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5일 (금)
(홍)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끌려가 그들과 다른 민족들에게 증언할 것이다.

윤리신학ㅣ사회윤리

[생명]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의 검토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7 ㅣ No.374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의 검토

 

 

1. 시작하며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2000년 1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함께 제안한 생명과학보건안전윤리법안의 2002년도 판이다. 그 동안 한국 사회에는 생명공학육성법에 관한 2개의 개정안을 비롯하여 총 3종류의 입법청원안과 입법의 기본골격 등이 제출되었다. 물론 한 가지 법률안도 국회에서 심의조차 되지 못하였다. 5년 이상을 끌고 있는 이와 같은 입법지체현상은 분명히 비정상적인 현상이다. 평균적으로 대한민국의 다른 법률안들은 상당히 신속하게 처리되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본다면 지체되고 있는 생명공학 규제 법률들은 이해할 수 없다.

 

이 공청회가 열리기 바로 3일 전 신문에서는 보건복지부 법률안이 과학기술부와 이해관계 대립으로 인하여 무산될 운명에 처해있다는 보도를 읽었다. 이처럼 입법이 지속적으로 실패 또는 연기되는 현상은 사실 처음부터 예견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생명공학에 관한 법률안들이 지속적으로 실패하는 이유는 첫째는 대부분의 법률안들이 입법의 기본정신을 오해하고 있으며, 둘째 절차상으로 법률안들이 모든 생명공학 기술을 한꺼번에 규율하고 있어서 합의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생명윤리와 안전에 관한 법률은 법률의 이름대로 생명윤리와 안전성을 확보하는 법률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생명윤리에서 문제될 수 있는 요소들을 간결하고 명백하게 금지하여 그 금지를 기준으로 허용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법률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법안은 목적 규정에서도 무리하게 표현하고 있듯이 생명윤리와 생명공학을 동시에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생명공학육성법과 별개로 생명윤리에 관한 기술적이고 복잡한 내용들이 법안의 주요내용에 포함되게 만들었다.

 

두 번째로는 법률안이 다양한 생명공학분야의 대부분의 사항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법률은 입법취지가 분명하고 간결해야 한다. 그러나 이 법률안은 생명공학에 관한 위원회 설치부터 인간복제, 배아실험, 유전자 정보, 유전자 치료, 유전자 은행까지 거의 대부분의 생명공학에 관한 사항을 담아내고 있다. 단일 법안으로 이 모든 것을 전부 담고 있는 법률은 세계 최초의 시도라고 보인다. 왜 이런 다소 무모한 시도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만일 현재 거의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인간복제금지를 개별 법률로 만들고, 유전자 치료와 배아관리만을 다루는 인공임신과 수정에 관한 법률을 별도로 추진하여 과학기술부와 의견 대립되는 배아실험과 활용에 관한 규정을 예외적인 허용법률로 시도하였다면 지금과 같은 입법정체현상을 피할 수 있었지 않을까 싶은 아쉬움이 있다. 게다가 법률안에서 함께 다루려는 유전자은행과 유전정보의 문제는 완전히 별개의 사항이다. 이는 정보관리에 관련된 현행 정보관계법에 편입시켜도 무관하다.

 

먼저 현재 제출된 법률안의 기본적인 문제점부터 자세히 생각해본다.

 

 

2. 기본이념

 

1) 생명윤리법의 성격

 

생명윤리관련 법률은 규제 법률이어야 한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면 법률안의 목적은 일반인들의 생명공학에 대한 위기감을 예방하고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존중하는 법률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입법의 직접적인 대상은 새로운 생명공학 기술이 현재 사회체계와 갖는 규범적 관계성이어야 한다. 생명윤리라는 말이 갖는 규범적 구조는 이미 법적 보호대상을 지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들 수 있는 사항은 다음과 같은 사항이다:

 

-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어떤 행위도 사회적으로 의미 없는 행위라는 사실이 원칙적으로 선언되어야 한다.

- 인간을 도구화하여 사회-경제적 이익만을 착복하려는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

- 잠재적 인간의 가치를 상대화시키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

- 장차 발생될 위험성을 경고하고 그 예방을 위한 조치를 구체화해야 한다.

 

이와 같은 원칙들은 직접적으로 사회의 기본적 가치와 이해에 관하여 형성된 헌법으로부터 명령되어 있다. 기본적 가치를 훼손하여 얻어지는 모든 행위는 우리 법제도상 불법행위 또는 범죄라는 점이 이 법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제안된 법률안에서는 이 점이 분명하지 못하다. 특히 문제되는 것은 이 법률안이 생명에 관한 주요 결정을 일부 위원회의 심의와 대통령의 결정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예컨대 제11조 4항). 생명윤리에 관한 법률은 단순한 절차를 정하는 법률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무엇이 금지되어 있는지를 선언해줘야 한다. 이러한 결정 권한을 아무런 기준도 없이 위임하는 행위를 법학에서는 백지위임이라고 하여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무책임한 위임법률은 허용될 수 없는 책임의 회피밖에는 안 된다.

