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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신학ㅣ사회윤리

[생명] 생명공학 기초는 인간생명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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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6 ㅣ No.343

생명공학 기초는 인간생명 존중

 

 

지난 달 미국에서는 태아에게서 추출된 기간 세포를 배양함으로써, 심장이나 간 등의 각종 장기나 연골, 뼈, 근육 등의 신경 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 개발되었다고 발표되었고, 일본에서는 인간의 유전자를 가진 돼지를 번식시키는 데 성공함으로써, 심장이나 간, 폐, 혹은 신장 등의 장기를 필요로 하는 말기 환자들이 돼지 장기로써 생명을 유지한다는 것이 곧 현실화될 수 있게 되었다.

 

하루라도 더 오래 살기를 바라는 인간들의 욕구가 의학 분야에서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고, 그 혜택으로 인류는 더 건강한 삶, 더 오랜 수명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장기이식 분야에서 의학의 발전은 실로 눈부시다. 못쓰게된 장기는 떼어내고 보다 싱싱한 장기로 바꾸어줌으로써 생명은 더 연장될 수 있게 되었고, 싱싱한 장기의 필요성은 결국 공장에서의 상품 생산처럼 인간 장기의 대량 생산 가능성을 열게 된 것이다.

 

이렇게 조금이라도 더 살려고 발버둥치는 노력과 그 방법이 우리 모두를 경악케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고통 때문에 더는 못살겠으니까 제발 죽여달라고 애원하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우리를 또 한번 놀라게 한다. 지난 달 22일 미국 CBS를 통해 방영된, 불치병이라고 하는 루게릭병 환자 토마스 유크에게 잭 케보키언 박사가 치사량의 약물을 주사해 안락사 시킨 사건은, 생명의 연장을 위해 발버둥치는 인간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던 것이다. 안락사를 주도했던 케보키언 박사는 즉시 1급 살인혐의로 기소되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그가 처벌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또한 놀랍다.

 

인간의 건강과 생명 연장을 위한 인류의 놀라울 정도의 집념에서 드러나는 현실이나, 고통이 환자 자신을 추하게 만들기 때문에 약물로 잠자듯 죽는 것이 오히려 인간적이고 아름다운 죽음이라는 주장에서 반드시 지적되어야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문제이다. 인간의 장기 공급을 위한 세포 배양이나, 인간 유전자를 가진 돼지 장기나 조직의 공급 그리고 안락사 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목표로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히 '인간을 위해서' 그런 것들을 행한다는 것인데, 그것들은 과연 '인간의 무엇을 위한' 행위들인가? 인간을 마치 물건처럼 다루는 행위들에서 어떻게 인간의 존엄성을 말할 수 있으며, 인간의 생명을 죽여가면서까지 생명을 구하는 행위를 어떻게 정당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인간의 생명에 봉사하는 의료기술이지 생명을 죽이는 의료기술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2000년부터는 뇌사가 합법화된다고 하는데, 이 법이 단순히 장기이식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실망을 금치 못한다. 죽음의 순간을 정확히 규명하는 일은 의학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일인데, 그 이유는 아마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자하는 의학의 본연의 임무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죽음 순간의 결정이 단순히 살아있는 싱싱한 장기 적출을 위한 한 방편으로 전락하고 만다면 그 뇌사 결정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결정인가? 장기 적출이라는 유용성이 인간의 삶과 죽음을 판정하게끔 독촉하는 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는 모습을 찾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생명공학이라고 불리는 분야에서 인간 삶의 질과 관련하여 이룩한 업적들은 그야말로 눈부시지만, 그러한 노력들을 지탱해주는 기초는 인간 생명에 대한 봉사와 인간 존엄성의 존중이다. 그러나 인간의 건강과 생명에 봉사한다는 미명아래 끊임없이 발전하는 현대사회의 의학 기술이나,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기 위해 안락사가 합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에서 과연 인간 생명의 고귀함이나 인간의 존엄성과도 같은 인간 삶의 최고 가치를 찾아볼 수 있는가?

 

이러한 때에 국제연합의 인권선언 50주년을 앞두고 유네스코의 186개국 회원 대표들이 과학적 업적의 오용 및 남용 가능성에 대처할 국제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였다고 한다. 그들이 촉구하는 것처럼 생명윤리 분야에서 세계 윤리 규약의 제정이 시급한 때이다.

 

[가톨릭 신문, 1998년 12월 13일, 이동익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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