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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이종 이식의 전망: 과학적 측면과 윤리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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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3 ㅣ No.280

이종 이식의 전망과학적 측면과 윤리적 고찰*

 

 

들어가는 말

 

얼마 전 발표된 인체에 장기를 이식할 때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한 이른바 '녹아웃(knock out) 돼지'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는 기사에 생명 공학계가 떠들썩하였다. 곧 사람 몸에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원인 유전자를 제거함으로써 거부 반응 없이 사람에게 장기를 이식할 수 있는 복제 돼지가 처음 태어난 것이다. 이로써 사람의 손상된 간, 신장 등 장기를 대체하는 장기 이식용 돼지를 실용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돼지는 장기가 사람의 것과 비슷해 그동안 장기 이식용 동물로 주목을 받았으나, 인체 거부 반응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복제 양 돌리로 유명한 스코틀랜드 로슬린 연구소의 자회사인 미국 버지니아의 PPL 유전 공학 연구소가 지난 1월 2일에, 인체에 이식되었을 때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제거된 복제 돼지 5마리가 지난 성탄절에 태어났다고 밝혔고, 미국 미주리 대학과 생명 공학 벤처인 IBT의 공동 연구진도 1월 4일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를 통해서 인체에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제거된 복제 돼지 4마리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녹아웃 돼지 복제'의 잇따른 성공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장기 이식 시장에서는 매우 획기적인 사건이다. 왜냐하면 복제 돼지의 장기는 인간 배아 줄기 세포를 이용한 장기의 인공 생산을 둘러싼 윤리적 논쟁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 이식용 장기가 상품화될 경우 전체 시장 규모는 연간 110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시장성도 매우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황청 생명학술원에서는 이미 2001년 9월 26일에 이와 관련된 문헌, 곧 [이종 이식의 전망 - 과학적 측면과 윤리적 고찰]을 발표하였다. 필자는 이 문헌을 좀 더 쉽게 그리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 내용을 분석하고 요약해 보고자 한다. 

 

 

문헌 내용 분석과 요약

 

우선 이 문헌의 전체적 구성을 살펴보면, 문헌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제1부에서는 과학적 측면을 제2부에서는 인간학적 윤리적 측면을 다루고 있고, 총 21개 항목으로 나뉘어 있는데, 제1부 이종 이식의 과학적 측면은 6개항으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제2부인 인간학적 윤리적 측면은 15개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이 문헌 전체 내용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종 이식에 관한 윤리적 측면을 좀 더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이 문헌은 머리말에서 이종 이식의 긍정적 측면을 말하고 있다. 곧 이식은 인간의 여러 질병에 대한 매우 뛰어난 치료법 가운데 하나이고, 특히 다른 종의 장기나 조직, 세포를 이식하는 이종 이식을 인간에게 적용하게 되면, 이식용 장기나 조직, 세포의 공급 가능성을 넓혀 인간 장기 기증자의 '만성적인'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문헌은 이종 이식을 임상적으로 현실화하기 전에 풀어야 할 실질적인 문제들을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제시하고 있다. 하나는 이식 받은 사람의 몸이 이식된 기관을 밀어내려고 하는 거부 반응, 다른 하나는 이식된 기관이 종의 차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신체 안에서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일이다. 아울러 이식 과정에서 새로운 감염원이 인간에게 유입될 가능성도 최소화하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럼, 문헌의 본 내용으로 들어가서 먼저 제1부인 이종 이식에 대한 과학적, 기술적 측면을 살펴보겠다. 

