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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생명의 문화로 나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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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6 ㅣ No.333

생명의 문화로 나아가는 길

 

 

미국에서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사건의 판결이 내려진 지 30년이 지난 현재 사람들은 낙태를 일상적 현상의 하나로 간주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낙태가 없는 세상을 한 번도 본적이 없다. 그래서 가톨릭 교회와 생명 수호 운동 단체가 벌인 운동이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여 사람들이 쉽게 실망과 회의에 빠지는 수도 있을 것이다.

 

가톨릭 교회는 지금까지 수십 년에 걸쳐 대중을 상대로 생명의 소중함과 낙태의 실상에 관한 교육을 실시해 왔다. 그리고 임산부와 신생아들을 보살펴 왔으며 낙태로 인해 혼란에 빠진 사람들도 도와주었다. 뿐만 아니라 생명 수호를 위한 공공 정책이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무엇보다도 간절한 기도를 통해 하느님께 간구해 왔다.

 

지금까지의 이러한 노력에 성과가 있었을까? 분명히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가톨릭 교회가 지금까지 이룩한 성과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가톨릭 교회가 세운 목표가 무엇이었는지를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전체적인 흐름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가톨릭 교회가 추구하는 뚜렷한 목표 중의 하나가 바로 낙태법의 개정이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단순히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죄목 하나를 추가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 법 개정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무고한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일반 사람들은 법으로 제정된 것이 곧 도덕적이고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톨릭 교회는 이 땅에서 낙태가 사라지기를 바라며 기도드리고 있다. 다시 말해 의사들은 더 이상 낙태 시술을 하지 않고, 여성들은 낙태를 원하지 않고, 남편, 부모, 친구들은 낙태를 부추기지 않기를 바라며 기도드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의 행동의 변화가 교회의 최우선의 목표라는 뜻은 아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의식의 변화이다. 이 의식의 변화를 통하여 임신과 연관된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낙태는 바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생명의 문화의 꽃을 피우는 것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의 마음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가톨릭 교회의 목표이다. 이 목표는 낙태에 관계된 사람들을 죄악에서 구하고 또한 여성, 아동, 가족을 사심 없이 돕는 일과 연관되어 있다. 가톨릭 교회는 근본적으로, 그리고 나아가 개인적 부담을 감내하고서라도 용기를 내서, 모든 인간 생명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들이 모인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생명 수호 운동이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인간 생명 경시 풍조가 널리 펴져 있는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목표를 과연 달성할 수 있을까? 가톨릭 교회가 과연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긍정적이다. 이에 관한 내용을 다음과 같이 살펴보기로 한다.

 

 

생명 수호 관련법 통과의 증대 현상

 

최근 몇 년간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낙태를 조장하는 법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생명 수호 관련법이 통과되었다. 가톨릭 교회가 매우 유감스럽게 여기는 스텐버그 대 카하트(Stenberg vs Carhart) 사건의 판결이 내려진 지 1년이 겨우 된 현 시점에서 이러한 결과는 놀라운 일이다. 이 때 미국 연방 대법원은 5대 4의 표결을 통해 부분 분만된 태아를 죽이는 의료적 행위를 법적으로 허용하였다. 그러나 대법관 안토닌 스칼리아(Antonin Scalia)가 자신의 소수 의견에서 밝힌 것처럼 여전히 희망을 가질 근거는 남아 있다. 미연방 헌법과 미국 독립 선언서가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를 포함한 모든 미국인들의 생명권을 명백히 보장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또한 생명 수호에 반하는 판결에 대해서는 끈질기게 반론을 제기하고, 부분 분만아 낙태를 반대하는 법안을 새로이 통과시킨 30개 주에서 비등하는 생명 수호 찬성 여론을 든든한 배경으로 여기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미국에서 새로운 부시 정부가 들어선 후에 희망의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다 알고 있는 대로 대통령의 권력에는 임기라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워싱턴 시에 자리 잡고 있는 미연방 정부는 긍정적으로나 부정적으로나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후 우선적으로 행한 일련의 조치 중의 하나가 바로 "멕시코 시티 정책"(Mexico City policy)을 다시 시행한 일이다. 이 정책에 따르면 외국에서 가족 계획의 수단으로 낙태 시술을 하고 조장하는 단체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금지하도록 되어 있다. 이것은 부시 대통령이 앞으로 생명 수호 관련 법안에 기꺼이 서명을 할 것이라는 희망을 주는 일이다.

