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5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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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신학ㅣ사회윤리

[생명] 에이즈(AI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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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6 ㅣ No.335

에이즈(AIDS)

 

 

1. "아프리카의 에이즈 위기"

 

(…) 형제 자매 여러분,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께 일치되어 있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께서 세상을 구원하시는 도구로 선택하신 십자가의 신비에 동참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고통을 통하여 우리에게 은총과 자비를 베풀어 주셨기 때문에, 우리도 또한 "구속 사업이 성취되게 한 그 고통에 참여하도록 부르심을 받고 있습니다"([구원에 이르는 고통](Salvifici Doloris), 19항). 그 십자가를 통하여 인간의 고통은 초월적인 차원과 구원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으며, 이로써 이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목적과 가치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이리하여 인간 각자가 자기 자신의 고통을 겪으면서 또한 그리스도의 구속적 고통에 참여하기도 하는 것입니다"([구원에 이르는 고통], 19항).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은 자기 자신을 돌아볼 뿐 아니라, 자신의 고통을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일치하여 하느님 아버지를 기쁘게 해 드리는 희생으로 봉헌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큰 유익을 신앙의 눈으로 바라보도록 권고받습니다. 우간다에는 우리의 기도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저는 고아들, 일자리를 찾는 젊은이들, 먹고살기 위해 애쓰는 가정들, 술이나 마약에 중독된 이들, 아직 그리스도의 복음을 접하지 못한 사람들, 노인들, 외로운 이들, 특히 우리보다 훨씬 심각한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형제 여러분, 하느님의 자비가 이토록 크시니 나는 여러분에게 권고합니다. 여러분 자신을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아 주실 거룩한 산 제물로 바치십시오. 그것이 여러분이 드릴 진정한 예배입니다"(로마 12,1).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자신의 고통을 그분의 영원한 희생의 구원 능력과 결합시켜 봉헌하는 사람들은 우간다와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새 생명을 얻도록 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바오로 성인은 그리스도인들이 인내와 사랑으로 고통을 견뎌낼 때 교회가 얼마나 풍성해지는지 분명히 알았습니다. "나는 여러분을 위하여 기꺼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위하여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내 몸으로 채우고 있습니다"(골로 1,24). 교회는 아픈 사람들만이 줄 수 있는 영적 선물을 필요로 합니다. 언젠가는 주님과 함께 영광을 받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주님과 일치하여 여러분의 고통을 견디십시오. 왜냐하면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에 비추어 보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기"(로마 8,18) 때문입니다.

 

이제 저는 특별히 에이즈로 고통받고 있는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불과 십 년 동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 무서운 병에 걸렸으며 수천 명의 어린이가 부모를 잃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에이즈 때문에 병석에 눕게 되었고, 어떤 이들은 혈청 반응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으며, 그 밖의 다른 사람들도 에이즈에 걸릴까 늘 두려움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한 고통과 두려움, 심지어는 죽음 가운데에서 여러분에게 희망과 확신을 줄 수 있는 분은 오직 한 분뿐입니다. 그분은 바로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의 영혼이 안식을 얻을 것이다.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마태 11, 28-30) 하고 말씀하신 그리스도이십니다. 

 

결코 용기를 잃지 마십시오. 때때로 멍에는 만만해 보이지 않고 짐도 가벼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너는 이미 내 은총을 충분히 받았다. 내 권능은 약한 자 안에서 완전히 드러난다."(2고린 12,9)라고 바오로 성인에게 확신을 주셨던 것처럼 여러분을 확신시켜 주십니다. 그리스도께서 여러분 편에 서 계십니다. 그분의 현존과 그분의 은총의 힘을 의심하지 마십시오.

 

