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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환경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 추진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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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0 ㅣ No.466

환경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 추진 방향

 

 

1. 시작하는 글

 

지난 3월과 4월에는 하늘이 온통 누렇게 뒤덮여 숨 쉬기조차 겁나는 황사를 겪었다. 해마다 봄철 불청객이려니 여겼던 모래 바람이 최근 들어 부쩍 잦아지고 한 겨울부터 일찍 찾아오더니 올해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강도로 닥친 것이다. 그렇다고 내년에는 괜찮아지리라 예상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고, 오히려 더욱 악화되리라는 데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

 

한국과 중국 일본, 3국은 때맞춰 4월 20-21일에 서울에서 열린 환경 장관 회의에서 황사 대책을 집중 논의했다. 그 결과 중국은 황사 측정망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한국에 제공하기로 합의했고, 3국이 공동으로 국제 기구에 황사 저감을 위한 적극적 지원을 요청하기로 했다. 중국쪽에서 우리나라에 황사가 이동하는 데에는 하루 이틀이 걸리므로 좀 더 정확하게 황사를 예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협력은 황사의 먼지 농도와 발생 빈도를 줄이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1990년대 말부터 황사가 심해지고 있는 까닭은 자연의 균형을 깨뜨린 결과 치르게 된 대가로서, 그 원인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데에는 장구한 세월과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사상 유례없는 황사를 날려 보낸 지역은 지난 3년 동안 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데, 그런 가뭄은 지구 온난화 현상과 연관된다. 그리고 개발로 인해 대규모로 삼림이 사라지고, 과도한 방목으로 인해 풀뿌리마저 뜯기면서 빠른 속도로 사막화가 확대되고 그 결과 먼지 바람이 겉잡을 수 없게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황사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규모의 서부 생태계 복원 사업을 시작했고, 북경과 천진의 경작지 79억 평에 도로 나무를 심는 등 황사 관련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 사업은 각각 50년 계획, 10년 계획으로 잡힌 장기 사업이고, 주로 나무 심기와 관개 사업 등이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와 일본도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중국 땅에 나무를 심는 일에 나서고 있어 협력의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물 문제와 얽혀 있는 사막화 방지를 어떻게 막아낼 것이며 이미 사막화된 땅을 어떻게 푸르게 살려 내느냐 하는 것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2002년에 우리에게 닥치고 있는 사상 최악의 황사 현상은 인간이 자연의 균형을 파괴한 것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는 두려움마저 갖게 하며, 아울러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새롭게 한다.

 

자연의 응징은 비단 황사뿐만이 아니다. 태평양의 군도 국가인 투발루(Tuvalu)는 정부가 물에 잠기는 국토를 포기하고 뉴질랜드로 국민을 이주시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토가 물에 잠기는 까닭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픽션같은 일이 실제 상황으로 닥치고 있으니, 지구 온난화가 과학적인 실체인가 아니면 환경론자들의 기우(杞憂)인가 하는 논란은 종지부를 찍어야 할 것 같다. 지구라는 별의 약간의 기온 상승이 이처럼 세계 지도를 바꾸고 있는가 하면, 때도 모르게 꽃이 피고 식생(植生)의 분포를 바꾸는 이변을 일으키고 있다. 새롭게 황열병, 말라리아 등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지구촌 곳곳에서 1백만 명을 넘고 있다.

 

지난 세기 인류 사회는 산업 문명에 의해 엄청난 물질적 부를 창출했다. 덕분에 보통 사람들도 옛날로 치면 수십 명의 노예를 부리는 것과 진배없는 호사스런 생활을 누리게 되었다. 그러나 20세기를 풍미한 대량 생산, 대량 소비, 대량 폐기의 삶의 양식은 그 반대 급부로 글자 그대로 환경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 배경 속에서 1960년대 서구 산업 사회로부터 환경 사회 운동이 태동하여 거대한 물결을 이룬 것은 필연적 결과였다.

 

이제 그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21세기의 인류 문명이 존속될 수 있겠는가의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오늘날의 문명사적 도전에 직면하여 산업 사회가 신봉하던 물질적 성장 위주의 발전 개념은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에 바탕한 새로운 삶의 가치와 삶의 양식으로 전환하지 않고서는 환경 위기에서 벗어날 길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인류 문명의 존속을 위해 인류 사회가 정립해야 할 21세기 패러다임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표현과 논리가 있을 수 있겠으나, 국제 사회가 그동안 논의해 온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개념은 그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국가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은 지속성(持續性), 형평성(衡平性), 효율성(效率性)이 담보될 수 있는 발전을 의미한다.

