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5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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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신학ㅣ사회윤리

[생명] 모자보건법과 인간 존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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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7 ㅣ No.380

모자보건법과 인간존엄성

 

 

시작하면서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더 얻어 풍성하게 하려고 왔다."(요한 10,10) 우리나라에서 모자 보건법이 시행된 지 30년이 되었다. 그 후 우리나라에 낙태가 비공식적으로 합법화되어 해마다 수를 헤아릴 수도 없는 무죄한 태아들이 모태에서부터 살해당하고 있다.1) 낙태는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계명을 범하는 것이다. "선생님, 제가 무슨 선한 일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얻겠습니까?"라는 부자 청년의 물음에 예수께서는 "네가 생명의 나라로 들어가려거든 계명을 지켜라."고 하시면서 그 계명들 중에서 "살인하지 말아라."2)는 계명을 첫 번째로 꼽으신다.

 

현대에 만연된 여러 퇴폐 풍조에서 비롯된 성 도덕의 문란과 기성 세대들의 이기주의, 의학과 의술의 발달 등은 모자보건법의 합법성 부여에 편승하여 하느님이 주신 고귀한 생명을 경시하고 마구 낙태하여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깡그리 부정하는 죽음의 문화를 창출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모자보건법의 낙태에 대한 합법성 부여는 도덕의 문란과 낙태의 악순환을 부채질하여 낙태는 더욱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낙태 만연 풍조에 덩달아 우리나라의 출산율마저 1.30 (2001년도)으로 하락하였다.

 

오늘의 우리나라 현실에서 낙태 자행의 배후에는 이렇게 모자보건법이 있다. 특정 경우들의 낙태를 허용하는 낙태 정당화법인 모자보건법의 낙태허용 조항(14조)의 폐지는 법무부 당국자의 말처럼 '편협한 종교윤리'3)가 아니라 언제나 올바른 양심을 가진 모든 이들의 과제로 남아있다. 모자보건법의 낙태 허용의 본질적인 문제는 헌법 제 10조가 보장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에 대한 심각한 침해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모자보건법에 의하여 낙태가 비공식적으로 합법화된 배경을 살펴보고 인간 존엄성을 훼손하는 모자보건법 14조가 왜 폐지되어야 하는지를 지적하려 한다.

 

 

1) 미국의 낙태허용

 

미국의 낙태허용은 서방 세계의 낙태 자유화에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 산업혁명 이후 급격히 변한 서구 사회에서는 인구 문제로 인하여 어느 정도 공개적으로 낙태가 실시되던 때도 있었으나 늘 비난의 대상이 되었으며 지난 세기말에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낙태를 법으로 금지시켰다. 미국의 낙태 합법화에는 1973년 유명한 로우 대 웨이드 사건이 있다.

 

1973년 미국 대법원이 로우 대 웨이드 사건으로 낙태가 불법적이 아님을 판결하면서 사용한 단어는 privacy이다. 헌법 안에는 새로운 개인의 권리나 자유가 존재한다고 했는데 이 권리는 여자가 어느 때든지 낙태를 할 수 있는 권리이다.4) 여자의 프라이버시에 관한 권리는 낙태의 가부를 결정할 정도로 광범위하다.5) 미국연방대법원의 이러한 낙태자유화판결에 대해서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6)

 

낙태반대 분위기 속에서 1989년 미국연방대법원은 이른바 웹스터 사건판결에서 낙태에 대한 권리를 privacy로 인정했던 1973년 판결을 뒤엎었다. '모든 인간의 생명은 잉태된 순간부터 시작되며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기본권과 특권은 태아에게도 당연히 적용된다.'고 판시했는데7) 1992년의 Casey 사건은 다시 Roe의 논지를 재확인하고 발전시켰다.8) 미국 특유의 자유주의적이고 실용적인 사상의 소산인 낙태 자유화의 입장을 우리가 그대로 수용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2) 낙태를 주장하는 배경

 

첫째, 사회-경제적 배경이다.

 

인구의 과잉 문제9)는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전반에 문제를 일으켜 영토 확장, 국가간의 경쟁, 자연 질서, 생태계 파괴 등의 여러 문제들을 야기시켜 왔다. 인구 증가의 주된 원인은 의학의 발달과 공중위생 보건사업의 확대로 출생률에 비해 사망률이 급격히 감소한데 있다. 그러나 최근 출산률의 하락에서 보듯이 반대 의견은 인구성장은 한계가 있으며 여러 이유로 감소되어 조화를 이룬다고 본다. 인위적인 인구조절 시도는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게 되고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일으키게 될 것이다.