에이즈의 재앙은 모든 사람에게 문제를 제기합니다. 우간다의 주교님들이 말씀하셨듯이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이 상황에 대하여 우리는 연대를 통하여, 환자들에게는 큰 사랑과 관심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에게는 넓은 마음으로, 또한 그리스도인의 도덕적인 생활 양식의 쇄신을 위한 노력으로 대처하여야 합니다"(사목 서한 '너희의 빛을 비추어라', 28항). 사실, 선의를 가진 모든 사람은 에이즈와 관련된 사회적 윤리적 문제들에 대하여 더욱 깊이 성찰하도록 부름 받습니다. 에이즈의 확산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참된 행복과 사회의 참된 발전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미덕들과 영적 가치들에 냉담해지고 정신적 장애인이 되면서, 일부 사회에서는 가치 체계가 위기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정신적 장애는 특히 국가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더욱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에이즈로 고통받고 있는 여러분은 각 국가의 안녕을 위한 이러한 중대한 노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위험에 직면해 있는 형제 자매들에게, 그리스도와 하나되어 여러분의 고통을 보여 주십시오. 여러분의 고통은 우간다 사회를 윤리적으로 다시 태어나게 할 수 있는 은총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에이즈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과 그들을 돌보는 일에 기꺼이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힘을 주는 무한한 사랑을 주시기를 하느님께 간청합니다. 또한 저는 이 병에 대한 효과적인 과학적 해결책을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영리적인 측면 때문에 노력을 게을리 하거나 지체하지 않도록 촉구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은 인간 고통의 참된 의미와 가치에 빛을 비추었습니다. 주님께서는 모든 사람에게 당신과 함께 해골산의 길을 걷고 함께 부활의 기쁨을 나누자고 초대하십니다. 그러한 여정에서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당신 아드님의 십자가 아래에 서 계셨던 복되신 동정 성모 마리아께서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성모님과 가롤로 르왕가 성인, 그리고 모든 우간다 순교자의 전구를 간청하며 여러분과 여러분이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여러분을 아끼는 모든 사람에게 하느님의 은총과 위안의 표시로 사도로서 축복을 보내 드립니다. 

 

[출처: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아프리카의 에이즈 위기", Origins 22: 36호(1993.2.18.), 613-614면.]

 

 

2. "에이즈의 여러 측면:복음의 응답"

 

(…) 복음은 에이즈의 이러한 여러 측면들에 대하여 무엇을 말해 주는가?

 

첫째,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벌주기보다는 가엾게 여기신다는 것을 알려 주셨다. 하느님을 닮아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모든 인간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존재이다. 모든 인간 생명은 거룩하며 인간의 존엄은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한다. 인간의 성(性)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과 교회가 가르치는 도덕 규범들은 인간 생명에 대한 임의적인 의무가 아니라 심오한 선언이다.

 

둘째, 복음은 죽음과 고통이 어떤 특정한 집단이나 사회 계층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오히려 인간 조건의 신비로움 때문에, 모든 사람은 이런저런 방식으로 고통과 인생 역전을 겪으며 궁극적으로는 죽음의 신비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신앙의 눈으로 보면 이러한 신비는 그 자체로 국한되지 않는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동참함으로써 인간의 고통과 아픔은 구원의 의미와 목적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의 고통은 새 생명으로 가는 길을 열어 주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예수님처럼 사랑과 관심으로 고통에 응답하도록 우리를 부르는 기회이며 과제이다.

 

셋째, 예수님께서는 연민과 회개의 복음을 선포하는 한편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용서의 기쁜 소식도 선포하셨다. 잃어버린 아들의 비유에 나오는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에게 돌아오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자기가 먼저 아들에게 달려나가 관대한 마음으로 용서하고 불쌍히 여겨 맞아들였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제자들에게 이러한 용서의 정신을 가르쳐 주셨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은 에이즈에 걸린 사람들의 사연을 고정 관념이나 편견, 분노나 맞비난, 거부나 따돌림, 불의나 단죄의 기회로 삼아서는 안 된다. 우리는 오히려 그들을 통하여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 걷고, 어쩌면 무섭게 느낄 수도 있는 사람들에 대하여 연민의 마음을 가지게 하며, 죽어 가는 이들과 그들의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세 가지 측면에서 성찰해 볼 것이다. 첫째, 에이즈에 관련된 몇 가지 사실들과 그것이 우리에게 암시하는 바에 대하여 의견을 제시한다. 다음으로, 에이즈의 예방과 관련된 문제들을 다룰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에이즈에 걸린 사람들에게 적절한 도움을 줄 방법을 강구해 볼 것이다. 이 성명 전반에 걸쳐 여러 곳에서 우리는 교회와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말하고 있다. 부록에서는 몇 가지 중요한 관련 질문들을 다룬다. 이 성명의 모든 내용은 에이즈에 관한 최종적인 내용은 아니며, 현재의 논의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 첫째, 에이즈와 같이 새롭고 치명적인 병에 대하여 두려움과 불안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에이즈의 희생자에게도 다른 치명적인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하는 것과 똑같이 연민과 이해로써 대하도록 격려한다. 