 

지속성이란 지구가 인간에게 베풀 수 있는 자연 자원의 유한성(有限性)과 자연 정화 능력의 한계성을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의 발전을 뜻한다. 형평성이란 시간과 공간 차원에서 각각 미래 세대와 현세대의 자원 공유, 그리고 지구촌의 북과 남 사이의 환경적 정의(正義)를 배려하는 균형적 발전을 뜻한다. 그리고 효율성이란 주요 정책에서 무분별한 공급 일변도로부터 벗어나 수요 관리 측면이 강화되는 절제된 발전을 뜻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들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세 가지 원칙은 요컨대 국가의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정책의 세 개 기둥이 서로 통합적 개념으로 조화를 이루면서 시너지 효과를 거두어야 함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지속 가능한 발전의 이념을 실천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국가를 구성하는 모든 행위 주체가 새로운 지표의 중요성과 의미를 이해하고 그 달성을 위한 행동에 나서는 것이 필수 요건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환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삶의 가치에 대한 깊은 성찰과 깨달음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나아가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올바른 자리매김에 바탕한 새로운 세계관의 정립이 필요하다. 자연을 인간 밖에 따로 존재하는 정복과 개발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과학 기술을 도구로 삼아 물질적 성장만을 추구하던 시대는 막을 내려야 한다. 하늘과 땅과 인간이 하나의 유기체로서 공존해야 할 존재로서, 인간과 자연, 경제와 환경이 상생(相生)하는 길을 찾아가야 한다. 그리고 물질적으로 더 많이 지니고 소비하는 데서 삶의 만족을 얻는 것이 아니라 덜 소비하고 더 공유하면서 행복을 찾는 새로운 삶의 양식을 찾아야 한다. 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정착시키는 데 그 무엇보다도 종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2. 지구적 환경 위기, 그리고 우리의 환경 여건

 

1) 지구적 환경 위기의 모습

 

(1)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

 

푸른 별 지구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징조는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그중 가장 절실한 것이 지구 온난화와 그에 따른 기상 이변이다. 지구 온난화 현상에 대해서는 과연 실제인가, 그렇다면 원인은 무엇인가 등을 둘러싸고 과학자들 간에 논란이 분분했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투발루 주민의 이주에서 보듯이, 더 이상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로 다가왔고, 화석 연료를 너무 많이 태웠다는 인공적인 변화가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의 원천은 태양이다. 고대 문명으로부터 거의 모든 문명권이 태양신을 최고로 모신 것은 우연이 아니다. 햇빛은 바다와 땅 표면을 데우고, 지구라는 몸을 둘러싼 피부에 해당하는 땅 표면은 복사열을 대기권 밖으로 내보낸다. 이렇게 해서 적외선과 같은 열에너지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수증기 등에 흡수되고, 그 덕분에 지구의 표면 온도는 생물권이 살기에 알맞은 정도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주의 150억 년 진화에서 지구 나이가 46억 년이고, 거기서 단지 한 순간에 불과한 200여 년간 인류는 산업화의 이름으로 대기의 성분을 인공적으로 바꾸게 된 것이다. 공기를 오염시키는 갖가지 성분이 늘어 가고 있어, 예컨대 염소의 경우 20세기 후반 40년간 6백 배로 증가하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그 중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것이 이산화탄소이고, 이는 산업화에 비례해서 석탄, 석유, 천연 가스 등 화석 연료를 많이 태운 결과였다.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지구촌에 온실 효과라는 비상(非常)을 걸고 있다. 수십년 동안 지구 온도가 1도쯤 올라간다고 무엇이 그리 큰 일인가, 따뜻해지면 난방비도 덜 들고 오히려 좋은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그러나 이 정도의 지구의 기온 상승은 지구의 물질 순환의 미묘한 균형을 크게 교란시킴으로써 감당키 어려운 혼란을 초래하게 되고, 자연계가 새롭게 균형을 찾는 과정에서 생태계는 적응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데 문제의 어려움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의 평형이 얼마나 미묘하고, 그 영향이 문명사적으로 얼마나 중요한가는 역사에서도 흥미있는 사건으로 드러나고 있다. 일례로 1815년 인도네시아에서 화산 대폭발이 일어나 1만 명이 사망하는 재난이 있었다. 그 여파로 화산재가 하늘을 덮어 햇빛을 가리고 기온을 저하시켜 일대 흉작을 기록한다. 그러나 재난은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라 이듬해인 1816년부터 3년간 유럽 대륙 거의 모든 국가가 심한 흉년으로 극심한 사회 혼란을 겪게 된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채로 정권이 실각을 하고, 자살율이 크게 늘어나는 등 멀리 아시아의 화산 폭발로 인해 햇빛이 가려지고 기온이 약간 내려간 것의 영향은 실로 지대했던 것이다.