 

둘째, 윤리-교육적 배경이다.

 

현대사회가 다원화, 산업화 됨에 따라 기존 질서나 가치 체계는 와해되어 정신적 지주의 박탈로 인간은 방향 상실의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물질주의가 팽배하여 인간이 기계적 부속품에 머무는 상태에서 윤리교육은 자리를 잃어가고 올바른 성교육과 정결교육의 부재로 성은 본연의 의미를 상실한 채 기능적 역할로만 전락하여 무질서하고 무책임한 성행위가 만연하며 낙태가 급증하게 되는 것이다. 성은 결코 쾌락의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성을 포함한 전인간은 존엄한 존재이다.

 

셋째, 우생학적 배경과 남아선호 사상

 

자궁 내 태아를 진단하는 의술의 발달과 남아 선호사상은 태아에게 선천적, 유전적 결함이 발견되거나 비정상아로 판명되거나 심지어는 여아로 판명되면 낙태하는 일이 가능해져 낙태율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

 

우생학이라면 악명 높은 미국의 불임법이 있다. 1907년 제정되어 일부 주에서는 1987까지 존재했던 이 법은 열등 인간을 제거하고 우등한 인간만을 번식케 하려는 불순한 의도로 제정되었던 악법이다.10) 이와 비슷하게 히틀러는 1933년 유전형질 보건법으로 이후 12년 간 수백만의 사람들을 살상하였는데11) 그 이유는 그들이 '삶에 적당하지 않은 사람들'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인간을 유용성으로만 평가하려고 하였다. 고통은 인간 실존의 한 부분이다. 인류사회의 고통의 문제는 인위적으로 피해야 할 어떤 것이 아니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의 문제이다.

 

넷째, 피임사고방식의 만연

 

성적인 쾌락만 즐기고 그 열매인 자녀는 거부한다는 피임 사고방식의 만연은 낙태를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1960년대 피임약의 확대 보급과 때를 같이하여 일어난 여성 해방론자들 중 일부는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낙태의 자유를 부르짖는데 태아를 정상적으로 출산할 것인가 중절할 것인가는 여성의 자연법적 권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자연법적 권리라면, 태아 생명의 불가침성도 자연법적 권리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뿐만 아니라 여성의 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사이에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태아의 생명권이 우선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3) 모자 보건법의 반윤리성

 

a. 입법 동기부터 불순하다.

 

총29개 조항으로 이루어진 모자보건법은 1973년 제정된 이래 여러 차례 개정되어(86, 87, 97, 99) 오늘에 이르렀다. 관련 법률로는 모자보건법 시행령이 있다 (73 년 제정 이후 86, 89, 94, 99 개정).

 

모자보건법은 유신 아래 비상 국무회의에서 국민 여론의 수렴 없이 이루어졌다. 이 시기는 국가 경제 건설의 기치아래 모든 가치들이 무시되던 때였다. 모자보건법도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하여 인구정책이 수반되지 않는 경제 발전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에서 이른바 가족계획사업의 일환으로 낙태를 통한 인구 증가 감소효과로 경제 성장의 도모를 꾀한 악법인 것이다. 이미 태어난 사람들이 더 잘 살기 위하여 태어나지 않은 생명을 담보로 한다는 것은 참으로 비인간적인 발상이다.

 

이러한 가족계획사업의 일환인 모자보건법의 핵심은 낙태의 합법성을 부여하기 위하여 만든 법률이다. 이 의도는 제 1조에서부터 여실히 드러난다: '이 법은 모성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고 건전한 자녀의 출산과 양육을 도모함으로써 국민 보건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제 1조, 목적)고 하여 모성과 자녀의 건강은 언급하지만 태아에 대해서는 무심하다. 즉 이 법률에서 태아의 생명은 처음부터 배제되어 있다. '건전한 자녀의 출산과 양육'을 위하여 태아는 무시되고 있다. 또한 이 법률은 낙태를 '인공임신중절수술'로 부르고 있다. 형법상 금지된 낙태의 의미를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12)

 

모자보건법은 형법상 원칙적으로 금지된 낙태를 법률상으로 '정당화' 시키는 예외규정을 만든 법률이다. 동 법 제 14조에 의하면 다섯 가지 사유에 의하여 의사는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를 얻어 인공임신중절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다.