 

부시 정부는 이미 1명의 연방 법원 판사를 지명했고 1명 또는 2명의 대법원 판사를 추가로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지명자들 가운데 사회적 문제를 핑계로 헌법을 수정하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들은 지난날에 발생했던 헌법 조문을 잘못 해석하는 오류를 바로잡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생명 수호 운동은 역시 주 차원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지난 10년 간 주의회는 점차로 생명 수호 운동을 옹호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전국 낙태권과 출산권 행동 연맹'(National Abortion and Reproductive Rights Action League, NARAL)에 의하면 2000년 한 해에만 435건 이상의 "낙태의 통제 및 제한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이 주의회에서 다루어졌다. 이 '전국 낙태권과 출산권 행동 연맹'(NARAL)이 발간한 2001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를 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많은 주에서는 좀 더 엄격한 제재를 가하고 있기까지 하다. 2000년에는 43건의 생명 보호 관련 법안이 통과되었다. 이것은 같은 해에 낙태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시행된 27개의 법안보다 수적으로 훨씬 많은 것이다. 지난 6년 동안 전국적으로 262개의 생명 수호 관련 법안이 통과되었다.

 

2001년에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South Carolina) 주에 있는 낙태 시술을 하는 몇몇 병원들이 주법을 상대로 제기한 위헌 법률 소송에서 대법원은 이들 병원 측의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 주법은 가톨릭 교회가 보기에는 바람직한 것이다. 소송 당시 병원 측의 주장에 따르면 "건강과 안전에 관한 규정"이 여성의 낙태를 할 수 있는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침해했다는 것이었다. 이 규정은 임신 3개월 이내에 있는 임신부를 대상으로 한달에 5회 이상, 또는 임신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된 임신부를 대상으로 한달에 1회 이상 낙태 시술을 행한 병원에 적용되는 것이었다. 이 규정은 병원이 특히 낙태 후유증에 대비한 시설을 갖추고, 정식 간호사를 고용하며, 청정한 공기와 일정한 온도를 유지시킬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사실상 여성의 건강 보호를 위한 합법적인 조치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시설을 갖추려면 너무나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그래서 몇몇 병원에서는 수익 감소를 예상하여 낙태 시술 "사업"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낙태 시술을 행하는 병원들을 옹호하는 단체인 '출산에 관한 법과 정책 센터'(Center for Reproductive Law and Policy)의 대변인은 대법원의 판결이 있은 후 "대법원은 주정부가 낙태를 말살할 수 있는 길을 활짝 열어 주었다."라고 말하였다.

 

이것은 물론 과장된 표현이다. 그런데 가톨릭 교회의 입장에서 볼 때에 이러한 규정의 제정은 바람직한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주들도 이와 유사한 규정을 조속히 제정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낙태 시술 의사 수의 감소 현상

 

'미국가족계획연합'(The Planned Parenthood Federation of America)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낙태 시술 단체로 전국에 127개의 지부가 있고, 이와 연관된 875개의 병원에서 낙태 시술을 하고 있다. 한번의 낙태 시술에 드는 평균 비용은 300 달러 정도이다. '미국가족계획연합'이라는 커다란 단체가 낙태 시술을 통해 얻는 수익은 이들이 소위 말하는 "공익을 위한 사명"을 추진하는 데 커다란 촉매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금전적 유혹에도 대부분의 의사들은 낙태 시술을 꺼리고 있다. 몇 년 전에 '미국가족계획연합'은 펜실베니아(Pennsylvania) 주에 있는 한 병원에서 낙태 시술을 하며 근무할 의사를 수개월에 걸쳐 찾았으나 실패했다. 그래서 결국 1년 후에야 네브라스카(Nebraska) 주에서 일하는 의사가 일주일에 한번씩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그 병원에서 낙태 시술을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Philadelphia Enquirer)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난 적이 있다.

 

"낙태 시술을 할 줄 아는 노련한 의사들은 실제로 이것을 시행하는 것을 꺼린다. 법률 때문이 아니라 의학계 자체적으로 낙태 시술 건수를 줄여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펜실베니아 주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뉴욕 타임즈」(New York Times)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군 단위 지역 중 86%나 낙태 시술소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낙태 시술소는 대도시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 지역의 동종 업체 간의 경쟁이 워낙 심해서 서로 우위를 점하려고 애쓰고 있다"(「뉴욕 타임즈」, 2000년 12월 30일자)는 것이다. 여기에 더 해서 낙태 시술과 연관이 있는 병원의 수도 1973년에는 전체 병원 중의 50%였는데 1992년에는 7%로 급감하였다.

