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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인간복제,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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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3 ㅣ No.235

인간 복제, 시간문제다?

 

 

우리나라에서도 복제 동물이 만들어졌다. 서울대 수의과대학의 황 우석 교수팀에 의해 만들어진 복제 송아지 ’영롱이’는 보통 젖소보다 3배나 많은 연간 1만 8천 리터의 우유를 생산할 것이라고 한다. 1996년 7월 영국의 로슬린 연구소에서 세계 최초로 체세포 복제의 방법을 통해 복제양 ’돌리’가 태어난지 2년 반만의 일이다. 생명공학의 분야는 우리나라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 선두 주자라고 주장할만하다. 더욱이 복제 송아지 ’영롱이’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성공한 체세포 복제 방법에 의한 복제 동물이지만 이전의 다른 복제 동물보다는 훨씬 우수한 기술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세포 배양 단계에서 이미 염색체 검사를 해서 유전성 기형이나 전염성 질병들을 미리 제거하는 기술이 추가되었다는 것이다. 사실상 복제 송아지의 ’영롱이’의 어머니라고도 할 수 있는 황 우석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인간 복제의 기술은 이번에 복제 송아지를 만들어낸 기술보다도 오히려 쉽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는 복제 인간이 현실화되어 이 지상에 출현할 날도 그리 머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말이다.

 

1993년 10월에는 미국의 조지 워싱턴 대학 의학 연구소에서 인위적인 수정란 증식 방법의 성공을 발표하여 인간 복제의 현실화 가능성을 알림으로써 세상을 떠들석하게 하였었다. 이 연구팀은 그 연구 결과가 앞으로 미칠 엄청난 파장을 고려하여 그 연구 자료를 완전히 폐기하였다고는 하지만 그 이후에 이러한 방법이 응용된 복제 동물들이 세계 각국에서 앞다투어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방법에 의해 이미 흑염소가 만들어졌다.

 

인위적인 수정란 증식의 방법이란 암수의 생식세포가 만나서 형성된 하나의 수정란을 인위적인 방법으로 분할하여 여러 개의 수정란의 만들어 여럿의 똑같은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방법인데, 복제양 ’돌리’나 복제송아지 ’영롱이’가 만들어지는데 사용된 방법은 이 방법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지금까지의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 체세포 복제라는 방법이다. ’영롱이’를 만드는데 사용된 체세포 복제의 방법을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성숙한 어미 젖소에서 난자를 추출하여 그 난자의 핵을 제거하고 또 다른 어미 젖소에서 체세포를 떼어내어 핵이 제거된 난자에 이식시킨 후에 인공배양을 하여 적절한 시기에 대리모 젖소에게 옮겨서 출산시키는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에서 볼 때 이제 생명은 반드시 각기 다른 성의 생식세포가 만나서 만들어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또 하나의 새로운 이론이 생겨난 것이다.

 

이러한 복제 기술은 결혼은 하지 않으면서도 아이를 갖기 원하는 여성에게 자신의 혈통을 지닌 자녀를 만들어 줄 수도 있을 것이고, 세계적 희귀종으로 팬더 곰을 멸종 위기에서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미국의 한 갑부는 텍사스의 어느 대학에 500만 달러를 주면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애완견의 복제를 의뢰했다고 한다.

 

이러한 유전공학의 기술은 현실적으로는 이미 상당히 발전되어 이제는 인간의 유전자를 가진 동물들이 양산되고 있는 현실이다. 2년 전 영국에서 인간 유전자를 가진 복제양 ’돌리’가 만들어졌고, 일본에서는 작년에 인간의 유전자를 가진 젖소가 탄생하면서 이제 이러한 기술이 인간의 장기를 대체할 수 있는 동물 장기를 양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은 이러한 기술의 응용이 이제는 직접적으로 인간 배아를 실험실에서 만들어내고 그 배아를 이용하여 인체의 장기를 따로 떼어 분리하여 배양, 생산이 가능해지게 되었고, 이제 인간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일종의 부품으로까지 전락할 미래의 현실을 보면서 전율하지 않다.

 

생명공학의 연구가 희귀한 산삼을 대량으로 만들어내고, 개량된 젖소를 통해서 대량으로 우유를 생산한다거나 보다 많은 사람들이 양질의 우유를 마실 수 있도록 한다면, 또 인간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시키기 위해 좋은 의약품을 만들어낸다면 이 얼마나 경이롭고도 축복받을 일이겠는가? 인류가 걱정하는 식량 부족을 해결하고 불치병이라고도 하는 에이즈나 파킨스 병, 알츠하이머병 같은 질병이 극복된다면 인류에게 이보다 더 좋은 소식이 따로 있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인류에게 장미빛 희망을 준다고 하는 이러한 연구나 실험의 이면에 엄청난 위험이 함께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장기 이식을 보아 용이하게 공급하기 위해 장기이식용 인간 배아를 복제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인간이 복제되어 장기이식용으로 희생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단순하게 말해서 인간을 살리기 위해 또 다른 인간을 만들어내어 희생시켜야 한다면 이를 어떻게 용납할 수 있단 말인가? 인간 생명의 시작은 엄연히 또 하나의 새로운 인격체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수정란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인간 배아를 복제하고 조작하고 실험하고 폐기하는 일 이 모든 행위 하나 하나가 곧 인간 생명을 직접으로 죽이는 행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또한 생명공학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유전자 조작 등의 실험이 혹시 인간을 그 대상으로 한다면 우량 인간 품종이라든가 어떤 특정한 목적만을 위한 인간 등이 만들어지면서 이 사회를 혼란으로 빠뜨릴 위험도 전혀 배제할 수 없지 않는가? 더욱이 인간 유전자를 가진 돼지의 뇌까지 조작된다면 인간처럼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돼지가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인류의 행복에 기여’를 목적을 내세우는 생명공학이라면 여기에는 반드시 한계가 있어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존엄성의 존중이라는 대전제가 있어야 할 것이고, 이에 대한 윤리성 확립 내지는 사회적 통제 기능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전제 아래 인간 배아 복제는 철저하게 금지되어야 한다. 인간이 인간의 손에 의해 실험실에서 만들어지고 또 폐기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끔찍하다. 인간은 결코 실험에 의해서가 아닌, 부모님의 사랑에 의해 이 세상에 태어날 권리가 있지 않는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인간의 재능과 창의력이 이룩해 놓은 업적이 때로는 인간 스스로를 지배하고 위협할 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 전체를 회복 불가능한 파멸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핵에너지가 핵무기가 되어 인류를 파멸시킬 수 있는 것처럼 인간의 교만과 통제되지 않는 욕구가 인간 스스로를 철저하게 위협하고 종말을 자초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시민 의식의 성숙이다. 인간 생명은 가장 귀한 것으로 어떠한 경우라도 철저하게 보호되어야 하며, 인간 존엄성을 침해하는 어떠한 연구나 실험도 마땅히 거부되어야 한다는 의식의 철저한 무장이 요구되는 때가 바로 지금이다. 생명공학의 모든 기술이 본래의 목적인 ’인간’을 벗어나지 않도록 감시하는 눈이 필요하며, 만일 그것이 인간을 위협하는 수단이나 도구로 변할 위험이 있다면 그 위험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예방 차원의 입법도 반드시 필요하다.

 

생명공학의 연구가 결국 인간 복제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면 이는 곧 인간 스스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포기하는 것이며, 다시 빠져 나올 수 없는 재앙과 파멸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경향잡지, 1999년 4월호, 이동익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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