 

지구 기온이 올라가면 바닷물의 열 팽창과 극지방 빙하의 해빙 등으로 해수면이 올라간다. 그래서 땅이 잠기는 것은 쉽게 이해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걱정거리는 그 영향으로 강수량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지구촌 어느 곳에서는 극심한 가뭄이 드는가 하면 또 어느 곳에서는 대규모 홍수가 발생하는 등 기상 이변을 악화시킬 염려가 크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의 기상 이변 사건들은 그것을 증명해 주는 듯 하다. 예컨대 지난 1998년 중국 양쯔강의 대홍수는 2,500여 명의 목숨을 앗아 갔고, 인도의 폭염은 섭씨 51도까지 치솟아 3,000여 명의 생명을 앗아 갔다. 우리나라 또한 예외가 아니라서 작년 초 32년 만의 폭설을 겪었고, 잇따라 사상 최악의 가뭄, 37년 만의 폭우 등을 번갈아 겪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지구 기온의 상승은 생태계를 교란시켜 생물 종에 따라 종의 감소와 멸종, 이상 증식 등 온갖 이변을 불러오고 있다. 한마디로 온난화 파장이 지구 생태계로서는 감당키 어려운 충격으로 닥치고 있는 것이다.

 

(2) 오존층 파괴

 

지구적 차원의 환경 문제는 온난화말고도 여럿이다. 오존층 파괴로 인한 이런 저런 위해도 현실로 닥치고 있다. 가전 산업을 비롯해서 산업화에 효자 노릇을 했던 상품명 프레온가스(CFCs, 염화불화탄소)는 그 공헌에도 불구하고 지구 성층권의 오존층을 파괴시킨다는 것이 밝혀져서, 국제 협약에 의해 규제를 받게 된 최초의 화학 물질이 되었다.

 

오존은 우리가 숨 쉬는 공기에 과도하게 들어 있으면 오염원이 된다. 때문에 오존주의보를 발령해서 노약자의 바깥 출입을 자제하도록 하는 등 대응 조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성층권에 존재하는 오존의 얇은 피막은 태양으로부터 내리쬐는 빛 가운데 생체에 해로운 자외선을 차단해 주는 방어막 구실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 오존층 보호막에 구멍이 뚫림으로써 지구의 생물권이 자외선에 과다 노출되는 결과를 빚게 된 것이다. 자외선의 과다 노출은 농작물 등 식물의 성장을 저해하고, 사람들은 백내장으로 인해 실명(失明)과 피부암 등의 해를 입게 된다.

 

(3) 사막화와 삼림 감소

 

앞서 황사에서 말한 것처럼, 지구 표면의 사막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것은 지구촌의 심각한 환경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고비(생물이 자라지 못한다는 뜻) 사막, 타클라마칸(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는 뜻) 사막 등의 확대로 인해 우리에게도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황사 현상은 동북아 지역의 환경 현안에서 나아가 국제적인 협력에 의해서 접근해야 할 주요 이슈로 자리잡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사막화 방지 협약 또한 기후 변화 협약에 못지않게 국제 사회의 큰 관심을 끌고 있으며, 182개국이 가입한 대규모 협약이다. 적도 부근의 열대 우림 등 삼림의 벌채가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그 자체가 환경적 손실이지만, 거기서 살고 있었던 가장 풍부한 생물 다양성을 멸실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중대한 환경 현안이다. 또한 지구 표면의 기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기후 변화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점에서도 열대 우림 보호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4) 유해 화학 물질로 인한 위해성

 

화학 물질의 남용 또한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구적 환경 현안이다. 나날이 새롭게 화학 물질이 개발되고 그 생산량과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결국 화학 물질은 다량으로 자연계에 배출된다. 현재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화학 물질의 종류는 약 10만 가지 정도로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약 3만 6천 가지가 된다. 이렇게 쓰이고 있는 화학 물질 가운데 상당량은 결국 사람들의 삶의 터전인 물, 공기, 땅과 생태계를 오염시킨다.

