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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형법개정법률안 제135조에 관한 의견(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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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6 ㅣ No.302

형법개정법률안 제135조에 관한 의견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서론

 

1992년 11월 2일 한국천주교 주교단은 형법개정법률안 제135조의 삭제를 공식적으로 요청하였는바, 요청서는 김종위 의원 외 15인의 국회의원의 소개로 주교회의 의장 김남수 주교 외 105만 9천인의 서명과 함께 국회에 제출하였다. 형법개정법률안 제135조의 삭제를 요청하는 이유는 국회 법사위원회에 회부되어 있는 동조항 낙태의 허용 범위(제135조)가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권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제133조 낙태 금지의 규범적 효력을 잃게 하고, 낙태 허용 일반화의 소지가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그 이유를 진술하고자 한다.

 

 

I. 태아의 생명권


1. 생명권은 자연법과 신정법(神定法)에 의한 불가침의 기본권

 

모든 종교는 근본적으로 생명의 종교이다. 유교, 불교, 그리스도교 등 제반 종교는 생명의 존엄성을 우선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또한 원시 부족들의 종교에서도 생명이란 초인간적인 존재로부터 유래한다고 믿어졌고, 그렇기 때문에 생명이란 남에게 양도할 수도 제멋대로 끊어버릴 수도 없는 절대 가치로 인식되었다.

 

천주교회는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신성함을 생명의 근원이신 하느님께로부터 찾는다. 성서는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되었음(창세 1,26-27; 2,7)을 알리면서 생명 존중과 보호를 신정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교회는 잉태되는 순간부터 인간 생명을 지지하면서, 태아의 생명을 파괴하는 낙태 행위를 창조 질서를 근본적으로 배척하는 죄악이요, 명백한 범죄라고 선언해 왔다(사목헌장, 51항 참조).

 

"살인하지 말라"는 금명은 하느님이 제정 반포한 신정법일 뿐 아니라 영구불변의 자연법이다. 자연법은 인간 존재 내면에 새겨진 것으로서 쓰여지지 않은 하느님의 법을 의미한다. 네오 토미즘(Neo-Tomism)의 거장 쟉크 마리탱(J. Maritain)에 의하면 "자연법은 한마디로 '쓰여지지 않은 법'이며, 실정법 위에 존재하고 인간의 본질에 기초한 영원한 법이다. 또한 자연법은 사람이 원하든 원치 않든 언제 어디서나 지켜져야 하는 법이며, 제정된 법이 아니라 스스로 존재하는 법이다." 이 자연법에 인격의 제권리, 인권의 참다운 철학, 그리고 헌법을 비롯한 모든 인정법(人定法)이 근거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존엄성과 그 생명권은 신정법과 자연법에 근거한 불가침의 인간 기본권이며 수태되는 순간부터 마땅히 보호되어야 한다. 낙태를 허용하는 입법은 정의의 근본 요청과 정반대 되는 자의(恣意)라고 하겠다. 인간의 기본권 중 생명권은 생래적 권리요, 인간 본성을 통하여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권리이므로 국가나 부모 등 어느 누구도 거기에 개입할 수 없다. 그러므로 낙태를 허용하는 것은 국가의 합법적 권력 행사가 아니라 폭력이라고 해야 마땅하다.

 

2. 생명권은 헌법의 근본 요청

 

가끔 태아의 생명권 수호가 마치 특수 종교의 진부한 주장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태아의 생명 보호는 윤리적 종교적 요청일 뿐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사회 정의의 근본 요청이다. 왜냐하면 태아의 생명 파괴를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낙태 행위는 국가법 체계의 최고 규범인 헌법 제10조가 기본권 조항의 일반 원리로 규정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성과 가치를 가지며,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지닌다(헌법 제10조). 여기서 혹자는 태아는 국민이 아니므로 헌법의 보호에서 제외되지 않느냐는 견해를 가질 것이다. 사실 이 문제에 있어서 국가간에 의견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헌법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가진 규정으로 인정되는 이 '인간 존엄'은 생명 보호를 전제하여야만 실현될 수 있다. 즉 생명이 있고 난 뒤에 비로소 '존엄', '인권' 등이 이야기될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람의 생명은 그 시작에서부터 절대적 가치를 가지고 마땅히 보호되어야 한다.

 

