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ㅣ 봉헌생활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길의 성모 재속 수도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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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길의 성모 재속 수도회 (상) 각자의 전문성에 맞춘 사도직 수행
길의 성모 재속 수도회는 교황청에 소속된 재속 수도회로서 세상 안에서, 매일의 일상 삶 안에서 봉헌의 삶을 살아가며 세상 모든 이들에게 그리스도의 믿음과 사랑과 구원을 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길의 성모 재속 수도회가 처음 시작된 것은 1936년 2월 26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부터다. 예수회원인 칼 딩카우저(Carl Dinkhauser) 신부에 의해 ‘길의 성모 수도회’라는 이름으로 창립, 1938년 1월 6일 주님 공현 대축일에 교황청 인준을 받았다. 공동 창립자이자 초대 총장은 마리아 엘리자베스(Frau Maria Elizabeth von Strachotinsky)다. 1953년 교황청 소속 수도회가 되었으며 그 이후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회원을 증가시켜왔다.
창설자인 딩카우저 신부는 1890년 9월 21일 인스부르크에서 태어나 5남매 중 막내로 자랐다. 1909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신학교에 입학하지 않고 신학을 공부했다. 1911년 신학생이 된 그는 사제 서품 준비를 하고 있던 1913년 후반에 예수회 입회를 청하고 이듬해 1월 수련기를 시작했다. 1918년 5월 1일 사제품을 받은 그는 이후 유럽의 여러 지역에서 빼어난 설교가, 영적 지도자로서 활동했다.
그는 특히 비엔나, 인스부르크, 프라하, 체코슬로바키아의 대학 등에서 교수직과 총장직을 맡아 수행하면서 대학생들의 영적 지도에 큰 힘을 쏟았다. 그러던 중 교회에 헌신하고자 하는 열정을 지닌 여대생들을 위한 특별한 형태의 수도생활을 구상했다. 이에 따라 프라하 대학에서 영적 지도를 받던 마리아 엘리자베스를 포함한 4명의 학생들과 함께 당시까지 교회의 전통적인 수도생활과는 다른, 세상 속에서 자신의 전문적인 영역 속에서 세상과 직접 소통하면서 복음을 전하는 수도회, 그리고 예수회의 주보성인인 길의 성모님을 주보로 하는 ‘길의 성모 수도회’를 1936년 2월 26일 재의 수요일에 창설하게 됐다.
딩카우저 신부는 이미 1900년대 초부터 세상과 함께 교회 역시 큰 변화에 직면하게 될 것을 예견했고, 이에 따라 전문적 지식을 가진 여성들이 자신의 일생을 하느님께 봉헌하여 교회에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수도생활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
‘길의 성모 수도회’는 그러한 목적으로 설립되었고 2012년 총회에서 이러한 정신을 좀 더 부각시키기 위해 ‘길의 성모 재속 수도회’로 수도회명을 개명하게 됐다.
전통 수도회는 공동의 사도직을 갖지만, 길의 성모 재속 수도회는 각자의 전문적인 능력에 따라 개별 사도직을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사도직의 목적이 복음선포라는 점은 동일하다. 오스트리아, 독일, 벨기에, 슬로바키아,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폴란드, 인도, 필리핀,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 헝가리, 자메이카, 세인트 키츠, 대만 그리고 한국에 약 100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2년 9월 25일, 박영호 기자]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길의 성모 재속 수도회 (중) 시대적 요청에 따라 끊임없이 쇄신
- 길의 성모 재속 수도회는 시대적 징표에 따라 수도회의 활동 방향을 끊임없이 쇄신함으로써 세상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고자 한다. 길의 성모 재속 수도회 제공.
길의 성모 재속 수도회는 창설 때부터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형태의 수도생활을 교회에 제시했다. 이는 창설 당시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총회 때마다 성령 안에서 시대의 흐름을 읽고 교회 안에서의 자신의 역할을 끊임없이 모색해왔다. 그에 따라 3차례 회헌을 개정하고 조직을 변경해 시대적 요청에 적극 부응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1936년 창설부터 현재까지 86년의 수도회 역사 안에서 교회와 세계는 커다란 변화들을 맞았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교회는 세상을 향해 창문을 열었고, 구소련의 공산체제 붕괴에 따라 동유럽 국가들은 자유화의 물결을 맞이했다.
이러한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은 수도회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수도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에 따라 교회가 세상 속에서 해야 할 일을 더욱 구체적으로 모색했다. 또한 동유럽 국가들의 자유화는 그동안 지하에서 수도생활을 하던 수도회의 수도자들이 공적으로 서원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12년 총회에서는 수도회 명칭을 ‘The Society of Our Lady of the Way’(길의 성모 수도회)에서 ‘Secular Institute Madonna della Strada’(길의 성모 재속 수도회)로 바꾸고 수도회 정신을 시대적 징표에 더욱 적합하도록 노력했다.
