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5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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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신학ㅣ사회윤리

[사회] 21세기 경제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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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7 ㅣ No.418

21세기 경제 윤리

 

 

1. 들어가는 말

 

지난 세기말에 일어난 공산주의 체제의 붕괴는 인류에게 단일 경제 체제의 길을 열어 놓았다. 곧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지구상의 유일한 경제 체제가 되어 버린 것 같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제 범세계적 체제가 되어 버린 자본주의 체제의 근저에는 무모한 착취를 이상으로 삼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그 중 몇 가지를 들면 경제 체제 관리의 중앙 통제 기능이 실패했다는 점, 시장 규제의 완화가 촉진되고 있다는 점, 세계화한 경제 문제들을 다룰 적절한 초국가적 기구나 의지가 없다는 점, 특히 자유주의 사상이 다시 대두하여 위세를 떨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시장 규제의 완화가 촉진되고 특히 정보 통신 분야의 기술 발전이 놀라운 속도로 진행된 결과 경제의 세계화 체제가 가속화하여 이제 모든 사람의 상호 의존성이 강화되고 있는 반면 이 체제를 만들어 내는 데 크게 이바지한 사람들도 그것을 통제하기 어렵게 되어 버렸다.

 

거시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세계화한 시장은 자기 규제 능력이 없으며 자율적으로 공동선을 증진하는 기능이 없는 것이 명백하다. 제어 장치가 없는 신자유주의의 맥락에서 움직여지는 만큼 모든 민족의 발전이 촉진되기보다는 이들 간의 불평등이 증대되고 있다. 이 체제의 장점을 내세우는 이들이 주장하는 바와는 정반대로 이 체제는 세계적, 국가적 차원의 통제는 물론 세계화 차원의 윤리가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21세기에 더욱 촉진될 세계화 경제 체제의 문제점들을 살펴보고 연대성과 공동선의 원리에 입각해 그것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보기로 한다. 

 

 

2. 21세기 세계화 경제의 특징 

 

21세기 경제의 특징을 들라면 단연 세계화를 꼽을 수 있다. 세계화는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그것은 16세기 초와 19세기 말에도 대두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의 세계화는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첫째, 새로운 시장을 들 수 있다. 외환과 자본 시장이 세계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하루 24시간 가동하며 실시간대에 원거리 거래가 성립되고 있다. 둘째, 인터넷 연결, 이동 전화, 미디어 네트워크 등 새로운 도구를 들 수 있다. 셋째, 각국 정부에 대해 권한을 갖는 WTO, 개별 국가들보다도 경제력이 큰 다국적 기업들, 국경을 초월하는 비정부 기구들(NGOs)과 기타 집단들의 세계적인 네트워크들이 새로운 주체로 등장하고 있다. 넷째, 강력한 시행 기구를 통해 각국 정부에 구속력을 갖는 무역, 서비스, 지적 재산에 관한 다자간 협정을 들 수 있다. 

 

1) 정보 기술의 발전 

 

정보 기술(Information Technology)의 눈부신 발전은 인간의 생활 방식, 경제 생활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통신 비용의 급격한 감소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혁신적 도구들로 말미암아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인터넷, 이동 전화, 팩스 기계를 이용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1998년 중반에 1억 4천만 명에 달했던 인터넷 이용 인구는 2001년에는 7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의 Killen & Associates에 따르면 1994년 2억 5천만 달러 미만이었던 전세계 전자 상거래(Electronic Commerce) 규모가 2000년에는 1조 6천억 달러로 급증하고 이중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 상거래는 6천억 달러로 세계 전체 교역의 20%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한다. 최근 Gartner 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시스템 구축과 전자 상거래 등을 포함한 전세계 인터넷 경제 규모가 2003년에는 독일, 프랑스, 영국의 총생산액보다 많은 2조 8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전자 상거래와 전통적인 상거래를 비교해 보면 이러한 현상이 얼마나 엄청난 변화를 경제 생활에 가져올지 짐작할 수 있다. 예컨대, 전통적 상거래 방식에서는 기업 → 도매상 → 소매상 → 소비자로 이어지던 유통 채널이 전자 상거래에서는 기업 → 인터넷 → 소비자로 연결되고, 전통적 상거래에서는 일부 지역에 국한되던 거래 대상 지역이 전자 상거래에서는 전세계로 확대되며, 전통적 상거래 방식에서는 영업 시간이 제약되어 있으나 전자 상거래에서는 영업 시간 제약이 없이 24시간 계속된다. 또한 전통적인 상거래 방식에서는 시장이나 상점을 판매 거점으로 하여 전시함으로써 판매하나 전자 상거래에서는 사이버 공간(Cyber Space)을 판매 거점으로 하여 정보로써 판매한다.