 

화학 물질의 사용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자연의 정화 능력을 훨씬 초과하는 수준으로 배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연계의 메커니즘은 놀랄 만큼 정교하게 우리가 내쏟는 오염 물질을 처리해 주고 있다. 배출되면 확산, 희석되고, 침전되는 등의 물리적 과정을 통해 해로운 영향이 줄어들기도 하고, 햇빛에 의해 광분해되어 간단한 조각으로 쪼개져서 해롭지 않은 상태로 바뀐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눈에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세계, 미생물의 세계가 우리에게 해로운 오염 물질을 분해하는 일을 놀랍게 해치우고 있다.

 

그런데 화학 물질을 너무나 많이 내어 놓고 있고, 이들 과정에서 제거될 수 없는 난분해성의 화학 물질을 다량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처럼 자연의 정화 능력을 훨씬 초과하거나 분해되지 않는 유해 물질은 자연계에 남아 있다가 생태계 먹이 사슬과 경작물을 통해 생물체의 몸으로 들어온다. 거기에서 결코 사람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이렇게 생체내로 들어온 유해 화학 물질은 물에 녹아 몸 밖으로 나가기도 하지만, 지방 조직에 축적된다.

 

특히 여성의 경우 그 영향에 더 취약하다. 왜냐하면 임신과 출산을 위해 여성은 생물학적으로 남성과 다르고, 그 때문에 지방 조직이 많아 유해 물질 축적 가능성이 더 크다. 게다가 출산을 통해 유해 물질의 영향이 대물림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된다. 기형아 출산 등은 환경 오염과 결코 무관치 않다. 이들 유해 물질은 몸 속에서 면역 체계를 약화시키고, 변이를 일으켜 발암 등 변고의 원인이 된다. 게다가 최근에는 생식 기능에까지 영향을 미쳐 정자수를 감소시키고 암수의 교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추론이 점차 힘을 얻어 가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 국제 사회가 전지구적 차원의 화학 물질 관리에 나선 것은 다행이라 하겠다. 국제 사회는 작년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대규모 회의를 열고 '잔류성 유기 오염 물질 협약'을 체결하고 그 발효를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많은 나라들이 비준을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음에 비추어 발효되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이 협약에서 우선 선정된 화학 물질은 12가지로서, 언론을 통해 잘 알려진 다이옥신, DDT 등도 포함되어 있다.

 

DDT의 경우, 제2차 세계 대전에서 대량 생산 살포되면서 전염병으로부터 숱한 생명을 구한 역사적인 공로를 세웠음에도 1970년대 선진국으로부터 사용 규제와 생산 금지 대상이 되었다. 그 이유는 난분해성으로 인해 먹이 사슬에 끼어들어 사람을 비롯한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상 서구 환경 운동을 촉발시킨 것으로 평가되는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Silent Spring, 1962년)의 소재는 바로 DDT 등 살충제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40년이 흐른 오늘날에도 화학 물질의 환경적 위해는 여전히 가장 민감한 환경 현안으로 남아 있고, 오히려 이른바 환경 호르몬이라고 하는 내분비계 장애 물질로서 그 위협의 심각성이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2) 우리나라의 환경 관리 여건

 

21세기 환경 문제는 문명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로 부상되었다. 눈을 안으로 돌려보아도 국내 사정은 별로 다르지 않다. 아니 오히려 더욱 심각하다. 그 특수성은 열악한 환경 용량을 무릅쓰고 서구 선진국들이 2-3백 년에 걸쳐 이룩했던 산업화, 도시화를 겨우 수십년 만에 글자 그대로 압축 성장에 의해 이룩했다는 것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그간의 발전에서 환경 정책은 오랫동안 뒷전에 밀린 채 개발 위주, 성장 위주 정책에 치우쳐 있었다. 따라서 어느 나라보다도 환경 부하가 클 수밖에 없었고, 그처럼 자랑하던 금수강산(錦繡江山)의 모습을 상실하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할 것이다.

