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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회와 인권(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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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7 ㅣ No.429

[인터뷰] 교회와 인권

 

 

인권 문제와 관련한 주교회의 전국 위원회의 현재 활동 모습과 앞으로의 방향을 알아보고자 각 위원회 위원장 주교님과 서면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 가정사목위원회 / 이기헌 주교

* 사회복지위원회 / 장봉훈 주교

* 정의평화위원회 / 최영수 주교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의 인권 수호 활동 - 이기헌(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위원장, 주교)

 

1. 우리나라는 아직도 낙태 선진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낙태율이 높은 가장 큰 원인이 어디 있다고 보시며, 이에 대해 교회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낙태율이 높은 가장 큰 원인은 '생명 윤리와 의료 윤리의 부재'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생명 경시 풍조와 정부의 인구 억제 정책 및 낙태에 대한 검찰권의 무관심 내지는 묵인이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생명 경시와 이기주의에 맞서 교회는 하느님의 선물인 생명을 그 시작부터 자연적인 죽음에 이르기까지 존중하고 수호하는 일을 결코 중단할 수 없다([아시아 교회], 35항 참조)고 다짐하면서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기 위한 생명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하겠습니다.

 

2. 아직도 우리 사회 한 구석에서는 가정 폭력의 문제로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를 비인간적 상황으로 몰아넣는 이 폭력의 문제 앞에서 이웃과 친척, 그리고 공권력도 제대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교회는 마땅한 관심을 기울이고 배려 해야 한다고 보는데, 이에 대해 주교님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가정 폭력의 밑바탕에는 가족 구성원의 '무관심과 대화 부재'라는 원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서울대교구 가정사목부 2000년 보고서 참조).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가정이 '인간들의 공동체'임을 간과할 결과입니다. 사랑에 의해서 세워지고 생명을 받는 가정은 인간들, 곧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녀, 친척들의 공동체입니다. 가정의 첫째 임무는 진정한 인간 공동체를 발전시키는 데 계속적 노력을 쏟으면서 일치의 현실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입니다([가정 공동체], 18항 참조).

 

이러한 공동체인 가정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사랑'을 보여야 합니다([가정 공동체], 86항 참조). 사랑을 통해서만이 가정 공동체는 바로 설 수 있으며, 이는 '사랑의 성사'인 미사 성제에 가족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시작될 수 있습니다.

 

3. 해마다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한 가정의 해체는 무엇보다 가족 구성원의 정신적 상처와 물질적 부담을 남길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의 이 급속한 가정 해체 현상을 다소나마 완화시킬 수 있는 사목적 노력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답변을 주십시오.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결혼하는 숫자의 30%를 웃도는 수준까지 와 있습니다. 서울대교구의 자료에 따르면 기혼 신자들도 이혼을 생각한 적이 있으며, 여성이 그 정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성격 차이이며, 대부분 자녀 때문에 이혼하지 않았고 교회의 가르침 때문인 경우는 1/10에 불과했습니다.

 

교회는 혼인성사의 중요성을 새롭게 일깨우는 역할을 하여야 합니다. 남편과 아내가 자기들에게 내려진 성덕을 매일의 삶에 옮기는 혼인성사의 은혜를 살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합니다([가정 공동체], 56항 참조).

 

4. 현재 생명, 여성, 결혼, 가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급격한 변화의 물결 안에는 교회의 가르침과 어긋나는 여러 가지 사상과 조류들이 함께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특히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관련한 여성주의적 시각들은 기존의 교회 가르침과 양립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런 새로운 사조들에 맞서 교회의 가르침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현재 세상 안에 팽배하고 있는 사상과 조류들은 '여성의 권리와 역할'에 대하여 성숙하지 못한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른바 여성주의적 사조들은 교회의 가르침과 맞서는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교회는 그 어떤 경우에도 '여성의 존엄과 책임은 남성의 것과 동등하다는 점'을 항상 견지해 왔음을 알려야 합니다. 이를 통하여 여성들은 하느님께서 창조해 주신 여성다움을 포기하지 아니함과 동시에 남성의 역할도 모방하지 아니하면서, 완전하고 충분한 영성적 인간성을 가정에서나 사회 안에서 행동으로 표현할 수 있게([가정 공동체], 22-23항 참조) 될 것입니다.