 

의사들도 낙태 시술을 기피하고 나아가 낙태 시술 방법을 배우는 것 자체를 원치 않는 경향도 늘어가고 있다. 1976년 이후 낙태 시술소의 수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1976년 이후 미국 의사들 중의 53%는 임신 3개월 이내의 태아에 대한 낙태 시술 방법을 배울 것을 거부해 오고 있다. 그리고 70%는 낙태 시술을 위한 추가 교육을 받는 것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가족 계획 전망」(Family Planning Perspective), 1995년 6월호).

 

낙태 시술 "사업"을 그만 두는 사람들이 모두 도덕적 이유 때문에 그러는 것은 아니다. 이 사업 자체의 수익성이 과거에 비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콜로라도(Colorado) 주에 사는 개업의 워렌 헌 박사(Dr. Warren Hern)는 2000년 12월 30일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낙태 시술비가 실제로 들어간 의료 비용이 아니라 가격 경쟁에 의해 정해지고 있다. 낙태 시술을 원하는 환자를 구하기 위한 경쟁이 정말로 말이 아니다."

 

그러나 사실 낙태 시술을 행하는 의사들은 동료 의사들이 자신들을 멸시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스스로 의사 집단 내에서 품위없는 부류에 속하는 것처럼 느낄 것이다.

 

 

훨씬 줄어든 낙태 시술 건수

 

가톨릭 교회가 그 동안 벌인 생명 수호 운동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사실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줄어든 낙태 시술 건수에 잘 나타나고 있다. 오랫동안 미국 내에서의 연간 낙태 시술 건수는 150만 건을 상회했었고 1990년에는 160만 건으로 최고조에 달했었다. 현재 나와 있는 가장 최근의 통계 자료는 1997년도의 것인데 132만 8천 건이다. 이는 1990년에 비해 약 17.4%가 줄어든 수치이다. 워낙 낙태 건수가 많다보니 이런 정도의 통계 수치상의 변화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가 있다. 분명히 연간 낙태 건수는 여전히 많다. 그리고 단 한 건의 낙태 시술이라 하더라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나 1990년에 비해 목숨을 잃는 태아가 연간 약 30만 명이나 줄어들었다는 것은 분명히 축하해야 할 일이다.

 

 

태아도 인간이며 낙태는 잔인한 일이라는 명백한 사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낙태 찬성론자들은 태아는 참다운 의미의 인간이 아니라고 주장했었다. 그리고 설사 태아가 사람이라 해도 아직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사실 인간의 생명은 수정과 동시에 존재하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과학자들이 이미 오래전에 밝혀냈음에도 낙태 찬성론자들은 이런 주장을 펼쳐 왔던 것이다. 낙태 찬성론자들이 소위 임신 중절이라고 부르는 낙태 시술을 통해서 결국 인간의 생명이 끊어지게 된다는 사실에 이제는 많은 낙태 찬성론자들도 동의하고 있다. 여성주의자이며 낙태 찬성론자인 나오미 울프(Naomi Wolf) 조차도 이를 인정한 것은 유명한 일이다. 나오미 울프는 낙태가 필요악이라고 말하면서 낙태 찬성론자들이 태아도 완전한 인간인 사실을 솔직히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새 공화국」(The New Republic), 1995년 10월호). 물론 한심한 소리를 하는 낙태 찬성론자들도 여전히 있다. 비근한 예로 얼마 전 한 고등학생이 자신이 낳은 신생아를 유기한 사건에 관해 누군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약 낙태 시술소가 근처에 있었다면 과연 아기가 죽음에 이르렀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태아가 인간 생명이라는 사실을 솔직히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아직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또 있다. 곧 낙태 찬성론자들은 약물을 사용하는 낙태가 결국은 막 자라나는 인간 생명을 말살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들은 모닝필(morning after pill)과 같은 약품이 낙태의 효과를 가진 것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RU-486과 같은 약품을 이용한 낙태가 단지 피임일 뿐이라는 주장까지 있는 것이다.

