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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소공동체인가? - 소공동체가 안 된다?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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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11-11 ㅣ No.155

[특별기고] 왜 소공동체인가? - 소공동체가 안 된다? (26)

 

 

이번 달 “특별기고 - 왜 소공동체인가?”에서는 필자가 교구 내 어느 본당에서 실시하였던 소공동체 특강에 참여한 어느 신자분이 소공동체 특강을 듣고 보내온 편지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 사람의 이야기에 앞서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한 아래의 글을 읽으며 각자의 신앙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찬미예수님! 신부님, 저는 신부님의 소공동체 특강을 들은 ○○성당 유○○입니다. 먼저 이 글을 통해 신부님을 저희 성당으로 불러주신 주님께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바쁜 시간 저희 성당을 찾아주셔서 뜨거운 강의를 해주신 신부님과 형제자매님들께도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저에게는 이틀간의 강의가 축복이었습니다. 어쩌면 신부님께서는 그리도 저의 마음과 똑같으신 말씀을 하시던지 강의 내내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지게 하셨습니다. 또한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도 얻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부님, 저는 나이가 46세입니다. 제 신앙고백을 하자면 저는 대학교 때 세례를 받고 견진성사까지 받았지만 올 가을까지 10여 년을 냉담자로 지내왔습니다. 불과 몇 달 전 직장에 교우가 있어서 덕분에 다시 성당을 찾게 되었습니다. 사실 제가 냉담을 한 이유는 목마름이 채워지지 않았다는 데 있었습니다. 대학시절에 세례를 받고 하느님에 대한 갈증과 열정으로 하느님을 알아 나가려고 혼자 여기저기 성경모임에도 나가고 했지만 어쩐 일인지 제가 다니는 성당에서는 그 당시에도 성경말씀보다는 레지오 모임이 더 활성화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세례 받고 얼마 되지 않았던 저에게는 성경말씀 속에 살아 계시는 주님을 제대로 알고 느끼기도 전에 반복적인 묵주기도를 하다 보니 그 기도가 제대로 된 기도가 될 수가 없고 입에서 그냥 맴돌고 머릿속에는 잡념이 떠오르는 그런 기도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묵주기도가 마치 무슨 숙제를 해야 하는 부담 같은 것도 느끼게 되고 하니 과연 이러한 기도를 하느님께서 즐겨 받으실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점점 신앙의 열정과 충만함이 사라지고 회의가 들면서 저 스스로 교회로부터 멀어지게 된 것 같습니다. 어쩌면 갓 첫발을 내딛는 신앙의 초보자에게 걸음마부터 가르치지 않고 뛰어 다니라고 하는 격인 것 같은 마음마저 들었습니다. 신앙인들에게 있어 묵주기도보다 성경말씀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하신 신부님의 말씀에 저 또한 300%이상 동감합니다. 성경말씀으로 무장되어 있지 않은 신앙인은 곧 회의와 의심이 들게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교회에서 레지오 활동보다는 성경을 들고 다니며 성경말씀 안에서 하느님을 알고 그 가르침을 행하는 것이 더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성모님을 공경하지 않는다는 건 아닙니다. 아마도 그 당시의 제가 대학생인 데다 젊은이로서 성경말씀에 목말라하고 갈증을 느끼면서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영적 목마름을 교회에서 채워주기를 간절히 바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저의 갈망은 점점 더 강론 안에서도 부족함을 느끼게 했고 교우들과의 만남에서도 뭔가 공허하고 충족되지 않음을 느끼게 했습니다. 어쩌면 지금 가톨릭의 많은 청년들이 저와 똑같은 갈등을 겪거나 또한 그러한 목마름이 채워지지 않아 냉담하는 이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성경말씀을 알아듣지 못하는 신자에게 어떻게 말씀을 묵상할 능력이 나오겠습니까? 제 주위에도 냉담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들 모두 하나같이 하는 이야기들이 “가톨릭교회에서는 성경말씀에 신자들이 흠뻑 젖을 수 있도록 가르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떤 이는 개신교회로 가버리는 사람도 생겨나더라고요. 저희 친정어머니는 60세가 넘어 불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제가 옆에서 보면 그야말로 기복신앙 그 자체이십니다. 성경은 잘 이해도 못하신 채 그저 묵주기도만 성당에서 가르치는 대로 하십니다. 그야말로 진리의 말씀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라보고 있으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좀 더 성경을 가까이, 쉽게 이해시키고 강론 중에도 말씀에 대한 비중을 높여주는 게 신자들의 영적성장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나라에서도 출산율이 낮으면 나라의 미래가 어둡다고 하여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출산 장려 운동을 펼치고 있듯이 젊은이는 나라의 미래요 희망이고 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교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청소년이나 청년이 많은 교회가 미래가 있고 희망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미사를 가 봐도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젊은이들이 보이지 않는 실정입니다. 제가 다니는 직장에서 보아도 개신교회의 젊은이들은 늘 모여 하느님 말씀을 나누고 친교를 하며 책상 어느 곳이라도 성경을 두고 시간이 있을 때마다 성경말씀을 읽곤 하는데 가톨릭 젊은이들에게서는 그런 모습을 잘 볼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성경말씀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개신교 신자들의 성경은 손때가 묻어 검은가 하면 우리 가톨릭 신자들의 성경은 아마도 책상 안에서 먼지를 고스란히 먹으며 장식품으로 자리하고 있는 집이 꽤 많을 것입니다. 그러한 성경을 장식장에서 끄집어내는 작업이 급선무라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할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말씀을 가까이 하지 않으니 어떻게 신앙이 자라날 수 있겠습니까? 또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자유기도가 잘 되지 않는다는 지적에도 공감을 하게 됩니다. 우선 저 스스로도 그러하니까요. 저는 사실 획일화된 기도문이 나의 기도가 아닐 때가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님께 더 하고 싶은 얘기가 많고 더 드릴 이야기가 많을 때도 많으니까요. 하지만 기도문에 너무나 오래 길들여진 저희 신자들에게 자유기도가 그렇게 쉽게 되지 않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게다가 성경말씀에도 무장되어 있지 않으니 어떻게 자유기도가 잘 되겠습니까?