모든 생명은 단 한 점의 예외도 없이 보호되어야 한다는 이러한 '생명 보호 절대의 원칙'하에, 살만한 가치가 있는 생명과 그렇지 않은 생명 사이의 구별이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인간 존엄의 보장을 국가의 가장 큰 의무로 규정한 헌법 제10조는 동시에 생명 보호의 절대성을 국가에 명령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마땅하다. 이 점에 대해서 대법원도 1985년에 다음과 같이 확인한 바 있다. "인간의 생명은 잉태된 때부터 시작되는 것이고 회임된 태아는 새로운 존재와 인격의 근원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니므로 그 자신이 이를 인식하고 있든지 또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지에 관계 없이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되어야 함이 헌법 아래에서 국민 일반이 지니는 건전한 도의적 감정과 합치되는 바이다." 사실 태아에 대한 우리의 전통적 감정은 매우 윤리적이었고 인간적이었다. 잉태되는 순간부터 인간의 삶이 시작된다고 보았기 때문에 태어나면 이미 한 살로 여겼고, 교육에 있어서도 일찍부터 태교를 중시하였다. 이는 우리 민족 고유의 생명 존중 사상을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헌법 제10조의 선언에 따를 때, 우선 국가는 스스로 태아의 생명을 침해하는 일을 해서는 안될 뿐 아니라(존중 의무), 이 생명을 보호하고 보살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보호 의무). 다시 말하면, 위법한 침해로부터 태아의 생명을 지켜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 의무는 실정법의 모든 영역에서 실천되어야 한다. 그리고 국가 보호의 의무는 해당 법익(法益)이 헌법의 가치 질서 안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례하여야 하는데, 헌법에서 생명보다 높은 가치는 없다. 생명은 인간 존엄의 가장 중요한 요소일 뿐 아니라 모든 기본권의 전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행 헌법 제270조가 낙태 행위를 범죄 행위로 규정하여 금지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즉, 헌법이 명령한 태아의 보호 의무를 형법적으로 실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3. 생명권은 사회 구성원의 기본권

 

태아는 부모와 가지는 사회법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전체 사회와 관련을 맺고 있다. 즉, 태아는 한 시민으로서의 권리는 부여받지 못할지라도 그 역시 사회의 한 구성원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한 시간 후에 사회의 구성원으로 객관적으로 인정받을 존재가 한 시간 전 태중에 있을 때는 사회의 구성원이 아니라는 논리는 실증주의적 사고방식이다. 출생한 아기는 물론 생래적인 권리와 사회가 부여하는 권리의 주체이다. 그러나 출생 이전의 인간 존재도 인간 본연의 권리와 사회가 부여하는 일부 권리의 주체임에는 틀림없다.

 

이러한 예를 우리는 형법 제269조와 제270조는 물론 민법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사람은 생존한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며(민법 제3조), 태아도 손해 배상의 청구권에 관하여는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보며(민법 제762조), 부(父)는 포태(胞胎) 중에 있는 자(자)에 대하여도 이를 인지할 수 있고(민법 제868조), 태아는 호주 상속 순위에 관하여는 이미 출생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민법 제1000조 3항). 그러므로 낙태의 사회성을 축소 또는 제거해 버리려는 시도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4. 생명권은 생물학적 요청

 

태아가 인간 존재라는 것은 무엇보다 먼저 생물학이 입증하는 바다. 대부분의 생물학자들은 한 개별 인간의 시작은 난자와 정자가 결합하는 순간으로 보고 있다. 생물학의 권위자 장 프랑수아 마테이 교수는 난자와 정자가 결합하여 수정란을 이루고 배자가 되며, 그 후에는 태아, 신생아, 어린이, 청소년, 어른 그리고 노인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배자는 어떤 주어진 순간의 유일하고 동일한 생명의 형태학적 표현일 뿐이라고 했다.

 

태아가 인간 존재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다만 태아는 '태어나지 않은 아이', '태내에 있는 인간 존재', '생성 중인 사람'일 뿐이다. 따라서 태아는 모체와 독립된 인간 존재이고, 그의 생명은 독자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태아의 성장 단계에 따라서 생명 가치에 차등을 둘 수는 없다.

 

생명 가치는 그 자체 고유하고 절대적인 것이며, 외적 조건의 차이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저능아나 기형아의 생명 가치와 그렇지 않은 건강한 사람의 생명 가치가 구별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II. 낙태 실태와 문제점

 

이제 위에서 언급된 태아의 생명권이 얼마나 우리 사회에서 유린당하고 있으며, 이러한 낙태 실태가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1. 인명 경시 풍조의 근원

 

1992년 서강대학교 부설 생명문화연구소가 실시한 <생명에 대한 사회 의식 조사>에 의하면, 생명 경시 풍조가 최근 5년 동안 심각해졌다고 보는 사람이 89%에 달한다. 그 원인에 대해선 물질만능을 부추기는 체제 자체 문제로 보는 사람이 30.7%로 가장 많았고 개인 및 집단 이기주의, 올바른 가치관 부재, 도덕성 타락 등이 비슷한 수치로 지적되었다. 1981년 8,125 건이던 흉악 범죄 발생 건수가 1990년에는 1만 4천 건에 달하여 지난 10년 간 흉악 범죄는 40.8%의 증가를 보였다. 이른바 가정 파괴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강도 강간 사범은 1981년 121명에서 1990년 643명으로 늘어나 10년 동안에 431.4%가 증가한 셈이다.

