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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신학ㅣ사회윤리

[생명] 인간 배아 연구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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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6 ㅣ No.332

인간 배아 연구에 관하여

 

 

1. "인간 생명의 기원과 출산의 존엄성에 관한 훈령”

 

I. 인간 배아에 대한 존중

 

1. 본성과 주체성을 고려한 인간 배아에 대한 존엄성은 무엇인가?

 

인간은 그 존재의 첫 순간부터 인격체로서 존중되어야 한다.

 

인공 수정 기술의 실시는 인간 배아와 태아에 대한 각종 개입을 가능하게 했다. 이를 위한 목적은 물론 진단이나 치료 그리고 과학과 상업적 목적 등 매우 다양하며, 이 모든 것으로부터 심각한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과연 과학적 연구 목적으로 인간 배아에 대한 실험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 문제에 대해서 과연 어떤 규범이나 법이 만들어질 수 있겠는가? 이런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위해서는 우선 인간 배아 그 자체의 상황, 곧 그 본성과 주체성에 대한 구체적 고려가 전제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교회로서는 현대인들에게 다시 한번 이에 관한 교회의 전통적이고도 확실한 교리, 곧 "생명은 그 수정되는 순간부터 성심껏 보호해야 하며, 낙태와 유아 살해는 가증할 죄악”이라는 것을 제시한 바 있다. 최근에는 교황 성하께서 발표하신 '가정 권리 헌장'에서 "인간의 생명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하며 수정되는 그 순간부터 절대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라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신앙교리성은 오늘날 인간 생명의 시작과, 인간의 개별성, 그리고 인간의 주체성에 대해서 논란이 일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신앙교리성 '인공 유산 반대 선언'에서 발견되는 가르침을 다시 상기하는 바이다. 곧 "난자가 수정되는 순간부터, 아버지의 것도 어머니의 것도 아닌, 한 새로운 사람의 생명이 시작된다. 그것은 그 자신의 성장을 가지는 한 새로운 사람의 생명인 것이다. 만일 그것이 사람의 생명이 아니라면 결코 그것이 사람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 현대 유전학은 이 자명한 불변의 원리를 확인해 준다. 이 생명체가 자라나서 충분히 독자적인 특징을 지닌 한 사람이 될 프로그램이, 수정되는 첫 순간부터 인간 생명의 모험이 시작되는데, 모든 잠재력이 각기 제자리를 발견하고, 행동할 태세를 취하려면 꽤 긴 시간이 요구된다.” 이런 가르침은 어디까지나 명백하며 수정에 의해서 생성된 접합체(두 개의 생식 세포의 핵이 결합되어 생겨나는 세포)는 이미 새로운 인간 개체로서 그 생물학적 주체성이 인정된다는 최근의 인간 생물과학적 발견들에 의해서 더욱더 확인이 되고 있다.

 

영혼의 존재를 확인할 만한 실험적 자료는 물론 없다. 그러나 인간 배아에 관한 과학적 결론들은 인간 생명의 최초 순간에 이미 하나의 인격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성적 판단으로 지적하고 있다. 인격적 인간이 아닌 인간 개체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겠는가? 교도권은 철학적 형태의 단언으로까지 이를 명백히 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형태의 인공 유산도 그것은 도덕적 비난을 면치 못한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재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가르침은 결코 변화되지도 않았고 또 변화될 수도 없다.

 

따라서 인간 생식의 결실인 생명은 그 존재의 시작, 곧 남녀 생식 세포 접합체의 형성 시기부터 육체와 정신의 합일체인 인간 존재로서 무조건의 존경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 말해서 인간은 수정되는 순간부터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경받고 대접받아야 한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부터 인격자로서 그의 권리 또한 인정받아야 하며 이런 권리 가운데 가장 우선되는 것이 바로 무죄한 생명이 침해받지 않아야 하는 권리인 것이다.