 

공기 오염을 봐도 단위 면적당 오염 부하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자동차의 홍수 속에서 대도시 웬만한 곳에서는 심호흡 한 번 마음껏 할 수 없는 형편이다. 도로 연장 1킬로미터 당 우리의 자동차 대수(2000년 기준 127대)는 미국의 8배(15대)이고, 일본의 2배(62대)이다. 수도권으로 따지면, 미국 평균치의 16배이다. 차량 정체가 심하다 보니 오염 물질로 인한 피해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비단 대기 오염 물질뿐만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그리고 산업 현장에서 넘쳐나는 쓰레기는 좁은 땅 어느 곳에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갈수록 난감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 밀도는 경작지 대비로 볼 때 전 세계에서 첫째이다. 그러니 가뜩이나 비좁은 국토에 산업화, 도시화로 인해 도로, 택지, 산업 용지 등 쪼개 써야 할 용도는 늘어만 가고, 그 관리 과정에서 수요 측면의 효율성보다는 공급 측면이 강조됨으로써 시행착오가 컸고 그로써 국토 훼손과 생태계 파괴가 전국에서 고질화되었다.

 

게다가 국민 전체의 46% 인구가 국토의 12%를 차지하는 수도권 지역에 밀집되어 있다. 수도권의 인구 밀도(1,871명)는 우리나라 전국 평균치(473명)의 4배에 달하고, 미국 평균치(29명)의 65배에 이른다. 세계 평균의 42배에 달하는 고밀도 개발은 한마디로 오염 배출원의 집중을 초래하고, 오염 관리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한 강수량에 있어서도 유럽 국가들이 일년 내내 골고루 비의 혜택을 받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강수량의 2/3가 여름 한철에 쏟아져 내린다. 지형적으로도 급경사 구조가 많아 물을 잃어버리게 되어 하천 유지 용수가 달리고, 오염 물질이 조금만 유입되어도 정화 능력을 벗어나 버린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국토 단위 면적당 환경 부하에 있어 우리나라는 수질오염지수(BOD)인 유기 물질 배출량의 경우 미국의 52배이고, 쓰레기 배출량의 경우 미국의 10배에 달한다. 대기 오염 지수인 이산화황(SO2) 배출량(1천ha당 151.1톤)은 멕시코(11.0톤), 미국(19.7톤), 프랑스(17.2톤) 등에 비해 9`?14배 수준이다. 오염 지수상으로 한국은 OECD 국가 중 거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우리의 환경 부하는 과중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위해(危害)를 입지 않을 수준의 삶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환경 정책과 수단은 특단의 대책을 필요로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어려움은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이 세계 약 140개국을 대상으로 이른바 환경 지속 가능성 지수(ESI, Environmental Sustainability Index)를 매겨서 발표한 순위에서도 알 수 있다. 물론 이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고 이런저런 문제 제기로 신뢰도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도대체 자연적 조건과 발전 단계 등이 천양지차(天壤之差)인 나라들을 한 줄로 세워 놓으면서 기간이나 항목으로 보아 들쭉날쭉한 자료를 입력했다는 등 제대로 인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게다가 기준의 변경으로 특히 선진국 순위는 작년에 비해 심하게 하락되어, 영국의 경우 심지어 80등이 하락하였다.

 

그러나 이 조사의 원천적 한계와 결함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작년에는 136개국 가운데 95위를, 올해에는 142개국 가운데 136위를 한 것으로 나타난 것은 시시하는 바 크다고 하겠다. 인구 밀도 과밀 등 우리의 환경적 기초 조건이 지구상에서 가장 하위권에 속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우리가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는 단순히 환경 정책뿐만 아니라 국가 주요 정책의 환경성 강화로 개선 성과를 높여야 함을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추가된 환경 성과 지수(Environmental Performance Index)에서는 선진국 가운데 15위를 차지해서 미국의 바로 다음 순위를 차지했고, 일본보다 앞선 것으로 매겨졌다. 비록 어려운 여건이고 상황이긴 하지만, 이들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한 우리의 정책적 노력은 뒤지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3. 환경 위기 극복을 위한 환경 정책 추진 방향

 

환경부는 정부 내의 각종 개발 정책을 조율하고, 기업과 국민을 대상으로 적절한 규제와 유인, 지원 등의 정책을 추진하는 기능을 맡고 있다. 1980년 보건사회부의 일개 과를 모태로 환경청으로 출범한 이래 1990년에는 환경처로, 1994년 말에는 환경부로 조직이 확장되면서 그 기능과 역할도 확대되어 왔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국내외적으로 환경 정책의 중요성과 행정 수요가 다른 어느 부문보다도 급성장하는 추세이다.

