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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교육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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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7 ㅣ No.451

인권교육으로의 초대

 

 

"사람들이 자신의 인권을 알고 이를 행사할 수 있을 때 인권은 비로소 권리일 수 있다."

 

'인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사람들은 흔히 '인간이라는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당연히 갖는 권리'라고 쉽게 답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생각으로 일상에서 자신의 인권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을까? 나아가 인권의식과 기술, 가치 등을 배우지 않고 직감이나 양식만으로 서로의 인권을 지켜주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는 것일까? 

 

예를 들어 열악한 교육환경을 이유로, 교육적 명목 아래 체벌을 받으며 자라난 아이들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을까? 또한 '애들이 뭘 알겠어.'라는 교사들의 편견 속에서 자신들의 의견은 언제나 무시되고, 자신과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에도 참여해 보지 못한 아이들이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으로서 자질을 갖출 수 있을까? 

 

 

1. 왜 인권교육인가? 

 

'유엔 인권교육 10년'(The United Nations Decade for Human Rights Education(1995-2004))은 인권교육을 다음의 목표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의 전달과 '태도'의 형성을 통하여 보편적인 인권문화를 건설하는 데 목적을 둔 훈련, 보급과 전달의 노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 인권과 기본적 자유에 대한 존중 강화

- 인격과 인간 존엄성의 완전한 발전 추구

- 모든 국가, 선주민, 인종국가 민족 종교 및 언어집단 간의 이해, 관용, 성의 평등과 우호관계의 증진 

- 모든 사람의 효과적인 참여

- 평화유지를 위한 유엔활동의 증진

 

지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의 비극은 '인권'이라는 보편적 언어의 발견과 유엔이라는 인권보장의 새로운 틀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새로운 세기를 맞이한 오늘날까지도 빈곤, 전쟁, 집단 학살, 국가에 의한 일상적인 폭력, 아동학대, 성 소수자 장애인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난 세기의 야만과 폭력은 여전히 살아남아 우리의 삶을 짓밟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렇게 점증하는 폭력과 비인간적인 현실이 제기하는 다양한 의문점에 제대로 응답할 수 있는 기준과 우리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힘을 길러내려면, 사람들이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억압으로부터 스스로 자신을 해방시키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안내자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인권교육이며 인권교육이 요구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곧 인권교육이란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야만을 극복하고 인권과 세계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근본적인 변화를 일구어내는 가장 효과적인 힘이다. 따라서 인권교육을 통해 인권을 알고, 인권을 행사할 줄 알며, 인권이 실현된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역량을 길러주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인권에 대해 배우는 것 자체가 권리이기도 하다. 1948년 유엔 총회가 선포한 '세계인권선언'은, 교육에 대한 목표를 인권에 대한 존중을 강화하고 이해와 관용, 평화를 증진하는 데 두어야 한다고 하면서 이를 국가의 책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1989년 유엔이 채택한 아동권리협약은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 어른들도 이 조약에 대해 알아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권리가 무엇인지 알 권리가 있고 어른들도 역시 이 권리들에 대해 배워야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인권교육을 하나의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 권리를 행사하려면 자신의 권리를 알고, 경험을 통해 권리행사 능력을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 인권교육은 모든 권리의 실현을 위한 기본적인 권리일 수밖에 없다.

 

인권교육을 해야 하는 근거

 

· 인권교육은 세계인권선언을 비롯한 국제인권장전에 표현된 인권에 대한 헌신의 표현이다. 인권교육은 모든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장하고, 증진할 책임을 주장한다. 

 

· 인권교육은 민주주의의 원칙을 증진한다. 인권교육은 다양한 교육활동을 수행할 때 다양한 관점으로부터 도출되는 인권문제를 편견 없이 검토한다. 인권교육은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인 '비판적 사고'와 '의사소통 기술'을 발전시킨다. 

 

· 인권교육은 정의와 존엄성을 향한 보편적 투쟁에서 나타나는 다문화적이며 역사적인 관점을 제공한다. 