 

이 교리적 가르침이야말로 생명 의학 연구 발전으로 발생한 이 분야의 심각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의 올바른 기준을 제시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배아가 하나의 인격체로서 대접을 받아야 하는 이상 이들 인간 배아는 의학적으로도 다른 모든 인간들이 받는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가능한 한 있는 그대로의 상태대로 모든 형태의 보호를 받아야 할 것이다.

 

4. 인간 배아와 태아에 대한 연구나 실험에 대한 도덕적 평가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모든 연구는, 그것이 아무리 인간 배아를 관찰하는 정도의 간단한 일이라 하더라도 그 방법이나 그로 인한 영향 때문에 배아의 생명이나 형태에 해를 준다면 그것은 부당한 것이 된다. 실험이라든지, 그 실험의 목적이 치료적인지 아닌지에 대한 구분을 함에 있어서는 또 한 가지 그 실험이 살아 있는 배아에 대한 것인지 아니면 죽은 것에 대한 것인지를 구분하는 일도 중요하다. 만일 배아가 살아 있는 경우라면 그것의 생존 능력 여하를 불문하고 다른 인격체와 마찬가지로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 말하자면 직접적으로 치료적이 아닌 배아에 대한 실험은 부당한 일이다.

 

어떤 목적도 그것이 아무리 과학과 다른 사람들, 그리고 사회에 이익이 아주 확실한, 훌륭한 것이라 해도 살아 있는 배아에 대한 실험은 그 생존 가능성이나 자궁 안팎 어디에서건 관계없이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어른들에 대한 임상 실험에서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명시적 동의도 태아의 생명과 온전성을 자유로이 관리할 수 없는 부모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인정될 수는 없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일은 배아나 태아에 대한 실험은 항상 위험을 동반하게 마련이며 실제로 대부분 그들의 육체적 형태에 일정한 피해가 예상되고 때로는 그로 인해서 배아나 태아가 사망하게 되는 일도 있다.

 

교황 성하께서 발표하신 '가정 권리 헌장'에서도 "인간 존엄성의 존중은 태아에 대한 여하한 실험 조작이나 이용을 배제한다.”라는 사실을 확실히 하고 있다. 실험이나 상업적 목적으로 살아 있는 인간 배아를 생체 내(in vivo)에나 체외(in vitro)에 보관하는 일 또한 전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에 위배되는 일인 것이다. 그러나 실험적 형태의 치료라 하더라도 그것이 배아의 생명을 구하는 마지막 시도로서 그에게 이익이 되는 실험인 경우거나, 다른 믿을 만한 치료 방법이 없을 때 아직 충분히 그 효과가 밝혀지지 않은 약이나 치료 조작을 하는 것은 타당할 수 있다.

 

인간 배아나 태아의 형체는 그것이 고의로 유산된 것이어도 다른 인간과 마찬가지로 존중되어야 한다. 특히 이들의 죽음이 확인되지 않고, 또 부모 또는 어머니의 동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는 절대로 훼손이나 부검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죽은 배아나 태아를 다룰 경우 고의적인 유산에 동조했다거나 이들 태아에게 해를 끼쳤다는 증거가 없도록 철저히 보호될 도덕적 요구가 필요하다. 한편 죽은 태아에 대해서도 어른들 시체에 대해서와 같이 일체의 상업적 거래는 부당하며 따라서 이런 일이 없도록 금지되어야 한다.

 

5. 체외 수정(in vitro fertilization)으로 얻은 배아를 연구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도덕적 평가는 어떻게 하나?

 

체외에서 얻은 인간 배아도 어디까지나 인간이며 따라서 그들의 생명권과 존엄성은 그 존재의 시작에서부터 존중되어야 한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생물학적 물질'로 인간 배아를 만들어 내는 일은 부도덕하다. 통상 체외수정을 시켜 배아를 만드는 경우, 이들 배아가 모두 어머니 자궁 속에 착상되는 것이 아니고 더러는 파괴되고 만다. 인공 유산에 대해서 교회가 비난하듯 인간 배아에 대한 이런 행위들에 대해서도 교회는 이를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인공적 정자 주입'(artificial insemination)에 의해서건 '분체 생식'(twin fission)에 의해서건 순전히 연구를 목적으로 실험실적으로 얻은 인간 배아를 의도적으로 파괴하는 중대한 잘못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은 우리의 마땅한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연구자는 하느님의 자리를 빼앗게 되는 것이며, 설사 그 자신이 이것을 의식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는 멋대로 어떤 사람은 살리고 또 어떤 힘없는 사람은 죽여 버리는 등 결국 다른 사람의 운명을 자기 마음대로 처리하는 주인 행세를 하게 되는 것이다.