 

환경 정책의 변화는 단적으로 사후 처리 위주에서 사전 예방 기조로 바뀌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매체별 관리에서 물, 공기, 폐기물, 유해 화학 물질 등 부문별로 사후 처리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오염 배출을 사전에 예방하는 정책 틀을 짜고 추진 전략을 마련하였다. 무엇이건 간에 일단 오염되면 돈 들이고 힘 들이고 시간이 걸려도 원상으로 되돌리기가 매우 힘들고, 때로는 비가역적인 상황이 빈번히 벌어진다는 것은 그동안의 시행착오에서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환경 정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사전 예방 처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국토 이용, 경제, 재정, 산업, 에너지 등 국가 주요 정책의 기획과 추진에서 환경성을 고려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선진국 경험에 비추어 정책 선진화는 결국 환경과 경제의 상생을 기하는 것에서 이룩될 수 있으므로, 환경과 경제의 상생을 구현할 수 있는 추진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환경 이슈는 새로운 국제 질서 형성의 주요 요소가 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국제 협상력을 키우고 국제 환경 협력에 적극 동참하는 것도 날로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1) 사전 예방적 매체별 환경 관리

 

환경부는 21세기를 맞아 우선 물 관리 정책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했다. 팔당 특별 대책에 이어 2001년 말 낙동강, 금강, 영산강 수계의 3개 특별법 제정을 매듭 지은 것은 새로운 사전 예방의 정책 틀을 짰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더욱이 그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난중지난(難中之難)의 협상을 거쳐 지역 간의 복잡한 이해 관계와 갈등을 상생(相生)의 정신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환경 행정사와 환경 운동사에 길이 남을 업적으로 기록되고 있다. 3대 강 수계 특별법을 바탕으로 하위 법령 제정이 마무리되고 추진되기 시작하면 전국 4대 강 수계 관리가 유역 환경 관리 체제로 전환됨으로써 보다 실효성 있는 물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특별법은 전국 4대 강 수계에 대해 선진적인 사전 예방 대책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 핵심 사업으로는 지역별 오염 총량 관리 제도 도입, 수변 구역 지정, 물 이용 부담금에 의한 주민 지원 사업, 산업 단지 완충 저류조 설치 등이 포함되고 있다. 이들 대책의 추진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시작인 셈이다. 그 추진 과정에서도 특별법 제정에서 했던 것처럼 현장 조사에 바탕하여 지역 사회와의 협의를 거쳐 이해를 조정하면서 진행할 계획이다.

 

그리고 2002년도 환경부 역점 사업으로는 '푸른 하늘 21' 특별 대책을 선정했다.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수도권의 대기 오염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책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사업이다. 특히 올해는 일본과 공동으로 2002 월드컵이 개최되므로 대도시 대기질 개선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

 

환경부는 월드컵 개최 도시를 중심으로 매연이 전혀 없고 모든 오염 물질을 줄일 수 있는 '천연 가스 보급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월드컵 개최 전까지 2,500대를 목표로 천연 가스 버스를 보급하고, 연말까지 3천 대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계속 점검하면서 관련업계에 대한 가능한 모든 지원 방안을 강화하여 '산 넘어 산'으로 가로막힌 장애 요인 극복에 진력하고 있다. 충전소 설치를 위한 부지 확보, 경유와 천연 가스의 가격차, 정부 지원의 보조율 상향 조정 등이 주요 내용이다. 또한 수도권 대기질 오염의 주원인인 질소 산화물, 미세 먼지 등을 줄일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강구할 계획이다.

 

폐기물 관리는 환경 행정의 가장 어려운 부분에 속한다. 자원 빈국으로서는 특히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고 폐자원을 최대로 재활용하며, 나머지 폐기물의 처리에서 최대로 자원화해야 한다는, 폐기물 관리 정책의 원칙을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버리면 쓰레기이지만 활용하면 자원화할 수 있으므로, 가장 어렵지만 가장 가능성이 큰 분야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정책 개발과 차질없는 집행은 특히 중요하다고 하겠다.