 

b. 모자보건법에는 시술하는 의사와 정당화 사유를 확인하는 의사가 제도적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

 

현행 모자보건법에는 정당화사유의 확인을 시술하는 의사에게 내맡겨놓고 있다. 여기에서 낙태를 원하는 임부와 의사의 담합은 이루어진다. 낙태하기 위해 스스로 병원을 찾아온 임부를 의사는 물리쳐야 할 까닭이 없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곧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가 모자보건법 제 14조를 펼쳐 들고 다섯 가지 정당화 사유에 해당하는지 일일이 검토하겠는가? 14조의 정당화 범위는 이현령 비현령 식으로 넓은 만큼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합법화 사유를 만들어낼 수 있다. 설령 해당사유가 없다 하더라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 자체는 불법이지만 환자와 의사만이 아는 이 사실에 개입할 제 3자는 없기 때문이다. 직접 피해자인 태아는 말이 없다. 고스란히 당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고 환자와 의사는 이 상황을 그들의 이익을 위해 악용하는 것이다.13)

 

제대로 되려면 낙태정당화 사유 확인자와 시술자가 분리되어야 한다. 그래야 시술자의 경제적 관심을 차단하여 정당화 사유를 어느 정도라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c. 모자보건법에는 처벌 규정이 없다.

 

우리나라 형법 269조, 270조에는 낙태죄에 대한 조항이 있고 이에 의하면 가볍게는 벌금형에서부터 (이로 인한 임부 사망의 경우에는) 의사에게 10년 이하의 징역과 7년 이하의 면허 정지까지 시킬 수 있게 되어 있다.

 

모자보건법 제 28조는이 법의 규정에 의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받은 자와 수술을 행한 자는 형법 제269조 제1항, 제2항 및 동 법 제270조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형법적용 배제를 선언하고 있다. 낙태를 범죄로 취급하면서도 처벌포기를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모자보건법은 특별법이기 때문에 일반법인 형법에 우선하여 엄연히 살아있는 형법 269조와 270조는 죽은 법이 되었고 모자보건법만 살아있는 법이 되었다. 또 29조에 의하면 모자보건요원 중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가 행한 조산행위에 대하여는 의료법(제25조제1항의 무면허의료행위 등 금지 및 동법 제66조제3호)에 의한 벌칙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교황청 신앙교리성 '인공유산 반대 선언문'(이하 선언문)은 낙태를 규제하는 국가 권력을 두 가지, 1) 낙태권의 허용과 2) 낙태 처벌의 포기로 구분하면서 처벌포기에 대해 우려하고 특히 자연법에 어긋나는 바를 선언하거나 허용할 수 없음을 말한다.

 

'사실 실정법이 윤리의 모든 분야를 총괄한다거나 모든 잘못을 전부 벌할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아무도 그런 것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처벌의 포기를 곧 허락으로 간주할 것이요 … 인공유산을 인간 생명에 대한 범죄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인정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 … 태아의 생명은 그 어떤 의견보다도 우선한다. 아무도 사고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이 생명을 파괴할 수 없다.'(선언문 20항)

 

법의 역할은 사실을 인정하는 데 있지 않고, 개선의 촉진을 돕는 데 있다. 각 사람의 권리를 보존하고 가장 약한 자들을 보호하는 것은 언제나 국가의 사명인 것이다. … 법이 모든 것을 처벌 할 의무는 없지만 실정법보다 더 심오하고 장엄한 자연법을 거슬러서 행할 수는 없다. … 실정법이 처벌을 포기할 수는 있으나, 자연법에 위배되는 바를 옳다고 선언할 수는 없다.(선언문 21항) 이런 의미에서 낙태를 법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국가의 권위를 넘는 일이다.

 

실제로 아래와 같은 판례들이 모자보건법 이후 드러난 우리의 현실이다.

 

1990년 2월 26세의 부인 민씨는 임신 8주째에 산부인과 전문의 이씨에게 낙태 수술을 받았다. 그 후 그의 남편이 부인과 의사를 서울 지방법원에 낙태혐의로 고소했다. 서울지검은 12월 13일, '형법상 낙태죄에는 해당되지만 우리 사회의 현실 여건을 고려할 때 형사처벌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된다'며 기소유예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결정문에서'의사 이씨와 부인 민씨의 낙태행위는 모자보건법에 규정된 낙태허용 범위를 넘고 있어 형법상 낙태죄에 해당한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지금까지 낙태가 공공연히 이루어져 왔고 국민들도 이에 대한 죄의식이나 낙태에 대한 윤리, 도덕적 비난 가능성이 거의 없는 현실을 고려, 기소유예한다'고 말했다.14)

 