 

또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점은 현재 우리 논의에서 자주 주장되듯이 생명공학과 생명윤리가 대립적인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다. 생명공학 역시 생명윤리를 전제해야만 한다. 그러나 국내에 제출된 생명공학 관련법안들은 예외 없이 법률의 목적에는 인간의 존엄성과 과학기술의 발전이 조화되도록 하는 것이 기본적인 전제로 삼고 있다. 그 결과 법안의 목적 규정이 이중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법률안 제1조 목적 제1문에서 제시하듯이 법률안이 생명윤리와 안전에 기여하는 것인지 아니면 제2문에서 보듯이 생명과학기술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는 법률인지가 분명치 못하다. 실제로 인간복제나 배아실험 등의 규제에 목표를 둔다면 이 법률은 순수 윤리기본법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현재 우리나라에는 기술을 장려하기 위한 생명공학육성법이 따로 있다. 이 법안이 두 가지 목적을 추구하여 본래의 목적이 애매해지는 것을 처음부터 회피하려면 목적 규정에서 이 법안이 인간의 존엄성의 보호와 존중이 제1차적인 관심사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했다.

 

2) 법안의 체계의 복잡성

 

(1) 용어의 부적절성

 

이 법률안은 전체 51조와 부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안에 내용으로 국가생명윤리자문위원회 설치(제2장), 인간복제 금지(제3장), 인간 배아생산 및 이용(제4장), 유전자검사(제5장), 유전정보에 관한 사항(제6장), 유전자치료(제7장), 감독사항(제8장), 보칙(제9장), 벌칙(제10장)으로 구성된다. 실질적으로 이 법안은 거의 모든 생명윤리 및 생명공학에 관한 내용을 포괄하는 기본법 형식으로 되어 있다. 물론 생명공학의 또 다른 문제점인 생명특허나 유전자조작식품의 규제,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실험의 금지와 같은 사항이 제외되어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대부분의 생명공학에서 발생될 수 있는 내용들을 포괄하고 있다.

 

입법은 그 목적과 다른 법률과의 체계적 조화, 그리고 다른 법이론적인 모순이 없어야 한다. 이 법률안이 기술관련 법안이라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제2조 정의 규정은 과학기술적 개념 정의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매우 비전문적이고 자의적인 개념규정이라고 생각된다. 예컨대 제2조의 제1호는 "생명과학기술"이란 말을 사용하고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생명과학기술이란 용어는 적절치 못하다. 여기서는 '생명공학(기술)'이란 말이 타당해 보인다. 생명공학(Biotechnology)이라는 용어는 생명과학(Life Science)보다 세분된 용어이다. 포괄적인 의미의 생명과학에는 기초생물학, 기초의학, 기초농학, 생화학 및 생명공학기술을 모두 포함하고, 생명공학은 주로 발효공학기술, 효소공학기술, 동식물세포배양기술, 단백질공학기술, 수정란미세조작기술, 생물공정기술 및 유전공학기술 분야를 포함한다. 대체로 오늘날에는 생물학을 응용한 유전자 조작기술과 그를 응용한 의학과 약학, 육종학, 축산학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통용된다. 제2호의 "복제"란 법률안에서 규정하듯이 단지 '세포를 만드는' 작업만은 아니다. 무성생식을 통하여 새로운 개체를 만드는 일을 포함한다. 즉 자연적 생식을 거치지 않고(asexual) 개체를 발생시키는 '클론'(clone)을 의미할 수도 있고, Procaryote(원핵 생물)의 일반적 증식과정인 분할적 '복제'(replication)를 의미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세포분열이 개시된 이후 2세포기나 4세포기의 단계에서 할구분할을 시도하여 동일한 유전형질의 개체를 얻어내는 '복제'행위를 이 법률의 개념규정에 의하면 규율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제3호의 "배아"규정은 '전배아'(pre-embryo)를 이미 포함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법률안처럼 규정하는 것은 해석상의 오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 법규정에는 따로 전배아를 포함한다는 문언이 없으므로 배아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만일 문언의 의미를 그대로 인식한 사람은 당연히 14일 미만의 전배아가 이 법률에서는 제외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할 가능성도 있다.

 

개념규정을 따로 하는 것은 법률안의 의미를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 법률안의 개념규정은 오히려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구체적인 확인 없이 개념규정을 이처럼 하는 것보다는 전문용어는 따로 규정하지 않고 규제 행위만을 구체화하는 것이 입법기술상으로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2) 대상과 범위 설정의 과오

 

