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ㅣ 봉헌생활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마리아의 종 수녀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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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마리아의 종 수녀회 (상) 황폐해진 본당 공동체 치유하며 설립
- 창설자 복자 페르디난도 마리아 바칠리에리 신부.
마리아의 종 수녀회 창설자인 복자 페르디난도 마리아 바칠리에리 신부(1821-1893)는 이탈리아 중부 도시인 모데나(Modena) 교구의 레뇨 피날레제(Regno Finalese)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학교나 기숙사에서 지냈던 그는 선교사제 성소를 꿈꾸며 예수회에 입회했지만 수련기 때 병을 앓게 돼 선교의 꿈은 물론이고 수도생활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사제성소의 꿈을 계속 키워나갔고, 마침내 볼료나(Bologna)교구 사제로 서품을 받고 신학교 교수이자 영성 지도자로 활동한다. 1851년, 사제가 공석인 갈레아짜(Galeazza)본당에서 사목하게 된 페르디난도 신부. 하지만 그가 부임할 당시 갈레아짜본당은 영성적, 도덕적으로 그리고 환경적으로도 황폐해져 있었고 성당 안에 뱀굴과 두꺼비집이 득실거렸다고 전해진다. 수녀회의 초대 수녀는 당시 상황에 대해 이같이 증언했다.
“그분이 갈레아짜에 오셨을 당시 주민들은 극도로 교활하고 무지했습니다. 사람들은 겨우 성호를 그을 줄 아는 정도였고 성당은 마치 마구간 같았죠. 나무로 밝히는 등불이며, 찢기고 더러운 성물 등 모든 것이 엉망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착한 신부님은 조금씩 조금씩 모든 것을 치유하셨습니다.”
지역에서 반그리스도교 사상이 확산됨에 따라 본당 신자들조차 축일을 소홀히 하고 불경한 말을 서슴없이 내뱉으며 성사를 멀리했다. 하지만 페르디난도 신부는 성모님께 대한 신심과 잘 되리라는 희망을 갖고 본당 신자들의 어려움과 고통에 동참하며, 늘 그들 곁에서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사목에 임한다.
그는 교리교육과 설교, 고해성사를 통해 신자들이 그리스도 안에 머물 수 있도록 이끌었다. 그 결과 페르디난도 신부 사목 초기, 627명이었던 본당 신자들은 점차 증가해 수천 명에 달했다고 전해진다. 소문이 퍼져 인근 본당에서 페르디난도 신부의 강론을 들으러 왔을 정도였고, 그의 자애로운 모습을 본 신자들은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신부를 떠올리게 하는 ‘제2의 아르스의 성자’라고 불렀다. 페르디난도 신부는 잠시 체류하러 갔던 갈레아짜본당에서 41년간 사목하다 자비로운 사목자로서의 생을 마감한다. 이후 1999년 10월 3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복자로 선포됐다.
본당 사목을 하면서 수녀회 창설의 필요성을 절감했던 그는 마리아의 종 제3회원이었던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1862년 6월 23일 수녀회를 창설하게 된다. 이 수녀회가 바로 갈레아짜의 마리아의 종 수녀회로서, 1947년 1월 27일 비오 12세 교황으로부터 교황청 설립 수녀회로 승인을 얻었다. 마리아의 종 수녀회는 복자 페르디난도 마리아 바칠리에리 신부의 영성을 본받아 “우리는 주님의 어머니시며 종이신 마리아를 본받아 그리스도를 따른다”(회헌 109조)라는 말씀을 바탕으로 사도직에 앞장서고 있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3년 3월 5일, 민경화 기자]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마리아의 종 수녀회 (중) 하느님과 이웃 섬기며 구원사업에 협력
- 성소주일을 맞아 마리아의 종 수녀회 수녀들이 청소년들과 만나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마리아의 종 수녀회 제공.
“태양이 모든 것을 밝혀주고 모든 것을 뜨겁게 하듯이 마리아도 그에게 달려가는 사람이라면 선인이든, 악인이든 모든 이에게 은총을 주십니다.”
마리아의 종 수녀회 창설자인 복자 페르디난도 마리아 바칠리에리 신부는 성모 마리아의 모범을 따라 성부의 뜻에 전적으로 순응하고 그리스도와 동화되는 깊은 신심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의 이러한 신심을 바탕으로 설립된 마리아의 종 수녀회는 ‘자신이 살고 있는 그곳이 바로 주님이 원하시는 곳’이라는 영적인 깨달음과 겸손, 주어진 현실을 포용할 수 있는 용기, 자신에게 맡겨진 백성을 위한 봉사에 모든 삶을 바칠 수 있는 헌신,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지니는 믿음, 그리고 깨어있는 자세를 바탕으로 세상에 복음을 전하고 있다.
수녀회의 영성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마리아의 영성을 본받음, 형제적 공동생활, 하느님과 이웃에게 봉사다.
수도자들은 첫 서원을 발할 때 주보이신 ‘마리아’의 이름을 받는다. 이를 통해 자신을 성모 마리아에게 의탁하고 그분의 삶을 본받아 그리스도를 따를 것을 마음에 새기고 수도자의 길을 걸어간다. 마리아의 영성을 본받고자 수녀회는 “피아트(Fiat·당신 말씀대로 이루어지소서) 안에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고, 간직하시어 십자가 밑에까지 실천하신 마리아의 마음과 정신, 그리고 행동방식을 본받아 성모님의 활동적인 현존을 역사 안에서 연장시킨다”는 내용을 회헌으로 정해 따르고 있다.