 

통신 네트워크는 또한 소규모 단체들의 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전에는 들리지 않던 비정부 기구들(NGOs)의 목소리가 위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소기업들, 가난한 나라들의 정부들, 외딴 곳에 떨어져 있는 학자들과 전문가들에게 규모와 시간과 거리의 장벽이 낮춰지고 있다. 정보 통신 기술은 또한 지식 기반 성장에 빠른 속도로 이를 수 있는 길을 열어 준다. 이 길은 인도의 소프트웨어 수출, 아일랜드의 컴퓨터 서비스 등이 걸어간 길이기도 하다. 인터넷은 그 성장 잠재력이 있는데도 심각한 불평등 문제들을 제기한다.

 

1998년을 기준으로 그 현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예컨대, 남아시아는 세계 인구의 23%가 살고 있는데도 인터넷 이용자는 전세계 인터넷 이용자의 1%도 안 된다. 전세계 인터넷 이용자의 30%가 하나 이상의 대학 학위를 가지고 있다. 컴퓨터를 사는 데 방글라데시인은 평균 8년치 소득이 소요되나 미국인은 평균 1개월치 임금 밖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여성은 일본에서는 인터넷 이용자의 17%를, 중국에서는 7%밖에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영국의 인터넷 이용자들은 대부분 30세 미만이다. 모든 웹사이트의 거의 80%가 영어로 되어 있지만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세계적으로 열 명에 한 명 꼴이 안 된다.

 

이러한 배타성은 세계를 둘로 갈라놓는다. 소득 있고 교육받고 접속 능력을 갖춘 사람들은 저렴하게 즉각적으로 정보에 접근한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불확실하고 느리고 비싸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이 두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 경쟁을 벌이면 접속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소외된 가난한 사람들을 압도하여 그들의 목소리와 관심을 지구촌의 대화에서 잘라 버리게 될 것이다. 

 

2) 국가들간의 불평등 

 

국가들간의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 가장 부유한 나라에 살고 있는 세계 최고 소득층 20%와 가장 가난한 나라에 살고 있는 최저 소득층 20%의 소득 격차는 1960년 30대 1에서 1997년 74대 1로 확대되었다. 1990년대 말 세계 최고 소득층 20%는 세계 GDP의 86% (최저 소득 층 20%는 1%), 세계 수출 시장의 82% (최저 소득 층 20%는 1%), 해외 직접 투자의 68%(최저 소득 층 20%는 1%), 세계 전화선의 74%(최저 소득 층은 1.5%)를 차지했다. 이처럼 소득과 자원과 부가 일부 사람들과 기업들과 나라들에 집중되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OECD 국가들은 세계 인구의 19%밖에 안 되지만 전세계 재화와 서비스 무역의 71%, 해외 직접 투자의 58%, 모든 인터넷 이용자의 91%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최대 거부 3인의 자산은 모든 최빈국들과 이들의 6억 국민들의 GNP를 합한 것보다 많다.

 

최근에 가속되고 있는 M&A의 물결은 산업 세력을 거대 기업들에 집중시킴으로써 경쟁을 잠식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 1998년 현재 10대 살충제 회사들은 31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시장의 85%를, 10대 텔레커뮤니케이션 회사들은 2,62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시장의 96%를 장악하고 있다.

 

1993년 현재 단지 10개국이 전세계 연구 개발비의 84%를 차지했고 지난 20년 간 미국 특허의 95%를 장악했다. 더욱이 개발 도상국들에서 인가된 특허의 80% 이상이 선진국 국민들 소유이다. 

 

3) 경제적 불안정 

 

시간과 공간이 좁혀지고 국경이 없어져 지구촌화하고 있는 세계에서 사람들은 안정에 대한 새로운 위협에, 일상 생활 양식이 갑작스럽게 해체되는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1997-1999년의 동아시아 금융 파동은 세계 금융 시장의 위기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1990년대에 인도네시아, 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에 대한 자본 순유입이 급격히 증대하여 1996년에는 930억 달러에 달했다. 파동이 각국 시장을 차례로 덮치게 되자 이러한 흐름은 하룻밤 사이에 역전하여 1997년에 자본 유출이 120억 달러에 달하게 되었다. 이것은 이들 국가의 금융 위기 전 GDP의 11%에 달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파산이 만연하게 되었고 인간적 비용이 심각한 규모로 발생하였으며 이것은 경제가 회복된 뒤에도 오래 지속될 것이다.