이 법률안은 너무 많은 요소를 한꺼번에 시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다른 국가에서 입법된 법률들은 개별 법률구조로 되어 있다. 수정과 인공수정에 관한 법률, 유전자 식품안전에 관한 법률, 유전정보 보호를 위한 법률, 인간복제의 금지에 관한 법률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으며, 각각의 내용에 대하여 간결하고 분명한 금지와 허용을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법률안들만 모든 사항을 다 포함하는 기본법 체계를 선호하고 있다. 또한 생명윤리에 대한 기본적인 금지행위와 허용의 요건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기관생명윤리위원회와 국가생명윤리자문위원회와 같은 조직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항목도 포함하고 있다. 경험적으로 보면 이런 식의 법률안 작성은 법학에 대해서 전문적인 식견이 없는 사람들이 성안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와 같은 법률안은 다른 법과의 규율상의 중복이나 모순을 대부분 야기한다. 이 법률안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예를 들면 제2장의 위원회 설치에 관한 부분은 특히 이질적인 것이다. 생명윤리의 보호와 존중에 관한 법에서 위원회라는 별도의 행정조직을 설치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더욱이 국가생명윤리자문위원회 이외에 기관생명윤리위원회 설치를 생명윤리법안에서 규정할 이유는 없다. 이와 같은 위원회가 정말 필요하다면 그 설치와 내용을 하부 법률에 위임하여 규정해야 한다. 또한 위원회 구성에 대한 인원 구성도 이상하다. 예를 들면 제6조 제2항의 구성에서 생명공학 관련 위원 9인과 그 외의 위원 9인으로 구성하는 것은 무리한 착상이다. 생명공학자와 다른 철학계나 종교계 여성계 인사가 직능을 대표하여 동수로 참여하는 형태가 더 타당한 구성으로 생각한다. 예를 들면 독일의 국가 생명윤리 자문회의(Ethikbeirat)의 경우 의학자, 생명공학자, 생명공학과련 사업 종사자, 철학계, 종교계, 법학자, 윤리학자 등이 동수로 참여하는 자문단을 가지고 있으며 오히려 인문사회과학계의 인원 비율이 이공계 출신 위원 수보다 높다. 생명윤리자문위원은 주요 업무가 가치관련적 판단을 하는 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과학계 인사들은 기술에 관한 자문을 할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 특히 이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위원회의 권한이 매우 높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3. 법이론적 모순

 

이 법률안 기본적 문제는 첫째 배아의 법적 지위가 무엇이며 인간의 존엄성과 어떻게 관계되는지에 대한 분명한 이해와 기술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생명윤리법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기본적인 원칙의 설명 없이 배아를 단지 실험용 도구로 준용하는 것은 향후 심각한 법적 갈등을 야기할 것이다. 왜냐하면 배아를 인간으로 원칙적으로 선언하고 예외적인 개입을 허용하는 것과 이 부분에 대한 설명 없이 배아에 대한 취급을 정하는 것은 매우 큰 차이가 난다. 더욱이 문제는 이 법률안에서 배아 실험을 부분적으로 허용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이 법률이 통과되면 이를 기준으로 배아 실험이나 다른 생명공학기술들이 정당성을 얻을 수 있게 된다.

 

1) 법해석상의 문제점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 구체적인 의미를 살펴본다.

 

(1) '모든 국민'

 

헌법적으로 모든 국민이라는 의미는 매우 다의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는 인간의 의미를 어떻게 파악하는지가 여기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생명공학과 관련하여 '모든 국민'에 대한 해석은 극단적으로 구분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배아'와 '수정란'이 헌법상 인간의 존엄성 향유주체인 '국민'에 포함되는지가 핵심적인 쟁점이다.

 

공리주의적인 관점이나 자연주의적인 착상은 모체 밖에서 체외 수정된 배아와 출생전의 태아는 현실적인 의미에서 헌법상의 '인간'으로 볼 수 없다고 한다. 그 이유는 배아나 수정란은 현행 법질서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인간으로 생각할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분명하게 존엄성을 갖춘 독립적 존재로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법적 효과는 수정란과 배아를 인간과 별개의 존재로 취급할 수 있다. 배아나 수정란에 대한 생명침해의 가능성에 대해서 불치병 환자들에 대한 신약 개발과 치료법 확보를 위한 배아 실험 허용과 냉동 수정란의 이용이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라는 표현의 역사성과 법정책의 목적성을 감안하여 다시 생각한다면 보다 분명한 이해를 얻을 수 있다. 헌법상 '모든 국민'이라는 표현은 소위 헌법적 질서에서 소외된 모든 계층을 포함한다는 계급주의 타파의 목적이 남아 있다. 여기서 '모든'이라는 표현은 그러므로 구분을 이미 배제하고 있다. 헌법의 존재적 소여가 구분 없는 모든 인간의 존엄을 목표로 하여 시작하기 때문이다. '모든 예외 없는 인간의 존엄성'이란 이념은 헌법의 역사에서 현재 가장 우월한 원리로 자리 잡고 있다. 이 법에서는 배아나 수정란이 분명히 '인간'이라는 점이 확인되어야 할 것이다.

 

(2)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수정란과 배아가 출생 후의 인간과 동일한 존재가치를 갖는다는 주장의 근거는 세 가지 논증들에 의해서 주장된다. 첫째 동일성 논증, 둘째 잠재성 논증, 셋째 연속성 논증이다. 이미 생물학적으로 확인된 사실은 인간의 개체발생과 분화과정은 자연적 연속성상에 절대적으로 의존된다. 인간 생명에 관한 조작은 일시적 단계개입 이외에는 불가능하다. '인간 복제'라는 기술적 단어의 실질적 의미는 수정 과정에서 단지 핵만을 교체하여 정상적인 자궁에 주입시키는 단순 작업을 의미한다. 그 이외의 모든 과정은 자연적 절차에 의존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생성과 분화, 발전은 거의 자연적 과정에 위임되어 있다.