 

최근 새롭게 도입한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는 자원 순환형 사회 구현을 위한 선진적 제도이다. 생산자가 수명이 다한 자사의 제품을 수거하여 재활용 공장에서 재처리함으로써 자원 사용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이 제도는 우선 2000년도부터 시범 사업으로 시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가전 제품, 형광등, 금속 캔, 유리병, 타이어, 윤활유 등 6개 품목에서 시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사업은 가전 제품으로서 재활용율 87%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앞으로 대상 품목은 계속 확대될 것이고, 관련 법규 개정에 의해 내년부터는 본격 시행되도록 준비되었다.

 

경제적 가치로서 연간 10조 원이 넘는다는 음식물 쓰레기 대책에서도 결국 발생을 최대한 줄이고 그럼에도 발생하는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정책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통적인 음식 문화와 연관되어 있으니 만큼 좋은 프로그램과 캠페인에 의해 꾸준히 국민 운동 차원으로 전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계에 자랑할 만한 제도인 우리나라의 쓰레기 종량제는 쓰레기의 45%를 감량하는 성과를 거둔 한편 무단 투기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이에 환경부는 올해 7월부터 그동안 의견 수렴을 거쳐 확정한 쓰레기 종량제 종합 개선 대책을 집중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시민과 업계 중심으로 자발적 운동이 전개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환경 현안 가운데 마구잡이 개발도 예삿일이 아니다. 더 이상의 무분별한 자연 훼손은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 예방적이고 체계적인 국토 환경 보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중장기 '국토 환경 보전 계획(2003?012년)'을 수립해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으나, 관련 주체의 협조가 없이는 실현이 어려운 일이다. 전반적으로 사회적 분위기는 말과 행동이 따로 가고 있는 듯해서, 의식 전환을 위한 사회적 여론 조성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리라 생각된다.

 

환경부는 명실상부한 친환경적 국토 이용을 위해 국토 환경 보전의 목표와 추진 전략, 토지의 환경성 평가, 보전 지역과 개발 지역의 구 분 기준, 친환경적 개발 계획 기법 등을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국토의 자연 환경 현황과 각종 보전 지역 등을 종합한 '국토 환경 지도'를 제작하여 과학적인 국토 환경 관리 기반을 확립하고자 한다. 그리고 각종 개발 사업에서 계획 단계부터 적절한 환경성 검토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환경 친화적 계획 기법'을 개발·보급할 계획이다.

 

2) 환경-경제 상생(相生)의 '에코-2 프로젝트 2002' 추진

 

2001년에 출범하여 한 해 동안 환경과 경제의 상생(相生)을 기치로 역점적으로 추진해 온 '에코-2 프로젝트'는 올해에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첫째 경쟁력 있는 환경 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하여 작년에 중국 북경에 설치한 한국 환경 기술, 산업 전시관을 거점으로 구체적인 성과 도출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WTO 가입, 올림픽 유치 등을 계기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환경 시장은 여러 가지 여건상 우리 기술의 진출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사회 문화적 차이로 인한 생소함을 극복하는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한 실정이므로 정확한 문제 진단과 처방에 바탕하여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작년부터 시작한 차세대 핵심 환경 기술 개발 사업도 '차세대 핵심 환경 기술 개발 사업 10개년 마스터 플랜' 작성에 기초하여 점차 확대하고자 한다. 그 투자 규모를 작년의 500억 원에서 올해에는 700억 원으로 확대했고, 우수 과제를 발굴하여 지역 환경 현안 기술 개발, 해외 진출 기술 개발 등 특화된 분야별로 목적형 연구 개발을 강화하는 등 연구 개발 사업의 실용화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선진 핵심 기술 분야의 선정 지원과 기존 기술과 첨단 기술의 융합 등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아울러 국가 살림 전반에서 환경성(環境性)이 지표에 반영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녹색 GDP의 단계적 도입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오염 배출량과 환경 오염 방지 비용 및 자연 자산의 가치 평가 등을 종합한 과학적 통계 기반을 확립함으로써 환경 오염과 개선 효과를 국민 소득에 반영하는 것은 국가 경제 활동을 새로운 잣대로 재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또한 기업의 환경 친화적 경영은 자원 순환형 사회 구현에 있어 기본적 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환경 경영 성과를 평가하고 공개하는 제도의 도입과 환경 친화적인 생산과 소비를 촉진하는 유인 제도 마련 등 환경과 경제의 통합적 기반 구축에 힘쓰면서 관련 주체의 협조를 얻어 성과를 높이고자 한다.