 

이러한 생명 경시 풍조는 낙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왜냐하면 낙태는 가장 기본적인 윤리와 정의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윤리적 파괴는 사회 공동선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다. 윤리적 가치들에 대한 손상은 경제학적 및 인구학적 질서에 끼치는 어떠한 손실보다도 사회 공동선에 중대한 악영향을 끼친다.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인명 경시 풍조는 이미 출생한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인명 경시의 현상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그 뿌리는 이미 출생 대기 중 또는 생성 중인 생명에 대한 경시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음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형법에서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고(형법 제269-279조), 낙태가 가족 계획의 수단으로 용인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1962년 정부 인구 정책 이후, 특히 1973년 소위 '모자보건법' 이후 낙태는 산아 제한의 한 수단으로서 방임 조장되었고, 그 낙태 건수는 급증하여 1978년에 100만 건, 1985년에는 150만 건에 이르렀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 자행되는 낙태 건수는 정상 출산의 2배가 넘는 150만-180만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인구 비례로 볼 때 미국의 6배에 해당하는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높은 수치이다. 이 중에 모자보건법 적용 범위에 해당되는 낙태는 1984년 7.3%, 1988년 8%에 불과할 뿐이고, 그밖에 90% 이상의 비적용사유(非適用事由) 낙태가 법에 의하여 기소되거나 처벌된 건수는 거의 없었다. 또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남편 있는 임신 가능한 15-49세 부인 중에 1회 이상 낙태한 사람은 1964년 7%에서 매년 증가, 1991년에는 54%로 나타나고 있고, 미혼 여성의 인공 유산도 날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에 의한 유산이 전체 유산의 32.9%로 추정되고 있다.

 

가히 낙태에 있어서 무제한적이고 자유로운, 세계 제1위의 '낙태 왕국'이란 소리를 듣게 되었다. 이러한 낙태 급증의 원인은 여럿이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가 가족 계획 사업이란 미명 아래 이 범죄를 방조 또는 조장했기 때문이다. 혹자는 형법 269조 낙태죄 규정의 사문화를 이유로 그 폐기를 주장하기도 하나 형법이 낙태 방지에 무력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설득력 있는 논거가 제시되지 못했고, 반대로 형법의 범죄 억제 효과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실 낙태 규정의 사문화의 이유도 법령을 전혀 집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규정 자체를 알지 못하는 가운데 공공연한 낙태, 용인된 낙태로 인식하게 되었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 의식의 변화와 함께 좀더 엄정한 법 적용이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2. "우리 나라 국민의 70-80%가 낙태의 허용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여론이 조성된 이유를 살펴보면, 그 여론의 실체가 얼마나 허약한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우선 낙태를 한 이유를 살펴보면, 미혼의 경우에는 혼전 임신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62.3%, 본인의 장래 계획의 지장이 31.85%였으며, 기혼의 경우에는 단산이 35.8%, 건강상의 이유가 19.4%, 경제 형편이 16.9%, 터울 조절이 15.9%, 남편과의 관계악화가 3.5%, 딸 같아서가 3.0%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낙태를 전면(11.2%), 부분(58.4%)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이유를 보면, 상황에 따라 필요(27.7%), 가족 계획(13.7%), 원치 않는 자식은 불행(13.2%), 미혼모 문제 방지(5.8%), 생활 능력이 없을 때(4.7%), 기타(12.4%), 강간 임신 방지(1.6%), 모체 보호(2.4%), 태아가 기형아일 때(2.3%)로 나타나고 있다(동아일보, 1992. 4. 28). 이처럼 태아의 생명보다 자신의 체면, 경제 등이 더 중요시되고, 자신의 낙태를 합리화하려는 상황에서의 여론 조사 결과란 비록 그 비율이 높다고 하더라도 낙태 허용의 적합한 근거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강간이나 근친 상간에 의한 임신에서 오는 갈등과 고통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태아의 생명이 나의 소유물이 아닌 이상, 그에 대한 생명 찬탈의 권리 요구는 부당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낙태를 일부 허용하는 입법 추세를 들어서 개정안 제135조가 타당한 조치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처럼 낙태를 일부 허용하고 있는 국가들 안에서 현재도 많은 논란이 있으며, 많은 반대에 부딪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무제한적으로 아무 거리낌 없이 저질러지는 우리 나라와 달리, 다른 나라의 낙태 건수는 인구 비례상 상당히 적다는 것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 나라 인구의 6배에 해당하는 미국과 3배에 해당하는 일본에 비해 우리의 낙태 현실은 너무나 심각한 상태이다.

 

 미국

 독일

 한국

 150만(85년)

 74,000(91년)

 150만(85년)

 이탈리아

 일본

 프랑스

 16만(91년)

 50만(87년)

 17만(87년)

 

 

3. 성비의 불균형과 노동 인구의 감소

 

현재 의료법에 규정되어 있는 태아의 성감별 행위 금지 조항을 형법에 낙태죄의 예로 처벌하는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인위적인 여아 낙태에 의한 남성 성비의 심각한 불균형이 이제 사회적 문제로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통계청은 앞으로 2001년에는 인구 증가 제로 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고, 근래의 해외 노동 인구의 유입과 노동 인력 감소가 새로운 문제로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는 제7차 경제사회개발 5개년 계획 기간 중 전산업의 노동 수요가 2.2%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현재의 인구 증가율 1.7%로는 노동력 부족이 필연적이다. 그리고 인구학자들에 의하면, 세계에 기여할 수 있는 유능하고 강력한 국가의 인구는 최소한 8천 만에서 1억 2천 만 정도라고 하는 바, 아울러 산아 제한 정책을 조기에 실시하였던 선진국들이 80년대부터 방향을 바꾸어 산아 장려 정책을 쓰고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III. 낙태의 허용 한계에 대한 고찰

