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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사형제도에 대한 교회 가르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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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도에 대한 교회 가르침 중대 범죄 심각성 인정하지만… “국가에게 생명 빼앗을 권리 있나”
- 2018년 11월 30일 ‘세계 사형 반대의 날’을 맞아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가 서울 절두산순교성지에서 펼친 조명 퍼포먼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저런 흉악한 범죄자는 사형시켜야 해, 가석방되기라도 하면 무서워서 살 수 있겠어?”
잇따른 ‘묻지마’ 흉기 난동 등 흉악 범죄 소식을 접한 국민들의 두려움은 범죄자를 향한 혐오에서 나아가 더 강한 형벌로 처벌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었다. 나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의 생명에 대한 존엄성이 쉽게 간과되는 사회에서 교회는 어떤 대안을 내놔야 할까?
물질주의로 인해 바뀐 인간의 삶은 돈을 좇는 더욱 흉악한 범죄를 양산했다. 모든 아픔을 지켜본 교회는 우리 사회가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 하느님 모상대로 창조된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빼앗는 사형제도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다. 사형제도에 대해 교회의 입장과 폐지를 위해 걸어온 길을 살펴본다.
사형제도, 교회는 왜 반대할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모든 형제들」에서 “오늘날에도 우리는 분명히 ‘사형은 용납할 수 없다’라고 확언합니다”(263항)라고 사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느님께서 모든 인간을 동등한 권리와 의무와 존엄성을 지니도록 창조했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살인자조차도 개인의 존엄성을 잃지 않으며 하느님께서 몸소 그것을 지켜 주시겠다고 약속하신다”(269항)고 밝히며 “사형에 대해 단호한 거부는 모든 인간의 양도할 수 없는 존엄을 인정하고 이 세상에서 인간이 저마다 자신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가능한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살인이나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자들에 대한 자유를 없애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죄를 벌하는 데 있어 인간이 할 수 있는 회개와 용서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톨릭교회 교리서」에는 “적합한 이유 없이 죽음을 초래하게 하는 행동을 했다면, 비록 살해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중죄를 면하지 못한다”(2269항)고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에 대한 교회 입장을 설명한다.
한편 그 처벌에 대해서는 「모든 형제들」에서 이같이 설명한다.
“살인자들에 대한 재판에서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재판관에게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저는 당신이 이 사악한 이들에게서 앞으로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자유를 없애는 것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목적을 위해서는 그들을 살려두고 또 그들의 신체의 일부를 절단하지 않으면서도 법에 규정된 강제 조처로 그들이 불온한 선동에서 벗어나 건전하고 평온한 삶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것만으로 충분했으면 합니다. … 죄인들의 잔학 행위에 대하여 복수의 희열을 분출할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행위로 그들 영혼에 입은 그 죄인들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마음을 보여 주십시오.’”(265항)
- 2001년 10월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사형수를 안아주고 있는 김수환 추기경. 하느님께서는 모든 인간을 동등한 권리와 의무와 존엄성을 지니도록 창조하셨으며, 중범죄자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국가가 생명권을 침해한다는 것 외에도 교회는 사법적 오류의 존재 가능성, 전체주의 체제와 독재정권이 정치적 반감을 억누르거나 소수종교 탄압의 수단으로 이 형벌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 등(268항)을 이유로 사형을 반대하고 있다.
나와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들에 대한 존엄성을 생각하지 않게 된 현실에서, 신앙인이라면 하느님이 우리에게 전한 가르침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선언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인간을 동등한 권리와 의무와 존엄성을 지니도록 창조하시고, 형제자매로 함께 살아가며 땅을 가득 채우고 선과 사랑과 평화의 가치를 알리도록 모든 인간을 부르십니다.”(프란치스코 교황 공동선언 「세계 평화와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인간의 형제애’」)
교회의 사형제도 폐지 노력
대한민국은 사형제도를 법률상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1997년 12월 30일 사형수 23명에게 사형을 집행한 이후 더 이상 집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천주교인권위원회(이사장 김형태 요한)가 발간한 「사형제도의 실재: 정부수립 이후 70년의 회고」에 따르면, 죄명별 사형선고 인원이 파악되기 시작한 1964년부터 2018년까지 제1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이는 966명이다. 이중 생명 침해범죄 유형은 76.8%인 742명(살인죄 470명, 강도살인죄 272명)이며, 14.7%는 공안사범으로 볼 수 있는 142명(국가보안법 위반자 108명, 반공법 위반자 34명)으로, 주로 정치권력에 대항한 범죄혐의로 기소된 후 사형이 선고됐다.
제1심의 사형선고에 불복해 항소한 780명 중 죄명이 변경된 경우는 425명(54.5%)이다.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경된 경우가 372명(47.7%), 사형에서 유기징역으로 감경된 경우가 22명(2.8%)이며 무죄가 된 경우는 15명(1.9%)으로 나타난다. 저자 이덕인 교수(부산과학기술대학교 경찰행정학과)는 “무죄율이 낮았던 반면에 항소심에서 감경된 인원이 전체 항소한 인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425명(54.5%)으로 많은 것은 그만큼 제1심의 사형선고가 과도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김선태 주교(왼쪽)가 지난 3월 13일 ‘사형폐지·대체형벌 입법화를 위한 입법 청원 서명’을 국회에 제출하고 있다. 교회는 다섯 차례 입법 청원 서명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 법안’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사형이 집행됐다면 무죄로 판결된 15명은 억울하게 생명을 잃었을 것이다.
2007년 12월 국제엠네스티는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대한민국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형제도를 법률상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천주교를 비롯한 종교단체는 사형폐지운동에 힘을 모으고 있다.
이상혁 변호사를 중심으로 추영호(요한) 신부, 문장식 목사, 서성운 스님 등이 1989년 5월 10일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를 결성한 이후,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범종교인연합이 2000년 창립됐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도 2001년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를 설립해 교회 안팎에서 사형폐지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또한 2006년과 2015년 각각 11만여 명, 8만5637명의 천주교인이 서명한 가운데 국회에 입법을 청원했다.
2006년부터 2023년까지 교회는 다섯 차례 사형제도 폐지 입법 청원 서명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 법안’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장 현대일(루도비코) 신부는 “인간의 존엄성은 대립하는 것이 아닌 하느님이 창조하신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돼야 할 가치”라며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앙인들이 하느님의 가르침을 다시 생각하며 사형제도 폐지 운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가톨릭신문, 2023년 11월 26일, 민경화 기자] 0 63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