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 (목)
(백)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가리키시며 이르셨다.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꾸르실료

평신도사도직단체를 찾아서: 꾸르실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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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4-30 ㅣ No.19

[평신도 희년] 평신도사도직단체를 찾아서 (3) 꾸르실료


은총 체험하고 삶터에서 주님 향기 전하도록 도와

 

 

- 한국 꾸르실료 도입 50주년을 맞아 2017년 10월 28일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 경기장에서 개최된 제17차 서울대교구 울뜨레야. 꾸르실료 한국협의회 제공.

 

 

평신도 사도직 단체의 가장 큰 목표는 개개인이 자신의 삶의 터전 곳곳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꾸르실료(한국협의회 회장 서왕석, 담당 이재경 신부)는 가정, 본당, 직장, 학교 등에서 그리스도교 정신을 구현하도록 돕는 신앙재교육 운동의 하나로 평신도들에게 힘이 되고 있다. ‘꾸르실료’라는 표현은 스페인어로 단기 과정을 뜻한다. 1940년 스페인에서 시작돼 1963년 교회 공식 평신도 사도직 단체로 인정받았다. 한국 꾸르실료 운동은 1967년 시작됐으며, 현재 15개 교구가 각각 꾸르실료를 실시하고 있다. 꾸르실료를 체험한 이들을 ‘꾸르실리스따’라고 부른다. 세상 복음화를 위해 누구보다 적극 활동하는 꾸르실리스따. 이들이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지름길로 실천하고 있는 꾸르실료의 영성은 무엇일까.

 

 

‘증거의 삶’, ‘말씀의 힘’

 

강민주(요안나·대전교구 태안본당·대전 여성 제159차)씨는 꾸르실료 체험 이후 일터에서 불평하는 마음 대신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하게 됐다. 남편과 함께 숙박업을 하는 그는 작은 안내실에서 일하며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어 늘 힘들어했다. 또 남편이 이러한 힘든 마음을 잘 몰라준다고 섭섭해 했다. 하지만 꾸르실료를 통해 그동안 살아온 삶이 얼마나 은총이었는지 구체적으로 깨닫고 감동의 눈물을 한없이 흘렸다.

 

꾸르실료 이후 그는 하느님 말씀에 따라 모든 것에 감사하기 시작했다. 지고 가야 할 십자가라고 여겨져 무겁게만 느껴졌던 일들이 모두 주님을 향해 나아가는 디딤돌로 받아들여졌다. 남편에게도 섭섭함 대신 고마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3박4일의 일정으로 진행되는 꾸르실료는 참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끄는 짧은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꾸르실료의 목적은 우선 각자 체험한 주님의 은총을 바탕으로 자신이 속한 삶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내는 것이다. 특히 주입식이 아니라 스스로 체험하고 깨닫도록 돕는 것이 특징이다.

 

 

기도와 사랑의 실천

 

광고 회사에 다니는 황웅진(헨리코·서울 중곡동본당·서울 남성 제293차)씨는 회사일을 하는 매순간마다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직장 복음화라는 거창한 목표를 내세우진 않았지만, 먼저 직원들에게 다가가는 노력부터 시작했다. 

 

광고 기획 과정에서는 디자이너 사이의 의견충돌이 잦은 편이다. 하지만 황씨는 의견충돌이 있을 때는 먼저 기도를 하며 서로의 입장을 생각해본다. 힘겨운 일에는 자신이 먼저 나선다. 모두 꾸르실료 수료 후 생긴 변화다. 

 

그는 “꾸르실료를 체험했다고 해서 특별히 삶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작은 노력에도 회사 분위기가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지는 것을 체험한다”면서 “덕분에 가톨릭 신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직원들도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꾸르실리스따들은 바로 꾸르실료를 통해 각자 속해 있는 본당, 직장 등 공동체에서 핵심 리더로서 활동할 힘을 갖추게 된다.

 

 

나눔과 봉사의 삶 

 

최태교(안드레아·서울 반포본당·서울 남성 제354차)씨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고자 하는 뜻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실천하고 있다. 꾸르실료 체험 이후 우선 사목위원을 비롯해 성체분배봉사, 레지오마리애 등 본당에서 다양한 활동을 시작했다. 육체적인 봉사 뿐 아니라 후원회 활동도 하며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혼자보다 함께하는 신앙생활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꾸르실료 체험 이후 매일 하는 성경읽기도 봉사활동에 큰 힘이 된다. 성경을 읽으며 하루를 묵상하면서, 그 가운데 어디에 하느님 뜻이 있는지 성찰하는 시간도 갖는다. 그러면서 하느님께 좀 더 다가갈 수 있게 됐다. 

 

이 모든 것은 꾸르실료를 통해 하느님께서 항상 자신과 함께 계시다는 것을 체험한 덕분이다.

 

또 내면에서는 그를 옥죄고 있던 많은 두려움이 사라지기도 했다. 

 

“제 모든 것들이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어떤 어려움도 하느님께 매달려 이겨낼 수 있으니 좌절할 필요가 없지요. 그러다보니 하느님 말씀에 더 가까이 가게 되고,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삶이 어떤 삶인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서로를 추천하며 이끌어주는 곳

 

“꾸르실료는 추천을 받아야 참가할 수 있나요?”

 

그렇다. 꾸르실료에 참가하려면 각 본당 울뜨레야 간사의 추천을 받고 주임신부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 해마다 회수와 인원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세례 받은 지 5년 이상, 견진 받은 지 2년 이상 돼야 하는 등의 기본 조건도 충족해야 한다.

 

꾸르실료 한국협의회는 또한 후속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처음 실시하는 프로그램은 CDC(Cursillo de Cursillos)다. CDC는 꾸르실료를 체험한 이들을 대상으로, 이들의 신앙에 다시 불을 붙이기 위한 2박 3일 과정의 재교육 프로그램이다. 아울러 30~45세 미혼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청년 꾸르실료’를 비롯해 ‘성장 꾸르실료’, ‘실버 꾸르실료’ 등도 진행해나갈 예정이다.

 

[가톨릭신문, 2018년 4월 15일, 성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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