 

둘째, 우리는 에이즈가 국가적 문제가 되면서 동성애자들에 대한 폭력 행위와 부정적 태도가 증가하고 있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동성애자들이나 에이즈 환자들은 차별과 불의와 폭력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모두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인간으로서의 그들의 존엄을 온전하게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 

 

셋째, 현재로서는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고 격리할 수 있는 적극적이고 적절한 의료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의학적 자료를 근거로 하여 보건 전문가나 공공 의료직 종사자들의 전문 지식을 담고 있지 않은 격리 법안이나 다른 법들의 시행에 반대한다. 인권과 시민권을 제한하는 데에 최대한의 주의와 제약을 기하는 우리의 가장 뛰어난 시민 유산이 다른 모든 상황에서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규범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우리는 입법자들에게 잠재된 편견이나 흥분으로 이 문제에 대응하지 말고 신중하게 대처하도록 촉구한다. 건강 보험과 관련된 문제는 특히 중요하다. 우리는 특정 집단의 사람들을 보험 혜택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에 반대한다. 우리는 또한 치료 비용 때문에 보험료를 지불하는 사람들과 보험 업계가 각각 직면한 어려움을 인정한다. 우리 보건 체계의 허술한 면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한 이 문제는 모든 사람이 충분한 의료 혜택을 손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넷째, 우리는 순전히 차별적인 목적으로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 인체 면역 결핍 바이러스) 항체 테스트를 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그러나 그러한 차별을 방지하고 필요한 만큼 비밀을 유지할 수 있는 보호책이 있다면, 그러한 테스트는 두려움과 고정 관념이 아니라 사실에 근거한 간호를 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에이즈 바이러스에 대한 테스트를 요청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테스트는 물론 테스트 전후의 충분한 상담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테스트 결과 음성 반응을 보인 사람들에게는 안심을 시키는 한편 이 바이러스 보균자에 따르는 위험 요소들을 알려 준다. 양성 반응을 보인 사람들은 즉시 상담과 치료를 받도록 한다. 어떤 사람들이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높거나, 테스트 결과가 양성이어서 다른 이들(예를 들면 미래의 배우자, 병원 직원 등)에게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경우 등 어떠한 상황에서는 HIV 항체 테스트를 받도록 권장하여야 할 충분한 공중 보건상의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여러 공공 보건 당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대대적인 강제 테스트와 같은 더욱 광범위한 제안의 적절함과 효율성에 대해서는 의심스럽게 생각한다.

 

다섯째, 의료 시설에 근무하는 일부 의료 종사자들이 에이즈 바이러스에 노출되었거나 그러한 '위험'이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의 치료를 거부하는 것을 매우 걱정스럽게 생각한다. 따라서 모든 의료인과 의료 보조인은 인정된 의료 기준과 절차를 따르면서, 에이즈 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들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에게 의료를 제공할 그들의 포괄적인 도덕 의무를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물론 적절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는 있겠지만 장의사들이 에이즈로 죽은 사람들의 시신을 다루기를 거부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한 일이다.

 

여섯째, 에이즈 환자들도 가능한 한 공동체와 일터에서 생산적인 삶을 계속 영위할 수 있도록 격려받아야 한다. 그들은 또한 적절한 주거 생활을 할 권리가 있으므로, 에이즈 환자라는 이유로 집주인들이 이러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일곱째, 우리는 에이즈 환자들을 위한 충분한 기금과 간호를 제공하려는 정부 단체와 보건 종사자, 인도주의 단체들의 공동 노력을 후원한다. 또한 에이즈 환자들이 품위 있고 효율적인 간호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호스피스와 같은 프로그램들의 개발을 장려한다. 우리는 특히 부모의 보살핌 없이 삶과 죽음에 직면하고 있는 어린이들을 포함하여 에이즈에 걸린 아기들과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촉구한다. 

 

여덟째, 거의 유행병처럼 퍼지는 에이즈 비율을 생각할 때, 사립 공립 단체들이 함께 협력하여 이 병을 치료하고 기초 연구와 응용 연구와 일반 교육을 위한 충분한 기금을 마련할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을 펼쳐야 할 것이다. 