 

1,300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다. 생활 필수품 가격은 급격히 상승하였고 실질 임금은 급격히 하락하였다. 그 결과 사회 불안이 고조되었다.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실질 임금과 고용이 금융 위기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는 데는 여러 해가 걸릴 것이다.

 

금융 위기는 별도로 분리된 사건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자본 이동이 확산, 성장하면서 점차 일반적 현상이 되어가고 있다. 그것은 단기 자본 이동이 급속히 증가됨에 따라 나타나는 것이며 재발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금융 위기는 국가의 금융 시장 규제 기구가 제대로 발전되어 있지 않은 경우 그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며, 이제는 세계화한 자본 시장 체계상의 특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어느 나라도 독자적으로는 그것의 변덕스런 움직임을 버티어 낼 수 없으며 그것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에는 세계화한 행동이 필요하다. 

 

4) 일자리와 소득의 불안정 

 

가난한 나라들에서나 부유한 나라들에서나 경제와 기업의 구조 조정, 그리고 사회 보호 기구의 해체에 따른 이동은 일자리와 소득의 불안정성이 커짐을 의미한다. 세계화한 경쟁의 압력은 나라들과 기업가들이 더욱 불안정하게 노동을 조정하며 유연한 노동 정책을 채택하도록 하였다.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거나 불안정한 새로운 계약을 체결한 노동자들이 칠레에서는 전체 노동자들의 30%, 콜롬비아에서는 39%에 달한다.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여러 나라에서 노동자 해고에 관한 법률이 약화되었다. M&A가 기업의 구조 조정과 대규모 해고와 더불어 진행되었다. 유럽에서는 지속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실업은 감소되지 않고 지난 10년 동안 11%에 머물며 3천 5백만 명에게 타격을 주었다.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성장이 일자리를 창출하였으나, 85%가 비공식 부문이다. 

 

5) 환경 불안정 

 

환경의 만성적 악화는 세계적으로 사람들을 위협하는 현대의 소리 없는 비상 사태로서 최소한 5억 명의 생계에 타격을 주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별다른 대안이 없어서 환경을 압박하고 있으며, 부자들도 소비로써 같은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생선, 새우, 종이, 기타 많은 상품들의 수출 시장 확대는 저장량 고갈, 생물 다양성 감소, 삼림 감소를 의미한다. 그 대가는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이 치르며 주로 그 혜택을 보는 것은 세계의 부자들이다. 가장 부유한 나라들에 사는 세계 인구의 20%가 세계 종이의 84%를 소비하고 있다. 

 

6) 세계적 기술 발전 

 

자유화, 사유화 그리고 더욱 엄격한 지적 재산권은 신기술의 발전 경로를 결정하고 있다. 기술 사유화 집중이 지나치게 강화되고 있다. 기업들이 연구 대상을 결정하고 특허로 연구 결과를 엄격히 통제하며 지적 재산권 협약에 의거하여 철저히 지적 재산을 보호하고 있다.

이것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가난한 사람들과 나라들은 세계적으로 지식을 통제하는 지적 재산 제도에서 소외당할 위험에 있다.

 

둘째, 연구 대상을 결정하는 데에 필요성보다는 화폐적 수익성이 우선적 고려 사항이 되어 있으며 최고의 신기술은 그 대가를 지불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가격이 책정되어 가난한 사람들은 결코 그 혜택을 볼 수 없게 된다.

 

셋째, 좀더 엄격한 재산권 제도는 기술 이전 가격을 인상시키고 개도국들의 역동적인 지식 부문 접근을 막아 버린다. 지적 재산권 협약은 다국적 기업이 세계 시장을 한층 더 용이하게 지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넷째, 신특허법은 토착민들의 지식에 대해서는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일부 개도국들의 가난한 공동체들에서 축적된 지식을 소리 없이 도둑질해 가고 있다.

 

다섯째, 유전 공학적 위험에서도 맹목적인 상업적 이해 관계가 사람보다 이윤을 앞세우고 있다.