1992년 10월 임신 4개월 된 부녀의 낙태수술을 하다가 의사 과실로 과다 출혈을 유발 부상을 입힌 의사가 낙태죄로 기소된 사건 2심에서 법원은 ?피고인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낙태수술을 하고 의료 과실로 임산부의 신체에 심각한 상처를 입힌 것은 처벌받아야 마땅하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 현실적으로 낙태를 처벌하지 않는 관행을 참작해 선고를 유예한다.”15)

 

시행되지 않는 법을 보존하는 것은 법적 권위의 손상을 초래한다고 말하면서 법의 안정성을 위해 이의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 또한 있다. 그러나 법과 관습은 일정 사회의 양심을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 을 한다. 이 역할은 특히 어떤 영역에서 윤리적 유약성을 보이고 있는 이들에게 더욱 필요하다. 그들에게는 낙태금지법이 생명에 대한 자신들의 태도를 결정짓는 데 효과적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법과 윤리는 서로 연관되지만 그 역할에 있어 뚜렷이 구분된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이 둘을 구분할 능력이 없어서 법적 제재가 없는 것은 모두 윤리적으로도 허용되는 것을 생각한다. 또한 법의 교육적 기능을 보아서도 낙태금지법(형법 269조, 270조)은 존치되어야 한다. 법은 가치와 이상을 지향하여 존재한다. 따라서 법은 윤리적 유약자에게 뿐 아니라 객관적으로 그 지향하는 가치와 이상의 중요성 때문에 필요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보아 인간 존엄성에 대한 의식이 부족한 한국의 윤리적, 사회적 여건에서 낙태금지법은 좀 더 강화되어야 한다. 낙태죄의 규정은 아직도 유효하며, 오히려 합법적인 낙태를 가장한 불법적인 낙태를 막기 위해 사법적 조치는 강화되어야 한다. 이런 이유에서 형법 제 269조, 270조가 폐지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자보건법 제 14조가 폐지되어야 하며 우리나라의 검찰이나 법원이 태아의 생명보호에 관하여 지금까지 취하여 온 미온적 태도는 반성되어야 한다.

 

법의 교육적 기능을 생각할 때 형벌의 포기는 중대한 비교육적 처사이며 가치관의 결정적 전도를 가져올 수 있다. 인공유산 반대 선언문은 처벌의 포기를 곧 허락으로 간주하고 범죄로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선언문 20항)면서 걱정한다. 처벌의 포기는 생명의 불가침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만약 법이 모든 낙태에 모든 처벌을 포기한다면 무엇으로 낙태의 범죄적 성격을 드러내겠는가. 같은 법 26조, 27조의 벌칙과 과태료 규정에는 14조가 빠져 있다. “물론 이것은 의도적이다. 입법의 실수가 아니다. 제재 규정이 없는 금지 내용은 현실적으로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계산적으로 행한 일이다.16) 이 얼마나 교묘하고 집요한 낙태자유화 추진인가!

 

d. 14조 각 항의 문제

 

그러면 지금부터 낙태허용 조항인 14조의 낙태 허용한계를 살펴보자.

 

모자보건법 제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1항은 다음과 같은 허용한계를 설정하고 있다.

 

i)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ii)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iii)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iv)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에 임신된 경우,

v) 임신의 지속이 보건 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이다.

 

① 먼저 우생학적 이유에서 낙태를 허용한 15조 1항에 대해서 말해보자. 헌법 제 10조에 의하면 '모든 국민'은 기본권을 가지는데 생명권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다. 출생한 사람의 생명보호가 생명의 질을 문제삼지 않는 것처럼 태아에 대해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생명에서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생명과 그렇지 않은 생명 사이의 구별이란 있을 수 없다. 생명의 질을 판단하는 기준은 인간의 한계 밖에 놓여 있다. 생명에 대한 가치판단을 한다는 것은 이미 평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우생학을 적용하여 많은 사람을 살해하고 인위적인 조절을 시도한 예를 우리는 역사에서 보아왔다. 1933년 히틀러의 유전형질 보존법이나 1907년 제정된 미국의 불임법이 그 좋은 예다. 히틀러는 아리안족의 혈통을 순수하게 보존하고 우등한 인종으로 개량한다는 명목으로 수백만의 생명을 학살하였다. 인간생명의 존엄성이나 생명기원의 신성성을 부정하는 무리들이 이런 일들을 저지른다.

 

고통의 의미도 모르고 우월한 인간만 세상에 살 권리가 있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비정상아이거나 저능아일지라도 … 그 아기가 아직 발생 단계에 있다 할지라도 부모의 권위로 그 아기의 생사를 좌우할 수 없다. … 생명은 너무나 근본적인 가치이기 때문에 극히 중대한 위험이 있을 때도 그 가치를 보존한다.'(선언문 14항).