 

체외에서 얻은 배아를 해치거나 그들에게 중대하고도 부당한 위험을 주는 관찰이나 실험 방법들도 같은 이유에서 도덕적으로 부당한 것이다. 모든 인간은 그 자신 스스로를 위해서 존경받아야 하며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 단순한 도구가 됨으로써 그 가치가 떨어뜨려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체외에서 얻은 인간 배아를 의도적으로 죽도록 내버려 둔다는 것은 결코 도덕률과 일치하지 못하는 것이다. 단지 체외에서 실험실적으로 얻어진 것들이라는 이유로 해서 저들 어머니 자궁 속에 심어지지 못한 이른바 '잔여(spare) 배아'들은 당연히 생존을 위한 안전 수단이 제공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불합리한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출처:신앙교리성, "인간 생명의 기원과 출산의 존엄성에 관한 훈령”(1987.2.22.), Origins 16: 40호(1987.3.19.), 701-702면.]

 

 

2. "생물학적 실험”

 

...... 영혼과 육신 사이의 실질적인 일치와 우주와 이루는 직접적인 일치는 매우 본질적인 것이어서, 가장 정신적인 인간 행위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간 행위에는 어떤 식으로든 육체적 조건이 개입되어 있는 한편, 육체가 최종 목표에 이르려면 정신이 지시하고 이끌어 주어야 합니다. 인간의 정신적 활동은 각 개인의 근원에서 비롯된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인간은 정신과 실질적으로 일치되어 있는 육체의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므로 정신 생활을 위해서도, 육체의 실재와 활동에 관한 지식을 증진시키는 학문들은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저는 여러분처럼 인간에 대한 깊은 존중을 지닌 학자들이 하는 생물학 실험들에 대하여 염려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실험들은 인간의 전체적인 행복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간 배아의 실험적 조작은 명확하고 분명하게 단죄합니다. 인간은 임신(수정)에서 사망에 이를 때까지 어떠한 목적으로도 이용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가르치고 있듯이, 인간은 "하느님께서 원하신 유일한 피조물”(사목 헌장, 24항)입니다.

 

인간의 자유를 침해하는 실험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과학자들의 솔선수범은 존경받을 만합니다. 또한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온전히 존중하여, 인간에 관한 실험에 대한 지침과 한계를 규정하기 위하여 노력해 온 사람들도 칭찬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조직 배양과 같은 인공 모형들과 유전학적으로 선택된 몇몇 동물 종들에 대한 실험을 통하여 생명의 가장 본질적인 구조에 대한 지식을 증진하는 실험에 관하여 논의하셨습니다. 또한 여러분은 일부 실험들은 동물 배아에서 시행함으로써 세포상의 차이가 어떻게 하여 생기는지에 관한 지식을 증대할 수 있다고 제시하셨습니다.

 

[출처: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생물학적 실험”(1982.10.23.), The Pope Speaks 28: 1호, 1983년, 75-76면.]

 

 

3. "생명의 복음”

 

