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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사목] 세계 병자의 날 특집: 성빈센트병원 임상사목교육센터 탐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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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병자의 날 특집] 성빈센트병원 임상사목교육센터 탐방 ‘영적 돌봄’ 사목자 양성 20년… 환자들의 ‘전인적 치료’ 구현
- 슈퍼바이저 최은희 수녀 지도 아래 교육생들이 활발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성빈센트병원 임상사목교육센터 제공
임상사목교육, 즉 CPE(Clinical Pastoral Education)는 병원, 양로원, 교도소, 호스피스센터, 복지시설, 본당, 가정 등 다양한 임상 현장에서 질병이나 마음의 고통으로 영적 돌봄이 필요한 이들을 보살피는 사목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에는 1970년대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선교사 신부와 개신교 선교사 등에 의해 도입됐다. 지난 2004년 한국 교회에서는 처음으로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에 임상사목교육센터가 설립됐다. 제32차 세계의 병자의 날(2월 11일)을 앞두고 그간 영적 돌봄을 선사할 이들을 양성해온 설립 20주년을 돌파한 임상사목교육센터를 찾았다.
빈센트 성인의 정신 잇는 돌봄 사목자 양성
일주일 동안 계속된 겨울 추위로 한강이 얼어붙은 1월 말.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성당 옆 계단을 따라 올라간 임상사목교육센터 입구는 ‘어린 왕자’ 그림으로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문에는 ‘찬란’이란 시 한 편이 붙어있다. “찬란이 아니면 다 그만이다. 죽음 앞에서 모든 목숨은 찬란의 끝에서 건져 올려 마음에 걸 것이니.”(‘찬란’ 중에서) 올해 교육이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이라 교육생이 없는 센터는 적막했다. 하지만 센터장 이희순(성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 수녀와 교육을 담당하는 슈퍼바이저 최은희(성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 수녀는 교육 계획을 짜느라 분주했다.
센터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전인적 도움을 강조했던 빈센트 성인의 정신을 이어받아 물질적 도움과 함께 영적 돌봄이 절실히 요구되는 현시대에 필요한 사목자 양성을 위해 전문적인 교육과 연구를 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실시하는 임상사목교육은 18주 동안 이어지는 봄 학기와 가을 학기, 그리고 여름과 겨울 7~8주간 계속되는 집중심화 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메인 프로그램인 18주 과정은 △ 교육훈련 목표 설정 △ 주간 성찰 일지 △ 축어록 △ 그룹 다이내믹 △ 개인지도 △ 강의 △ 자기 상실 돌봄 △ 중간 평가와 최종 평가 순으로 진행된다.
가장 중요한 과정은 ‘축어록’과 ‘그룹 다이내믹’, 그리고 ‘자기 상실 돌봄’이다. 축어록은 교육훈련 목표와 연관 지어 매주 자신을 성찰하고 기록하는 것이다. 그룹 다이내믹은 그룹 안에서 일어나는 행동 관찰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타인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관찰하는 과정이다. 자기 상실 돌봄은 각자 인생에 있었던 상실에 대한 기억을 회상하고. 그룹 안에서 삶을 나누며, 서로의 영혼을 치료하는 시간이다.
- 성빈센트병원 임상사목교육센터 금요반 교육생들이 성당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성빈센트병원 임상사목교육센터 제공
2004년 한국 교회 첫 임상사목교육센터 설립
교육생들은 18주 동안 임상 실습과 내적 작업, 개별 면담과 그룹 작업 등을 통해 얻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체험, 그리고 이에 대한 전문적 해석을 바탕으로 영적 돌봄을 하는 사목자로서 역량을 키우게 된다. 이때 슈퍼바이저는 교육생이 자신의 삶과 경험을 깊이 있게 바라보며 스스로 통찰을 얻을 수 있도록 안내, 상담,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임상사목센터는 특히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돌봄을 행하는 현장체험 학습을 중요한 과정으로 삼고 운영하고 있다. 영적 돌봄(환자 방문)을 통해 환자와 보호자들의 마음을 보살피고, 신앙생활에 도움을 주는 병원 원목팀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며 대상자를 정하고 있다. 교육과정에 특별한 교재는 없다. 주로 본인 경험을 이야기하고, 이를 토대로 참여자들이 토론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언뜻 쉬워 보이지만, 센터에서도 ‘대학원 과정’이라고 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다.