 

문헌은 먼저 이종 이식의 과학적 역사적 발전 과정을 소개하면서, 유전 공학에서는 이종 이식을 할 수 있는 동물 공급원으로 돼지를 사용하는 것에 동의해 오랫동안 연구한 결과 돼지의 장기를 인간 이외의 영장류에 이식하고 면역 억제 요법을 시행했을 때 장기의 생존 기간이 상당히 늘어나게 되었지만, 그 기간은 다른 사람에게서 이식되는(동종 이식) 인간 장기의 생존 기간에는 훨씬 못 미치고 있다고 말하면서, 이종 이식된 기관의 생존을 연장시키기 위해서는 공급원 동물에 대한 유전 공학적 연구와 추가적인 새로운 면역 억제제의 연구가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이종 이식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어서 문헌은 이종 이식의 거부 반응, 곧 이종 장기 이식과 관련한 면역학에 대해서 밝히고 있는데, 돼지에서 영장류(인간 또는 인간 이외)로 이종 장기 이식을 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면역상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첫째는 초급성 거부 반응으로서, 이것은 이종 반응 자연 항체가 형성되고 수혜자의 보체가 장기 공급원 동물의 내피 세포에 저항하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둘째는 혈관의 급성 거부 반응으로서, 이종 반응 항체가 유발되고 숙주의 자연살세포와 단핵 세포가 활성화됨으로써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일어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자극들(항이식 항체와 활성화된 숙주 세포)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이식되는 장기의 내피 세포를 활성화하고, 내피 세포의 활성화는 전반적인 염증과 함께 혈전증(혈소판 응집과 응고 연쇄 반응의 활성화)을 일으켜 장기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고 지적하고 있다. 

 

셋째는 동종 이식의 전형적인 T세포 매개 거부 반응에 해당되는 현상으로, 이종 이식에서도 거의 분명히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넷째는 이종 이식에서도 동종 이식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만성적인 거부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헌은 이어서 이종 이식에 따른 동물원성 감염, 곧 한 종에서 다른 종으로의 감염원의 유입 문제에 대해서 상세히 밝히고 있다. 

 

문헌은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킬 가능성을 안고 있는 돼지의 감염원은 60여 종에 이른다고 말하면서, 건강 상태가 입증된 '깨끗한' 혈통의 동물 공급원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돼지를 자궁 절개술(제왕 절개 분만)로 분만하고, 환경을 면밀히 통제하며, 돼지와 그 취급자를 '일상적으로' 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러한 철저한 관리 방법으로써 알려진 거의 모든 감염원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돼지에게는 아무런 병도 일으키지 않지만 인간에게는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돼지 바이러스가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모든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돼지들도 DNA 안에 레트로바이러스(PERVPorcine Endogenous Retro Viruses)를 암호화하는 서열을 가지고 있다면서, 돼지의 레트로바이러스가 인간의 세포를 감염시킬 수 있다는 것을 체외 실험으로 증명하였는데, 레트로바이러스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서 살아 있는 돼지의 조직에 노출된 환자 160명의 혈액을 조사해 본 결과, 이 가운데 135명은 노출 기간이 1시간 정도였으며, 나머지 환자들 가운데는 최고 460일을 비롯하여 상당히 오랜 기간 노출된 사람들도 일부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문헌은 또한 이종 이식의 발전에 도움이 될 생명 공학의 중요한 진전은, 거부 반응을 막아 주는 인간 유전자의 특성을 가지는 유전자 변형 돼지를 생산하는 것으로서 특별히 두 가지 큰 발전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첫째는 최근의 연구가 현재의 방법들과 비교해 볼 때 간단한 유전자 조작으로 돼지를 복제하는 데까지 이르렀다고 보고 이 절차를 이용하면, 적어도 원칙상으로는, 복제 과정 중에 돼지 게놈의 DNA 안으로 새로운 유전자들을 쉽게 주입할 수 있는 반면, 다른 유전자들은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그 특성을 '녹아웃'(knock out)시킬 수 있다고 전망하였다. 