 

5. 마지막으로, 각 가정이 성가정을 이루기 위해서 가장 힘써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회가 마땅히 걸어가야 할 길로서 '인간', '가정', 그리고 '사랑의 문화'를 드셨습니다([가정 교서], 2.13항 참조). 그러므로 교회는 언제나 각 가정이 나자렛의 성가정을 본받아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바로 '가정 기도'를 가정 생활 자체의 목표가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기도야말로 그리스도인 생활의 본질적 일부이기 때문입니다([가정 공동체], 60-62항 참조). 가족이 함께 바치는 가정 기도는 그리스도와 일치하여 나자렛의 성가정을 본받아 살게 할 것입니다(2002.10.20-24., 대만 타이페이, 동아시아 지역 회의 결의안 참조).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의 인권 수호 활동 - 장봉훈(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주교)

 

1.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많은 사람들이 절대적 빈곤 상태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사회 안전망은 여전히 부실한 실정입니다. 근본적으로는 국가의 일이겠지만, 교회 차원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생존권과 삶의 질 확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국가와 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여 상호 보완적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국가는 거시적 관점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제반 복지의 법적·제도적 틀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며, 교회는 가난한 이들을 위하여 실무 현장에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할 것입니다. 국가는 교회의 현장 중심적 실제 서비스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여야 할 것이며, 교회는 풍부한 현장 경험을 토대로 국가 정책에 필요한 제안과 함께 건설적인 비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교회가 복지 서비스를 '헌신성' 하나만 가지고 해 왔다면, 이제는 정부 정책에 대하여 제안과 비판을 함으로써 가난한 이들의 생존권과 삶의 질을 확보해 나가는 일도 복지 서비스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2. 장애인들은 한국 사회에서 일종의 외국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비장애인과 동일한 국민이면서도 이 사회가 제공하는 여러 제도와 환경들에서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소외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장애인들을 위해 교회는 그동안 많은 사회 복지 시설을 운영해 왔고 이들의 삶에 많은 도움을 주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앞으로 이런 장애인들을 위한 교회의 사회 복지 사업이 나아갈 방향이 어떠해야 하는지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장애인들에 대한 교회의 헌신은 복지 서비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가난한 이들에 대하여 다양한 접근 방법을 써 왔습니다. 곧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직접적 구호 방법을,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선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개발 방법을 써 왔습니다. 가난한 이들의 인권을 위해서는 정책과 제도, 그리고 편견을 구조적으로 바꾸는 사회 운동적 방법을, 장기적 복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사회 복지 서비스를 써 왔습니다. 장애인들을 위하여 이러한 다양한 방법은 필요에 따라 유연성 있게 써야 할 것입니다. 특별히 장애인들이 자립하고자 할 때 개발적 방법과 함께 사회의 제도적 장치를 개설하고 바꾸어 가는 사회 운동적 방법이 병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3. 한국 교회도 이제 받는 교회에서 주는 교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들이 몇 년 전부터 국내외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차원에서의 해외 지원 활동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는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 말씀해 주십시오.

 

주교회의는 이런 시대의 징표를 읽고 이미 10년 전에 한국 교회의 해외 원조를 공식적으로 결정하였으며, 이 같은 임무를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에 부여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사회복지위원회는 바티칸 시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 까리따스(Caritas Internationalis : 전세계 교회의 자선, 구호, 사회 복지, 개발 사업을 총괄 조정하는 기구)를 통하여 전세계의 기아민들을 위한 긴급 구호 원조를 하여 왔습니다. 또한 아시아 각국 까리따스와 선진국 교회 원조 기구가 공동 설립한 아시아 인간 발전 협력체를 통하여 아시아 각국의 개발 사업을 지원하여 왔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에서 외방 선교를 위해 파견된 수도회의 현지 사회 사업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방법은 전문적 원조의 기초를 이루는 현지 정보, 현지 사업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가지고 가장 확실하면서도 경제적인 방법으로 지원하는 체제이며,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가톨릭 교회의 전세계적인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70여 개국의 330개 사업에 총액 약 100억이 지원되었습니다. 해마다 평균 10억이 지원된 셈입니다. 올해는 한국 교회가 공식적인 해외 원조를 하여 온 지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지금까지의 해외 원조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기초로 해외 원조의 새로운 도약을 이루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4. 이제 사회 복지와 관련한 교회의 활동도 직접적인 구호 활동과 함께 정부의 사회 복지 사업이나 관계 법령 입법화에 대한 정책 제언 등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 사회복지위원회 차원의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십니까?