 

아홉째, 우리는 정부가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으나 건강 보험이 없는 사람들을 돌볼 수 있도록 충분한 기금을 제공하고, 에이즈 바이러스 관련 질병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하여 확대 수입을 지원하도록 촉구한다. 또한 정부가 필요한 연구와 교육을 위한 기금을 앞장서서 마련하고, 에이즈 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들이 보험과 고용, 보건, 교육, 주거에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일에도 앞장서 주도록 요청한다. 정부는 또한 자발적인 테스트 기금을 제공하고 그러한 테스트의 비밀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열째, 에이즈 환자들이 생존해 있을 동안에는 현재의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그 가족들에게까지 확대하여야 하며, 그들이 사망한 다음에도 유가족들을 위로하여야 한다. 또한 새로운 프로그램과 서비스, 후원 체계들을 개발하여, 부족한 요구들을 충족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본당과 가톨릭 의료 종사자들과 의료 기구들이 다른 이들과 협력하여, 이 병을 앓는 동안 겪을 수 있는 독특한 정신적, 사회적, 영성적 문제들에 대응하여 에이즈 환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간호와 사목을 꾸준히 제공하여야 한다.

 

열하나째, 환자를 돌볼 책임이 있는 병원들과 특별한 사명과 철학을 가진 가톨릭 병원들은 에이즈 환자들을 돌볼 독특한 사명과 역할을 맡고 있다. 병원들은 에이즈 환자들과 그 가족들을 연민의 마음으로 돌볼 의무와 책임이 있다. 병원 직원들과 교회 직원들도 자신이 속한 기구의 경계를 넘어서 모두가 조정자, 옹호자, 교육자, 소집자가 되어 다른 이들과 공동으로 협력하여 새로운 프로그램과 서비스와 기금을 마련함으로써, 현재 불충분하게 채워지고 있는 요구들이 자기 공동체 안에서 다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열둘째, 사회는 효과적인 교육 매체 프로그램들을 통하여 에이즈 환자와 에이즈관련증후군(ARC; AIDS - related complex)을 앓고 있는 사람들, 항체 양성 반응을 보인 사람들, 또한 위험률이 높은 집단으로 여겨지는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과 편견, 차별을 줄일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 이들은 민감한 문제들이다. 이러한 짧은 성명서로 모든 인간 행동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다 적용할 수는 없다. 그 대신 우리는 교회의 전통적인 지혜와 도덕적 가르침에 부합하는 몇 가지 일반적인 원칙들과 구체적인 지침들을 내놓는다. 우리는 미국의 다원성을 인정하고 존중하지만, 미국 전체를 대상으로 이를 공포한다.

 

이러한 의견은 에이즈에 걸렸거나 그러한 위험에 놓인 사람들, 약물 정맥 주사 사용자들과 그 배우자들, 태어나거나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녀들, 육체적으로 위험하고 도덕적으로 그릇된 성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깊은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주된 관심은 사람들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이며, 비록 우리가 그들의 행위에 동의하지는 못하지만 그들을 단죄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성서에서 발견되는 통찰과 가치들, 우리의 종교 전통, 또한 이 둘 모두와 조화를 이루는 인간 철학에 따라, 우리는 개인과 사회를 방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인성과 인간의 성(性)에 대한 온전하고 통합적인 참된 이해, 약물 정맥 주사 남용 원인을 밝혀 그 원인을 없애려는 노력에서만 비롯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현재로서 이 병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교육과 행동 방식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효과적으로 에이즈를 예방하려면, 인간 생명의 질을 저하시키거나 제한하는 인간적 사회적 요소들부터 다루어야 한다. 사람들은 인생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거나 가난에 짓눌려 절망에 빠지게 될 때, 삶의 어려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어리석은 노력으로 약물에 의존하거나 일시적인 육체적 관계를 찾게 된다.

 

교회와 사회는 이러한 현실들을 다루어야 한다. 우리는 우선 사람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어떠하든 하느님께서 주시는 생명의 선물은 소중한 것이며 때로 우울하고 헛되게 보이더라도 삶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깨닫도록 할 책임이 있다. 

