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술ㅣ교회건축
전례미술칼럼: 땅 위에 기초를 세우다 – 건축의 설계 단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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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미술칼럼] 땅 위에 기초를 세우다 – 건축의 설계 단계
건축은 단계별로 필요한 검증을 거듭하면서, 견고성과 실용성 그리고 전례 예술성에 이르기까지 건축의 기본적인 세 가지 원칙을 충족하고 조화를 이룰 때 도면을 실제 건축물로 잘 구현하게 됩니다. 건축은 무엇보다 구조적으로 튼튼하고 안전한 건물을 위한 견고함이 중요하며, 실 용도에 알맞은 공간을 짜임새 있게 구성하여 기능성과 편안함을 주어야 하고, 거기에 우리가 살고 지향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아 전례적 이미지와 함께 예술성까지 겸비해 준다면,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사랑처럼 그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이 아름다운 건물을 짓는 건축이 될 것입니다.
많은 경우 건축의 시작에서부터 의견이 불일치하면 공사가 끝날 때까지 서로 불목하게 되는데, 그럴 경우 다시금 되짚어보면서 잠시 쉬어감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숙고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 각자의 생각과 욕심을 조금씩 내려놓고 양보하면서 공동선을 위한 목적에 온 마음과 정성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천리길도 한걸음 한걸음이 더해져 목표에 다다르듯이, 지난한 설계 과정을 충분한 소통과 인내로 일치하여 걸어갈 때 설계는 숙성되고 정화되어 공동의 목표에 이를 수 있을 것입니다. 어찌 되겠지 하는 막연한 믿음으로 성급하게 공사를 시작한다면,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예상을 초과하는 경비의 부담을 맞닥뜨리기도 하며, 정작 맞추고자 했던 준공시점을 오히려 맞출 수 없게 되는 뼈아픈 결론을 얻기도 합니다.
구름 위가 아닌 단단한 땅 위에 기초를 세우는 마음가짐으로, 공동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상기하면서 매일의 기도와 삶에 동기부여를 한다면, 그 어떤 건축이든 시작과 마침 점에 평화와 일치가 가득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확신해 봅니다.
[2023년 2월 26일(가해) 사순 제1주일 서울주보 7면, 황원옥 마리아에스텔 수녀(스승예수의제자수녀회 · 가톨릭건축사사무소 대표)] 0 102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