 

· 인권교육은 학생의 정신뿐 아니라 가슴을 끌어들인다. 인권교육은 학생 자신에게 인권이 무슨 의미인지 질문을 던지게 하며, 인권에 대한 관심을 행동으로 옮기게 한다.

 

· 인권교육은 인류의 상호의존성을 강조한다. 복합적이며 전 지구적인 인권탄압 요인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인권침해를 종식시킬 방법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출처 : Amnesty International U.S.A., 1991년)

 

 

2. 인권교육에 무엇을 담아야 하나? 

 

인권교육의 내용은 당연히 인권이다. 지금까지 인권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내용이 무엇인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세계인권선언이나 아동권리협약이 기본적인 내용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인권교육의 목표를 단지 이미 규정된 권리의 목록만을 기계적으로 암기하고 학습하는 데 둔다면, 인권교육은 일상생활과 떨어진 무의미한 교육으로 전락해 '해방의 과정'이 아니라 '지배의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 독재자들이 틈만 나면 인권을 정치적 수사로 활용하였으며, 심지어 국정 교과서에서도 이러한 권리의 내용이 수록되어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보면, 단지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진정한 의미의 인권교육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인권교육의 목표는 권리의 목록을 학습시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경험을 이해하고 인권과 존엄성을 실현하려는 노력에 나서게끔 만드는 데 있다. 인권의 원칙을 바탕으로 사회적 국제적 질서를 변화시키는 힘을 길러주는 데 있다. 인권을 이해하고, 인권의 가치를 행동에 옮기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인권교육의 진정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인권교육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인권교육은 인권에 대한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라는 오해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권교육은 단지 '인권에 대한 지식교육'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인권을 위한 교육', '인권을 통한 교육'을 동시에 추구해야만 한다. 

 

1) 인권에 대한 지식교육

 

인권에 대한 지식교육은 인권에 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전달하고 익히는 과정을 의미한다. 곧 권리와 의무에 대한 지식,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권을 획득하고자 투쟁했던 인물과 운동, 주요 사건과 조직 등에 대한 지식, 현실에 존재하는 인권침해의 다양한 형태, 국제인권조약과 국내법이 보장하고 있는 구체적인 권리의 내용 등을 포함한다. 인권의 지식에 포함될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모든 인간의 타고난 존엄성과 존중받아야 할 권리의 내용

· 보편성, 상호불가분성, 상호의존성 등 인권의 원칙

· 시민 정치적이며 경제 사회 문화적인 인권의 범위에 대한 인식

· 인권의 역사(주요 이정표에 해당하는 사건들에 대한 지식)와 지속되는 인권의 발전

· 세계인권선언,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비롯한 국제 인권법

· 대륙, 국가, 자기 고장에 존재하는 인권 규범

· 주요한 인권침해에 대한 지식

· 인권을 보호, 보장, 증진시킬 책임이 있는 인물과 기관, 단체

 

그런데 인권의 내용을 법과 질서, 도덕, 문화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금까지 학교에서 이루어진 도덕교육 또는 국민윤리교육은 악법도 법이라고 가르쳐왔으며, 국가 질서를 유지하고자 복종과 획일화된 국민을 양성하는 데 기여해 왔다. 또한 권리보다는 의무를 중히 여길 것을 강요했다. 

 

그러나 이러한 도덕교육이 인권교육이 될 수는 없다. 이제 도덕교육은 지금까지의 규범에 물음표를 던지고 삶의 과정에서 부딪히는 고민과 갈등을 해결해 주는 가치로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곧 도덕교육이 인권교육이 되려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인류 보편의 가치로서 광범위한 동의를 획득해 나가고 있는 '인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 인권을 위한 교육

 

인권을 위한 교육은 인권을 옹호하고 방어할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을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가 존중될 수 있도록 편견이나 고정관념, 차별의식 등을 성찰하고 극복하는 능력, 차이를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는 능력, 긍정적이고 상호 존중적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능력, 비폭력적 평화적 방법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 민주적 의사 결정 과정을 통해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능력, 타인과 협력하여 공동의 과제를 수행하는 능력,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 인권보장기구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 자신의 감정과 의견을 솔직하고 체계적으로 표현하는 능력