 

(…) 둘째, 우리는 사회에서 모든 사람이 인간의 성(性)을 충만하고 완전하게 이해하도록 하여야 한다. 하느님의 모습을 닮아 만들어진 모든 인간은 하느님의 삼위일체의 사랑의 친교를 반영하는 인간들 사이의 친교를 경험할 잠재성과 그러한 소망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인간의 사랑에 반영되는 하느님의 사랑은 인간의 성에 특별한 의미와 목적을 부여한다. 인간의 성은 본질적으로 사랑에 대한 영원한 책임, 그리고 새 생명에 대한 개방성과 관련된다. 하느님의 사랑이 그러하듯 사랑과 충실과 헌신으로 표현될 때 인간의 사랑이 가장 충만하게 실현된다. 우리가 모든 사람에게 사랑과 성의 참된 의미에 맞는 삶을 살도록 촉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느님의 선물로 이해하는 인간의 성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영원히 서로에게 충실한 관계를 맺는 혼인 안에서만 성적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인간에 대한 이러한 이해의 관점에서, 사회가 우리 가톨릭의 도덕적 가르침이 바탕을 두고 있는 참된 인간의 성에 맞는 삶을 살지 않는다면, 에이즈 확산의 주요 원인을 다룰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다른 어떤 해결책도 궁극적으로는 효과가 없는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며, 우리 사회에 이미 팽배해 있는 인간 성(性)의 경시 풍조만 부추길 것이다. 

 

흔히 '안전한 성(性)'이라 불리는 일반적인 에이즈 방지책에 반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방법은 문란한 성관계도 '안전한' 것으로 왜곡하면서 인간의 성을 손상시키며, 실제로 큰 오해를 불러온다. 미국 국립과학원이 에이즈 연구 보고서에서 지적하였듯이, "많은 사람들이 '더욱 안전한' 성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주장한다.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아직 이렇게 많은 상황에서, 어떤 특정한 행위를 절대 안전한 것으로 보장하는 것은 무책임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떠한 방법을 지지할 것인가?

 

미국 전역의 우리 교구 사목자들은, 도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에서 우리의 신중한 판단에 따라, 에이즈 확산을 막고 에이즈 환자들을 돕기 위한 교육을 하는 데에 자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또한 우리는 에이즈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 주는 입법과 교육 프로그램들을 후원할 것이다. 이것은 합법적이며 또한 정당하다. 에이즈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들과 생물학적 관련 자료들은 개인의 선택의 자기 자신이나 타인들에게 미치는 생물학적 병리학적 결과를 이해하는 데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우리는 종교 지도자로서 공공 정책의 도덕적 차원에 대하여 분석할 책임이 있다. 우리가 볼 때, 에이즈에 관한 모든 논의는 인간의 존엄과 운명과 인간 행위의 도덕성을 인정하며 개인의 선택이 전체 사회에 미치는 결과를 고려하는 더욱 넓은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에이즈는 약물 정맥 주사 사용을 통하여 전염되기도 하므로, 약물 치료 프로그램을 위한 대중의 후원 증대, 불법 약물 수입 금지, 특히 가난한 공동체를 비롯한 모든 공동체에서 약물 중독의 원인을 뿌리 뽑기 위한 모든 노력을 촉구하고 지원한다. 

 

에이즈는 또한 성관계를 통하여 전염되기도 하므로, 법규범과 공공 지침들은 사립 공립 단체들이 생물학적 차원 이상의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하여야 한다. 한편, 그러한 법률이나 지침들은 성의 의미와 목적에 대하여 자녀들의 첫 번째 교육자가 되어야 할 부모들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존중하여야 한다. (…)

 

우리는 다원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만큼, 인간의 성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한다. 많은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 교육 프로그램들은, 사람들 중에는 자기가 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에이즈를 전염시킬 수 있는 성행위나 약물 중독 행위를 서슴지 않을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반영할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교육 활동들이 위에서 설명한 더욱 넓은 도덕관에 바탕을 둔다면, 의료 전문가들이 에이즈를 막을 가능성이 있는 방법으로 제안한 예방 장치들과 다른 실천법들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예방법 사용을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실의 일부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일 뿐이다. 그러한 사실의 제시는, 혼외 관계의 금지와 혼인에 대한 충실성, 그리고 약물 정맥 주사 사용을 피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올바르고 의학적으로 확실한, 에이즈 확산 방지를 위한 유일한 방법임을 뜻한다. 이른바 '안전한 성' 실천은 성공하더라도 부분적인 효과밖에 거둘 수 없다. 이러한 방법은 위협받고 있는 참된 가치들과 인간의 근본적인 선익을 고려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에이즈 방지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인간의 의미를 가치 중심적으로 이해하고 이것을 전달하는 데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그러한 관점은 입법이나 교육 정책을 고려할 때 적절한 토대를 제공한다. (…)

 