 

동일성 논증은 결국 수정 이후의 모든 과정이 자연적으로 진행되어 출생하는 인간과 수정란은 존재적으로 동일하다는 전제를 인정 한다. 이러한 수정란과 출생자와의 동일성은 또 다른 논증, 연속성 논증에 의해서 보강된다. 인간은 수정 이후 세포 분할을 통하여 전배아-배아-태아의 단계로 전개되며 결국 모체와 분리되어 독립한다. 각각의 단계는 각기 다른 존재가 아닌 '연속적인 존재'로서 발전한다. 이와 조금 다르게 잠재성 논증은 배아나 수정란이 갖는 잠재성에 대한 주장이다. 인간의 발생과 발전은 생물학적인 자연적 연속과정에서 이루어진다. 인위적인 개입과 조작은 일정 단계에 단순히 순간적으로 개입하는 것이고 다른 모든 절차는 자연적 발생과정에 일임된다. 그렇기 때문에 수정란과 배아는 자연적 과정의 첫 단계가 이루어지면 인간으로서의 잠재성을 완전히 갖추게 된다. 잠재성과 연속성, 그리고 동일성이 인정되는 한 국가는 수정란과 배아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법적인 보호와 배려를 정책목표로 삼아야 한다. 수정란이나 배아는 (잠재적)인간으로서 충분한 존엄성과 보호의 적성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 한다.

 

(3) 연구와 자유와 생명권

 

헌법적 기본권 중 학문의 자유의 항목에는 연구의 자유가 포함된다. 학문의 자유는 주관적 권리인 이념과 신념에 따라서 자신의 지적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우리 헌법 제22조는 이를 구체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연구의 주제와 내용을 설정하는 연구 programme의 자유로운 설정과 전개는 절대적인 보호항목에 속한다. 그러나 객관적인 측면, 즉 그 연구의 사회적 의미나 연구를 위한 연구대상의 선택과 같은 외부적 행위에는 일정한 제한이 따른다.

 

연구의 자유의 기본적 권리를 사회적으로 보장하는 이유는 지적 활동이 갖는 개인적이고 독립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그 지적 활동이 얼마나 사회적인 지적능력을 고양시키고 종국적으로는 사회의 이익이 될 수 있느냐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생명윤리는 생명공학과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생명공학에 전제되어 있는 가치판단이다. 연구의 자유는 생명권과 비교될 수 없는 하위의 기본권임을 명심해야 한다. 더욱이 인간의 생명권은 다른 모든 기본권에 앞서서 고려되어야 하는 기본권이다. 생명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기본적 권리 중에서 최상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인간이 실존할 수 있는 기초이며 근본이기 때문이다. 형법적으로 추정과 승낙에 의한 살인행위를 처벌하거나, 타인의 생명침해를 가장 중형으로 처벌하는 이유는 생명권에 대한 존중이 기존의 사회적 가치에서 차지하는 의미 때문이다.

 

법정책의 목적을 감안하며 본다면 생명공학의 발전과 생명공학의 규제는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생명공학 역시 사회와의 관련성 때문에 존중되고 그 자유를 보장받는 것이다. 생명공학의 모든 행위와 노력은 사회적 지적 가치를 함께 상승시키는 목적에 공여되어야 한다. 생명공학이 사회적 가치를 손상하거나 위태롭게 하는 식으로 추진된다면 사회적 통제의 대상이 될 뿐이다. 법정책의 기본적인 목적은 전체를 유익하게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윤리와 기본 가치에 반하는 생명공학은 사회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연구의 자유와 생명권은 충돌될 수 없다. 생명존중을 하지 않는 연구의 자유는 누려야할 권리가 아니라 이미 비난 받아야 하는 범죄이다. 생명권과 갈등하는 연구의 자유를 주장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 오히려 연구의 자유는 생명권과 충돌되지 않을 의무를 이미 전제하고 있다. 생명에 대한 존중과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고 유지하는 연구범위에서 자유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4) 생명공학의 위험성

 

대부분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생명공학에 대한 법적 통제의 필요성이 단지 윤리적인 필요성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실질적으로 법적 규제와 통제가 필요한 근거는 생명공학이 갖는 잠재적인 위험성 때문이기도 하다. 인간 복제와 배아 실험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익은 종국적으로 현재 생존하는 인간들만 건강한 삶이다. 그러나 그 건강한 삶의 가능성은 생명공학 기술에 의해서 보장되지 못할 수도 있으며 오히려 반대로 침해될 수도 있다. 이미 면역거부반응에 대한 유전적 치료술의 부작용이나 유전자 조작 식품이나 제초제의 피해는 환경보호의 차원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이와 같은 유전자 조작식품이나 의약품의 피해는 바로 인지될 수 있는 위험이 아니라는 특징이 있다.

 

1960년대 발생된 탈리도마이드 사건이나 최근 자주 보도되는 유전공학 기업들의 무모한 실험으로 인한 피해는 인간과 환경에 대한 거대 위험의 대표적인 실례가 되어 가고 있다. 특히 이런 다국적 기업들이 제3세계의 허술한 법체계와 의료체계를 이용하여 건강을 담보로 하는 생체실험을 획책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자료를 통해 접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서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생명공학 벤처 회사들의 부도덕한 실험결과 부풀리기나 무리한 투자 유치가 문제되기도 한다. 최근 구속된 생명공학 벤처회사 ImClone Systems사 사건이나 영국의 대표적인 기업인 British Biotech의 부도 사건과 같은 사건들은 생명공학에 대한 일반인들의 신뢰를 파괴하는 행위들이다. 일부 농업계통의 회사들은 지속적으로 식물종자 독점과 유전자 변형 제초제 등으로 제3세계의 생존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이미 유전자 조작 식품의 규제는 선진국들의 일반적인 상황이다. 유럽연합은 이번 년도를 계기로 미국이나 호주에서 수입되는 모든 유전자 조작 원료에 대한 규제를 시작하여 미국과 통상마찰을 빚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런 측면에서 보면 유전자 조작 식품과 유전자 조작 의약품에 대한 어떤 대책도 마련하고 있지 않는 국가에 속한다. 실제로 인도나 아프리카와 같은 국가들보다 유전자 조작에 대한 규제가 느슨한 것이 사실이다.