 

형법 개정안 제133조, 제134조는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생명 존중의 차원에서 낙태죄를 존치(存置) 강화한 듯하다. 그러나 동 개정안 제135조는 모자보건법 제14조를 모태로 하여 위법성 조각(조각) 사유인 낙태의 허용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즉 임신이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거나 태아가 기형 등 유전적 소질이 있는 경우, 강간에 의한 임신 또는 혼인할 수 없는 혈족간의 임신 등에 한하여 일정한 기간 내에 일부 낙태를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낙태를 허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를 보통 '정당화 사유'라고 한다. 낙태의 정당화 사유는 헌법 제10조의 인간 존엄에 태아의 생명뿐만 아니라 임부의 생명, 신체에 대한 보호도 당연히 포함된다는 점으로부터 나온다. 즉, 국가는 태어나지 않은 사람의 생명도 보호해야 하지만, 태어난 사람인 임부의 생명도 지켜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태아의 생명권과 임부의 생명, 신체, 인격권이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할 때, 어느 이익을 우선시켜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법에 따르면, 태어난 사람의 생명 보호에도 예외가 인정된다. 사형 집행관의 사형 집행 행위, 교전 중인 군인의 적군 살해 행위, 정당 방위 상황에서 위법한 공격자를 살해하는 행위 등은 형법적으로 불법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말하자면 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다. '태어난 사람'의 생명 보호에 예외가 있듯이 '태어나지 않은 사람'의 생명 보호에도 어떤 예외를 인정하는 정당화 사유가 있을 수 있을까? 과연 형법 개정안 제135조의 정당화 사유는 올바른지 살펴보고자 한다.

 

1. 임신의 지속이 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거나 해할 염려가 있는 경우(제135조 1항 1조)

 

임신 중독이나 자궁 외 임신처럼, 임신으로 모체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이것은 태아의 생명권과 모체의 생명권이 충돌하는 경우이다. 물론 원칙적으로 생명의 비교란 있을 수 없다. 그러함에도 입법자는 어쩔 수 없이 하나의 법익을 위하여 다른 법익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 때 모체의 생명을 위하여 태아의 생명을 포기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정당한 것으로 승인되어 있다. 즉, 예외적으로 임신과 관련되지 않은 병이나 자궁 외 임신으로 생명이 위독한 어머니가 자기 생명을 보존하기 위한 치료나 수술로 간접적으로 태아의 희생이 따르는 긴급 조치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태아를 직접 죽일 수는 없다. 이와 같이 모체의 생명을 우선시키는 결정으로 낙태의 예외적 허용을 인정할 때 그 사유를 일컬어 의학적 정당화 사유라고 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의학적 정당화 사유는 분명한 한계 안에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임신을 계속할 수 없는 특별한 상황(모체의 구체적 생명 위험)만으로 국한되어야 한다. 그런데, 동 조항의 문제점은 '모체의 건강'이란 말이 매우 넓은 개념이라는 점이다. 비록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지만 자의적 법 적용의 위험이 농후하다. 그 내용은 모체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으로 제한되어야 하고, 생명에 지장이 없는 신체에 대한 위험은 여기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임신의 지속은 원래 산모의 신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것은 임신과 결부된 일반적 위험으로, 출산을 위하여 거쳐야 할 필수적 과정에 속한다. 그리고 그 부담은 산모가 부담하도록 운명지어져 있다. 그러므로 위의 요건이 임신에 따르는 모체의 신체적 건강에 대한 일반적 위험으로 이해되어서는 곤란하다. '건강'이라는 개념 표지가 이와 같은 확대 해석의 위험을 안고 있고, 특히 '해할 염려'는 그것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2. 태아가 유전적 소질 또는 출생 전의 해로운 영향으로 인하여 건강 상태에 중대한 손상을 입고 있거나 입을 염려가 뚜렷한 경우(제135조 1항 2호)

 

유전적 또는 특수 사정에 의하여 저능아나 기형아의 출산이 확실한 경우는 이른바 '우생학적 정당화 사유'에 해당한다고 한다. 태아의 손상은 임신 중의 잘못된 약물 복용, X선 촬영, 질병 등 신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 손상도 포함한다고 한다. 기형아 출산은 누구에게나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일이고, 실제로 설문에 의하면 80-90%가 이러한 경우에는 낙태를 하겠다고 응답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남아 있다. 절대 다수가 원한다고 그것이 곧 올바른 것인가 하는 문제다. 기형아 낙태는 올바른 것이 아니다. 자연법과 신정법은 물론이고, 헌법 제10조 인간 존엄이 전제하는 생명권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출생한 사람의 생명 보호가 생명의 질을 문제삼지 않는 것처럼, 태아의 생명에 대해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태어난 생명, 태어나지 않은 생명을 가릴 것 없이 '생존할 가치가 있는 생명'이라는 판단은 있을 수 없다.