 

이제 이 문제에 관해 좀더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1986년 지적 재산권이 다자간 무역 문제로 제기된 것은 원래 모조품에 대해 단호한 조처를 취하기 위해서였다. 이제 이 권리는 그 차원을 훨씬 넘어서서 생명 소유권의 차원으로 확대되었다. 무역, 특허 저작권이 기술과 국가들의 진로를 결정짓는 만큼 이러한 문제는 단지 경제적 흐름에 관한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생명 다양성을 보존하는 일, 생명에 관한 특허권 윤리를 확립하는 일, 보건 혜택의 수혜를 확보하는 일, 지식 기반 경제와 거기서 소외된 경제의 기술 격차가 확대되는 것을 막는 일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3. 맺는말:세계적 지배 체제의 기본 원리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세계화된 경제에서 소외 계층이 확대되고 인간적 불안정성이 증대하며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과 같은 추세들은 그 어느 것도 반드시 불가피한 것은 아니다. 세계 공동체의 정치적 의지와 노력만 있으면 모두 역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국가와 지역과 세계 차원에서 좀더 강력한 지배 체제를 확립하게 되면 분명한 규칙과 한계 속에서 경쟁 시장의 혜택을 유지할 수 있게 되며 인간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 더욱 강력한 행동을 취할 수 있게 된다.

 

지배 체제는 단순한 통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개인과 조직과 기업의 행동에 한계를 그어 두고 유인을 제공하는 규칙, 제도, 관행의 틀을 의미한다. 강력한 지배 체제가 확립되지 않는 한 21세기는 국가와 기업의 이익을 촉진하고자 하는 무역 전쟁, 금융 구조의 취약성으로 말미암아 벌어질 수 있는 시민들간의 분쟁 등 전세계 차원의 분쟁의 위험이 현실화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동아시아의 시장 붕괴가 브라질과 러시아 그리고 기타 지역으로 전염되고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위협이 상존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차원의 지배 체제가 재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의 논의는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그것이 너무 경제 성장과 금융 안정 문제에 국한되어 세계 차원의 지속적인 빈곤, 국내적?국제적 불평등의 심화, 가난한 사람들과 나라들의 소외와 같은 폭 넓은 문제들을 간과하고 있다.

그것은 또한 지리적으로 균형이 잡히지 않고 선진 대국들 G7, 때로는 G1에게 지배되고 있으며, 단지 간헐적으로 신흥 공업국들을 참여시키고 있을 뿐이다. 대다수의 가난한 약소국들은 시민 단체들과 마찬가지로 배제되어 있다.

 

그 논의는 또한 세계 차원의 지배 체제 내의 취약점, 불균형, 불평등 문제는 다루지 않고 있다. 그리하여 이 체제는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다자간 협약들은 인간 발전과 빈곤에 미치는 영향은 고려하지 않고 세계 차원의 시장을 확립하는 데만 이바지해 왔다.

 

둘째, 세계 차원의 정책 결정의 구조와 과정이 대표성을 결여하고 있다. IMF, 세계 은행, G7, OECD, WTO와 같은 핵심적 경제 기구들은 선진 강대국들에게 지배되고 여기서 가난한 나라들과 국민들은 회원국이 아니거나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서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셋째,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들과 개인들이 윤리 기준을 준수하도록 할만한 기구가 없다.

 

요컨대 21세기는 시장이 아니라 인간의 복지를 위해 더욱 강력한 국가적, 세계적 지배 체제가 필요하다.

 

21세기를 위한 세계적 지배 체제는 세계적 차원의 윤리, 정의, 모든 민족의 인권 존중을 기본 원리로 삼는 일, 경쟁 시장과 경제 성장을 수단으로 하여 인간 복지를 목적으로 실현하는 일, 각국의 다양한 조건과 필요로 하는 것들을 존중하는 일, 국내와 국제 차원의 모든 주체들의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세계화 시대에 인간 발전을 증진하기 위한 행동은 다음과 같은 사항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첫째, 인간 발전을 위한 정책을 강화하여 세계 경제의 새로운 현실에 적용할 것. 둘째, 금융 제도의 취약성이 제기하는 위협과 거기에 따른 모든 인적 비용을 감소시킬 것. 셋째, 더욱 강력한 세계적인 행동을 취하여 인간 안전성에 대한 세계적 위협에 대처할 것. 넷째, 인간 발전과 빈곤 퇴치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공적 행동을 촉진할 것. 다섯째, 가난한 약소국들의 소외를 개선할 것. 여섯째, 세계적 지배 체제의 구조적 불균형을 개선하여 더욱 포괄적인 체제를 확립할 것. 일곱째, 세계적 지배 체제를 더욱 응집력 있고 더욱 민주적인 구조로 건설할 것.

 

지난 세기말에 대두한 세계화의 물결은 이제 막 시작한 것일 뿐이다. 하나로 통합된 지구촌이 세계화한 시장 경쟁의 이점을 살리고 세계화 세력이 인간 발전을 지원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지배 체제가 필요하며, 이것을 위해서는 연대성과 공동선에 바탕을 둔 국내와 국제 차원에서의 행동이 절실히 요청된다.

 

[사목, 2000년 5월호, 한홍순(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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