 

생명공학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 것은 두 가지 방향, 즉 생명공학 벤처 회사들의 가상의 이익만 생각하는 과다한 경쟁과 투자사기를 미리 예방하려는 측면과 확실하지 않은 의약품과 치료술로 발생하는 대량의 위험을 미리 조절해야 하는 필요성 때문에 제기되기도 한다.

 

2) 법률안의 구체적 내용에 관하여

 

(1) 배아 이용 근거의 불명확성

 

법률안 제14조의 제1항 2호와 3호는 배아 이용을 위한 전제로써 '질병'의 치료와 예방 등을 열거하고 있으나 어떤 질병이 포함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 이 법에서 허용하는 질병의 내용을 구체화시켜서 한정시킬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생명공학의 가설은 대부분 그 결과가 입증되지 못하는 단지 가설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확실하게 해주어야 한다. 반면에 위험성은 매우 심각하다. 돌리(Dolly)를 만들기 위하여 로슬린 연구소에서 실패하여 도륙한 양은 300마리가 넘는다. 이 점에 대해서 과학자들 또한 동의하며 잘 알고 있다. 문제는 배아 실험의 결과가 성공의 가능성이 없으며, 그들의 유전자 진단의 오차범위가 허용할 수 없을 정도로 넓다는 점이다. 비전문가의 눈에도 제14조 제1항 1호의 피임기술을 연구하기 위하여 배아 실험을 허용시킨다는 규정은 눈에 거슬린다.

 

제14조에서 배아 실험을 아무리 제한적으로 허용 하더라도 도대체 피임방법을 개발하기 위하여 직접 인체실험을 하겠다는 주장은 왜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 또한 같은 조 제2호에서 말하는 "질병치료"의 범위가 확정되지 못한다면 감기치료를 위해서 배아를 살해해도 된다는 의미인지 애매하다. 법논리적으로 이 법률이 통과되더라도 제48조 제1항 6호의 벌칙은 무의미해진다. 왜냐하면 제14조 제1항을 이처럼 규정하면 이 규정을 위반하여 "불법적인 목적 또는 방법으로 인간의 배아를 이용"하는 행위가 어떻게 추정되는지 분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법률에 따르면 불임치료와 피임기술 개발, 질병치료, 기타 자문위원회가 인정한 질병의 예방, 진단, 치료를 위한 연구와 시술이 모두 포함될 수 있다. 결국 제48조 제1항 6호의 불법적인 목적 또는 방법"이라는 것이 적용될 여지가 거의 없다.

 

또한 제9조에서 규정하는 배아생산을 위한 서면동의와 설명의무(제2항 및 제3항)가 제14조 제1항의 연구 목적에서도 준수되어야 한다는 문구가 필요하다. 제32조 유전자치료의 범위와 일치시키는 것은 고려해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권고할 점은 연구 일반에 배아 이용을 허용할 것이 아니라 그 전문성과 이용가능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는 연구에만 허용심사를 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믿는다. 일반 연구 규칙과 같은 정도의 규율로는 본 법률의 목적과 취지를 달성할 수 없다. 결국 본 법률안은 목적만 윤리 및 안전 법안이지 세부적인 문구나 규정의 내용에서는 배아를 일반 물건처럼 다루겠다는 식의 인식을 읽을 수 있다.

 

(2) 유전자 정보에 관하여

 

생명공학의 가장 민감한 부분 중의 하나가 유전자 정보이다. 그러나 현행 규정은 유전자 정보보호를 위한 제반 제도를 갖추기엔 미흡하다. 예를 들면 제29조의 유전자 은행을 설치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유전자 은행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개인 유전자 정보를 총괄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무엇이며 그 정보 수집과 관리의 개별적인 허용의 근거 역시 법률에서 규정해야 한다. 만일 이 정보가 타인이나 다른 국가의 수집대상이 된다면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법률이 비밀침해에 대한 가능성을 제외한다고 해도 수집할 수 있는 유전자 정보의 내용이 단지 제한적 배아 실험과 유전자치료에서만 습득된 것인지, 아니면 다른 경로를 통하여 수집할 수 있는 것인지, 또는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활동에 의하여 수집된 것인지에 대하여 구체화시켜야 한다. 생각건대 체취할 수 있는 유전자 정보는 의학적 조작과 기술에 대한 일반 정보만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 어느 국가도 이런 유전자 은행에 관한 규정을 법률안에 담고 있는 국가는 없다.

 

확실히 해두어야 하는 것은 유전자 정보는 그 공개와 처분의 권한이 개인에 국한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법률안 제23조는 검체 양도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으나 그 권한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결여되어 있다. 한 개인의 자기 유전자정보 공개와 처분의 법적 효과는 그 개인이 속하는 가문과 인종 전체에까지 미칠 수 있다. 예컨대 한 성씨의 독특한 유전자는 공개를 결정하는 개인에게만 국한되는 정보가 아니다. 또한 대한민국 한 개인의 유전자 정보 공개는 동일한 특성을 갖는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유전자를 공개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갖는다. 그에 따라 유전적 정보의 공개와 처분을 일개인에게 결정하게 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법적 갈등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점을 검토했어야 한다.