우리는 또한 에이즈 바이러스에 노출되었을 '위험'에 있는 사람들의 책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자 한다. 앞에서 우리는 인간 성(性)의 의미와 목적에 관하여 이야기하였다. 이러한 의미에 부합하는 삶을 살지 않고 약물을 남용한 사람이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할 중대한 책임이 있다. 따라서 에이즈 바이러스에 노출되었을 '위험'이 있는 사람들은 또 다른 사람들이 이러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할 중대한 도덕적 책임이 있다. 이 말은, 혼인을 생각하고 있거나, 성관계를 갖고 있거나, 수혈이나 장기 기증, 정자 기증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에이즈 바이러스 노출 여부를 테스트 받을 책임이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향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

 

에이즈와 에이즈 관련 증후군(ARC)에 걸린 사람들에 대한 관심

 

(…) 에이즈 환자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과 친지들은 연대와 위로와 후원을 필요로 한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피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 하느님과 교회에 분노나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누군가 고통 중에 있는 그들과 함께하며, 그들이 각자의 종교 전통에 따라 무의미해 보이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인간적 우정을 나누고 지키는 것은, 에이즈 환자들을 '돌볼' 방법을 안락사나 자살을 부추기는 데서 찾음으로써 생명에 대한 존중을 손상하지 않도록 하는 데에 특히 중요하다. (…)

 

요약하면, 우리는 교회가 다른 기관이나 활동들과 협력함으로써, 에이즈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 친지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식과 그 도움의 성격에 대하여 적절한 예를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러한 협력을 통하여 우리는 에이즈 환자들의 요구를 가장 효과적으로 만족시킬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관심과 보살핌을 제공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는 교회 시설들이 에이즈 환자들에게 다양한 도움을 주는 장소로 사용될 수 있도록 권장한다. (…)

 

[출처:미국천주교중앙협의회 행정위원회, "에이즈의 여러 측면:복음의 응답"(1987.12.11.), Origins 17: 28호(1987.12.24.), 483-487면.]

 


3. "공립 학교의 콘돔 지급에 관한 성명"

 

(…) 우리는 윤리적으로나 실제적으로도, 청소년들에게 콘돔을 지급하는 것은 에이즈 확산에 대한 올바른 접근법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이것은 어떤 문제에 대하여 일시적이고 임시 변통적으로 접근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또 다시 드러내는 한 예에 불과하다. 성(性) 관련 문제에 대한 우리 청소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올바른 메시지를 전달해 줄 수 있도록 더 깊이 성찰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여야 한다. 올바른 메시지란 인간의 성은 아름답고, 강하며, 거룩하고, 유익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하느님의 선물인 성을 책임 있고 윤리적으로 합당하게 사용하여야 한다.

 

(…) 이러한 계획들은 청소년들에게 "너희를 믿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해 준다. 그러한 계획은 우리가 청소년들을 포기했으며 그들이 나쁜 짓을 저지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것은 우리 청소년들이 유다`-그리스도교의 윤리에 일치하는 도덕적인 행동을 할 수 없다고 가정함으로써 그들의 존엄을 완전히 무시해 버린다는 뜻이다. 우리는 청소년들이 우리의 기대와 목표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해 온 것이 아닌가?

 

우리는 불확실성과 성적 미성숙 그리고 어느 때보다 왕성한 호기심을 가지는 시기에 있는 청소년들을 분명한 길로 이끌고 확실한 방향을 제시해 주어야 하며, 희망과 믿음과 자기 가치와 자기 존엄의 메시지를 전해 주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 청소년들의 존엄을 믿는다. 적절한 지도와 부모의 관심, 그리고 자존심을 존중하는 개념 위에서 세워진 계획들이 있다면 청소년들은 성적 자제를 장려하는 가치들과 건강한 성적 태도에 맞는 삶을 살도록 하는 메시지에 따를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은 방법이 있다.

 

(…) 우리는 자녀들에게 성행위에 대한 경건한 마음과 경외심을 가르쳐야 한다. 성행위는 남편과 아내의 온전한 헌신으로서, 성관계를 통하여 표현되는, 이기심이라고는 전혀 없는 무조건적인 사랑이며, 혼인으로 맺어진 사랑하는 사람들의 충절과 수용과 헌신과 친밀함의 표시이다. 우리는 큰 은총일수록 더욱 신중하고 책임 있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자녀들에게 일러주어야 한다.