 

3) 신 국제 질서 형성에 참여하는 국제 환경 협력

 

올해는 국제 환경 협력에 있어 특히 중요한 해가 될 전망이다. 1992년의 리우 회의 개최 10주년을 기념하여 '세계지속가능발전정상회의(WSSD)-Rio+10'가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게 되어 있다. 국제 기구와 NGO를 비롯해서 준비 회의가 줄줄이 열리고 있는 것은 이 회의의 중요성을 잘 말해 주고 있다. 정부는 이 회의를 계기로 지속 가능 발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깨우치고, 국제 사회에서의 우리의 환경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또한 올해 10월 인도에서는 제8차 기후 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리게 되어 있다. 작년 모로코 마라케시 회의에서 교토 의정서 이행 방안이 타결된 후에 열리는 회의라서, 개발 도상국의 참여 방안 등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의제가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전망이다. 따라서 국내적인 대응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시급하고, 구체적으로 에너지 효율 제 고 방안, 대체 에너지 개발, 친환경적 연료 전환 등 온실 가스 저감과 에너지 절약 기술 등을 망라한 종합 대책 추진에 들어가야 할 때이다.

 

또한 WTO 도하 개발 아젠다(Doha Development Agenda) 관련 범정부 대책 기구에 환경 분야 실무 협상 대책반을 설치하여 무역, 환경 연계 의제에 대한 우리의 대응 전략을 개발하는 등 급변하는 국제 환경 질서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동북아 지역의 공동 관심사로 떠오른 '황사'(黃砂)에 대한 대처 등 지역 현안을 다루는 회의체로서 한국, 중국, 일본, 3국 환경 장관 회의는 올해 서울에서 열린 제4차 회의를 계기로 '황사 모니터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 회의는 국제 사회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지역 환경 협력 모델로 평가 받아 그 위상을 굳혀 가고 있다.

 

 

4. 맺음말

 

지난 20세기가 자연 환경을 이용하고 개발하여 물질적 풍요에 탐닉했던 물량 성장의 시대였다면 새 천년은 경제적 성과(economic performance), 사회적 통합(social cohesion), 환경적 지속 가능성(environmental sustainability)이 하나로 통합되는 새로운 시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로써 인류 문명의 지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생존 차원의 문제로 대두된 환경 위기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무한 성장'이 최고의 가치라는 옛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버리고 살던 시대, 크고 빠를수록 좋다고 믿던 시대는 갔다. 이제 인간과 자연의 조화와 균형, 경제와 환경의 통합과 상생(相生)이 새로운 가치로 자리잡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가야 한다. 많이 지니고 많이 소비하는 문화로부터 검약하고 나눌 줄 아는 삶의 방식에서 만족을 얻고 가치를 두는 새로운 생활 양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에 정부는 그 동안의 성장 일변도 정책에서 탈피하여 정책 전반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고, 공급 위주에서 수요 측면을 강화하는 동시에 행정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여가는 정책으로 옮겨 가야 한다. 기업 또한 자원의 남용과 생산의 비효율을 제거하고 생산의 전 과정에서 자원을 절약하고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산업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경영 전략을 추구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국민도 모든 자원의 절약 기술자가 되어, 국가 자원의 재이용과 재활용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하느님이 한 처음에 창조하시고 참 좋다고 하신 이 아름다운 자연을 파괴한 우리 인간들의 이기심과 탐욕은 극복되어야 한다.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임을 망각하고 거대한 자연을 지배하려고 했던 오만을, 그리고 현재의 환경 위기를 우리가 이룩한 과학 기술 문명으로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던 어리석음을 반성하는 바탕 위에서 새로운 세계관, 새로운 자연관을 정립하는 데 뜻을 모으고 그 실천에 나서야 한다. 이 운동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주체가 종교라는 데에는 별로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시대가 직면한 환경 위기로부터 벗어나는 길에 가톨릭 교회가 큰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

 

[사목, 2002년 6월호, 김명자(환경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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