 

정부 사회 복지 정책의 법적·제도적 측면에 관한 제안과 비판은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매우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당시 긴급한 실직 노숙자 문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입법 청원,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및 시행 등에 관하여 종교계 사회복지협의회를 구성하여 많은 노력을 해 왔고 가시적인 성과를 얻었습니다. 또한 교회 사회 복지 시설, 기관의 많은 관심 부분인 미신고 시설 문제, 시설장의 자격 문제 등 정부 시책의 여러 정보를 알려 왔습니다. 그리고 교회 사회 복지 시설·기관들에 대한 연구, 교회 사회 복지 체계에 대한 연구, 사회 복지 시설 종사자 문제 등에 관한 연구 조사들이 이루어졌습니다. 근래에는 교회 사회 복지에 관한 실천적 연구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연구 조사는 사회 복지계의 여러 전문가들의 참여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각 대학의 사회 복지 전공 가톨릭 신자 교수들에게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사회복지위원회 내에 전담 연구 인력을 채용하거나 부설 연구소를 설치하는 것은 시기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아직은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기존의 전문가를 활용하는 것이 연구 조사의 질적인 면이나 경제적인 면에서 훨씬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교회 사회 복지의 정체성과 관련된 신학적 연구는 기존 사회 복지 전문가들에게 기대하기에는 미흡하여 외국 교회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5.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가 신자들에게 나눔과 봉사의 정신을 고취시키기 위해 벌이는 교육과 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으며, 이에 대해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1975년 주교회의가 사회복지위원회의 전신인 '인성회'를 설치한 후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것이 이웃 사랑 실천과 나눔의 정신을 신자들에게 일깨워 온 일입니다. 당시 가난한 교회, 외국에서 원조를 받는 교회에서 국내의 가난한 이들을 돕자는 운동은 한편으로는 무모하기도 하였지만 결과에 구애됨이 없이 꾸준하고 인내심 있게 수행해 온 결과 오늘날의 신자 의식을 높이는 데 큰 공헌을 하였습니다. 이때 시작한 것이 오늘날까지 지속되어 오고 있는 사순절 운동입니다. 1984년 이후 주교회의는 '자선 주일'을 제정하여 대림 시기 동안 신자 의식 교육을 해 왔으며, 1993년부터 공식적 해외 원조 시작과 함께 외국의 가난한 이들을 돕는 '사회 복지 주일 운동'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전국적 차원의 이 세 가지 운동 외에 각 교구 사회복지회(국)에서는 지속적인 신자 의식 교육을 해 오고 있으며 본당 차원에서도 많은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700여 사회 복지 시설·기관 중 많은 곳에서 후원회 조직을 통한 신자 의식 교육도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신자들의 자원 봉사를 위하여 각 교구에서 자원 봉사자 교육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 이를 전국적으로 체계화, 조직화하는 방안을 연구 중입니다.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 자원 봉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동기 부여와 함께 자원 봉사를 조정하는 체계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의 인권과 관련한 활동 - 최영수(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주교)

 

1. 갈수록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지 정부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각 개인과 종교 시민 사회 단체들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앞으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어떤 방향에서 환경 운동에 동참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환경 문제에서는 무엇보다 인식의 전환, 곧 환경 보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각 교구 환경 단체들의 신자 교육이 중요합니다. 창세기의 말씀도 자연을 보존하고 지켜 나가자는 것이지 자연을 파괴하고 훼손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환경 운동은 인식 전환을 통한 생활 환경 운동부터 해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물 부족 국가인 우리나라 상황에서 물을 아껴 쓰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타 종단, 각 교구 환경 단체들과 연대 활동을 벌이겠습니다. 환경 소책자, 세미나 등을 통해 환경 인식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특히 초중고생을 위한 환경 교리교육 자료집을 발간할 예정입니다.