 

(3) 유전자 검사와 치료에 관하여

 

배아에 대한 유전자 검사가 갖는 법적 의미를 살펴보자. 유전자 검사를 본 법률안처럼 확대할 경우는 우리의 모자보건법과 관련하여 다수의 유전적 결함 수정란이 폐기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종국적으로는 국가가 주도적으로 적극적 우생학을 승인하는 결과가 된다. 이 법 제21조 제2항의 페닐케톤뇨증의 경우만 해도 신생아 때 검사를 하면 대부분 태아기나 배아기에 하는 검사와 동일한 효과를 갖는다. 그러므로 태아기나 배아기에 이 검사를 하여 다른 징후나 예후를 산모에게 고지하는 경우 오히려 적극적인 낙태를 권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생긴다.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부분이다. 1987년 개정된 의료법 제19조의2는 태아의 성별을 미리 알려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법률은 당시 성행하던 여아 태아를 낙태하는 관행을 금지시킨 법률이다. 그러므로 이 조항은 기존 의료법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 만일 법률안이 통과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유전적 장애를 가진 태아를 낙태하는 방법으로 이용될 것이다.

 

제32조의 제1항 1호의 경우 암이나 후천성면역결핍증과 같은 질병에 대해서 유전자 치료술이 적용된다는 과학적 실험보고는 아직 없다. 이 조항의 문구는 지나치게 생명공학을 신뢰하는 것같다. 생명공학에서 시도되는 '줄기세포 치료술'(stem cell therapy) 또는 '체세포 치료술'(somatic therapy)은 아직 완성된 기술이 아니며, 다른 국가들의 법률에서도 이 치료술에 대한 법안이 제출되어 있지 못하다. 유전자 치료술로 가능한 치료는 현재 파킨슨씨 병과 알츠하이머 등 일부 퇴행성 질환의 극히 제한적인 부분이다. 암을 발생시키는 유전자라고 말하는 BRCA 1, BRCA 2 유전자의 발견이 암을 억제하거나 치료해주는 것은 아니다. 매우 비전문적인 상상력이 법안의 배경이 되고 있다고 보인다. 제34조에 제2항처럼 "약사법 제26조에 의하여 의약품으로 허가된 유전자 치료제만 사용"한다는 것은 소위 형용의 모순이다. 엄밀히 말하면 현재 약사법에 규정된 유전자 치료제는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전자 치료를 위한 약사법 리스트를 준용시킨다는 것은 없는 것을 근거로 있는 것을 만들어내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현재 개발 중인 유전자 치료제들은 현행 약사법 제26조에 규정되어 있지 않고 있다.

 

덧붙여 말하면 제24조 제3항의 사전 설명의 의미가 의료사고 판단의 중요 기준인 의사의 설명의무(informed consent)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분명히 해야 한다. 한 가지 의심스러운 것은 유전자 치료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 부작용을 미리 고지하여 서면동의를 받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4. 인간복제의 금지


1) 조문 분석

 

이 법률의 기본적인 목적은 인간복제의 금지에 있다. 법률안 제10조와 제11조는 인간복제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제10조는 개체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체세포 복제를 금지하고 있으며 제11조는 주로 동물과 인간간의 이종교잡행위를 금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조항은 제10조 제1항에서 "누구든지 인간개체를 복제할 목적으로"라는 규정 때문에 제10조가 인간 개체 복제금지조항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이종간의 교잡금지 조항이라는 제11조 제2항 4호는 "다른 유전정보를 가진 인간의 배아를 융합하는 행위"를 금지시키고 있는데, 그렇다면 제11조 역시 인간 개체 발생에 대한 규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또한 제11조 제4항에서는 "누구든지 체세포핵이식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만 하고 있어서 제11조에 규정된 행위를 대상으로 체세포핵이식을 하지 말라는 것인지 아니면 체세포핵이식에 대한 일반적 금지조항인지 애매하다. 만일 후자의 해석에 따라서 일반적 체세포핵이식 금지 조항이라고 본다면 제10조의 인간 개체 복제에 대한 허용을 제11조 제4항이 하고 있는 것과 같아진다. 왜냐하면 제11조 제4항은 "누구든지 체세포 핵이식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자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그 허용을 결정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른 해석을 하여 이 조문의 체계상 체세포 핵이식(복제)을 통한 인간 복제 행위는 제10조에 의해서 금지되고, 제11조는 단지 종간교잡행위금지로 본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제1조 제4항은 "체세포 핵이식" 행위를 단서에서 대통령이 자문을 받아 허용할 수 있게 하였다. 여기서 대상을 인간과 동물간의 교잡배아로 한정하지 못하면 마찬가지로 제10조 제1항 1, 2호와 모순 된다. 제10조와 제11조를 왜 이처럼 엉성하게 만들었는지 알 수 없다. 2000년 보건복지부가 내놓았던 생명과학보건안전윤리법안 제11조는 "인간의 생식세포나 체세포를 이용하여 인간개체를 인위적으로 복제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간결하게 규정되어 있었다. 오히려 이전의 규정이 더 명확하게 해석된다.