63. 낙태의 윤리성에 대한 이러한 평가는 인간 배아에 대해 행해지는 최근의 조작 형태들에 대해서도 역시 적용됩니다. 이러한 조작들은 비록 그 자체로는 합법적인 목적을 위해서 행해지지만, 어쩔 수 없이 이러한 배아에 대한 살해를 수반합니다. 이 배아 살해는 배아 실험에서 발생하며, 배아 실험은 몇몇 나라에서 합법적으로 허용되고 있습니다. "인간 배아의 생명과 그 온전함에 대한 존엄성을 유지하며 그들에게 부당한 해를 주지 않고 오히려 그 개체의 건강 증진과 생존 및 치료를 위해 실시하는 의학적 조치에 대해서는 합당한 것으로 지지해야 하지만”, 인간의 배아나 태아를 실험의 대상으로 이용하는 것은 그들이 인간으로서 지닌 존엄성을 침해하는 범죄가 된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들은, 출생한 아기들을 존중해야 하는 것과 똑같이,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존중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윤리적 단죄는 살아 있는 인간 배아와 태아들을 '생물학적 실험 재료'로 사용하거나, 또는 어떤 질병들을 치료하는 데 필요한 이식을 위해서 조직이나 세포의 제공자로 사용하는 모든 과정들에도 적용됩니다. 때로 이 배아와 태아들은 이런 목적을 위해 시험관 수정을 통해서 특별히 '생산'되기도 합니다. 비록 타인들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수행되었다고 해도, 무고한 인간을 죽이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행위입니다.

 

[출처: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생명의 복음”(1995.3.25.), Origins 24: 42호(1995.4.6.), 711면.]

 

 

정리

 

오늘날 생명 과학 기술의 놀랍고도 눈부신 발전은 인류의 삶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 주고 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인류의 미래와 희망이 생명 과학의 발전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몇 년 전에는 생식 세포의 복제를 통해서 인간 복제가 가능하다고 하였는데 이제는 생식 세포와는 전혀 상관없이 체세포 복제를 통해서도 무성 생식이 가능하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생명 기술의 발전이 이제 단성(單性), 무배우자 생식을 가능하게 하였고, 더 나아가서는 체세포를 제공한 사람과 똑같은 개체인 복제 인간까지도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얼마 전에는 인체에 장기를 이식할 때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한 이른바 '녹아웃(knock out) 돼지'를 복제하는 데도 성공했다고 한다. 곧 사람 몸에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원인 유전자를 제거해 거부 반응 없이 사람에게 장기를 이식할 수 있는 복제 돼지를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생명 과학 기술의 발전은 유럽 선진국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생명 과학 육성이라는 정부의 방침 아래 의학계는 물론 대기업들의 엄청난 도움과 협력으로 우리나라의 생명 과학 기술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가톨릭과는 전혀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라는 이상한 이름의 간판을 내건 연구소에서는 이미 소의 난자를 이용해서 사람의 유전자를 가진 연구용 배아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고, 심지어는 사람의 체세포를 핵이 제거된 난자에 이식해 99% 이상 사람의 유전자를 가진 복제 배아를 만들었다. 또한 서울대학교 수의학 교수인 황우석 박사는 체세포를 이용한 인간 배아 복제를 통해 특허를 출원한 사실이 이미 보도되었고, 어떤 생명 공학 연구소에서는 시험관 아기 시술에 사용되고 남은 냉동 배아를 이용하여 배아 간세포를 분리하였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생명 공학 기술의 발전 속도 만큼이나 인간 생명이 위협을 받고 있는데도 아직 정부에서는 '생명 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7월 15일 우리나라 보건복지부가 공청회에서 공개한 '생명 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가칭) 시안의 주요 내용은 2001년 5월 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생명 윤리 기본법 시안' 내용과 별반 차이가 없다. 특히 두 부처의 공통된 시안은 인간의 체세포를 이용한 개체 복제의 금지, 임신 목적 외의 배아 생산 금지, 배아 이용은 질병의 예방, 진단, 치료를 목적으로 한 연구와 시술로 제한하는 것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이러한 시안들이 인간 삶의 질을 한층 더 높여 주는 것으로, 특히 난치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획기적인 방법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실상은 정 반대이다. 왜냐하면 우리와 똑같은 인간 생명체인 배아를 복제해서 질병 치료에 이용한다는 것은 결국 인간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조작하여 한 인간을 다른 인간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행위로서 근본적으로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가증스럽고도 잔인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간 배아 복제 및 연구 실험은 모든 종류의 치료 목적을 정당화해서 살아 있는 생명체를 파괴하고 살해하는 만행으로서 현재 난치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저항 능력이 전혀 없는 연약한 인간 생명체의 생명권을 인위적인 조작을 통해서 강제적으로 박탈하는 것이다.