공동생활에 있어서 형제와 같은 우애를 나누는 것도 수녀회가 우선시하는 가치 중 하나다.
1862년 시작해 이탈리아, 독일, 브라질, 한국, 인도네시아 등 세계 곳곳에 파견된 수녀회는 가족적인 분위기의 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중요한 사명으로 여겨왔다. 수녀회 안에서 형제적 우애가 이뤄졌을 때, 이 가치가 세상 밖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녀회의 이름인 ‘마리아의 종’은 이들이 성모 마리아에게 소속된 신분임을 상징한다. 따라서 수녀회 수도자들은 성모님이 주님의 종으로서 구원사업을 위해 전 생애를 바친 것을 본받아, 하느님과 이웃 사람에게 봉사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에 협력하고자 한다. 이러한 영성을 실천하고자 창립 당시 수녀들은 본당 공동체의 일에 적극적으로 협조했고, 특히 젊은이와 여성의 지위 향상에 힘썼다. 시대가 변하면서 그 영역이 확장돼 사회복지 특히, 어린이집과 이주민들을 돕는 사명도 수행하고 있다.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하느님 백성의 성화를 위해 한 몸을 바친 창설자를 본받고자 수도자들은 자신들이 머무는 곳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섬기는 종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섬김의 사명은 회헌에 담겨 수도자들이 걸어가야 할 길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인류의 기쁨과 고통과 희망에 참여하면서 역사 안에 성모님의 활동적인 현존을 연장하며, 지역교회 안에 실존하여 모든 형제들에게 정성을 다 한다.”(회헌 6, 7조)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3년 3월 12일, 민경화 기자]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마리아의 종 수녀회 (하) 본당 사도직과 더불어 교육에 초점
- 본당 청년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마리아의 종 수녀회 수녀. 마리아의 종 수녀회 제공.
이탈리아에서 창립한 마리아의 종 수녀회는 이탈리아, 독일, 브라질, 인도네시아 그리고 한국에서 카리스마와 영성을 살아간다. 지역교회의 활성화에 참여한다는 설립 목적에 따라 수도자들은 본당 공동체 안에 머무르면서 가능한 한 모든 분야에서 사목자들을 지원한다. 특히 교리교육, 영성훈화, 여성지위 향상을 위한 종교적·사회적인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고등 교육을 포기하는 여자 청소년들을 위해 인도네시아 지부는 여학생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세워 그리스도교 정신에 맞는 인성 교육에도 동참하고 있다.
마리아의 종 수녀회가 한국에 진출한 것은 1981년이다. 한국인 수녀 1명과 독일인 수녀 1명으로 시작한 한국 본부는 1985년이 돼서야 첫 입회자가 나올 수 있었다. 이후로 점차 발전된 수녀회는 1992년 지부로 승격해 다양한 사도직을 펼치고 있다.
본원 안에서 마리아의 종들은 ‘마리아적 영성, 형제적 생활, 이웃에게 봉사’로써 주님의 구속사업에 현존한 마리아의 활동적인 삶을 연장한다. 따라서 본원 내에서의 사도직과 기도는 외부 사도직에 임하는 모든 회원들을 지지, 연대하며 카리스마 및 영성심화로 이어가고 있다.
사람들이 사는 방식은 수녀회 창립 때와 크게 달라졌지만 수도회를 통해 전달되는 교회의 카리스마와 영성은 하느님의 것이기에 변하지 않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수녀회는 창립 때와 마찬가지로 본당 사도직을 우선으로 삼고 있다.
수녀회의 전교 사도직은 예수의 첫 번째 제자가 되신 성모님의 모범대로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에 협력하는 것이다. 이에 수도자들은 청주, 인천, 수원, 서울 등 4개 교구의 본당에서 전교 사도직을 수행하고 있다. 수도자들은 사목자와 긴밀한 협조를 이루며, 전교, 교리교육, 신심단체 지도, 가정과 환자 방문 등의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교육 사도직도 폭넓게 펼치고 있다. 마리아의 영성으로 형제적 생활을 살아가면서 하느님과 이웃을 섬기는 수녀회. 이러한 정신을 실천코자 마리아 영성연구센터를 세워 마리아 이콘을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기도모임을 운영하고 피정지도를 하는 등 종교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유아들의 전인적 발달을 위한 교육에도 동행하고 있다. 수도자들은 마리아의 종 어린이집을 통해 아이들이 올바른 종교심을 형성해 올바른 자아상을 갖출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밖에 이주민과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마리아 이주민 센터, 여대생들을 위한 원룸형 기숙사인 카사 마리아(Casa Maria)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이들과 함께 걷고 있다.
하느님의 섭리와 그분의 뜻에 승복하고 자신을 비워 오로지 하느님 백성의 성화를 위해 한 몸을 바친 창설자의 삶을 따라 마리아의 종 수녀회 수도자들은 머무는 곳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오롯이 섬기는 종이 되고자 정진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3년 3월 19일, 민경화 기자] 0 126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