 

 

생명 수호 운동 지지자들의 증가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서로 생각이 통하게 됨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생명 수호 운동을 지지하고 있다. 1995년 9월 갤럽(Gallup)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 국민 중 33%가 낙태를 반대하였고 56%는 낙태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왔다. 그런데 2000년에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설문에 응한 사람들 중 45%는 낙태를 반대하였고 47%만이 낙태에 찬성하였다. 다시 말해서 지난 5년 간 미국 국민의 12%가 낙태를 반대하기로 마음을 바꾼 반면에, 낙태를 찬성하는 측의 숫자는 9%가 줄어든 것이다. 이것은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는 변화이다. 그리고 미국의 언론계와 학계와 같이 매우 영향력이 있는 집단들이 여전히 낙태 찬성 운동 단체 측을 옹호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 보면 이러한 변화는 더욱 가치가 있는 것이다. 낙태를 사회사(社會史)적으로 다룬 연대기(代記的)적인 책인 「낙태 의식」(Abortion Rites)의 저자인 마빈 올래스키(Marvin Olasky)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가 있다.

 

"낙태 합법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낙태의 후유증에 대한 언급은 없이 여성들이 삶의 방향을 쉽게 바꾸는 방안만을 제시해 준다. 반면에 생명 수호 운동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어느 정도의 고통은 감내해야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지적해 주고 있다. 낙태가 역사적으로 지속되어 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생명 수호 운동이 잘 지속되어 왔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다."

 

이 글이 쓰인 때는 위에서 말한 통계적 변화가 있기 전이었다.

 

여론에 관해 한 가지만 더 말할 필요가 있다. 현재 미국인들의 낙태에 대한 찬반 의견은 거의 50대 50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러나 구체적 문제로 들어가면 의견이 달라진다. 곧 임신 말기의 낙태, 부모의 동의, 유예 기간을 준 다음의 고지된 동의(inforned consent), 그리고 심지어 대법원에서 위헌으로 판결이 난 강제적인 배우자 동의 관련법에 대한 문제 등에 있어서 미국 국민의 3분의 2는 생명 수호 운동 단체의 견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층의 낙태 반대 경향 증대

 

캘리포니아대학 엘에이 분교(UCLA)의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현재 미국 대학 신입생 중 절반 정도가 낙태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과거에 비하면 놀라운 변화이다. 예를 들어 1990년의 경우 대학 신입생 중 65%가 낙태에 찬성하였었다. 갤럽(Gallup)이 2000년에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18세에서 29세의 연령층에 속하는 사람들 중 40% 정도는 현재보다 더 엄격한 낙태 금지 조치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다른 어떤 연령층에 비해서도 가장 높은 수치이다.

 

'살롱닷컴'(Salon.com)이라는 웹사이트에는 "낙태 찬성 운동 측의 지지자가 사라졌는가?"라는 제목의 글이 실린 적이 있다. 이 글에는 통계적 수치의 변화를 언급하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이 작은 변화가 하나의 추세가 된다면 전통적으로 역동적인 젊은 층을 지지 기반으로 하던 운동 단체들에게는 나쁜 소식이 될 것이다."

 

또한 이 글에서는 생명 수호 운동 단체와 낙태 찬성 운동 단체의 구성원 비율의 변화가 일종의 "세대 교체"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곧 낙태 찬성 운동 단체인 '미국가족계획연합' 회원의 평균 연령이 과거에는 40대였으나 이제는 50대가 되었다. 이에 비해 생명 수호 운동 단체인 '전국 생명권 위원회'(National Right to Life Committee)의 경우는 정반대의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곧 이 단체 회원의 평균 연령이 1980년대에는 50세였는데 최근에는 45세로 하향된 것이다.

 

 

낙태 찬성 운동 단체의 반격

 

여론이 낙태 반대론 측으로 기울고 있는 추세가 워낙 강한 것이어서 낙태 찬성론자들도 이 현상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미국가족계획협회' 전임 회장이었던 페이 웨틀톤(Faye Wattleton)은 최근 인터뷰에서 "여성의 낙태 결정권을 제한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웨틀톤과 그 밖의 낙태 찬성 운동 단체의 지도급 인사들이 이런 현상을 수수방관하고 있지만은 않다. 이들은 자신의 지지자들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는 이미 마음을 바꾼 사람들이 다시 낙태에 찬성하도록 하기 위해 돈을 써가면서 애쓰고 있는 것이다.

