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5일 (금)
(홍)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끌려가 그들과 다른 민족들에게 증언할 것이다.

윤리신학ㅣ사회윤리

[생명] 복제인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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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3 ㅣ No.234

복제인간에 대하여

 

 

"인간은 자기가 만든 것들, 특히 인간의 재능과 창의성을 각별히 쏟은 것들이 인간 자신에게 철저하게 반역할 수 있다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것이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자기 파멸을 몰고 오는 수단이자 도구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두려워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자신의 교황직 수행 초기에 반포한 회칙 {인간의 구원자}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금세기 인류가 이룩한 업적 가운데 가장 큰 자랑거리가 하나 있다면 그것은 오늘날 인간 생활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도움을 주고 있는 원자 핵 에너지의 개발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동시에 오늘날 인류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걱정거리는 바로 그 핵 에너지로 개발한 핵무기 때문에 생길지도 모르는 핵전쟁에 의한 인류의 파멸일 것이다.

 

인류는 이천년대로 진입하기 직전 또 하나의 놀라운 업적을 이루어냈다. 생명을 복제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몇 년전에는 생식세포의 복제를 통한 인간 복제에 성공했다고 떠들석했는데 올 해에는 생식 세포와는 전혀 관계없이 체세포 복제를 통해 무성생식이 가능해졌다는 소식이 심심치않게 뉴스로 보도된다. 이미 영국에서는 무성생식을 통해 복제 양 [돌리]가 탄생했고, 또 얼마 전에는 인간 유전자를 갖고 있는 새로운 복제양 [폴리]가 탄생하였으며, 한걸음 더 나아가서는 개구리 태아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머리 없는 올챙이를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이는 당연히 인간에게도 꼭같이 적용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이고, 벌써 불치병이나 사고로 인한 사망자들에게 제 2의 인생을 보증한다고 선전하는 인간 복제 회사까지 등장하였다. 돼지에게 인간의 유전자를 이식시켜 장기이식용 돼지를 만든다고는 하지만 인간의 뇌를 가진 돼지가 거리를 활보하는 세상이 결코 쓸데없는 기우만을 아닐 것이고, 또한 뇌만 있는 인간, 심장만 있는, 혹은 신장만 있는 인간과도 같은 어떤 특정 부위만 발육시킨 인간까지도 가능하게 되었다니 인간의 신체 부위가 마치 기계의 부품으로 전락해 버리고마는 현실이 곧 닥칠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복제인간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불임부부들의 불임치료를 비롯해서 난치병이라고 여겨왔던 유전병을 해결하거나 장기이식에 필요한 장기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고 높이 평가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결코 이에 동조할 수 없다. 우리는 결코 상상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복제인간이라는 매우 가까운 미래의 현실을 그대로 방관할 수만은 없다.

 

인간 삶의 질적 향상을 위한 의료 기술의 획기적인 개가라고 하기에는 그 이면의 어두움이 오히려 섬짓하기만 하다. 핵 에너지가 핵무기로 변해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하고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듯이 인간 복제 역시 필연적으로 인간에게 끔찍한 재앙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간의 생명이 실험실에서 생겨난다는 것이 분명히 생명 질서의 파괴라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복제인간의 현실은 근본적으로 인간 삶의 모든 기존 질서를 송두리째 바꾸어버리고 말 것이다. 복제인간의 범죄 이용, 장기 이식용 복제인간, 전쟁 수행을 위한 복제인간의 양산 등등으로 이제 인간의 존엄성이나 인권, 인간적 출생이니 하는 단어들은 사치스런 단어로 전락해 버리게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런 지경에 그나마 다행한 것은 의학계를 포함한 사회의 각처에서 복제인간이 아무리 유용한 측면이 있다하더라도 인간을 실험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 40개국으로 구성된 정치 사회분야 협력기구인 {유럽회의}(CE)는 지난 7월 이미 인간복제와 관련한 행동의 일체 금지를 압도적으로 통과시켰으며, 지난 10일에는 {유네스코} 전체회의 에서 제 2의 인권선언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 게놈과 인권보호에 관한 국제선언]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이다. 곧 인간복제와 같은 인간의 존엄성에 반하는 행위는 허용될 수 없으며, 또한 어떤 연구나 응용도 인간의 존엄성에 우선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선언은 비록 유네스코 회원국가들에 대한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고 하지만 인간 유전자 조작과 관련된 회원국가들의 국내법 보완에 영향을 주게될 것이다.

 

그렇다. 과학 기술의 발전, 연구 및 응용의 목적은 한 마디로 인간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결코 과학 기술의 효용성이라든지 당대의 사회 관념에 따라 결정되어서는 안된다. 즉 과학 기술은 무엇보다도 인간에게 봉사해야 하며, 또한 인간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존중하고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발전을 도모할 때 참된 가치가 있는 것이다. 과학 기술의 연구 및 응용이 인간을 위한다고 하면서 인간의 실존을 위협하게 된다면 그것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할 수 없다. 인간의 복제가 보다 나은 인간 삶을 위하는 길이라는 허상에서 하루 빨리 깨어나야만 한다.

 

[이동익 신부 / 이동익 신부님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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