 

생명에 대한 가치 판단이 가능하다고 믿은 사람이 바로 히틀러였다. 그는 1923년의 한 연설에서 유태인은 인간이 아니라고 주장하였고, 후에는 유태인들을 600여 만명이나 살해했다. 불구자이든 배치이든 모든 생명은 그 자체로 존엄하고, 모든 생명은 생존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태아의 생명을 우생학적, 유전학적 이유 때문에 침해하는 것은 극히 유물론적 사고 방식이며, 생명의 질을 위해 생명 자체를 희생시키는 결과가 된다. 뿐만 아니라 의사의 오판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우생학적' 문제는 낙태로써 혹은 개인에게 짐을 지움으로써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이다.

 

3. 제166조(강간) 내지 제170조(준강간), 제172조(강간미수) 내지 제175조(14세 미만자 간음, 추행)에 의하여 임신한 경우(제135조 1항 3호)

 

이른바 윤리적 정당화 사유를 규정한 것이다. 성폭력의 직접 피해자인 여성의 결정권을 고려할 때, 강간에 의한 임신은 임신한 여자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강요된 임신이므로 태아의 생명을 제거할 수 있다는 이론은 호소력이 있는 듯 하다. 더구나 14세 미만의 소녀에게 낙태를 허용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로 보는 경향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문제도 우리는 좀더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미 임신된 이상 그 태아는 고유한 생명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녀(婦女)의 인격권과 태아의 생명권은 비교되지 않는다. 만일 부녀의 인격권 때문에 낙태를 인정할 경우, 생명권은 다른 낮은 가치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도 괜찮다는 혼돈된 가치 질서를 만들어 낸다. 그것은 엄연히 또 하나의 범죄인 것이다.

 

이 문제는 생명을 파괴하는 낙태로써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성 폭력의 미연 방지와 미혼모 보호 대책, 그리고 입양 사업을 정책적으로 추진하면서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교육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는 바, 정부는 전인적 교육 차원에서 청소년들의 올바른 성 윤리 교육을 조기부터 실시하여 사전에 예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가는 생명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할 헌법적 의무를 지고 있다.

 

4.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에 임신한 경우

 

근친 상간에 의한 경우도 위와 마찬가지이다. 민법의 동성동본 금혼 규정(제809조)은 철폐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높다. 하물며 태아의 생명을 이러한 사유에 좌우케 하는 것은 부당하다.

 

생명권은 생래적인 것으로서 법률에 앞서 있는 문제이다. 적법한 혼인 여부에 태아의 생명권이 좌우되지 않는다. 생명은 법률이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사이라 하더라도 이미 태어난 생명은 법률의 보호를 받고, 그 생명에 대한 침해는 살인죄로 처벌된다. 그러므로 태어나지 않은 사람(태아)의 생명권도, 법률상 혼인할 수 있는 사이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와 상관없이 존중 보호되어야 한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소위 낙태 허용의 각종 사유들은 낙태죄의 1차적 보호 법익인 태아의 생명권보다 결코 우선할 수 없는 하위 가치들이다. 그 사유들이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임에는 틀림없으나 그 해결 방법이 생명권을 침해하는 낙태여서는 안될 일이며 개인·사회·국가가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일 뿐이다.

 

다만 본 의미에서의 산모와 태아 모두의 급박한 죽음 앞에 한 생명이라도 살리고자 시도한 끝에 일어나는 간접적인 낙태는 예외가 된다. 그러나 이것은 범죄론의 일반 원칙에 따라 해결할 일이지, 낙태죄에만 특칙을 둘 것은 아니다. 이러한 경우는 새로운 규정 없이 형법 제22조의 긴급 피난 조항으로도 충분하다고 사료된다.

 

 

IV. 형법 개정안 제135조의 또 다른 문제점: 절차 규정의 부재

 

형법 개정안 제133조에서 임신 중인 여자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현행 형법 제269조에서는 40만원)에 처함으로써 낙태죄를 현행 제269조, 제270조보다 강화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형법 개정안 제135조는 언뜻 보기에는 그의 모체가 되는 모자보건법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강화된 것 같다. 모자보건법은 그 허용 범위가 더욱 넓고 일률적으로 28주 내까지 사유별로 낙태케 했으나, 개정안은 우생학적 사유는 24주까지, 윤리적 사유는 20주까지 허용해서 전의 모자보건법보다 강화된 듯 하다.

 

그러나 형법 개정안 제135조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 개정안이 일반적 낙태 허용법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아무런 절차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즉, 아무런 절차 규정이 없이 임신 중인 여자와 시술 의사의 판단에 따라 낙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 낙태죄의 규범적 효력을 잃게 하고, '낙태의 정당화' 및 사실상 낙태죄 폐지로 쉽게 이어질 수 있다. 환자와 의사의 그릇된 담합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해야 했다. 적어도 확인 의사와 시술 의사를 분리해야 한다. 그래야 의사의 경제적 관심을 차단하여 정당한 사유를 객관적, 공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정당화 사유의 객관적 확인을 위해서는 위반 의사에 대한 처벌 규정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규정이 강제력을 가질 수 없다. 강제력이 있어야 규범이 효력을 갖는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문제이다. 지키지 않더라도 아무런 제재가 뒤따르지 않는 규범이 지켜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규범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제재가 있게 마련이고 또 있어야 한다. 현재 인공임신중절수술에 있어서 다른 전문가의 통제나 관계 당국에의 신고 등 법률상 아무런 사후 통제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 의료인들 사이에서 인공임신중절수술이 무제한 허용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임신이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는 경우, 태아가 기형인 경우, 강간이나 혼인할 수 없는 혈족간 임신의 경우 등 4가지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개정안 제135조는 그러한 가능성을 지녔을 경우에도 임신 중인 여자와 의사의 결정만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제135조 제1항 3호, 4호(윤리적 사유)의 경우,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위한 적용 사유의 판단이 전적으로 임신 중인 여자의 의견에 달려 있다. 즉 쉽게 말하면, 임신 중인 여자는 비양심적인 거짓 사유를 말함으로써 얼마든지 낙태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낙태의 합법적 구실만을 가르쳐 주는 법률이 되고 말 것이다.