 

다음으로는, 아직 실험 단계에 있기는 하지만, 이식된 유전자의 특성을 조절하는 방법이 고안되어, 이식된 유전자는 이식 후에 어떤 시점에서는 매우 도움이 되고 또 어떤 시점에서는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식된 유전자의 특성을 조절할 수 있게 되면 이종 이식의 발전에 커다란 진전을 가져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음은 이 문헌의 제2부인 인간학적 윤리적 측면이다. 문헌은, 이종 이식에는 과학적 기술적 측면말고도 인간학적 윤리적 측면도 관련되어 있음을 지적하고, 문헌의 3분의 2이상에서 이종 이식과 관련된 인간학적 윤리적 측면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먼저 문헌은 모든 이식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에 더하여, 이종 이식에는 특히 세 가지 문제가 더 관련되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첫째, 창조 질서에 대한 인간 개입의 수용 가능성, 둘째, 인간의 생존과 행복을 위하여 동물을 이용하는 것의 윤리적 타당성, 셋째, 동물의 장기나 조직이 인간 수혜자의 정체성에 미칠 수 있는 객관적 주관적 영향 등이다. 

 

이러한 세 가지 관점에서의 문제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있는데, 먼저 창조 질서에 대한 인간 개입의 수용 가능성 문제에 대해서 살펴보겠다. 

 

이 문제는, 넓게는 우주에 존재하는 실재들에, 좀 더 구체적으로는 동물과 관련된 일들에 인간이 합법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하느님께서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고, 생명 발달의 모든 단계에서 존엄성을 완전히 존중받아야 하는 인간이 무슨 권리로 창조 질서에 개입할 수 있으며, 그 질서의 일부 측면들을 변경까지 할 수 있는가?' 또한 '어떤 기준을 적용하여야 하며, 어떤 제한을 두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이에 대해 문헌은, '6일 간의' 창조 이야기를 통해 하느님께서는 분명히 다양한 피조물의 가치 사이에 위계를 세우셨으며, 더욱이 이 위계는 인간의 뛰어난 부요와 존엄에 대한 합리적인 이해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인간은 창조 질서의 중심과 정상에 있으며, 모든 것이 인간을 위하여 존재할 뿐만 아니라, 인간은 창조주와 협력하여 피조물을 최종 완성으로 이끌 임무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자식을 낳고 번성하여 온 땅에 퍼져서 땅을 정복하여라."(창세 1,28) 하신 이 명령은, 인간이 창조된 세상을 하느님 대신 '다스려라'는 뜻으로 해석하면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노동하는 인간](Laborem Exercens) 4항의 내용을 인용하고 있다. "적어도 자신의 창조주로부터 땅을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도 인간은 하느님의 모습이다. 이 명령을 수행함으로써 인간은, 모든 인간 존재는 만물을 창조하신 분의 행위 자체를 반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창조된 세상과 관련한 인간 활동의 가장 심오한 의미를 드러내는 것으로, 그것은 분명, 인간이 자기 마음대로 다른 피조물들을 무시하고 못살게 굴며 노예로 만들어 다른 피조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전체 인류와 모든 개인)의 완전하고 참된 선익을 지향하도록 피조물들의 생명을 책임감 있게 이끄는 것으로 이 문헌은 해석하고 있다. 

 

문헌의 이 같은 내용을 요약해 보면, 인간은 창조주의 명령에 따라 하느님께서 세우신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창조 질서 안에서 그 질서에 맞게 행동할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인간 발전을 통하여 모든 피조물의 최종 목표인 하느님의 영광과 하느님 나라의 완전한 최종 도래를 이루기 위하여 다른 피조물들을 이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종 이식의 인간학적 윤리적 측면에서 제기되는 두 번째 문제는 인간을 위한 동물 이용의 윤리적 타당성의 문제이다. 

 

문헌은 이 문제에 관한 윤리적 평가를 내리는 데에 무엇보다도 이 세상에 동물을 존재하게 하신 창조주 하느님의 뜻을 헤아려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곧 동물들도 하느님의 피조물로서 인간이 인정하고 존중하여야 할 고유한 가치를 지니기는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다른 피조물들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인간에게 봉사하도록 만드셨으며, 동물들을 통하여 인간이 전체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하셨다고 가르치고 있다. 

