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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한국 천주교와 이웃 종교5: 비신자 가족 장례는 고인의 뜻 존중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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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4-06-11 ㅣ No.831

[한국 천주교회와 이웃 종교] (5)


비신자 가족 장례는 고인의 뜻 존중해 주세요

 

 

- 미국 로스앤젤레스대교구 호세 H. 고메즈 대주교가 지난해 3월 3일 천사의 성모 대성당에서 열린 장례 미사에서 데이비드 G. 오코넬 보좌 주교의 관에 복음서를 얹고 있다. OSV

 

 

가족이나 친지의 중대사로 이웃 종교의 예식에 참석해야 할 경우 어떻게 행동해야 합니까?

 

“그리스도에 대한 증거를 효과적으로 보여 줄 수 있으려면, 그리스도인들은 존경과 사랑으로 저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야 하며, 그들이 살아가는 인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을 인식하여야 하고, 온갖 인간적인 교류와 활동을 통하여 사회 문화생활에 참여하여야 한다. 또 그들의 민족적·종교적 전통에 익숙해져야 한다.”(선교 교령 11항)

 

혼례식이나 장례식 등 이웃 종교 예식에 가게 될 경우, 가톨릭 신자들은 그곳에 모인 사람들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에서 예식에 참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참석은 이웃 종교를 믿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따르는 적극적 참여나 참례와는 다릅니다.

 

이웃 종교와 자신이 가진 신앙의 차이를 분별하고 예식에 참석하는 것은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에 따른 이웃 사랑의 행위입니다. 이 경우 이웃 종교의 예식과 관련된 적극적인 행동을 피하고 존경을 표하는 합장·인사·분향 등의 범위에서 자신의 행동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러한 동작은 특정 종교의 예식이라기보다는 어느 종교에나 있는 공통된 의식이기 때문에 그리스도교 신앙에 지장을 주지 않습니다. 이웃 종교의 예식에 참석하는 가톨릭 신자는 예식 당사자를 위하여 하느님께 조용히 기도를 드릴 수 있습니다.

 

 

설과 한가위 등 명절에 지내는 차례는 이웃 종교의 예식입니까?

 

“너희는 타작마당과 술틀에서 소출을 거두어들일 때, 이레 동안 초막절 축제를 지내야 한다. 너희는 축제를 지내는 동안, 너희의 아들과 딸, 남종과 여종, 그리고 너희 성안에 사는 레위인과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와 함께 기뻐하여라. (중략)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의 모든 소출과 너희가 손대는 모든 일에 복을 내리시어, 너희가 한껏 기뻐하게 될 것이다.”(신명 16,13-15)

 

농경 국가였던 우리나라에서 한 해를 시작하는 정월 초하루와 풍성한 결실의 시기인 음력 팔월 보름인 한가위 등 명절은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때 사람들은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이어 집안 어른들에게 세배를 하며 가까운 집안끼리 모여 성묘를 합니다. 명절에 행하는 여러 풍습 가운데 조상 제사라는 유교적 요소, 집안의 평안을 비는 무속적 요소, 한 해의 운수를 살피는 민간 신앙의 요소도 있지만, 명절의 주된 의미는 돌아가신 조상을 기억하며 살아 있는 가족과 친지가 서로 만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명절의 풍습은 특정 종교의 예식이라기보다는 전통 미풍양속입니다.

 

각 민족 고유의 문화를 존중하고 그것을 신앙의 빛으로 이해하려는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가톨릭 신자들은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가족과 친지들과 함께 명절을 뜻깊게 지내야 합니다. 농경 문화가 사라진 지역의 신앙 공동체와 가정에서는 명절의 의미를 계승하기 위하여 형편에 맞는 적절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가톨릭 신자가 아닌 가족의 장례는 어떻게 지내는 것이 바람직합니까?

 

“그리스도인은 파스카 신비에 결합되고 그리스도의 죽음에 동화되어 부활을 향한 희망으로 힘차게 나아갈 것이다. 이것은 그리스도인만이 아니라 그 마음에서 은총이 보이지 않게 움직이고 있는 선의의 모든 사람에게도 들어맞는 말이다.”(사목 헌장 22항)

 

자기 탓 없이 그리스도와 그분의 교회를 모르지만 진실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찾으며 은총에 힘입어 양심의 명령을 통하여 알게 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선의의 사람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공덕으로 하느님의 자비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족 가운데 가톨릭 신자가 아닌 분이 돌아가셨을 때, 고인을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맡겨 드리며 고인을 위하여 기도하는 것은 가톨릭 신자 유가족의 도리입니다. 또한 죽을 위험에 있는 가족에게 그리스도교 신앙과 세례를 권면하는 것 역시 효와 사랑의 적극적 실천입니다.

 

이러한 교회의 가르침 아래 가족 가운데 가톨릭 신자가 아닌 분의 장례를 고인의 유지를 존중하여 고인이 믿던 이웃 종교의 예식에 따라 치르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 경우에 가톨릭 신자는 “주님! ○○○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하고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가족과 친지 가운데 이웃 종교를 믿는 이들의 사정을 배려하는 것은 그리스도교 애덕의 실천입니다. 이웃 종교 예식으로 고인의 장례를 치렀다고 할지라도 고인을 위해서 위령 미사를 봉헌하며 기도하는 것 또한 가톨릭 신자의 본분입니다.

 

가족 가운데 자신만이 신자일 경우, 사전에 대부모나 주변의 교우들이나 소속 본당 사목자와 상의를 하고, 장례 예식과 관련해서 가족에게 자신의 뜻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교회 문헌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 위원회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6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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