2018년 총회에서는 한 번 더 회칙을 개정,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도들을 둘씩 짝지어 파견하셨음에 주목해 수도회 최하위 공동체는 두 명으로도 구성이 가능하도록 했고, 수도회 의사 결정 체계도 보다 단순화시켜 회원들의 개별적인 사도직 수행이 원활하도록 했다. 이러한 개편은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의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작용해 각 관구에서 지역적 사안을 자체로 결정함으로써 효과적인 자치적 운영이 가능하도록 했다.
수도회는 공동 사도직을 갖지 않고 개별적 사도직을 수행함으로써 복잡한 세상 속에 깊이 들어가고자 노력한다. 특히 교회의 손길이 미치기 어려운 곳을 우선적으로 선택해 하느님의 현존을 선포한다.
교회를 떠나 있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영어교육을 매개로 다가가 복음을 선포하는 사도직, 소외된 시골에서 기도생활을 하는 침묵의 복음선포, 균형이 깨진 가정의 청소년을 돌보는 사도직, 요양시설에서 질병과 죽음의 고통을 마주한 이들에게 주님의 위로를 전하는 사도직 등은 특히 한국의 현실을 반영하는 사도직들이다.
수도회의 사도직은 앞으로도 시대적 요청에 열려있다. 이러한 개방성을 바탕으로 각 회원의 의사를 존중하고 공동체가 지지함으로써, 모든 회원들은 개별 사도직을 통해 수도회의 정신을 함께 실현해나간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2년 10월 2일, 박영호 기자]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길의 성모 재속 수도회 (하) 개성·의견 고려해 개별 사도직 수행
- 길의 성모 재속 수도회는 개별 사도직을 수행한다. 노인들의 벗으로 살아가는 사도직을 택한 회원도 있다. 길의 성모 재속 수도회 제공.
길의 성모 재속 수도회는 공동 사도직을 갖지 않고 개별 사도직을 수행한다. 이 점이 창립 당시 다른 수도회들과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이다. 물론 회원들이 특별히 원하는 경우에는 공동 사도직 활동이 가능하지만 개별 사도직을 항상 우선으로 한다.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좀 더 빠르게 세상으로 나아가고 이동하며, 사도직의 종류와 장소를 필요에 따라 원활하게 변경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또한 개성이 중시되는 현대사회에서 회원들의 자발적인 순명을 위해서 회원 각자가 지닌 장점과 원의를 존중해 사도직을 수행하게 한다. 그럼으로써 더 행복하고 만족한 수도생활을 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각자가 선택한 사도직에는 합당한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자신의 사도직이 교회, 복음 선포, 그리고 세상의 구원을 위해서 얼마나 잘 이행되고 있는지 수도회의 철저한 감독과 시험을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각 회원들의 투명한 재정보고를 통해 공동체적 연대와 서로에 대한 신뢰를 확인한다.
수도회 초창기에는 초대 총장을 중심으로 주로 이냐시오 영신수련을 지도했다. 이냐시오 영신수련은 세상 한가운데에서 사도직을 수행하는 회원들이 스스로를 하느님으로 무장하는 기초 영성이다. 스스로 이 영성을 살아갈 뿐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 역시 이 영 신수련을 통해 하느님의 사람으로 살아가도록 돕는 것을 기본 사도직으로 수행한다.
1936년 창설 당시만 해도 ‘여성’이라는 점이 다양한 분야의 활동에 제한을 받게 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기점으로 교회는 세상과의 소통에 문을 활짝 열었고, 현대사회는 여성들의 참여로 많은 변화를 이루기 시작했다. 사도직의 영역도 의료, 법률, 상담 분야를 포함해 복음선포를 위해 사회 참여가 필요한 거의 모든 분야로 넓혀지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영어교육을 통한 청소년 신앙교육 사도직, 노인마을에서 노인들의 벗으로 살아가는 사도직, 노동하면서 기도하는 사도직, 보다 고요한 곳에서 성체 앞에 현존하는 사도직 등을 수행하고 있다.
복음선포를 위해서 그것이 복음적이고 수도자적인 접근방식이라면 어떠한 일도 사도직 활동의 영역으로 삼는다. 앞으로도 새로운 회원들은 각자의 장점과 능력 그리고 교회 안에서의 필요성을 고려하여 자신만의 고유한 사도직을 모색하게 된다. 수도회와 모든 구성원들은 공동체적 연대성으로 서로를 지지하고 각자의 사도직 안에서의 과제를 함께 고민할 것이다.
인류 역사와 교회의 역사를 모두 통틀어 그 어느 때보다 급변해 온 지난 세기 속에서 창설되고 성장한 길의 성모 재속수도회는 다양성의 복음적 활용을 위해 교회와 함께 고민과 노력을 계속해 갈 것이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2년 10월 9일, 박영호 기자] 0 495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