 

2001년 3월에 미국 보스톤(Boston) 시의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낙태 확대 기획'(Abortion Access Project)이라는 단체가 주도한 연속 광고에 접하게 되었다. 이 광고 기획에 참여한 한 자문 회사 직원은 이 광고 기획의 목적이 낙태 찬성자들을 동원하려는 의도에서 제작된 것이라고 말한 바가 있다.

 

1999년에는 '낙태 찬성 공교육 기획'(Pro-choice Public Education Project, PEP)이라는 연합 단체에서 소위 말해서 낙태를 찬성하는 미국적 '가치'를 광고하기 위해 뉴욕에 있는 유능한 기획사와 계약을 한 바가 있다. 「더 네이션」(The Nation)이라는 잡지의 2000년 3월호에는 "이러한 광고 기획의 동기는 낙태 찬성 운동 단체 진영에서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홍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었다."라는 기사가 나왔다. 작년에는 '전국 낙태권과 출산권 행동 연맹'(NARAL) 단독으로도 약 750만 달러를 홍보비로 지출하였다. 「더 네이션」에 따르면 생명 수호 운동 측은 적은 광고비를 들이고도 홍보 효과를 높이고 있는 반면에 '낙태 찬성 공교육 기획'(PEP)은 문제를 반대의 방법으로 풀려고 애쓰고 있다. 곧 광고를 통해서 낙태 찬성의 바람을 일으키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저 텔레비전이나 시청하고 있던 사람들을 끌어 모으려고 하는 것이다.

 

 

여성을 위한 '라헬 기획'(Rachel Project)

 

전국에는 3,000여 개의 응급 조산원(crisis pregnancy center)이 있어서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옷가지, 아기 용품, 의료 설비 등을 마련하고, 필요한 경우 입원까지 가능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사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산모와 신생아들을 위해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이득을 보는 일은 전혀 없다. 이것이야 말로 헌신적인 사랑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사랑의 실천의 예가 가장 잘 나타난 것이 바로 '라헬 기획'(Rachel Project)을 통해 시행하고 있는 의료 사목이다. 미국에 있는 교구 중 140여개의 교구에서는 낙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영성적이고 심리적인 조치를 일대일 식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 '라헬 기획' 뿐 아니라 일종의 주말 피정 프로그램인 '라헬 포도밭'(Rachel's Vineyard)을 통해서 사람들은 낙태로 인한 슬픔과 좌절을 극복하고 깊은 영적 상처를 치유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용서하시며 잃어버린 아이와도 언젠가는 만나게 될 것이라는 확고한 희망 속에서 다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미국 주교회의 생명수호위원회에서는 2000년 '라헬 기획 홍보 운동'(Project Rachel Outreach Campaign)을 시작하였다. 이 운동을 통해 낙태로 고통을 받은 경험이 있는 여성들의 경험과 증언을 바탕으로 한 세련된 자료집 제작, 사제와 상담 요원을 위한 특별 교육, 그리고 상담 전화 개설 등의 사업도 수행하였다. 입간판, 이동 간판, 그리고 라디오의 짧은 광고 등을 활용한 결과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워싱턴 대교구 한 곳만 보더라도 '라헬 기획'이 마련한 상담 제도를 이용한 사람의 숫자가 단 석 달 만에 그 이전에 비해 20배나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낙태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이 운동의 성과가 엄청난 것을 보고 현재 미국의 다른 주와 교구에서도 비슷한 홍보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결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생명 수호 운동을 "미국인들의 사회적 삶에서 가장 긍정적인 측면 중의 하나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사실 미국의 가톨릭 교회는 궁극적으로 생명 수호 운동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여전히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러한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한 가족처럼 맞아들일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런 생명의 문화가 실현되는 날은 언제쯤일까? 그날이 빨리 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톨릭 교회가 바른 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여기서 우리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노력하는 자만이 진정으로 참다운 자아를 발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원문:미국 주교회의 웹사이트인 "www.usccb.org/prolife/programs/rlp/01cle.htm"에 나온 Cathleen A. Cleaver의 "Moving Toward a Culture of Life", 이종범 옮김.

 

[사목, 2003년 5월호, 캐슬린 클리버(미국 주교회의 생명수호위원회 홍보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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