 

2.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교회의 주도적인 노력에 힘입어 한국 사회에서 사형 폐지 운동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각종 여론 조사에 따르면 사형 제도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응답자의 절반을 훨씬 넘고 있습니다. 이런 조사 결과들은 국민 여론을 빌미로 사형 제도 존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현재 사형 제도 폐지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대중적 공감대를 넓혀 나갈 것인가 하는 점인데, 이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사형 제도 폐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 나가려면 두 가지 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먼저, 기존의 사형 폐지 운동이 사형수와 그 가족들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제 피해자와 그 가족을 위한 교회의 사목적 배려를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정부의 정책적 배려도 필요합니다. 또한 가해자와 피해자 가족 간의 모임을 결성해서 이끌어 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미국에서는 현재 이런 모임들을 통해 피해자 가족들이 신앙 윤리적 차원에서 많은 위로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노력이 병행될 때 국민적 공감대가 넓혀진다고 봅니다. 이것은 그동안 사형 제도 존치론자들이 법 질서의 중요성만 강조했지 피해자 가족에 대한 보상 문제에는 무심했던 점에 대한 반박일 수 있고, 국민 여론을 감형 없는 절대적 종신형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 지난 7월 18일 정부는 26만여 명의 불법 체류 이주 노동자들을 내년 3월 말까지 모두 출국시키고, 산업기술연수제도를 대폭적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의 외국인력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현재 정부는 중소 기업의 인력난을 감안해서 이들의 출국 시기를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고 하지만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의 근본적 입장은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산업기술연수제도는 이미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폐지를 권고받을 정도로 인권 침해 사례가 크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개신교와 시민 사회 단체를 중심으로 개선 노력이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주교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고, 이들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 향상을 위해 우리 교회가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우선 이주 노동자의 인권 보호를 위한 법이 구체적으로 제정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 맥락에서 산업기술연수제도가 폐지되고 자유롭게 노동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와 경제에 대한 이들 이주 노동자들의 기여를 우리는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이주 노동자들의 이동권 보장, 임금 체계 개선, 특히 여성 노동자들의 성폭력 방지, 노동자들의 가족 생활 보장, 의료 보험 혜택 등이 필요합니다.

 

4. 훈련 중인 미군 장갑차에 의한 두 여중생의 죽음에 대해 최근 진행된 재판 결과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습니다. 여기서 미군 검찰에 의해 기소된 미군들이 모두 무죄 평결을 받았습니다. 이에 전국적으로 이에 항의하는 국민들의 시위와 항의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불평등한 SOFA 재협상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데,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이 사안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갖고 계십니까?

 

현재의 불평등한 SOFA 조항이 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의 입장입니다. 우선 요즘 여중생 사망 사건으로 가장 시급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형사 재판권 이양이 하루 빨리 실현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미군 부대 영내의 한국인 노동자 권익 보호, 환경 문제 등과 관련한 SOFA 조항이 하루 빨리 개정되어야 합니다.

 

5.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무엇보다 시민 각자의 인권 의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에 인권 교육을 꾸준히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차원에서는 이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 알고 싶습니다.

 

우선 국가 차원에서 국민들을 대상으로 이런 인권 교육이 실시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회 내적으로 생각해 볼 때는, 우선 교황님의 사회 회칙이 인권, 생명권, 노동권 등을 근본적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예비신자 교리와 신자 재교육 등에서 사회 교리 교육을 체계적·전문적으로 실시해야 합니다. 교구별로 신자 재교육을 위해 사회 교리 강좌를 실시한다면 여기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사목, 2003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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