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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주일 특집: 시대와 함께해온 교황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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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주일 특집] 시대와 함께해온 교황의 모습 시대의 아픔 함께하며 공동선의 메시지 전하는 ‘평화의 사도’
- 1. 최초의 사회교리 회칙 「새로운 사태」를 반포한 레오 13세 교황 2. 회칙 「지상의 평화」에 서명하고 있는 성 요한 23세 교황 3. 거동이 불편한 이의 손을 잡고 안수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그리스도의 대리자이자 보편 교회의 수장 교황. 교황은 사도좌의 무게감 속에서도 시대별 상황마다 교회 체계를 정립하며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쳐왔다. 교회 체계가 어느 정도 정립된 후부터 교황은 사회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에도 발맞추며 공동선을 향한 메시지를 전하는 ‘평화의 사도’로 성스러운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교황 문헌 중 가장 구속력이 강한 회칙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교황 주일(7/2)을 맞아 시대와 함께해온 교황의 모습을 살펴봤다.
교회 체계 정립에 집중한 교황과 교회
초대 교회부터 로마 주교는 베드로의 후계자라는 지위로 인해 명실상부 교회의 중심이었다. 451년 성 레오 1세 교황이 개최한 칼케돈 공의회에서 교황의 수위권이 확립됐으며, 476년 서로마 제국이 멸망할 무렵부터 교황은 교회뿐 아니라 서유럽의 수호자로 자리매김했다.
중세 시기에는 왕권이 비대해지면서 교권이 간섭받기 시작했고, 교황은 수위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 힘을 다했다. 1545년 열린 트리엔트 공의회를 통해 교회를 체계화하고 활력을 다시 찾은 교회는 선교 사업에 집중했다. 하지만 17세기에 프랑스, 18세기에는 독일에 국수주의적 교회관이 생기면서 정교분리 사상이 강력히 대두해 교황의 수위권은 또 한 번 도전에 직면했다. 이처럼 혼란한 시대상 속에서 교황의 역할은 호교론적이면서 교회 체계 정립에 집중돼 있었다.
회칙에서 드러난 사회 문제와 함께한 교황들
19세기에 들어와서는 과학 만능주의와 유물론이 성행하면서 유럽 여러 나라가 교회의 영향력을 벗어나고 있었다. 이에 비오 9세 교황은 1869년 제1차 바티칸 공의회를 소집, 교황의 수위권과 무류성의 교의적 정의를 내렸고, 가톨릭 신앙에 관한 교의 헌장을 반포하며 교황의 교권을 굳건히 세웠다.
공의회 이후 속권에서 벗어난 교황들은 교회뿐 아니라 급변하는 현대 사회 문제에도 지침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1891년 레오 13세 교황이 반포한 회칙 「새로운 사태」다. 「새로운 사태」는 사회문제에 대한 교회 입장을 밝힌 최초의 사회교리 회칙이다. 교황은 당시 산업혁명으로 인해 자본과 노동, 부자와 가난한 이들 사이의 관계에서 새로운 변화가 생겼음을 간파하고, 국민들을 위한 국가의 의무, 적정 임금과 아동 노동자 보호, 가톨릭 노동자와 단체의 역할, 사회 문제 등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새로운 사태」는 ‘노동헌장’이라고도 불리며 지금까지 이어지는 사회 회칙의 사상적 기초역할을 하고 있다. 회칙 반포 후 40년이 지난 1931년 비오 11세 교황은 회칙 「40주년」을 반포하며 대공황으로 인한 혼란 안에서 금융기관들의 영향력 확대와 사회적 모순을 지적했고, 100년 후인 1991년에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회칙 「백주년」을 반포하며 「새로운 사태」에 담겨 있는 풍부한 기본 원리들을 재발견하면서 제3천년기를 바라보도록 권고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개최하며 세상을 향해 문을 활짝 연 성 요한 23세 교황은 1963년 평화와 인간 존엄에 관한 회칙 「지상의 평화」를 반포했다. 당시 세계대전을 두 차례나 치르고서도 냉전체제에 빠져들고 있던 국제사회를 향한 교회의 일침이었다.
곧이어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회칙 「민족들의 발전」을 반포하고 기아와 빈곤, 질병, 무지로부터 해방되려는 민족들의 노력에 대한 교회의 응답을 내놨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고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대두하는 상황 속에서 1995년 회칙 「생명의 복음」을 반포했다. 이 회칙은 오늘날까지도 생명의 교과서 같이 윤리 문제 앞에서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2009년 회칙 「진리 안의 사랑」을 반포하며 교회의 윤리적 권고와 함께 시장, 기업, 금융이 본질에 어울리는 면모를 갖춰야 한다는 교회적 가르침을 제시했다. 특히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그 해법을 찾고자 이탈리아에서 개최된 G8 정상 회담에 맞춰 회칙을 발표하고, 각국 정상들과 연이은 만남을 통해 회칙의 가르침을 전했다.
모든 이, 모든 만물을 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첫 회칙 「신앙의 빛」을 반포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작업한 내용을 마무리한 회칙이다. 신앙은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선물이며, 이를 통해 복음화뿐 아니라 인류의 일치와 연대, 공동선 등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생태 문제를 주제로 한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반포했다. 「찬미받으소서」는 신자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이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과, 그 영향 역시 종교를 넘나들며 생태 운동의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가장 혁신적인 회칙으로 손꼽힌다.
생태 위기와 공동체 해체 시대에 교황은 회칙 안에서 지구를 ‘공동의 집’이라 일컬었다. 개인과 사회, 생태계는 모두 연결돼 있으며, 공동의 집 없는 각자의 구원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회칙은 환경 위기 문제를 지적하는 단계에서 나아가 하느님과 인간, 자연의 관계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을 가져왔다.
특별히 회칙 반포 5주년을 맞은 2020년 5월 교황청은 1년 동안 찬미받으소서 특별 기념의 해를 지낸 뒤, 이후 7년 동안 지구 생태계와 환경을 살리기 위한 집중적인 여정으로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에 나서도록 했다. 현재 한국 교회도 7년 여정에 함께하고 있고, 그 여파는 종교를 넘어 많은 이들의 생태적 회심을 이끌고 있다.
가장 최근 반포한 회칙은 2020년에 나온 「모든 형제들」이다. 코로나19를 비롯해 전쟁과 빈곤, 이주와 기후변화, 경제위기와 전염병으로 점철된 시대를 사는 인류에게 새 희망을 제시하는 회칙이다. 회칙에서 교황은 모든 이를 품는 보편적 형제애와 함께 사회적 우애를 강조하며, 특히 가장 취약하고 낮은 곳에 있는 이들에게 다가가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영성을 요청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7월 2일, 박민규 기자] 0 158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