 

나아가 문헌은, 인간에 대한 다른 피조물들의 이러한 '봉사' 역할이 인류의 문화 발전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났음을 지적하면서, 인간을 위한 동물의 봉사는 이종 이식에서 완전히 새롭게 적용되어 원칙적으로는 창조 질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이종 이식은 인간이 하느님께서 주신 힘과 능력을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는 창조적 책임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강조한다. 

 

이종 이식의 인간학적 윤리적 측면에서 제기되는 세 번째 문제는 이종 이식과 수혜자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이다. 

 

문헌은, 이종 이식에 관한 모든 윤리적 평가는 '인간의 몸에 이질적인 장기를 이식하는 것이 인간의 정체성이나 인체의 풍부한 의미를 변화시키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면서 만약 그렇다면, 그러한 변화를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일 것인지 결정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문헌에 따르면, 인간의 정체성은 개인의 유일성과 그의 인간으로서 존재에 대한 본질적 핵심(존재론적 차원), 그리고 자신이 인간이라는 생각(심리학적 차원)을 말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특성은 인간의 역사적 차원, 특히 언제나 인간의 몸을 매개로 하는 전달 구조로 표현된다고 말하면서, 인간의 정체성은 그 사람의 선익, 곧 그의 존재 자체의 고유한 특성을 이루며, 따라서 모든 개인의 인간 정체성의 통합을 증진하고 수호할 권리와 의무를 바탕으로 하는 도덕적 가치를 이룬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일반적으로 인간의 몸에 외부 장기를 이식할 때 장기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정체성에 일어날 수 있는 변화의 정도에 어떤 윤리적 한계를 분명히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서 문헌은, 신체와 현대의 인간학이 제시하는 인체의 상징적인 의미를 새롭게 이해한다는 관점에서, 하나뿐인 인간의 정체성을 인체의 모든 장기가 다 같은 정도로 표현하지는 않는다고 밝히면서 특정한 기능만을 수행하는 장기들도 있고, 고유한 기능에 덧붙여 개인의 주관성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개인의 강한 상징적 요소들까지 표현하는 장기들이 있으며, 또한 뇌나 생식선처럼 그 특별한 기능 때문에 상징적 의미와는 무관하게 개인의 정체성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장기들도 있다고 가르치면서, 뇌나 생식선 같은 장기들의 이식은 이식 후에 수혜자나 그 후손들에게 어쩔 수 없이 미치게 될 객관적인 영향들 때문에 윤리적으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같이 장기를 이식 받는 환자의 인간 정체성 보호와 관련된 문제들은 철학적 인간학뿐만 아니라 윤리 신학에서도 주요 논점이 되는 것으로 이종 이식에 관한 교도권의 일부 공식 문헌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인간 정체성의 보호는 이종 이식의 윤리적 정당성을 판단하는 바탕이 되는 기준 가운데 하나임을 문헌은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관련해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2000년 8월 29일, 제18차 국제 이식학회 회의 연설에서 "이식된 장기가 이식 받는 사람의 정서적 유전적 정체성에 영향을 끼치지 않으며, 환자를 큰 위험에 빠지게 하는 일 없이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생물학적 가능성이 증명되어야 한다."(7항)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여러 교도권의 발언들에서 인간의 정체성 보호와 더불어 건강의 위험을 이종 이식의 윤리적 정당성을 판단하는 또 다른 기준으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까지 우리는 문헌의 제2부인 이종 이식에서 인간학적 윤리적 측면을 살펴보았다. 이제 이 문헌의 마지막 부분에 해당되는 것으로 이종 이식으로 제기되는 생명 윤리 문제들에 관해서 간단히 살펴보겠다. 

 

먼저 문헌은 이종 이식으로 제기되는 생명 윤리 문제들 가운데 그 첫 번째 문제로 건강의 위험을 지적하고 있다. 

