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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환경 정의에 대한 미국 가톨릭 교회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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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5-01-06 ㅣ No.491

환경 정의에 대한 미국 가톨릭 교회의 목소리

 

 

지난 10년간 가톨릭 교회가 환경문제에 대해 내온 목소리는 새롭고도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 교회는 창조세계, 공동선, 사회 정의, 관리 직분 등에 관한 교회의 전통적인 가르침과 주요 환경문제를 연결시키는 작업을 해왔다. 이는 대략 전국적으로 본당, 가톨릭 학교, 그 밖의 기관들에서 주도적으로 발전되고 있다.

 

북서부지역 주교들은 컬럼비아 강에 대한 중요한 사목적 성찰을 발표했는데, 이는 대립과 투쟁의 한가운데서 공동선 추구라는 도덕적 전망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플로리다 주의 교구들은 귀중하고도 제한된 수자원의 공급, 특히 에버글레이즈 보호를 위한 범공동체적인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많은 가톨릭 병원은 병원 운영 계획을 입안할 때 환경문제에 대한 새로운 책임의식을 고려하고 있다.

 

미국 가톨릭 여성위원회의 지역 모임들은 납중독이나 천식과 같은 가난한 아이들에 대한 위협과 심각한 환경 보건 문제에 대해 알리고 있다.

 

워싱턴에 있는 미국 주교회의는 사유재산에 대한 존중과 공동선 사이에 어떻게 균형을 이룰 수 있는가에 대한 토론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올 가을이면 미국 주교회의 환경 정의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10년이 된다. 이 프로그램은 1990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발표한 주목할 만한 메시지, “생태적 위기:공동의 책임”의 산물로서, 이를 통해 환경문제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분명한 목소리를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 곧 자연 속에서의 인간의 위치에 관심을 기울이며, 가난한 이와 약한 이들의 요구를 최우선시한다.

 

새롭게 등장한 것 같은 이러한 목소리는 사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삶을 통해 피조물과 가난한 이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었던 프란치스코 성인이 그 좋은 예이다. 그의 삶은 우리가 어떻게 세상과 세상의 보잘것없는 것들을 돌보아야 하는지 일깨워 준다. 그러므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프란치스코 성인을 생태계의 수호성인으로 선언한 것도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비신자들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이 프란치스코 성인을 영감의 원천으로는 보았지만 그가 가난한 이와 자연에 대해 가졌던 사랑에 대해서는 깊은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러나 주교회의의 사목 서한 「지구를 새롭게」(Renewing the Earth)(1991년)와 성명서 「지구 기후 변화:대화, 예지, 공동선에 대한 호소」(Global Climate Change: A Plea for Dialogue, Prudence and the Common Good)(2001년)에서는 이러한 요소를 분명히 드러냈다. 이들 문서는 가톨릭 공동체의 새로운 환경 윤리의 토대로서 윤리 원칙과 정책 기준, 책임과 한계의 윤리를 제시한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목소리

 

환경문제에서 가난한 이들을 우선순위에 둔 점은 가톨릭 교회가 환경운동에 명백하게 기여한 부분이다. 가난한 이들은 환경적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 가난한 가정은 종종 사회의 주변인으로 살게 되는데, 도시 지역에서는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농촌 지역에서는 토지 남용과 홍수나 가뭄으로 피해를 입는다. 또한 유독성 쓰레기 주위에서 살기도 한다. 또한 고소득층의 사람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직업, 환경오염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직업을 가진 가난한 노동자들이 있다. 환경에 관한 논쟁에서 가난하고 힘없는 노동자들은 관심 밖의 대상이 되고, 자신의 목소리를 잃기 쉽다.

 

가난한 이들을 돕는 활동에서 가톨릭 공동체는 점차 환경 정의 쪽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인간 발전을 위한 가톨릭 운동(the Catholic Campaign for Human Development)’은 환경 관련 건강 문제 - 예를 들어 농장 노동자들을 독성에 오염시키는 살충제 문제 등 - 와 싸우고 있는 가난한 지역 공동체들을 돕고 있으며, 미국 카리타스는 저소득층 주부에게 가정에서 발생하는 독성 물질에서 자녀들을 보호하는 방법을 가르칠 전문가들을 양성하고 있다. 또한 가톨릭 병원과 의료 기관에서는 의료 폐기물 처리시에 발생하는 해로움을 줄이고, 환경 파괴 때문에 생기는 건강상의 위협들을 알리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미국 가톨릭 교회의 환경보호 노력은 지역사회 차원을 넘어 전 지구적 차원으로까지 나아간다. 「지구 기후 변화」(Global Climate Change)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주교들은 기후 변화가 인간과 지구에 미칠 심각한 영향을 파악하고자 기후 변화에 관한 모든 과학적 지식을 습득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래세대를 위해 분별력을 갖추어 행동으로 옮겨야 할 것이다. 여기서 지나친 이해관계나 극단의 주장과 방책들은 종종 공동선의 추구를 방해하며, 이러한 싸움에서는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가 무시되기 십상이다. 부자 나라들이 기후 변화에 따른 잠재적 비용에 대해 고민할 때 가난한 이들을 배려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역 리더십

 

환경 정의는 모든 이들의 책임이며, 창조세계에 대한 관리 직분은 모든 신자의 의무이다. 미국 주교회의 프로그램은 신자들이 그들 신앙을 실천하는 넓은 차원에 환경문제를 포함하도록 돕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환경에 대한 배타적이거나 편협한 관점이 아닌, 신앙 공동체가 창조세계와 더욱 조화롭게 살도록 윤리적 가치들과 매일의 경험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또한 이러한 가톨릭 교회의 노력은 ‘환경을 위한 전국 종교인 모임(National Religious Partnership for the Environment)’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이 모임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개신교, 유다교 지도자들과의 종교간 협력은 주목할 만하다. 이와 같은 협력은 각각의 공동체가 신앙적으로 그들 자신의 길을 추구하는 데 도움이 되며, 동시에 환경에 관한 대화에서 종교 단체의 목소리를 더욱 크게 형성하게 한다.

