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힘 있는 협조자(죄수의 딜레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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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와 마음읽기] 힘 있는 협조자(죄수의 딜레마)
범죄 조직원인 나는 죄를 저질러 동료와 함께 체포되었다. 경찰이 볼 때 동료와 나의 자백이 없다면 우리를 기소할 수 없을 정도로 증거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찰들은 우리 둘을 따로 떼어 놓고 심문하며 다음을 제안하였다. 내가 동료의 범죄에 대해 자백하면 나를 풀어주고 내 동료는 징역 3년을 받게 된다. 그러나 나와 동료 둘 다 자백하면 같이 징역 2년을 받게 되고, 둘 다 묵비권을 행사하여 자백하지 않으면 각각 징역 6개월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고민이 되었다. 가장 좋은 것은 그와 내가 침묵을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나는 침묵했는데 그가 자백한다면 나는 억울하게 혼자만 징역 3년을 살아야 한다. 과연 그가 자백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물론 나만 자백하면 배신이 되기는 하겠지만 나는 풀려날 수 있다. 그도 나와 같은 유혹을 느끼지 않을까? 자백과 침묵 중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는 1950년 미국 국방성 소속 RAND(Research and Development)연구소의 경제학자 메릴 플로드와 멜빈 드레셔가 연구한 결과인 ‘게임이론’을 1992년에 프린스턴 대학교의 수학자 앨버트 터커가 이야기로 만든 것이다. 그 후 이 이야기는 어떤 선택을 해도 불리한 결과를 가져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을 뜻하는 단어, 딜레마를 사용하여 ‘죄수의 딜레마’로 불리게 되었다.
사실 이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두 죄수가 상대를 믿고 침묵하는 것이다. 그래서 둘이 소통을 할 수 있다면 눈짓으로라도 약속을 해서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하지만 둘이 약속한 상태라 해도 어느 한 사람이 상대를 믿지 못하게 되면 침묵과 자백 사이의 갈등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서로 협력하는 것이 최선임에도 불구하고 자기에게만 유리한 선택을 함으로써 자기를 포함한 모두에게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죄수의 딜레마’라고 한다. 이는 두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라도 똑같이 적용되며 사회 전반에서 볼 수 있기에 가장 많이 연구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협력이 최선이지만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으로 모두에게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죄수의 딜레마’
경기장에서 관람객 모두가 앉지 않고 서서 관람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이는 결정적인 득점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은 한 명이 일어서면서 시야를 가려, 다른 사람도 일어나게 되고 결국 경기 끝까지 모두 서서 관람하게 되는 현상이다. 혼잡한 도로에서의 꼬리물기는 또 어떤가? 자신만을 생각한 행위가 결국 정상 진입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여 교통체증을 더 심하게 한다.
사교육의 폐해 또한 죄수의 딜레마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내 아이 또래들이 모두 사교육을 받고 있으면 내 아이만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사교육에 뛰어들게 되고, 그 결과 사교육의 열풍이 불어 공교육을 무너뜨리게 하니 모두에게 해롭다. 이 외에도 기업들의 과도한 판촉 경쟁이나 국가적인 군비 경쟁, 환경 오염물질 방출, 자원 남획 등 우리는 일상에서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생각보다 자주 나의 이익과 모두의 이익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P자매는 영세 후 바로 노인대학 봉사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몇 명에게 레지오 입단을 권유받았다. 처음엔 관심 없이 흘려듣다가 기도의 필요성을 깨달으면서 입단을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그녀의 변화를 알아챈 두 명의 단원이 적극적으로 입단을 권유하기 시작하였는데, 문제는 두 단원이 서로 다른 쁘레시디움이어서 P자매는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고민이 된 그녀는 두 단원에게 조금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지만 그들은 오히려 매달리듯 더 자주 권면했고, 이에 실망한 P자매는 결국 레지오에 입단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는 말한다. “제가 레지오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기도 없이 하는 봉사는 악한 표양이 될 우려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입단을 권유한 두 단원이 저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경쟁적으로 자신의 쁘레시디움으로 오기를 강요하니 실망이 점점 커졌습니다. 그분들에게는 제가 레지오 단원이 되어 성화(聖化)되는 것보다 자신의 쁘레시디움 단원 수 늘리기가 더 중요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만약 두 분이 서로 양보하는 마음으로 저의 선택을 기다리고 존중해 주었다면 아마도 저는 지금 레지오 단원이 되어 동료 교사들에게도 함께 하자고 권했을 텐데 정말 너무 아쉬움이 큽니다.”
레지오 단원들의 관계는 경쟁이 아닌 협력 관계
‘레지오 단원들은 성모님이 쓰시는 단순한 도구만이 아니라 –중략- 성모님의 참된 협력자’(교본 60쪽)이니 성모님의 군사라는 지위는 특별하다. 하여 우리는 ‘모든 지능과 능력을 세심한 방법과 인내심으로 가다듬어 이 협동 사업에 온 힘을 쏟아야’(교본 60쪽) 한다. 그런데 협력자들이 서로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서로 돕는 일이 가능할까? 실제로 교본에서는 ‘레지오가 단원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재력이나 개인적인 영향력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믿음’(34쪽)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상훈에서도 ‘믿음의 정신으로 성모님과 일치하여, 실질적이며 적극적으로 활동을 수행’하기를 권고한다. 심지어 레지오의 마침 기도에서는 온전한 믿음, 힘찬 믿음, 흔들리지 않는 믿음, 용감한 믿음 등 다양한 믿음을 주님께 청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는 누구나 다 세상을 이겨냅니다. 그리고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 4)라는 말씀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편 단원들 간의 믿음 또한 중요하다. 단원들의 관계는 경쟁이 아닌 협력 관계이기 때문이다. 동료 단원이 약속을 어긴다거나 생각이나 말속에 사랑이 없고, 잘난 체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면 그를 신뢰하기 어려워진다. 그리고 이런 행동은 사람에 따라 상처가 될 수 있고, 상처받은 단원이 결정적 순간에 이기적인 선택의 유혹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교본에 ‘성모님은 누구라도 열렬히 환영하시며, 거룩하고 알맞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미약하고 부적절한 사람들까지도 모두 다 활용하실 것’(58쪽)이라고 되어 있으니, 동료 단원에 대한 불신이 협력을 가로막는 걸림돌일 수 있음을 기억하자. 다만 우리는 단원들과 함께 성모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된다. 그리하면 성모님께서는 전폭적인 협력을 주실 것이며 이는 기적까지도 일으킬 수 있다. 왜냐하면 성모님보다 더 힘 있는 협조자는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교본 373쪽 참고)
‘여러분은 믿음을 통해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이로써 개인 성화를 이루고자 열망하는 평신도 단체입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교본 16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3년 11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0 89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