 

인간 복제란 핵을 제공하는 원본 인간과 같은 유전자를 가진 새로운 인간 개체를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인간 배아 복제 또한 그와 다른 새로운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 복제는 엄격히 말하면 인간 배아 복제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복제된 개체의 생존을 배아 상태로 한정하여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 배아 복제라고 말할 수 있다. 인간 복제라는 말과 배아 복제라는 말이 사실 그 의미에서 전혀 다르지 않지만 굳이 말 표현을 달리 하는 것은 어쩌면 인간 복제 보다는 배아 복제라는 표현이 사람들에게 좀 더 부드럽게 들릴 수 있고 그래서 인간의 기본적인 양심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려 결국 인간 배아를 생명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밖에는 달리 해석할 수 없다고 본다. 배아를 인간 생명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일부 생명 공학자들의 의견은 결국 인간 생명을 발달 단계에 따라서 판단하게 되는데 이는 배아가 태아보다, 태아는 어린이보다, 어린이는 성인보다 가치가 없는 존재로 인정하게 되는 크나 큰 모순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이미 교황청 생명학술원에서는 2000년 8월 25일에 "인간 배아 줄기세포의 생산과 과학적 치료적 활용에 관한 선언”을 통해서 인간 배아 줄기 세포 연구에 관한 교회의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인간 배아는 배우자가 결합하는 순간부터 확실하게 결정된 신원을 가진 인간 주체이며, 바로 그때부터 통합적이고 지속적이며 점진적인 발전을 시작하므로, 그 후의 어떤 단계에서도 단순한 세포 덩이로 간주될 수 없다. 따라서 그 주체는 인간 개체로서 자신의 생명에 대한 권리를 가지며, 배아를 위한 것이 아닌 모든 개입은 그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이다.” 한마디로 가톨릭 교회의 입장은 인간 배아나 인간 배아 줄기 세포의 연구는 그것이 치료의 목적이든 아니든 어떠한 경우에도 인간 생명을 파괴하는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지적해야 할 문제는, 배아 복제 과정을 통해 수많은 인간 배아들이 손상받으며 상당 부분의 인간 배아들은 폐기 처분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작은 인간들이 현미경 아래에서 갖은 폭력을 당하며 무참히 살해되는 셈이다. 생명 윤리학자들이 21세기를 현미경적 폭력의 시대라고 이미 예고한 바와 같이 항거할 수 없는 나약하고 연약한 인간 배아는 거대한 폭력 앞에 노출되어 희생될 수밖에 없다.

 

인간 배아 복제 및 실험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선물로 주신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부정하고 하느님의 창조적 권위에 도전하는 어리석은 행위로 엄청난 불행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성감별을 통한 선택적 분만과 인공 유산을 자행함으로써 야기되는 엄청난 문제들을 알고 있고 또 이미 경험하고 있다. 따라서 인간이 생명을 조작하거나 지배하려든다면 생명 과학은 또 다른 종교가 되고 생명 과학자들은 또 다른 제사장이 되어 인류의 미래를 파멸의 길로 이끌어 갈 것이다. 벌써 자행되고 있는 태아 실험이나 유전자 조작, 원숭이와 인간의 교배 실험 등은 인간 배아 복제로 야기될 수 있는 상황을 충분히 짐작하게 하고 있다.

 

우리 가톨릭 교회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수호하고, 그 어떤 경우에도 인간 생명권이 우선시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간 생명에 관한 교육에서 좀 더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곧 생명 교육, 생명 윤리에 관한 교육을 중심으로 모든 사람에게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우고, 나아가서는 생명 과학 산업계와 생명 과학자들에게 인간 배아 실험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종교와 국가가 함께 질병 치료의 다른 대체 치료책을 개발하도록 권장해야 할 것이다.

 

[사목, 2003년 4월호, 이창영(본지 주간, 주교회의 사무차장, 신부)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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