 

'유전성 질환에 대하여 아직 현대의학은 100%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무시하는 기계론적 생명관은 배척되어야 한다. 부모의 유전성 질환이 100% 유전된다는 증거는 없으며 건강한 아기가 태어날 수도 있고 건강한 부모에게서 불구의 아기가 태어날 수 도 있다. 무엇보다도 통계적으로 확률이 높다하여 개연성만 갖고 한 인간의 생명을 살해하는 것은 부당하다.17) 의사의 오판도 배제할 수 없고 성감별에 의한 무차별 여아 낙태 행위를 더욱 부채질하게 될 것이다.

 

이 법 시행령 제15조 2항은 유전성 질환으로 유전성 정신분열증, 유전성 조울증, 유전성 간질증, 유전성 정신박약, 유전성 운동신경원 질환, 혈우병, 현저한 범죄경향이 있는 유전성 정신장애, 기타 유전성 질환으로서 그 질환이 태아에 미치는 위험성이 현저한 질환을 들고 있는데 이런 유전성 여부를 어떻게 낙태시술자가 확정할 수 있겠는가. 또 범죄성향이 유전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환경의 영향을 무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타'사유를 열어둠으로써 낙태 범위를 거의 무한대로 확대시키고 있다.

 

이러한 우생학적 사유의 인공임신중절은 명백한 태내 살인이다. 인간 존엄성에 위배된다고 하여 사형제도조차 폐지하자는 운동이 전개되는 현실 한편에서 범죄경향이 있다고 미리 앞질러 낙태하는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② 전염병. 이 법 시행령 15조 3항은 태아에 미칠 위험성이 높은 풍진, 수두, 간염, 후천성면역결핍증 및 전염병예방법 제2조 제1항의 전염병 26종을 열거하고 있다. 이런 병에 걸리더라도 나을 수가 있고 또 이런 질병에 걸렸다는 이유만으로도 태아의 생명을 박탈할 수 있다면 인간생명의 존엄성은 어디서 찾아볼 수 있는가? 출생 후에 이런 병에 걸리면 어떻게 하는가?

 

태아에 미칠 위험을 피하기 위해 태아를 죽이는 것을 허용하는 입법은 비인도적일 뿐만 아니라 참으로 잔인한 악법이며 생명의 존엄성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③ 강간이나 준강간에 의한 임신은 임신한 여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요된 임신이므로 태아의 생명을 제거할 수 있다는 이론은 호소력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좀더 생각해보면 임신된 태아의 생명권은 임신한 여성의 의사와 관계없이 고유한 것이다. 임신부의 인격권과 태아의 생명권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생명권이 우선함은 자명하다. 만일 임부의 인격권 때문에 낙태를 인정할 경우 생명권은 다른 낮은 가치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혼돈된 가치질서를 만들어내게 된다. 그것은 엄연히 또 하나의 범죄이다. 강간에 의한 임신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낙태로 그 여자를 불행에서 구한다는 구실로 자신이 입은 손해를 제3자인 태아에게 보복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구원의 길은 이런 불행을 낳게 한 사회가 공동의 책임의식 필요하다. 이 문제는 생명을 파괴하는 낙태로써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올바른 성교육과 정결교육, 성폭력 미연방지와 미혼모 보호 대책 그리고 입양사업 등을 정책적으로 추진하면서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여기서 우리는 낙태허용입법을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낙태의 근본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온갖 종류의 입법을 연구하고 요구하는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미혼모에 대해 국가 사회적인 도움을 주는 일, 실업가정의 산모들이 낙태에 의존하지 않도록 적절한 도움을 주는 일, 자녀양육 및 교육비 보조,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담기구의 설치 등에 대한 법적 배려 등이다. 가정과 미혼모들을 위한 원조, 자녀수당, 사생아의 법적 지위와 입양을 위한 타당한 주선 등 이러한 일련의 적극적 정책은 인공유산에 대치하는 데 구체적으로 가능하고 영예로운 방법수행이 될 것이다.(선언문 23항).

 

④ 근친 상간. 여기서도 태아의 생명권은 법률에 앞서 있는 문제이다. 생명은 법률이 주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것이기에 인간이 적법성 여부로 그것을 침해할 수 없다. 이미 태어난 생명이 법률의 보호받는 것처럼 태어날 생명도 보호를 받아야 마땅하다.