성빈센트병원 임상사목교육센터가 개설된 것은 2004년 1월 16일. 한국 가톨릭교회 첫 공식 임상사목교육센터다. 성빈센트병원이 센터를 개설한 것은 환자와 그 가족에 대한 영적 돌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위한 전문적인 교육과 시설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성빈센트병원 임상사목교육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수료한 사람은 지난해(2023년) 말까지 701명으로 ‘임상사목교육의 요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임상사목교육 슈퍼바이저 1호부터 5호까지 모두 이곳 센터가 배출할 정도로 한국 임상사목교육에 있어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다.
- 임상사목교육센터 입구. ‘찬란’이라는 시와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왕자와 여우가 그려져 있다.
20년간 701명 배출한 ‘임상사목교육의 요람’
교육 참가자들은 주로 성직자와 수도자, 병원과 사회복지 계통 종사자, 교육 및 상담 계통 종사자들이다. 가톨릭 신자들이 많지만, 개신교 목사, 성공회 사제, 스님, 원불교 교무 등 종교인은 물론, 간호사, 약사, 기자 등 종교와 종파, 전문성을 초월할 정도로 교육생들의 직업도 다양하다. 이들은 환자의 ‘전인적인 치료’를 위한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 센터를 찾았다. 수료자들은 종교와 종파를 초월해 환자와 보호자들을 만나 돌봄을 하는 든든한 뿌리가 됐다.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돌파한 임상사목교육센터의 목표는 명확하다. 이희순 수녀는 “훈련된 사목자는 위기에 처한 이들의 현장으로 찾아가 그들 고유의 삶의 기록을 마주하고, 그 안에서 인생의 의미를 함께 읽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며 “가난한 이들에 대한 전인적 도움을 강조했던 빈센트 성인의 정신을 이어받아 물질적 도움과 함께 영적인 돌봄이 절실히 요구되는 현시대에 필요한 사목자 양성을 위해 전문적인 교육과 연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2월 4일, 이상도 선임기자]
성빈센트병원 임상사목교육센터 센터장 이희순 수녀와 슈퍼바이저 최은희 수녀 “돌봄에 가장 필요한 부분은 공감과 경청”
- 성빈센트병원 임상사목교육센터 센터장 이희순 수녀(오른쪽)와 슈퍼바이저 최은희 수녀가 이야기를 나누며 활짝 웃고 있다.
“몸이 아프면 상태에 맞게 계획을 세워 치료하는 것처럼 내면의 아픔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접근과 방법, 정서적 지지를 통해 치유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를 통해 환자와 보호자들이 병원에서 힘든 시간을 경험하는 순간마다 위안과 희망을 얻고, 몸과 마음 모두 쾌유를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성빈센트병원 임상사목교육센터 센터장 이희순 수녀와 교육을 맡는 슈퍼바이저 최은희 수녀는 ‘임상사목교육센터의 역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수녀는 2006년부터 센터에서 일한 산증인이고, 최 수녀도 임상사목 분야에서만 10년 넘는 풍부한 경험을 가진 베테랑이다. 두 수녀는 센터 설립은 병원의 설립 취지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성빈센트병원은 1967년 개원 이래 환자의 ‘전인적 치료’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임상 교육도 중요하지만, 의료진과 병원 종사자들, 그리고 병원을 찾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직접적으로 영적 돌봄을 더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임상사목교육센터의 취지입니다.”
이희순 수녀가 강조하는 건 공감과 경청이다. “돌봄에 가장 필요한 부분은 공감과 경청이며, 경청 안에서 또 가장 중요한 부분이 신학적 성찰입니다. 경청하려면 무엇보다 스스로 경험하고 깨우쳐야 합니다. ‘내가 다른 사람을 돌보는데 이런 방해 요소들을 갖고 있구나’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최은희 수녀는 각자 자신의 경험을 강조했다. “저희는 교재가 없습니다. 학생들이 가끔 물어요. ‘책 뭐 봐요?’ 하고요. 하지만 저희 교육은 실제 이야기, 자기가 생각하는 것과 실제 데이터를 가져와야 합니다. 여러 인문학, 심리학의 도구들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결국엔 자기를 봐야 합니다.”
두 수녀는 임상사목교육센터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센터는 타인과 자신의 영적 돌봄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센터가 교직원들에게 힐링의 공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도 개편해 문턱을 좀더 낮추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문의 : 031-249-7951, 성빈센트병원 임상사목교육센터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2월 4일, 이상도 선임기자] 0 23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