 

십대들에게 콘돔 사용을 권장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두 사람 사이의 육체적인 성행위에서 일어나는 정서적인 유대감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혼전 성관계를 갖는 십대들은 이러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르나, 충동적이고 구속력 없는 관계가 끝나면 깊은 상처를 받게 되기 쉽다.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아낌없이 주었다가 새로운 '데이트 상대'에 밀려난 이들은 흔히 허탈한 마음과 상실감과 죄의식을 갖게 된다. (…)

 

실제적인 차원

 

여러 가지 이유로, 콘돔이 임신이나 에이즈와 같은 치명적인 질병에 대한 믿을 만한 방어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콘돔이 임신을 막는 데 실패할 확률은 10% 내지 52% 사이로 추정되어 왔으며, 이는 일 년 이상 콘돔을 피임법으로 사용하였다가 뜻하지 않게 임신하게 된 여성들의 비율로 계산한 실패율이다. 1981년 미국보건통계청은 이 비율을 10.1%로 보았다. 오늘날, 가족 계획 옹호자들은 콘돔 사용 첫 해의 임신율이 14.6%라고 본다. 또한 최근 영국 맨체스터에서 이루어진 한 연구에 따르면 콘돔 사용자의 52%가 사용 첫 3개월 동안 콘돔이 찢어지거나 벗겨지는 경험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 '안전한 성'이라는 미명 아래 학교에서 청소년들에게 콘돔을 주는 것은 이들에게 러시안 룰렛을 하라고 부추기는 것과 다름없다. 치명적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콘돔은 바르게 사용되지 않고 있음은 물론, 흔히 파손되고 찢어지거나 벗겨지며 운송이나 취급 중에 손상되기 쉽고 열기나 냉기에 노출되어 파손, 건조, 이완 또는 수축될 수 있다. 또는 불량 콘돔이 제작되어 유통되었다가 금방 다시 회수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어떤 이들에게는 그러한 회수 조치가 너무 때늦은 일일 수도 있다.

 

콘돔에 대한 대안

 

교회의 입장에서 우리는 자녀들과 성 문제를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해야 하며 그들의 모든 질문에 대답해 주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몇몇 교구에서는 가톨릭 학교와 종교 교육 프로그램에서 성교육 과정을 마련하였다. 이러한 종합적인 프로그램들은 건전한 과학적 심리학적 정보, 교회의 가르침, 오늘날 청소년들이 맞고 있는 도전에 대한 분명한 이해를 제공한다. 또한 각 개인의 가치와 성이라는 선물, 부모의 관심,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꼭 교회와 관련되지 않더라도, 혼전 성관계를 하지 않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이고 건강한 결과들과 순결의 가치를 가르치는 다른 프로그램들도 있다. 일리노이주에서 시작된 '존중 프로젝트'(Project Respect)는 '성 존중'(Sex Respect) 과정을 통하여 고교 2, 3학년생들의 임신율이 45% 떨어졌다는 결과를 최근 발표하였다. 성적 자제와 생명 존중, 윤리적 가치, 부모와의 대화를 장려하는 프로그램인 '가정을 위한 임신 이해' 프로그램은 15-19세 참여자들의 임신율이 미국의 일반 통계 수치와 비교해 볼 때 95% 낮은 결과를 내놓았다.

 

부모의 권한과 가정의 화합

 

오늘날의 사회에서 자라는 청소년들을 위한 기준은 가정이 세워야 하며 학교가 보강해 주어야 한다. 부모들은 언제나 자녀들을 위한 가장 중요한 교육자였으며 지금도 그러하다. 하느님의 모습으로 자녀들에게 생명을 전해 준 부모들은 자녀들의 성장과 발달을 이끌고,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가치들을 자녀들에게 심어 줄 권리와 책임이 있다. (…)

 

[출처:뉴욕 주교들, "공립 학교의 콘돔 지급에 관한 성명", Origins 22: 32호(1993.1.21.), 553-556면.]

 

 

정리

 

의학적 관점에서 볼 때, 에이즈(AIDS)란 '후천성 면역 결핍증'(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으로, 체내의 세포 면역 기능이 뚜렷하게 떨어져서 보통 사람에게서는 볼 수 없는 희귀한 각종 감염증이 발생하여 이러한 증상이 전신에 퍼지는 질환을 말한다. 