 

⑤ 다음으로 모체의 건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태아가 희생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 데 이때는 임부와 태아 모두가 위험에 처할 위기에서 이중결과의 원리를 적용하여 간접적으로 태아의 희생이 따르는 수술 등의 처치를 허용할 수 있다. 이중 결과란 한 가지 일로 두 개의 상반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로 예컨데 임신 중독의 경우 임부의 생명권과 태아의 생명권이 서로 충돌하는데 임부를 구하기 위하여 태아의 희생이 따르는 것을 허용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모자보건법에서 문제되는 것은 '모체의 건강을 해할 우려'라는 아주 막연한 표현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건강을 해할 우려'는 모호하여 확대 해석될 여지가 많고 특히'해할 우려'만 있어도 낙태할 구실이 된다는 규정은 마땅히 삭제되어야 한다. 모체의 생명이 위협받는 경우로 제한되어야 하고 생명에 지장이 없는 신체에 대한 위험은 여기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4)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

 

낙태 문제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엄격한 입장은 전통적으로 확고하다. 인간 생명은 수태순간에 시작된다는 것이 가톨릭의 확고한 입장이다.

 

a. 1917년의 교회법전은 낙태를 파문의 벌로 다스렸다. 개정된 교회법(83년)도 이러한 전통을 이어받아 '낙태를 주선하여 그 효과를 얻는 자는 자동 처벌의 파문 제재를 받는다.'(교회법 1398조)고 규정한다.

 

b. 제2차 바티칸공의회(65년); '생명은 임신되는 순간부터 최대의 배려로 보호받아야 한다 낙태와 유아살해는 흉악한 죄악이다.'(사목헌장 51항)고 천명하였다.

 

c. 인간 생명회칙(68년); '직접적 낙태는 비록 치료의 이유라 할지라도 배격해야 한다.' (14항)고 강력하게 주장했으며,

 

d. 인공유산 반대 선언문(74년); '출생을 막는 것은 살인을 앞당기는 것이다. 생명의 파괴는 출생 전이거나 후이거나 별로 차이가 없다. 하나의 사람이 될 태아는 이미 그 사람인 것이다.' (6항) '태아를 인공유산으로 사망시킨 자는 살인자이다.'(7항).

 

그리스도교적 생명관은 현세 생명 가치에만 국한될 수는 없으며 이 세상에서 슬픔과 비참이 없는 것으로써 행복의 척도를 삼는다면 복음에 위배되므로 (선언문 25항)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을 생각하면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고 가르친다.18)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이러한 고통과 비참에 무관심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감정을 가진 모든 사람, 더욱이 모든 크리스챤은 이러한 불행의 극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사랑의 법칙이며, 그 첫째 노력은 언제나 정의 구현에 있어야 한다. 결코 아무도 인공유산을 인정할 수 없다. 그 대신 무엇보다도 인공유산의 원인들을 제거해야 한다. 여기에는 정치적 활동이 포함되며, 특히 이런 일은 법의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정신풍토에 작용해 들어가야 한다.(선언문 26).

 

e. 가톨릭 교회 교리서(92년); 교회는 1세기부터 모든 인위적인 낙태를 도덕적인 악으로 단정하였는데 이러한 가르침은 변하지 않았으며, 불변하는 것으로 존속하고 (2271항), 낙태에 대한 분명한 협력 또한 중죄가 된다(2272항)고 가르친다.

 

f. 생명의 복음(95년); "일정한 날수를 지나기까지는 아직 인격적인 생명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함으로써 낙태를 정당화하려고 시도합니다."(생명의 복음 60항). 여기서 우리는 인간 생명의 시작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헌법 10조에 의하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핵심쟁점은 태아는 언제부터 인간생명인가 하는 문제이다.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배아나 출생전의 태아는 현실적인 의미에서 헌법상의 인간으로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라는 표현의 목적성을 감안하여 다시 생각한다면 이 표현은 소위 헌법적 질서에서 소외된 모든 계층을 포함한다는 계급주의 타파 목적이 남아있다. 여기서 '모든'이라는 표현은 그러므로 구분을 이미 배제하고있다. 헌법의 존재적 소여가 구분 없는 모든 인간의 존엄을 목표로 하여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배아나 수정란도 이미 인간이라는 점이 확인되어야 할 것이다.19)

 

생명의 여러 단계에 따른 어떠한 차별도 다른 차별과 마찬가지로 결코 정당화시킬 수 없다. '난자가 수정되는 순간부터, 아버지의 것도 어머니의 것도 아닌, 한 새로운 사람의 생명이 시작된다. 그것은 그 자신의 성장을 가지는 한 새로운 사람의 생명인 것이다. 만일 그것이 사람의 생명이 아니라면 결코 그것이 사람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생명의 복음 60항) 수정 후 여러 날이 지나야 인간 생명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가설은 낙태나 배아복제 및 실험의 불법성을 숨기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20)

 

특히 선택적인 낙태를 받아들이는 우생학적인 의도로 이용되는 태아진단 기술은 '인간 생명의 가치를 오직 정상과 신체적 안녕의 범위 내에서만 측정하여 유아 살해와 안락사까지도 정당화'(생명의 복음 63항) 하고 남아선호사상이 강한 한국에서는 성감별에 이용되기 때문에 부당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영원히 과거에 남겨두고 왔다고 믿고싶은 야만적인 상태로 다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생명의 복음 14항).