 

 

결론

 

태아의 생명권은 절대적인 것으로서 자연법과 신정법이 요구하는 것일 뿐 아니라, 헌법이 요구하는 기본권이다. 과거 모자보건법 제14조 입법자의 의도적 법률 흠결, 검찰권의 무관심 내지 묵인, 이에 대한 사법권의 동조 그리고 이에 따른 불처벌의 오랜 관행으로 태아의 생명권은 완전히 보호의 사각 지대에 놓여 왔다. 그 결과 생명 경시 풍조의 확산은 물론이고 출산 성비의 심각한 불균형과 노동 인구 감소의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비록 형법개정안 제133조와 제134조가 겉으로는 낙태 규제를 강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 개정안 제135조는 자연법과 헌법 정신에 위배될 뿐 아니라, 아무런 절차 규정 없이 임부와 시술 의사 1인의 판단에 맡기고 있어 사실상 낙태 허용 일반화가 농후하다. 법의 역할은 사실을 인정하는 데 있지 않고, 개선의 촉진을 돕는 데 있고, 각 사람의 권리를 보존하고 가장 약한 자들을 보호하는 것은 언제나 국가의 사명인 것이다. 그러므로 태아의 생명과 관련된 문제를 위한 참다운 해결을 위해서는 다음 사항이 고려되어야 한다.

 

1) 낙태죄는 마땅히 존치될 뿐 아니라 엄중히 집중되어야 한다.

2) 모자보건법의 독소 조항(14조)은 삭제되어야 한다.

3) 인간의 존엄성 회복을 위해 만연된 퇴폐문화의 척결과 건전 문화 육성이 시급하다.

4) 의료 윤리의 회복과 태아 성감별 행위에 대한 형법적 규제가 있어야 한다.

5) 청소년 성 윤리 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

6) 강간, 근친상간 시의 가해 남성에게 합당한 책임이 부과되어야 한다.

7) 미혼모 및 장애자 보호, 입양 등의 복지 정책이 확충되어야 한다.

 

문민 정부 출범 이후 '신한국' 건설과 도덕성 회복에 국민 모두가 각오를 새롭게 하고 있는 이 때에, 그리고 금년 '세계 가정의 해'를 지내는 이 때에,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가정 안에서부터 생명과 사랑의 문화를 이루려는 노력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이 사회가 서 있는 기본 가치의 수호는 인간 존엄과 생명 존중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 동안 7년 넘게 형법개정안 준비에 심혈을 기울여 온 정부 관계 부처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비록 시각은 달리하더라도 종교인은 물론 정치인, 교육인, 의료인, 경제인 모두가 오늘날 심각해지는 낙태 현실을 극복하고, 인간성 존중의 새문화 창조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고 시급한 일이다.

 

1994년 4월 21일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총무 송열섭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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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일영, '원시종교의 생명관', [신학과 사상] 제7호, 가톨릭대학 출판부, 1992, 121면 참조.

2) '모상'이란 말은 자신보다 앞서고 우월한 이성적이고 지시적인 어떤 것에 관련되어 있음을 자신 안에 새기고 있음을 암시한다.

3) 성서는 낙태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살인죄(출애 20,13), 무고한 자의 피흘림(출애23,7), 어린이들에 대한 학살과 부모들이 저항하지 못하는 제 자식들을 죽이는 것(지혜 12,3-7)을 거듭해서 단죄하고 있다.

4) Neo-Thomism에 의한 자연법 이해는 존재론적 자연법으로서 인간의 존엄, 정의와 공동선을 그 내용으로 하는 영구법이다.

5) 최종고, '자연법', 한국가톨릭대사전, 한국교회사연구소, 1985, 987면.

6) 헌법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는 자연법이다.

7) 이태재, '자연법과 실정법과의 관계', [신학전망] 39호, 1973년, 12-23면 참조.

8) 1973년 미국의 연방 법원은 낙태권을 여자의 프라이버시권으로 도출하면서 미국 헌법 수정 제9조나 제14조의 해석에서 태아를 '사람'으로 보지 않았고, 1974년 오스트리아 헌법재판소는 태어나지 않은 생명에 대한 국가의 헌법적 보호 의무를 부인했다. 반면 이탈리아 헌법 재판소는 태어나지 않은 생명도 헌법의 보호 아래 있다고 판시했고, 프랑스 헌법평의회도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생명권을 시인, 특히 독일 헌법 재판소는 1975년 헌법상 보호되는 생명권은 태아에게도 인정되며, 따라서 국가는 그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이것은 1993년 5월 낙태권에 관한 판결에서 재확인된다. 자세한 것은 프리드리히-크리스챤 쉬리더, '낙태에 있어서 형법의 한계', [의료와 형법], 한국형사정책연구원, 1993, 62-71면 참조.