 

이러한 것을 누구의 책임이라 할 수 있을까요? 누구나 세례를 받고 하느님 나라에 초대되었을 때는 하느님의 자녀로 살고 싶은 마음과 열정이 얼마나 큰지 세례를 받은 사람들은 잘 알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왜 떠날까요? 저는 많은 요인들 중에 하느님의 말씀을 가까이 하지 않고 그러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것도 큰 이유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말씀에 충실할 때만이 제대로 된 신앙생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하느님의 양들이 정말 하느님의 나라의 문을 두드리다가 잃어버린 양이 된 걸 우리 교회는 모두 심각하게 반성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어쩌면 말씀 안에서 신앙을 굳건하게 세워주지 않아서 양들을 잃어버리지는 않는지 말입니다. 저 또한 십 수 년 길을 잃은 양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신부님들께서 신자들에게 성경을 들고 다니게 하고 성경말씀에 강론의 초점을 맞춰서 신자들에게 성경말씀과 소공동체에 관한 특강을 하고 교육을 시키고 소공동체 활동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이끄시는 신부님이야말로 정말 이 시대에 필요한 사목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신부님, 이 소공동체 운동이 정착되어 저희 가톨릭 신앙인들이 제대로 된 신앙인의 삶을 살도록 이끌어주시고 뿌리를 잘 내리도록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성당 안에서뿐만 아니라 필요한 곳 어디서라도 특강을 해 주시고 사랑을 나누어 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오늘은 직장에 나와 성경을 펼치다보니 사도행전 2장 42절부터 “첫 신자 공동체의 생활” 말씀이 와 닿으면서 새삼 소공동체 특강 때의 신부님 모습이 떠올라 이렇게 감사의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올 한 해 선물로 저에게는 신부님의 소공동체 강의가 가장 큰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이제 저도 소공동체 모임 활동을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이 소공동체 신앙이 전 교회에 뿌리 내릴 때까지 신부님께서도 은퇴하지 마시고 잘 이끌어 주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월간빛, 2014년 11월호, 박성대 요한(제2대리구장, 교구장 대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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