 

가톨릭 교회의 공공 의제에서 환경문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음은 전국적으로 나타난다. 앞서 언급했듯이 북서부지역 주교들은 컬럼비아 강에 관한 중요한 사목 성명서를 발표했으며, 마찬가지로 뉴잉글랜드와 뉴멕시코 주교들은 어업과 물에 관한 공동체의 관심을 나타내는 사목 성명서를 각각 발표했다. 교구 차원의 이와 같은 노력들은 지역에서의 리더십과 역량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가톨릭 교회는 주로 공동선 추구를 위하여 다양한 공동체의 역량을 한데 모으는 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한다. 예를 들어, 코네티컷 주에서는 도시의 무질서한 팽창과 이것이 공동체와 토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리고자 하트포드 대교구의 주도 아래 시민 단체, 저소득층 단체, 환경 단체들의 연합을 조직하고 있다. 이러한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교회는 심각한 문제에 당면한 공동체 전체를 돕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미시시피 델타 지역의 호마 티보도 교구는 공해와 연안 침식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려고 농업과 수산업, 석유 개발업 종사자들을 결집하였다.

 

아이오와 주의 교구들과 가톨릭 농촌 협의회는 대규모 돼지 사육으로 환경오염을 겪고 있는 지역 공동체를 돕고 있다. 이 지역에는 대규모 돼지 농장을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사람, 이들 농장에서 발생한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사람, 또한 대규모 기업 농장 때문에 그들의 소규모 농장을 잃은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다. 이러한 지역사회 안에서 교회는 더 넓은 차원에서 문제점과 파급 효과에 대해 연구하도록 이해 관계자를 모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가톨릭 병원, 사회복지 단체, 학교, 여성 단체 등 미국의 주요 가톨릭 기관들은 ‘어린이와 안전한 환경을 위한 가톨릭 연합’을 통해 협력하고 있다. 이들은 기초적 환경 관련 건강문제와 안전문제, 특히 환경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루고 있다. 곧 이들 기관은 천식, 납, 수은, 농약 중독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또한 대략 8만 개 이상의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교회는 새로운 시설을 짓거나 개조하는 데 환경적으로 안전한지를 중시하는 풍토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대체로 에너지 소비를 낮추고, 환경 보건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세 가지 과제

 

환경에 대한 지난 10년간의 노력은 다음의 세 가지 중요한 과제를 남겼다.

 

먼저, 가톨릭 교회는 자연과 더 넓은 생명의 그물망 안에서 인간의 특별한 위치에 대해 사상적으로나 영성적으로 계속해서 탐구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한 가운데 극단의 생각은 지양되어야 한다. 어떤 이들은 인간의 고유한 존엄성이나 개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자연에 거의 신적인 지위를 부여한다. 또 다른 이들은 자연을 지나치게 실리적 관점으로 바라본다. 이러한 가운데 교회는,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파악한다. 교회는 자연을 신성화하지도 유물론적 관점으로 바라보지도 않는다. 자연 안에서 인간의 위치에 대한 명확한 관점과 창조세계에 대한 윤리적 책임 인식이 부재하는 환경 윤리는 불충분한 것이다.

 

둘째, 공동선과 연대성이라는 가톨릭 교회의 전통을 극단의 정치적 싸움과 특정 이해관계에 대한 대안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한쪽이 이기고 한쪽이 지는 차원이 아니라 공동선에 대한 관심을 통해 특정 이익이나 편협한 정치적 동기를 넘어 이 땅의 미래를 위한 공동의 책임에 집중하게 한다. 환경 관리 직분은 연대성의 기본적 실천 양식이 된다. 인간의 책임성은 피조물이 근본적으로 지니는 선(善)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한다. 지구는 모든 피조물이 함께 어울려 사는 곳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책임감을 가지고 생활하며, 지구 자원을 현명하게 사용하고, 자연의 아름다움과 다양성, 생산성을 보존할 책무가 있다.

 

셋째, 그동안 간과되어 왔던 가난한 이들의 요구를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 이제 환경 정의에 대한 화려한 미사여구들은 정책이나 수단, 우선순위 등을 통해 현실화되어야 한다. 사회 정의와 환경에 대한 추구를 통합하고자 한다면 가난하고 연약한 이들의 목소리, 그들의 요구와 아픔을 드러내는 방법을 찾아야만 할 것이다.

 

1993년 이래 미국의 주교들은 환경문제에 대한 전국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환경문제는 장기적 전망을 가지고 진행해야 하는 과제이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배워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 환경 정의가 가톨릭 공동체 구성원들의 삶에 필수적인 부분이 되도록 우리는 이 긴 여행에 투신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면, 우리의 기도와 생각 안에서, 일과 투자에서 나타날 것이다. 우리 모두는 다음과 같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말씀을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오늘날 생태계의 위기는 모든 이가 그 책임을 나누어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출처: Walter E. Grazer, “Environmental Justice: A Catholic Voice”, America(2004.1.19-26.), 12-15면, 이준혜 기자 옮김.

 

[사목, 2004년 5월호, 월터 E. 그레이저(미국 주교회의 국제정의평화사무국정책자문위원, 주교회의 환경 정의 프로그램 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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