 

에이즈는 주로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과의 성관계를 통해서 또는 수혈이나 헌혈, 약물 정맥 주사 사용 등을 통해서 쉽게 전염된다. 그런데 에이즈는 쉽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문제다. 더군다나 그 잠복기간이 몇 년씩이나 되어서 초기에 발견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볼 때 에이즈에 감염된 후 나타나는 초기 증상은,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세포성 면역 기능에 이상이 발생하여 감기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급성 감염기, 무증세 감염기, 발열, 오한, 설사, 심한 피로감 등 전신적 증세를 보이는 시기를 거쳐 피부 증세, 신경 증세, 악성 종양 등 다양하다.

 

에이즈에 감염된 비율을 보면, 물론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지만 주로 아프리카 국가를 비롯한 보건 시설이 미비한 후진국들에게서 더 많이 발견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에이즈 감염자의 수를 정확히 추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감염자들은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감염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고, 또한 잠복 기간이 길어서 초기에는 그 증상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혹여 자신이 나중에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그 사실이 가족에게나 외부에게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의 에이즈 감염자 수는 2001년까지 1,600여 명(이중 97%가 성접촉으로 감염된 것이 확인됨)으로 집계되었으나, 최근 몇 년간의 급속한 추세를 감안할 때 아마 3-5배 정도 이상이 더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에이즈의 예방과 퇴치를 위해서 이미 각국 나라들은 여러 가지 정부 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에이즈의 확산을 막기 위해 국제 연대 기구를 만들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7년 11월 28일에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을 제정 공포함으로써 에이즈 관리에 대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우리나라의 에이즈 예방 관리 대책은 크게 '예방 홍보 사업'과 '감염자 발견 사업' 그리고 '감염자 관리'로 나누어서 시행하고 있다.

 

에이즈의 예방 백신이나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고 있고 더군다나 전파 경로 또한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현 시점에서 에이즈의 예방과 퇴치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 홍보'이다. 사실 세계 각국에서도 에이즈 예방 관리를 위해서 보균자 찾기 사업보다 대국민 홍보, 계몽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에이즈 예방을 위해서 에이즈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 주고 개인의 책임 의식을 제고시키며 나아가 건전한 가정 생활을 영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그 궁극적 목표라 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민간 단체나 관련 단체의 참여를 극대화하고 홍보 방법의 다양화, 홍보 시기의 연중화, 취약 계층에 대한 집중화, 관리 요원과 상담 요원의 전문화에 더욱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에이즈의 예방과 퇴치를 위해서는 에이즈 '감염자 발견 사업' 또한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에이즈 감염자로 판명된 후 증상이 나타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이 시기에도 타인에게 전파가 가능하기 때문에 감염자를 조기에 발견하는 일은 전파 방지를 위해서도 더욱더 효과적일 뿐 아니라 감염자에 대한 건강 지도나 상담 등 감염자 보호 관리 차원에서도 그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감염자 발견 사업'과 함께 '감염자 관리 사업' 또한 에이즈의 예방과 퇴치를 위해서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감염자에 대한 인권 존중과 그에 따른 감염자의 자발적인 협조 없이는 에이즈 감염자에 대한 효율적인 지도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에 따르면 "감염자의 진단, 검안이나 간호에 참여한 자와 감염자에 관한 기록을 유지 관리하는 자는 재직 중에는 물론 퇴직 후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감염자에 관하여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 주교회의에서 발표한 문건의 내용대로, 에이즈를 개인과 사회로부터 떨쳐 버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보다도 인간의 성(性)에 대한 온전하고 통합적인 참된 이해(혼외 관계의 금지와 혼인에 대한 충실성)와 약물 정맥 주사 남용을 피하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한 입법이나 교육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 생명의 질을 저하시키고 제한하는 인간적, 사회적 문제점들을 다루어야 할 것이다. 교회와 국가는 이러한 근본적인 현실적 문제들을 다루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어떠하든 하느님께서 주시는 생명의 선물은 소중한 것이며, 때로는 우울하고 헛되게 보이더라도 삶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깨닫도록 할 책임이 있다.

 

나아가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이유로든 에이즈에 걸린 사람들에 대해 좋지 못한 고정 관념이나 편견, 분노나 비난, 거부나 따돌림보다는 오히려 연민의 마음을 가지고 그들을 따뜻하게 보살피는 한편 그들의 가족들에게도 힘과 용기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일, 감염자들을 위한 수용 시설 확충, 정부 지원에 의한 치료비 부담, 적극적인 예방 홍보 활동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사목, 2003년 6월호, 이창영(주교회의 사무국장, 신부)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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