 지어진 유서 깊은 풍수원성당의 제100차 성체현양대회에 참석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주교님들과 신부님들, 구름같이 몰려든 신자들의 얼굴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성령의 기쁨이 느껴졌다. 그날의 성체현양대회를 준비한 풍수원본당 주임 손용환 요셉 신부는 손선지 베드로 성인의 후손이다.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교회의 일에 최선을 다하시는 신부님의 모습에서 손선지 베드로 성인의 향기가 느껴졌다.
성인의 자취를 찾아서 전북 완주군에 있는 천호성지로 향하였다. 이곳은 성인이 체포되어 순교하자 남아있던 가족들이 피신하여 지내던 곳이며, 현재 성인의 묘소가 있는 곳이다. 성인의 묘소를 참배하고 하늘을 우러러보니 천호산과 하늘 구름이 맞닿아 있다. 부활성당 위로 성인이 십자가와 성경을 들고 기쁨과 희망의 밝은 모습으로 신앙 후손들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계셨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6월 9일, 윤영선 비비안나(강동대 건축과 교수)] 0 37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