· 상황에 대한 비판적 이해와 분석

· 정의롭지 못한 상황이 변화 발전될 수 있다는 인식

· 인권을 옹호하는 과정에서 개인적 사회적으로 겪을 수 있는 위험에 대한 인식

· 인권침해를 유발한 요인 분석

· 자신이 가진 '편견'을 식별하고 '관용' 키우기

·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는 기술

·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 긍정적이고 비억압적인 인간관계 형성

·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갈등 해결

· 책임지기

· 결정에 참여

· 현존하는 인권보호 기구와 절차에 대해 알고 이용할 줄 알기

· 반인권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세우기

 

차별과 불평등은 제도나 법률로서만 존재하지 않고, 이를 정당화하는 편견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장애인, 성 소수자, 여성 등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편견이 사라질 수 있도록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넓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적 약자들 스스로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우리의 법률과 제도가 어떤 점에서 인권을 보장하기에 미흡한지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시혜가 아닌 당당한 권리'로서 자신의 권리를 되찾고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인권을 통한 교육

 

인권을 통한 교육은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를 존중하고 지지하는 분위기 속에서 그 가치를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타인의 생각과 느낌에 귀를 기울이는 교육과정, 학습자의 존엄성이 존중되는 교육과정, 타인의 삶에 공감할 수 있는 교육과정, 다른 삶의 방식과 가치가 존중되는 교육과정, 민주적 의사결정과 평화적 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교육과정 등이 구축되어야 한다. 곧 인권을 침해하는 방법으로는 결코 인권을 존중하는 능력과 태도를 기를 수 없다는 것이다. 

 

·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에 대한 존중의 강화

· 타인에 대한 존중, 자기 존중, 희망

· 권리를 침해당한 사람들에 대한 공감과 연대 의식 갖기

· 인권의 향유가 정의롭고 인간다운 사회의 전제 조건임을 인식하기

 

인권교육이 지지하는 가치와 질서가 인권교육이 이루어지는 환경, 인권교육을 수행하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 그리고 사회 구성원 상호 간의 관계 등과 대립된다면 공허한 울림에 불과할 것이다. 평화, 정의, 자유, 평등과 같은 인권이 지지하는 추상적인 가치들은 일상생활의 경험을 통해 직접 체험함으로써 가장 잘 자각될 수 있다. 체벌, 언어 폭력 그리고 무시와 감시, 통제가 일상적으로 용인되는 환경과 문화에서는 인권이 지지하는 가치를 자연스럽게 체감할 기회를 가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인권이 침해되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인권교육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사회구조와 문화를 민주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이 말은 결코 사회가 완전히 민주화되고 인간화된 이후에서야 인권교육이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학습자의 일상이 구성되는 공간에서 인권을 옹호하는 연습을 해볼 수 있는 인권교육 프로젝트도 가능할 것이다.

 

 

3. 인권교육이 추구하는 방법론

 

교육의 내용과 형식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인권의 가치를 전달하고 인권을 옹호하는 능력을 길러주고자 하는 교육이 인권을 무시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인권은 결코 전문가들이 개발해 낸 고정된 지식의 체계가 아니며, 인권은 고정된 개념이 아닌 역동적 개념이기 때문에 고정된 지식의 체계로 학습될 수도 없다. 인권교육은 학습자들이 인권을 스스로 해석하고 인권의 개념을 재창조해 낼 수 있도록 자율성을 기르는 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 그러므로 더욱 효과적인 인권교육이 진행되려면 형식, 곧 교육방법과 설비가 개선되어야 한다. 