 

회칙 「생명의 복음」은 직접, 간접으로 낙태하도록 강요한 사람들과 낙태를 집도하는 의사, 간호사 에게 도덕적 책임이 있으며 특히 '성에 대한 자유방임적인 태도와 모성 존중의 결핍이 확산되도록 조장해 온 사람들'(생명의 복음 59항)에게도 그에 못지않은 책임이 있다고 경고한다.

 

 

마치면서

 

생명경시와 파괴를 일삼는 죽음의 문화 한 가운데 서 있는 우리들이 다시금 지고한 인간생명을 존귀하게 여기는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어가자면 모든 법질서와 윤리 그리고 사회체계가 인간생명을 불가침의 권리로 승인하고 이를 신성시 하는데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1970년대 개발독재시대에 비상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여론 수렴도 없이 오직 경제논리에 의해 인구조절 방책의 하나로 제정된 '모자보건법'이 인공임신중절수술이란 미명아래 낙태시술에 대해 광범위한 합법성의 출구를 열어준 뒤 공권력이 앞장서서 낙태에 관한 동기유발을 조장함으로써 분명히 형법상 범죄에 해당하는 낙태가 양심의 가책도 없이 대량으로 자행되어 연간 150만에 달하는 태아들이 소리없이 죽어가고 있다. 해마다 무죄한 태아를 수백만씩 살해하고 그들 모성의 생색 생태계를 무참히 파괴하는 낙태가 어떻게 모자보건이 될 수 있는가? 모자보건법 14조는 헌법 제 10조에 보장된 인간 존엄성에 대한 명백한 침해이며 그 악법으로 국가가 앞장서서 낙태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모자보건법이 다섯 가지 낙태 정당화 사유를 말하고 있지만 이미 살펴본 대로 이미 상당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고 시술자가 얼마든지 합법적 낙태를 위장할 수 있을 만큼 그 사유들이 광범위하게 규정되어 있다. 이로써 모자보건법은 형법의 낙태금지 규정을 사문화시키고 있다. 이는 법 시행 후 나타난 결과를 통해서도 잘 확인 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도 태아는 모체와 독립된 인간 존재이고 그의 생명은 독자적인 가치를 가지고있다. 헌법 10조에 의하면 국가는 '모든 국민'의 생명을 존중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위법한 침해로부터 보호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태아의 생명보호 없는 사람의 생명보호란 허울에 불과하다. 태어나지 않은 사람의 생명이 보호되지 않으면 태어난 사람의 생명은 존재할 수 없다. 수정된 순간부터 태아의 생명보호를 판시한 대법원이나 독일 연방 재판소의 판결은 당연한 판결이다.

 