 

문헌은 이 문제와 관련해서 특히 이종 이식 후에, 동물에게는 해롭지 않으나 인간에게는 위험할 수 있는 알려지거나 알려지지 않은 병원체를 통하여 이식 받는 사람의 몸에 감염원이 들어올 위험(동물원성 감염)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러한 감염원은 발견되지 못한 채 환자와 가까이 접촉한 사람들에게 퍼져서 모든 사람에게 확산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밝히고 있다. 

 

이어서 문헌은 이종 이식에 대한 임상 경험은 상당히 제한되어 있으며, 감염의 발병과 확산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서 믿을 만한 통계를 제공하기에는 불충분하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법의 임상 적용을 위한 모든 결정은 가설에 바탕을 둘 수밖에 없고, 따라서 최대한 신중하게 진행시킬 윤리적 필요성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어서 문헌은 이종 이식으로 제기되는 생명 윤리 문제들 가운데 두 번째 문제로 유전자 변형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곧 동물을 존중하고 생물 종의 다양성을 보호하며 인간에게 중대한 혜택을 가져올 목적으로 유전자 변형을 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가르치면서, 그러나 유전자 변형으로 동물이나 그 동물 종의 전체적인 유전자의 본질이 손상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인간의 책임은 무엇보다도 창조 질서를 보존하는 데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켜야 할 몇 가지 근본적인 윤리 조건들을 문헌은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첫째, 유전자 변형 동물의 행복을 배려하여, 유전자 변형의 결과 해부학적, 생리학적, 행동적 측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동물의 변화를 평가하고 동물이 받을 스트레스와 통증, 고통과 불안을 줄이도록 노력한다. 

 

둘째, 후손에게 미치는 영향과 환경에 미치는 결과를 고려한다. 

 

셋째, 그러한 동물들을 엄격하게 단속하고 일상 환경 안에 풀어 놓지 않는다. 

 

넷째, 실험에 사용되는 동물의 수를 최소한으로 제한한다. 

 

다섯째, 장기나 조직은 한 번의 외과 수술로 떼어 낸다. 

 

여섯째, 동물에 대한 모든 실험 계획은 관할 윤리 위원회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문헌은 이종 이식으로 제기되는 생명 윤리 문제들 가운데 세 번째 문제로 환자의 사전 동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문헌은, 이식될 장기가 동물의 것이라면, 이것은 이식 받을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중요한 문제이므로 이식 받을 환자는 자신의 병과 예후, 이종 이식 수술과 그 이후의 치료, 성공 확률과 거부 반응의 위험에 관한 모든 정보를 반드시 들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마찬가지로 의사는 환자에게 현재의 통계에 비추어 동물원성 감염의 실제 위험과 가상 위험을 알려 주고, 감염에 대비해야 할 예방 조치(특히 접촉 전염의 위험이 있는 동안 다른 사람들과 신체적 접촉을 하지 않는 등의 격리의 필요성)를 반드시 설명해 주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또한 문헌은 이식 이후에도 꾸준히 관찰할 수 있도록 일생 동안 의료 관리를 받게 된다는 사실과 이종 이식의 대안 치료법들에 대해서도 충분한 정보를 숨김없이 알려 주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또한 이러한 환자의 사전 동의는 본인이 직접 하는 것으로 미성년자나 유효한 동의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은 실험 단계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문헌은, 이종 이식으로 제기되는 생명 윤리 문제들 가운데 네 번째 문제로 의료 자원의 분배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종 이식이 분명히 상당한 의료 자원과 막대한 자금이 드는 치료 형태이기 때문에 그 성공의 불확실성과 지나친 위험을 고려해야 하고, 이종 이식에 들어가는 막대한 의료 자원은, 비용과 혜택의 균형 문제를 고려하더라도 이 방법 없이는 죽게 될 많은 환자들을 살리려는 절박한 필요성으로 정당화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문헌은 이종 이식으로 제기되는 생명 윤리 문제들 가운데 마지막 문제로 이종 이식과 특허 가능성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먼저, 그동안 이종 이식 연구를 위해 기업체를 비롯해서 민간 제약 회사들 그리고 국가 기관들의 재정적 지원은 투자에 대한 경제적 보답을 바라는 것으로 이는 당연한 일이며, 또한 특허를 신청하고 취득하는 데에는 아무런 기술적 법적 문제가 없다고 밝히면서, 그러나 이 문제를 규제할 목적으로 유럽 공동체가 규범들을 제정하던 시점에는 그러한 장기들을 이종 이식에 사용하는 것까지는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제는 적용되고 있는 구체적인 규범들을 재고하거나 더욱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복잡한 문제는 이 문헌의 목적에서 벗어나므로 생물(유전자가 변형되었지만) 또는 그 일부, 특히 인간의 유전 요소를 포함한 생물(인간을 위한 이종 이식용으로 쓰일 목적으로 유전 공학으로 생산된 동물 장기의 경우처럼)의 특허 가능성을 윤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는 기본적인 문제에 관한 폭넓은 논의가 있어야 하고, 유전자 변형 동물이 인간에게 이식되는 데 이용된다면 더더욱 '특허를 내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기본 입장임을 밝히면서, 이 문헌에서는 단지 모든 사람이 차별이나 과도한 비용에 구애받지 않고 동등하게 자신에게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본 권리를 최소한 보장하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 밖에도 문헌은 과학자들에게 이종 간 장기 이식의 대안, 예컨대 배아의 줄기세포가 아니라 성인의 줄기세포를 활용하는 문제 등에 대한 연구 노력을 소홀히 하지 말 것을 촉구하면서 끝맺고 있다.

