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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2001년 현재, 한국의 인권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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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7 ㅣ No.449

2001년 현재, 한국의 인권 상황

 

 

1. 들어가며

 

'인권'이란 어떠한 경우에도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는 인간 본연의 권리를 의미한다. 인권이란 미국 정부나 유엔 인권 이사회와 같은 특별한 집단이나 사람들이 사용하는 특정한 용어가 아니다. 인권은 인간 개개인이 누려야 할, 그리고 반드시 보장받아야 할 인간의 기본 권리이다. 생각할 수 있는 자유, 행동할 수 있는 자유, 말할 수 있는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 여행의 자유, 국적을 가질 권리 등 인권은 어떠한 사회나 어떠한 경우에도 정치 권력, 법률, 관습, 종교에 의해 보장되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권리들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공공질서를 파괴한 경우 법으로 제한될 수 있다.

 

인권은 크게 시민적, 정치적 측면과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측면으로 분류된다. 이 글은 2001년 현재 한국 사회의 인권 상황이 어떠한가에 대해 이러한 두 측면으로 분류하여 서술하고자 한다.

 

 

2. 시민적 정치적 권리(자유권) 측면에서의 인권 상황

 

1) 국가 보안법과 보안 관찰법

 

현 정부 출범 후 약 4년이 지난 지금도 국가 보안법으로 구속된 사람들이 수백 명에 이른다. '양심수'라는 개념은 "폭력을 사용하거나 주창하지 않은 경우로서, 자신의 정치적, 종교적, 기타 양심상 견지된 평화적 신념 또는 인종적 기원, 성별, 피부색, 언어의 이유로 투옥, 구금, 기타 신체적 제한을 받고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현재 약 100여 개국에서 수십 만 명의 양심수가 죄 없이 갇혀 있으며, 노동 수용소, 재교육 캠프, 정신 병원 등에 수용되거나, 가택 연금 또는 강제 추방을 당하고 있다.

 

앰네스티는 현재 한국에도 약 100여 명의 양심수가 있다고 규정하였다. 이들 양심수의 약 80% 이상이 국가 보안법으로 구금되어 있다. 한국의 국가 보안법은 1993년 6월 유엔 인권 위원회의 권고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인권 침해를 야기하는 주요 원인이며, 국가 보안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반국가 활동", "간첩", "반국가 단체", "국가 기밀" 등은 너무나 모호하고도 애매하며 법원의 관례에 따라 자의적으로 적용되고 있고, 그 처벌 형량도 사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등 한국이 가입하고 있는 국제 인권 협약의 내용과 배치되고 있다.

 

국가 보안법에 따르면, 반국가 단체의 주모자로 기소된 사람에게는 사형이나 종신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또한 반국가 단체의 지지자나 다른 구성원들을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 보안법은 헌법 제3,4조에 대해 위헌성이 있으며, 적용 과정에서 임의성이 있고, 죄형법정주의에 배치되며, 기존 남북 교류법과 상치되고 오랜 인권 침해의 주요 요인이자 냉전 시대의 낡은 유물이다. 이와 함께 과거 국가 보안법 사범을 감시 감독하고 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보안 관찰법 역시 인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법률이며, 즉시 폐지되어야 할 구시대의 유물이다.

 

2) 양심적 병역 거부

 

한국 정부는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1,600명에 이르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을 석방해야 한다. 이들을 구금하는 것은, 한국 정부가 이미 회원국으로 있는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협약"이 보장하는 양심, 신념 및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다. 개인의 종교적 신념은 국가가 강요할 사항이 아니라, 국가가 어떠한 경우에도 보호하여야 할 기본적 인권이다. 한반도의 특수한 남북 대치 상황을 이유로 한 개인의 종교적 신념을 부정하고 있는 현행 병역법은 이미 국가의 권한을 확대 해석한 것이며, 이는 인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여호와의 증인'의 신도인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은 이미 양심수이며, 한국 정부는 이들을 석방함과 동시에 병역 의무에 대한 대체법을 마련함으로써 다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3) 낙후된 교도소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교도소 수감 조건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우려되는 부분이 남아 있다. 한국 정부는 2003년까지 수용 시설을 현대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국의 교도소는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수인들이 겨울철에는 심한 추위에 노출되어 있으며, 여름철에는 낡은 수용 시설로 통풍이 제대로 되지 않아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 생활해야 한다. 또한 수인들은, 그들 중 일부가 자신에 대한 형 선고나 가혹 행위에 대해 진정, 청원을 한다는 이유로 징벌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징벌을 받는 수인들은 독방에 구금되는데, 때때로 이 기간 중 최고 60일 동안 수갑을 찬 채로 있어야 하거나, 음식물이 제공되지 않고 통신 등이 금지되고 있다. 한국 교도소의 정원 초과 문제는 심각한데, 교도소의 최대 수용 가능 인원이 5만8천 명인데도 현재 6만4천 명 정도가 수감되어 과밀로 인해 수인들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리고 수인들의 진정, 청원, 항소 절차는 매우 까다로우며, 수인들에게 적절한 절차에 대한 교육은 실시되지 않고 있다.