다원주의 사회에서 많은 국가의 행정 당국들은 낙태 자유화를 주장하는 이들의 압력을 받고 있지만 '타인의 권리, 특히 생명권을 침해하기 위한 의견의 자유를 주장할 수 없다.'(선언문 2항) 생명을 경시하고 파괴하는 낙태허용규정을 두고 생명보호를 설교하는 국가정책은 공허하고 자기모순처럼 보인다. 결국 낙태허용규정을 통해 모성이나 우리 공동체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빈약하고 황폐해진다는 사실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다수의 경제적 부를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자행되는 임신중절이나 아들 또는 딸을 선호해서 선택하는 낙태를 하는데 악용될 수 있는 모자보건법 14조는 마땅히 폐지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강간 또는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이라는 이유나 유전적, 우생학적, 전염성 병인을 이유로 한 낙태는 이를 법적으로 허용하기 보다 그로 인한 한 가족의 고통과 무거운 짐을 나누어지기 위한 사랑의 수고와 희생의 대가를 치름으로써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노력하며 이를 치료하기 위한 의료기술의 개발과 사회복지제도의 확충하기위한 국가 사회적 공동노력과 재원이 투여되어야 할 것이다. 합법성으로 미화된 임신중절을 통해 그 생명을 파괴시킴으로써 개인과 공동체의 행복은 결코 얻어질 수 없을 것이다.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은 존엄한 인간의 생명은 남에게 빌려줄 수도 없고 양도하거나 처분할 수도 없다. 사람의 생명은 그 자체가 목적일 뿐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될 수 없다. 생명에 대한 경외나 존엄성에 대한 의식이 마비되어 있는 사회는 낙태금지법이 아무리 강화되어도, 또 그 엄격한 집행을 촉구하여도 아무 소용없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의식을 재고시킬 수 있는 생명운동과 다양한 교육활동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이러한 낙태 허용의 분위기로 인하여 오늘날 많은 사람들의 양심 속에서 이 가증할 죄악인 낙태에 대한 감지능력이 점차로 흐려지고 있다. '대중들의 마음 안에서, 행동 안에서, 그리고 심지어 법 안에서조차 낙태를 받아들이고있다는 사실은 도덕적 판단이 지극히 심각한 위기에 처했음을 말해주는 징표입니다. ... 점점 더 선과 악을 구별하지 못하게 되어가고 있는 이러한 때에 진리를 정면으로 바라볼 용기가 필요하며, 편리한 타협이나 자기기만의 유혹에 굴복하지 말아야'(생명의 복음 58항) 할 것이다.

 

아, 너희가 비참하게 되리라, 나쁜 것을 좋다, 좋은 것을 나쁘다, 어둠을 빛이라, 빛을 어둠이라 하는 자들아!'(이사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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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의 경우 연간 150만건(1985년), 일본은 약 50만건(1987년), 프랑스는 약 17만건(1987년), 구서독은 약 8만8천여건(1984년), 스웨덴은 약 3만여건(1984년), 구소련은 650만건(1987년), 우리나라는 150만건(1985년)에 달하고 있다. 새생명사랑회편, ‘낙태와 생명윤리’, 1990,12 이하. 그러나 이 밖에도 음성적인 불법 낙태도 상당한 숫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2) 마태 19,18

3) 소병욱, “낙태관련 입법과 가톨릭 교회”, 대구효성가톨릭대학교 연구논문집 제57집(1998), 132p.

4) 프란시스 셰퍼 시리즈 제21권, 김기찬 옮김, 「낙태, 영아살해, 안락사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자세」

5) 김일수, ‘모자보건법 개정안 마련을 위한 낙태와 살인의 한계“, 낙태반대연합 제 11회 세미나 자료집 (2000.5.)

6) 여러 비판에 대해서는 도회근, 「낙태에 관한 헌법이론적 연구-미국 헌법학계의 논의를 중심으로」헌법학 연구 제3집(1997), 538-552 pp 참조.

7) 김일수, 위의 글.

8) 도회근, 앞의 글, 536p.

9) 맬더스, 「인구론」, 을유문화사(1983) 참조. 서기 원년경의 지상의 인구는 약 2억 5천만으로 추정되어 1650년에 5억, 1850년에 10억, 1930년에 20억, 1975년에 40억이었고 다시 2010년에 80억이 되리라는 전망이다. 이렇게 배증기는 짧아지고 있다. 맹광호, 「인구문제와 인구정책」, 사목36호(1974,11), 23p 참조.

10) 제레미 리프킨, 전영택, 전병기 옮김, 「바이오테크 시대」, 민음사(2001), 226p.

11) 제레미 리프킨, 앞의 글, 234p 참조.

12) 배종대, 「모자보건법의 근본문제와 인간존엄성」, 사목 181호(1994, 2), 86p 참조.

13) 배종대, 앞의 글, 90p 참조.

14) 김중호, 「의학윤리란 무엇인가」, 바오로딸(1995), 49p 참조.

15) 배종대, 앞의 글, 91-92 pp 참조.

16) 배종대, 앞의 글, 91p 참조.

17) 최창무, 「종교가 본 모자보건법안-모자보건법의 재고를 바란다」, 사목연구 제3집, 최창무주교 회갑기념 특집 논문선집, 가톨릭대학교 사목연구소(1996), 259p 참조.

18) 로마 8,18 ; Ⅱ고린 4,17 참조.

19) 신동일, 「생명윤리 관련 입법의 법적 검토」,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제2차 정기세미나 자료집(2002,11), 15-16pp 참조.

20) 원시선이 나타나기 이전까지 한하여 실험을 할 수 있다면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가칭) 14조도 이 노선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운명은 수정 첫날부터 결정된다는 논문이 발표되 주목된다. 2002년 7월 4일 사이언스지, 14-15pp 참조.

 

[손성호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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