 

그리고 이미 체세포 핵융합을 시행하여(제10조 제1항 제1호) 만들어진 배아를 자궁에 착상하는 행위(동조 제2호)는 인간 개체 복제를 완성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인간 개체 복제는 착상을 통해 출생으로 이어지는 전체 과정이 아니다. 단지 무핵 난자에 체세포에서 추출한 줄기세포핵을 이식하는 순간 인간 개체 복제는 완성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제10조 제1항 1호를 별개의 한 행위로 볼 필요성이 생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개체 복제를 금지하면서 개체복제행위와 자궁착상행위를 구분하여 규제하는 이유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제11조는 제4항에서 제10조에서 금지된 행위를 허용시키는 문언은 삽입시키고 있다. 더욱이 동물과 인간의 교잡물 복제의 가능성을 심의를 받아 대통령이 결정하게 만들었다. 다시 말하건대 대통령의 능력과 권한에 대한 뚜렷한 법의식이 결여된 입법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능력과 권한 법안에 있는 것이지 법밖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상 대통령은 행정부의 책임자일 뿐이지 생명 존폐를 결정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기준을 이 법률이 정하여 대통령이 위반하지 못하게 명령해야 한다. 법안을 만든 사람들의 소박하지만 유치한 법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2) 다른 국가 법률과의 비교

 

우리 법률안은 일본의 2000년 "인간클로닝기술규제에관한법률"의 체계를 따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법률 앞에 개념규정을 정의하고 있는 것 같다. 영국이나 독일의 관련 법률들은 이와 같은 개념규정을 하지 않고 있으며, 그 개념은 다른 전문적인 기술영역에서 통용되는 개념을 사용토록 하고 있다. 일본의 법률은 정확하게는 생명윤리법률이 아니다. 이 법은 과학기술을 조성하기 위한 일종의 기술관련 법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 법률은 클로닝 규제와 함께 배아 실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담고 있다. 이 법에서는 유전정보나 다른 사항은 다루지 않고 있으며 오직 복제기술과 배아 실험의 지침만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이 우리 법률안과 다른 점이다. 입법기술상 일본의 법률에서도 개념규정은 단지 배아(제1조 1호), 인간 배아(2호), 수정된 인간 배아(3호), 인간 줄기세포(4호), 다능성(5호), 추출된 세포(7호) 등 기술에 대한 설명보다는 개념 자체에만 정의를 내리고 있다. 이유는 체세포 핵이식 기술의 활용범위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이를 확정해서 입법을 하는 경우 다양한 법적 상황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개념규정을 회피하는 것이 입법의 명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입법방법론의 차이는 본 법률안에서 쉽게 발견되는 전문용어상의 오해가능성을 줄여준다.

 

(1) 배아 규정의 입법례

 

영국의 HFEA 법(1990)의 규정은 배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규정 한다:

 

"1. (1) 이 법에서 다른 언급이 없다면

(a) 배아는 수정이 완료된 살아있는 인간배아를 의미하며, 또한

(b) 수정 중에 있는 난자도 배아로 취급된다."

 

독일의 배아보호법(1990)의 규정은 전혀 배아에 대한 개념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

 

일본법의 배아 규정 역시 우리와 다르다(인간 배아 줄기세포 이용에 관한 가이드라인).

 

"제1장 일반조항(개념정의)

제1조 이 법률에서 규정하는 기준은 다음의 개념정의에 따른다:

1. 배아

인간이나 동물의 자궁에 착상되면 개체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고 아직은 태반을 형성치 못한 생식세포를 제외하는 세포 또는 세포군

2. 인간 배아

인간의 유전형질을 소지한 배아를 포함한 인간의 배아"

 

우리 법률안과 같은 복잡한 기술적 설명(법률안 조차도 수 차례 이 기술적 개념정의를 바꾸고 있음)이 왜 필요한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2) 개별적인 인간복제 금지문언의 비교

 

제출된 법률안의 인간복제 금지에 관한 규정은 다음과 같다:

 

제10조(인간복제의 금지) ① 누구든지 인간개체를 복제할 목적으로 배아, 살아있는 태아, 살아있는 자, 뇌사자 또는 사망한 자의 체세포를 이용하여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체세포핵이식에 의해 배아를 만드는 행위

2. 체세포핵이식에 의해 만들어진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키는 행위

3. 제2호의 규정에 의하여 자궁에 착상된 배아에 대한 임신을 진행하거나 출산시키는 행위

 

먼저 제1항의 열거 규정은 의미가 전혀 없다. 단지 "체세포를 이용하여 다음 각호의 행위를 하지 못한다"로 규정하면 단순하며 명확하다. 왜냐하면 체세포 핵이식만이 유일한 복제 기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체세포 핵이식 외에도 소위 cell mass division(2 분열기나 4 분열기에서 세포를 쪼개서 독립적으로 분열시키는 방법)으로도 배아 복제는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규정은 오히려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해서 허용을 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 3호의 "임신을 진행하거나 출산시키는 행위"의 의미도 분명하지 못하다. 이 법에서 금지하는 행위가 인간복제를 위하여 착상된 배아를 제거하는 것을 방해한 행위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단지 알고 신고나 적극적 복제금지행위를 부작위한 것을 의미하는지 밝혀져야 한다. 복제를 시도한자가 착상까지 한 경우 두 가지 행위의 위반인지, 동일한 행위인지, 임신유지 행위는 별도의 행위인지가 불명확하다. 형법상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는 입법이다.