 

또한 인권은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과목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인권은 어린이와 성인 모두에게 필요하며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모든 부문의 사람들에게 모두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강연, 연수, 세미나 등과 같은 전통적인 교육과 훈련방법으로는 모든 교육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따라서 인권교육은 '참여 중심적'이며 '활동 중심적'인 방법론을 채택해야 한다. 참여적 방법론은 모든 사람이 의사를 표현할 권리를 가지며, 개인의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한다는 가정에서 그 효과를 증명해 왔다. 왜 참여 중심적이며 활동 중심적이어야 할까?

 

첫째, '인권'은 '인권'으로 학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을 단지 수동적 존재로 바라보는 교육은 그 자체로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학습과정과 학교생활에서 민주적인 대화와 논의를 중시하는 '절차'를 경험함으로써 참가자들은 인권의 핵심적인 가치들을 발견하고 증진시킬 수 있다. 자유, 관용, 공정, 평등, 존중 등을 경험할 수 있는 '절차'가 학습과정에서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위계적'이 아닌 '수평적'인 학습구조가 요구되며, 수평적이며 민주적인 구조 속에서 참가자들은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둘째, 인권교육을 통해 참가자들은 인권문제를 아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에 대해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행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실생활'과 연관되고 직결되는 경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인권교육은 학생들의 사전 경험과 지식을 잘 이끌어내는 한편 새로운 경험과 지식을 받아들일 수 있는 참여활동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셋째, 참여적 활동은 추상적인 개념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멀리 있고 동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만들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집단적인 참여는 문제를 좀 더 전체적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게 하며, 개인의 다양성과 차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4. 인권교육의 장애를 뛰어넘기 위하여 

 

유엔의 조약 이행 감시 기구들은 인권교육과 관련하여 각기 입장을 발표하며 그 속에서 인권 증진 계획의 이행에 통합적인 인권교육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점과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인권교육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그 방법으로서 국가인권기구, 초등학교, 중등학교와 고등 교육기관에서의 인권교육과 시청각 교재의 개발을 강조한다. 각급 교육기관의 학생들을 제외하고 인권교육을 가장 필요로 하는 집단으로는 법 집행 공무원, 교사, 사법기관 관계자, 사회복지사, 의료인, 언론인, 사용자, 노동 감독관들을 들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인권교육의 활성화와 인권교육의 효과적인 실천을 억압하는 딜레마와 다양한 장애물이 존재한다. 

 

장애 요소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폭력과 불평등이 구조화된 사회 속에서 인권교육이 제시하는 가치가 현실의 권력관계가 규정하고 있는 사회적 현실과 양립하기 힘들다. 둘째, 논쟁적 주제를 다루는 것이 국가의 통제에 있는 학교교육 안에 통합되기 어렵다. 셋째, 인권교육이 다루는 인권문제가 학습자에게 복잡하고 장기적이며 해결이 불가능한 과제로 비치면서 부정적 이미지와 무기력감을 던져줄 수 있다. 넷째, 지배적 교육의 패러다임과 지배적 학교문화가 인권의 원칙과 거리가 멀어 인권교육의 내용과 인권교육이 이루어지는 교육환경이 서로 충돌한다. 

 

따라서 인권교육은 필연적으로 인권의 실현과 증진을 위한 인권운동과 긴밀하게 연계될 수밖에 없다. 인권교육을 통해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가치와 능력이 배양될 수 있지만, 동시에 인권교육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인간의 존엄성이 회복되고 권리가 실현되게끔 우리의 일상과 현실을 변화시켜 내는 인권운동의 뒷받침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동시에 인권교육이 당장 학교교육 안에 통합된다고 하더라도 교재와 참고자료, 방법론과 자원, 인권교육을 수행할 수 있는 교사의 빈곤으로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인권교육의 원칙에 부합하는 인권 교재와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개발, 인권교육에 대한 투자, 교사 양성 등이 이루어질 때, 인권교육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아무도 여기에 발 벗고 나서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러므로 인권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미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인권단체들, 그리고 인권교육을 통해 내일의 교육을 준비하고자 하는 사람들부터 인권교육이 당면하고 있는 장애요소를 극복하기 위한 작업에 몰두해야 할 것이다.

 

[사목, 2003년 12월호, 김영원(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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