 

 

나오는 말

 

사람의 장기를 돼지가 대신하는 '동물 장기 이식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사람 몸에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장기 이식용 복제 돼지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는 발표는, 이런 이종 동물 간 장기 이식 시대에 인류가 한걸음 더 다가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돼지 장기는 현재 사람끼리 장기 이식(동종 이식)이 이루어지고 있는 간, 신장, 췌장 등에서 가장 먼저 이용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생명 공학자들은 임상 실험까지 고려하면 실용화는 앞으로 4-5년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복제 돼지 장기는 실용화되면 의료계에 큰 파급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종 동물끼리 장기를 주고받는다는 생명 윤리 문제 외에도 복제 돼지 장기가 과연 사람에게 안전한지를 두고 논쟁이 계속될 전망이어서, 실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실제 일부 과학자들은 장기 이식 때 돼지 고유의 바이러스인 '돼지 레트로바이러스'가 사람 몸에 감염될 수 있다며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또 복제 돼지가 다른 병원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사육하는 문제도 해결되어야 한다. 특히 이 복제 돼지가 정말로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을지는 많은 임상 실험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녹아웃(knock out) 돼지 복제'의 성공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장기 이식 시장에서는 획기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으며, 인간 배아 줄기 세포를 이용한 장기의 인공 생산을 둘러싼 윤리적 논쟁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명 공학이 낳은 대단한 성과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문헌에서도 지적했듯이, 창조 질서에 대한 인간 개입의 수용 가능성 문제, 인간의 생존과 행복을 위하여 동물을 이용하는 것의 윤리적 타당성 문제, 동물의 장기나 조직이 인간 수혜자의 정체성에 미칠 수 있는 객관적 주관적 영향 등의 윤리적 문제들을 비롯해서 건강의 위험 문제(동물원성 감염), 유전자 변형 문제, 환자의 사전 동의 문제, 의료 자원의 분배 문제, 이종 이식과 특허 가능성의 문제 등 이종 이식으로 발생될 수 있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교황청 생명학술원이 2001년 9월 26일에 발표한 문헌 '이종 이식의 전망과학적 측면과 윤리적 고찰'을 분석, 요약한 것이다.

 

[사목, 2002년 3월호, 이창영(본지 주간, 주교회의 사무차장,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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