 

참고로 독일의 배아보호법의 인간 복제 규정은

 

"제6조 클로닝

(1) 다른 배아, 태아, 인간 또는 사망한 자의 유전형질과 같은 유전형질을 가진 인간 배아를 생성시킨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2) 제1항에서 제작된 배아를 부녀에게 이식한 자도 마찬가지이다.

(3) 미수는 처벌한다."

 

로 규정하고 있으며, 영국의 경우는

 

"3. (1) 누구든지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는

(a) 배아를 생성하거나 또는

(b) 배아를 보관 또는 사용하지 못한다.

(2) 누구든지

(a) 인간 배아 이외의 살아있는 배아를 부녀에게 이식하거나 또는

(b) 인간의 생식세포 이외의 살아있는 생식세포를 이식할 수 없다.

(3) 허가 사항에서 다음은 제외한다.

(a) 원시선 출현 이후의 배아를 보관하거나 이용하는 행위

(b) 인간의 배아를 동물에게 이식하는 행위

(c) 이 법이 금지하는 보관이나 이용에 해당하는 배아의 보관이나 이용행위

(d) 타인, 배아 또는 배아로부터 발전된 결과물인 세포로부터 추출한 핵과 배아 핵을 교체하는 행위"

 

일본의 경우는(가이드라인)

 

"제6장 인간 줄기세포의 이용

 

제27조(금지사항) 줄기세포를 다루는 사람은 다음의 사항을 하지 못한다.

(1) 인간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생성한 배아를 인간이나 동물에게 이식하는 등의 방법으로 인간 개체를 발생시키는 행위"

 

(클로닝 규제법)

"제3조 (금지사항)

누구든지 인간 체세포를 클로닝하여 얻은 인간 배아, 인간과 동물간의 교합 배아, 이간과 동물의 잡종 배아 또는 인간과 동물의 교잡 배아를 인간이나 동물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행위"

 

 

5. 법률안의 방향

 

기본적으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인간 생명과 가치에 대한 원칙을 정립하는 법률이 되어야 한다. 생명공학의 과정에서 훼손되기 쉬운 인간의 존엄에 대한 확실한 보장과 그 선언이 핵심을 이루어야 한다. 환자의 건강권과 배아의 생명권이 조화롭게 우리 사회의 가치와 법체계에서 승인되도록 이 법률은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입법기술상으로 인간 생명권 존중과 그에 대한 구체적 위험행위 중지만을 간결하게 정해서 선언해줄 필요성이 있다.

 

법률은 누가 보더라도 분명하게 금지행위와 허용행위가 나타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또한 다른 법률의 체계를 고려하여 중복적인 입법이 되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생명윤리와 안전에 관한 기본사항만을 규정하고 나머지는 개별 입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믿는다. 또한 쟁점이 되고 있는 인간 개체 복제와 잔여 배아 실험은 별도의 법률안을 만들어 규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인간 개체 복제와 배아 실험은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과학계에서 법률안에 대해서 반발하는 것은 인간 개체 복제와 배아 실험을 동등한 것으로 취급한다는 점에 있는 것 같다. 인간 개체 복제는 배아 실험과 규율하고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야 한다. 줄기세포를 연구하려는 목적에서 시도되는 배아 실험의 기본적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제한적 허용이 따로 검토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인공임신과 수정에 관한 법률이 마련되면 착상전유전자검사(PGD)의 대상이 되는 대상을 확정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검사 후 폐기되는 배아를 줄기세포 추출을 위하여 이용하는 방법은 윤리적인 문제를 크게 야기 시키지 않는다. 특히 교황청에서도 반대하지 않는 줄기세포 추출방법을 법률로 확정하는 작업은 갈등이 발생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생명윤리 및 안전법률은 금지대상을 확정시킴으로써 생명공학육성법률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줄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입법의 시작이 아니라 세부적인 생명윤리 관련 법안들의 이념과 방향을 제시해주는 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 법률은 줄기세포 이용에 관한 법률, 인공수정에 관한 법률, 인간 복제 금지에 대한 법률로 세분화되어 입법이 추진되었어야 하고, 유전자 정보와 그 이용에 관한 법률, 생명공학에 관한 일반적 기술관련법률, 유전자 조작 식품과 의약품에 관한 안전법으로 체계적으로 정리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 법률안을 그대로 제정할 것을 추진한다면 세부적인 사항을 규정하려고 무리하지 말고 일반 원칙들만을 선언하는 선언적 규정으로 추진할 것을 권고하고 싶다. 예를 들면 인간복제 금지, 배아의 인간 존엄성 인정, 인공임신과 불임치료에서의 수정란과 배아 존중, 유전자 검사 목록과 대상의 제한, 유전자 조작의 책임 확정 등에 관한 원칙을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그쳐야 한다.

 

구체적인 것과 추상적인 것은 한꺼번에 다룰 수는 없다. 또한 원칙과 예외를 뒤섞는 이 법률안의 문제점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문제의 시작이 될 것이다.

 

[신동일(한국형사정책연구원, 법학박사) /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홈페이지에서]



322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