 

4) 평화적 시위에 대한 부정

 

김대중 정부하에서 국가 보안법,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그리고 공무 집행 방해법의 모호한 조항들을 위반한 혐의로 최소한 600명의 노조원들이 계속해서 체포되었다. 이러한 노조 활동가에 대한 체포는 노조의 표현 및 집회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며, 대우 자동차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공권력의 남용과 인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한총련 학생들에 대한 국가 보안법의 이적 규정의 적용은 한총련이 벌이는 모든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원천 봉쇄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5) 난민 문제

 

유엔 난민 고등 판무관실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현재 약 3천만 명의 난민들이 자신들의 생명과 안전을 찾아 세계를 떠돌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도 약 150여 명의 외국인들이 난민 지위를 얻기 위해 법무부에 그 지위를 신청하였다. 그러나 1993년, 1951년 유엔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과 1967년 의정서에 가입한 한국 정부는 난민법도 제정하지 않고 있으며, 난민에 대한 교육과 홍보 의무도 지키지 않고 난민 보호 시설도 준비하지 않고 있다. 또한 신청자 중 단 한 명에게만 난민 지위를 인정하였다. 난민들을 위한 기본적인 수용 시설을 제공하고, 심사 기간 동안 최소 경비도 지불하여야 하는 유엔 난민 조약 가입국으로서 어떠한 책무도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난민 신청자들을 무방비 상태에 놓아 두고 있다.

 

6) 사형 제도 문제

 

사형은 한국에서 명백히 정치적 반대자를 제거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어 왔다. 1958년의 이른바 진보당 사건으로 조봉암, 양명산 피고인에게 사형이 선고되었으며, 1967년의 동백림 사건, 1974년의 인혁당 사건, 1980년의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 등이 현대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사형 선고의 경우이다. 한국은 사형 존치국이며, 해방 이후 해마다 약 10명 정도의 범죄자들에게 사형을 집행해 왔다. 올 7월의 통계에 따르면, 51명의 사형수가 사형 집행을 대기하고 있다. 최근 국회에 155명의 국회 의원들이 사형 폐지를 위한 특별법안을 상정함으로써 사형 제도에 대한 찬반 논의가 심도 있게 진행되고 있다. 사형 제도는 생명권과 배치되므로, 감형 없는 종신형을 통해 흉악한 범죄자들을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시킴과 동시에, 최소한의 교도 행정과 교육을 통해 사형수들에게 교화의 기회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사형 폐지를 모든 국가에 강하게 권고하고 있는 유엔의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협약 제2 선택 의정서'에 가입함과 동시에 사형이 인권 침해이자 생명권에 대한 도전이라는 점을 명백히 해야 할 때이다.

 

 

3.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사회권) 측면에서의 인권 상황

 

1) 신자유주의 체제에 의해 무너지는 사회권

 

1990년대 초반부터 한국의 고임금, 고비용, 저효율의 산업 환경은 국제 사회를 주도해 나아가는 신자유주의 금융 자본 앞에 무력하였으며, 이에 해방 후 초유의 경제 위기를 맞게 되고 한국은 IMF의 경제 관리 체계에 처하게 된다. '무디스'와 같은 신용 평가 회사가 한 국가의 신용 등급을 한 단계 낮추면 약 20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하는 무차별적인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공세로 한국 사회에서 약 100만 명 이상의 실업자가 생겼으며, 결식 아동, 노숙자 그리고 부도 및 정리 해고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간략히 경제적 권리 분야의 변화를 정리한다면, 노동권을 인식하고 제도화하는 초기 과정이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아직 국제 노동 기구(ILO)의 인권 기준과는 그 권리 실현 부분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음이 발견된다. 사회 문화적 권리 측면에서 한국의 인권 상황의 변화를 살펴본다면 그 인식의 기반과 관습과 관행에는 과거와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인다. 교육 환경과 교육권의 문제나, 유교 전통의 가부장제에서 파생되는 남녀 차별과 낙태 문제, 그리고 사회 보장 제도와 건강권의 측면은 여러 번 정권이 바뀌었어도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볼 수 있다.