9) 배종대, '모자 보건법의 근본문제와 인간의 존엄성', [모자보건법과 태아의 생명권], 한국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1992, 15면.

10) 대법원, 1985. 6. 11. 84도, 대법원 판례집 33권 2집, 형497(500).

11) 대법원, 1967년 9월 26일(67다 1684) 판례에 의하면 "태아도 출생된 후에는 평생을 통하여 아버지를 잃은 정신적 고통을 받게 될 것이 경험측상 용이하게 추지(推知)되는 바인 즉 원판결이 본건 사고 당시 태아였던 원고 갑(甲)의 위자료 청구를 인용(認容) 한 가치는 정당하다."

12) E. 프레일링, '인간 생명의 시작에 대한 현대 과학의 입장', [사목] 182호,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7-43면 참조; '인간 생명의 시작에 대한 현대 과학의 반론과 답변', [사목] 183호, 46-60면 참조.

13) 1993년 10월 12일자 '르 몽드'지와의 인터뷰 내용으로 자세한 것은 Elio Segreccia, '생명권은 수태에서부터', [회보] 제79호, 한국천주교주교회의, 1994, 33면 참조.

14) 배종대, '모자 보건법의 근본 문제와 인간의 존엄성', [모자보건법과 태아의 생명권], 한국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1992, 15면 참조.

15) 윤여덕, '생명에 대한 사회 의식 조사', [생명 문화 총서 제1집], 생명문화연구소, 1993, 337-542면 참조.

16) 공동선은 단순히 이익과 효용의 총체일 뿐만 아니라, 본질적으로 바른 생활, 대중의 선량하고 공정한 인간적 생활이다. 정의와 도의적으로 바르다는 것은 공동선의 본질을 이룬다. 따라서 정의와 도의를 거스르는 모든 정치 행동은 그것 자체가 공동선을 해치는 것이다.

17) 교황청 신앙교리성, '안락사 반대 선언문', 1974.11.25, 18항 참조.

18) 대법 1965.11.23. 65도 876: "피고인이 설혹 본건 낙태 행위가 가족 계획의 국가 시책에 순응하는 행위라고 믿었다 하더라도 국가 시책에 의한 가족 계획은 어디까지나 임신을 사전에 방지하는 피임 방법에 의한 것이고 임신 후의 낙태 행위를 용인함이 아니라 함은 자명한 바이므로 이와 같은 주장은 그 행위가 법률상 죄가 됨을 알지 못하였음에 지나지 않는다."

19) 인구보건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낙태 건수가 1960년대 초에는 10만 건, 70년대 초에는 31만 4천 건으로 나타나 있다.

20) 홍성봉, '서울시 일원의 인공 유산의 동향', [한국산부인과 학회지] 22(9), 1979, 206-214면 참조.; 홍성봉 교수는 당조사에서 낙태 비율이 2,750으로 정상아 출산보다 2.75배나 많은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21) 한국인구보건연구원, '전국 출산력 및 가족 보건 실태조사', 1988.

22) 한국인구보건연구원, '전국 출산력 및 가족 보건 실태 조사', 1991; 1991년 동 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조사 대상자 6천 2백 70명 중 3천 3백 90명이 낙태 경험자였다.

23) 성윤리 교육의 부재, 낙태를 인구 조절의 한 방법으로 사용한 정부의 가족 계획 사업과 소자녀 의식의 고정 관념화, 만연된 성 퇴폐 문화, 의료 윤리의 감소, 정부의 낙태 방조 및 조장 등이 낙태가 급증하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본다(김길수, 낙태 실태와 대안, [제7회 낙태에 관한 세미나 자료집], 새생명 사랑회, 1992, 12-20면 참조; 맹광호, '가톨릭 교회와 생명운동', [정평위 자료집-다섯번째],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1992, 11-27면 참조).

24) 프리드리히-크리스챤 쉬리더, '낙태에 있어서 형법의 한계', [의료와 형법], 한국형사정책연구원, 1993, 62-70면 참조.

25) 설문 대상자 1,200명 중에서 형법상의 낙태죄를 51.8%가 모르고 있다. 자세한 것은 심영희, '낙태의 실태와 의식에 관한 연구',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제4회 워크샵 [인공 임신 중절과 낙태죄에 관한 연구](1991), 54면 참조.

26) 1992년 7월 21일자 한국 리서치 사회 조사에 의하면, 낙태 시술을 하는 경우 처벌한다면 낙태는 얼마나 줄어들까라는 질문에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다"(48.0%), "지금보다 약간 줄어들 것이다"(28.4%)라고 응답하고 있다.