 

2) 새로운 영역에서의 권리 문제

 

인간 복제, 유전자 문제, 사이버 권리, 동성애자의 권리 등과 같이 지금까지 인류가 생각해 보지 못한 새로운 과제의 출현은 세계 인권 선언이 좀 더 구체화되고 발전적으로 재정립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자 주민증, 지문 날인, 인터넷 등급제 등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사회적 토론과 사회적 합의에 근거한 법률적, 제도적 정비가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3)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

 

현재 한국에는 약 30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른바 3D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세계화의 과정에서 직업을 찾아 외국으로 이주하는 이주 노동자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또 다른 형태의 인권 문제를 낳고 있다.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부분 세계 인권 선언에서 인정하고 있는 동일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의 원칙에서 배제되고 있으며, 기본적인 노동 조건과 복지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만성적인 체불과 작업장에서 가혹 행위에 위협당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의 폐쇄적인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정책으로 심각한 인권 침해에 노출되어 있다.

 

4) 인권 교육의 부재

 

1980년대 후반부터 세계적 차원에서 새롭게 인식된 인권의 활동 범주를 Promotional works(인권 증진 활동) 또는 Preventive works(예방적 활동)라고 통칭하는데, 이러한 범주에 속하는 것이 인권에 관한 홍보 활동(publicities)과 인권 교육(H.R.E)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미국, 영국, 호주를 비롯한 서구 국가들과 아시아 및 남미 국가들에서 기존의 반대 활동과 더불어 예방과 인권 증진 활동으로서 인권 교육의 중요성은 새롭게 인식되고 있으며, 제도적 구조적 차원에서 인권 의식을 증진함과 동시에 인권 침해가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사전에 예방하는 기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제도적이든 비제도적이든 간에 인권 교육은 전무하며, 몇몇 대학과 정부 기관에서 간혹 실시되고 있을 뿐이다. 인권 교육은 제도적 교육이든 비제도적 교육이든 간에 교양 교육의 성격을 띤다. 특히 제도권 교육의 측면에서는 인성 교육, 윤리 교육 및 생활 교육의 형태를 띤 교양 교육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며, 비제도권 교육의 측면에서는 법 집행 공무원과 인권 관련 공무원들에게는 업무 영역에 관한 전문적 내용을 숙지하고 이해하는 필수 교양적 성격을, 그리고 그 밖의 일반인들에게는 생활 교육의 형태를 띤 교양 교육의 형태를 띠어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는 유엔 인권 위원회 이사국으로서 이러한 인권 교육을 교육 정책의 우선 순위로 삼아야 하는데도, 법 집행 공무원은 물론 일반 교육 기관에서 인권 교육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4) 에이즈 감염자의 인권

 

UNAIDS의 통계에 따르면, 2000년 12월 전세계적으로 3천6백만 명의 에이즈 감염인이 있으며, 해마다 약 530만 명의 새로운 감염인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한국에서도 약 1,500명의 감염인이 보고되었으며, 수천의 보고되지 않은 감염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의 후천성 면역 결핍증병 예방법 제3조의 국가, 지방 자치 단체 및 국민의 의무, 제2장의 신고 및 보고, 제3장의 검진, 제4장의 감염자의 보호 및 관리 등에서 정하고 있는 규정들은 국가가 개인의 인권을 제한할 수 있는 범주, 곧 공공의 안전을 위한 범위를 초월하는 것으로서 위헌적 요소가 매우 강하며, 감염인의 인권을 심대하게 제한하고 있다. 이로써 세계 인권 선언과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서 규정하고 있는 권리인 사생활권, 명예권, 가족 유지권, 생명권 등이 통제를 통한 에이즈 예방과 비감염인 중심의 정책으로 심각히 제한되고 있다.

 

 

4. 결론

 

현재 한국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먼저 국가 보안법을 반드시 국제 인권 기준에 부합되게 개정하거나 폐지하는 운동을 전개하여야 한다. 민주주의 체제를 지탱하는 철학적 근거와 사회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국가 보안법 제7조를 비롯한 모든 독소 조항들을 개정하거나 폐지하여 표현과 결사의 자유를 반드시 실현하여야 한다. 둘째, 준법 서약서 및 보안 관찰 제도를 고치거나 폐지하는 운동을 전개하여야 한다. 셋째, 낙후된 행형법 체계를 바로잡는 운동을 전개하여야 한다. 넷째, 국가 인권 위원회를 통해 국민의 인권 신장을 위한 적극적인 인권 정책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돈과 출세의 지향과 냉전 시대의 산물인 맹목적인 반공 교육을 뛰어넘는 인권 교육을 초중등 교육 과정에 도입할 것을 촉구하는 운동을 전개하여야 한다.

 

또한 21세기에도 계속되고 있는 민족과 인종 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세계 민중의 인권에 대해 민족과 인종의 관점을 뛰어넘어 인권의 관점에서 국제적 연대 운동에 동참하여야 한다. 평화와 화해를 위해 다른 민족 다른 인종과 함께 사는 법을 이해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목, 2001년 12월호, 오완호(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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