27) 조선일보 주관으로 실시한 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71.7%가 낙태 허용을 지지(조선일보 1994.3.29 참조); 1991년 형사정책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설문 응답자 중 낙태 규제 반대(36.5%), 규제는 찬성하나 예외는 인정(59.7%), 규제 강화(3.8%)로 나타나 있다. 자세한 것은 심영희, '낙태의 실태와 의식에 관한 연구',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제4회 워크샵 [인공 임신 중절과 낙태죄에 관한 연구](1991), 55면 참조.

28) 심영희, 위의 책, 43면 참조; 또한 최근 조선일보의 설문에 의하면 1천 5백 명의 설문자 중에 낙태 이유를 '피임 실패'(58.3%), '산모의 건강이 나빠서'(14.8%), '경제적 어려움'(10.6%), '나이 차이를 두려고'(8.7%), '임신 중 약을 복용해서'(8.4%), '태아가 딸이라서'(5.0%), '태아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2.7%), 기타(3.5%)로 들고 있다(조선일보 1994.3.29 참조).

29) 낙태를 법적으로 부분 허용하기 시작한 것은 구소련(1920.11.8), 일본의 우생보호법(1948), 독일(1953), 영국(1967), 미국 연방대법원의 Roevs, Wade 판결(1973), 한국의 모자보건법(1973), 이탈리아(1978)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현재는 거의 대부분의 나라들이 낙태를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30) 1989년 미국의 인구는 2억 4천 8백만.

31) 1988년 일본의 인구는 1억 2천 2백 7십만.

32) 1987년 11월 28일의 개정에 의하여 신설된 의료법 제 19조 2항은 태아의 성감별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즉 1) 의료인은 태아의 성감별을 목적으로 임신을 진찰 또는 조사하여서는 아니 되며, 같은 목적을 위한 다른 사람의 행위를 도와주어서도 안된다. 2) 의료인은 조사를 통하여 알게 된 태아의 성별을 임부 본인, 그 가족, 기타 다른 사람이 알 수 있도록 해서는 안된다.

33) 통계청이 발표한 1990년 인구 주택 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0-4세 유아 계층의 경우 여자 100명 당 남자 수의 비례가 1985년의 108에서 111.2로 급속히 증가(한국일보, 1992.12.12 참조).

34) 한국일보, 1992.7.2 참조.

35) 매일경제신문, 1993.12.1. 참조.

36) 물론 사회학자들은 아직도 인구 과잉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사실 1990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1㎢당 437명으로 세계 3위이고, 남북한을 합칠 경우 1㎢당 291명으로 세계 6위이다(한국 1992.12.12. 참조).

37) 이 개정안은 현행법보다 벌금형을 40만원에서 2백만원으로 올렸다. 그러나 낙태죄가 태아의 생명을 살해한 죄인데(살인죄에는 벌금형이 없다), 벌금형을 규정한 것 자체가 형벌 체계상 문제가 있는 것이므로 이것을 가지고 낙태죄를 강화하였다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평화신문, '92.8.9).

38) 여기서 낙태죄의 보호법익은 제1차적으로 태아의 생명이고 부차적으로는 임부의 생명, 신체의 안전이다. 자세한 것은 신동운, .'낙태죄에 관한 연구-형법개정과 관련하여', [인공 임신 중절과 낙태죄에 대한 연구], 한국형사정책연구원, 1991, 107면 참조.

39) 배종대, '모자 보건법의 근본 문제와 인간의 존엄성', [모자보건법과 태아의 생명권], 한국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1992, 22면 참조.

40) Don Feder, Nazim and Abortion, All About Issues(March-Aril 1992), 14 "The Jews are undoubtedly a race, but not human."

41) 여기서 준강간은 "정신장애 기타의 사유로 항거 불능의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여자를 간음하거나 사람에 대하여 추행하는"(형법개정안 제169조) 것을 말한다.

42) 배종대, 위의 책, 18-19면 참조.

43) 배종대, 위의 책, 22면 참조.

44) 신동운, 위의 책, 122면 참조.

45) 배종대, 위의 책, 23-25면 참조.

46) 1991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의사가 임산부에게 질문 없이 시술하거나(기혼 46.7%, 미혼 60%), 질문 후 그냥 시술한 것(기혼 46.7%, 미혼 26.7%)이 대부분이고, 출산 권유 후 시술한 것(기혼 6.6%, 미혼 13.3%)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영희, 위의 책 참조.

47)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처벌 규정이 없다. 모자보건법 제28조는 "이 법의 규정에 의한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을 받는 형법 제269조, 제270조의 규정(낙태죄)에도 불구하고 처벌하지 않는다"고 하여 형법 적용 배제를 건언하고 있다. 따라서 모자보건법 제14조에 대한 처벌 규정은 모자보건법에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같은 법 제26조, 제27조의 벌칙과 과태료 규정에는 제14조가 빠져 있다. 자세한 것은 배종대, 위의 책, 24면 참조.

48) 1992.10.14의 낙태죄 판결문을 소개한다. "피고인이 법으로 금지돼 있는 낙태 수술을 하고 의료 과실로 임산부의 신체에 심각한 상처를 입힌 것은 처벌받아 마땅하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 현실적으로 낙태를 처벌하지 않는 관행을 참작해 선고를 유예한다." 자세한 것은 배종대, 위의 책, 25면 참조.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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