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술ㅣ교회건축
주님 계신 곳, 그곳에 가고 싶다: 원주교구 평창 대화성당 |
---|
[주님 계신 곳, 그곳에 가고 싶다] (1) 원주교구 평창 대화성당 강원도 산골 작은 성당, 성미술로 위로를 건네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 했던가. 성당도 예외일 수 없다. 성당은 기도하는 공간, 하느님을 만나는 곳이지만, 우리 아버지의 집임을 생각하면 아름답게 꾸미고 가꿔야 하는 필연의 장소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강원도 산골 한 성당은 세워질 때부터 세간에 많은 이목을 끌었고,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찾는 공간이 됐다. 이유는 십자고상, 십자가의 길, 유리화 등 성당 입구에서부터 성전 내부까지 당대 활발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던 작가들의 ‘성미술’ 작품들로 가득 채워졌기 때문이다. 바로 1998년 봉헌된 원주교구 평창 대화성당(주임 곽호인 신부) 이야기다.
성미술 작품으로 꾸며진 성당
서울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강릉 방향으로 가다가 평창나들목에서 내려, 31번 국도를 따라 20여 분 내려가면 대화성당에 다다른다.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대화중앙로 76에 위치한 대화성당은 겉으로는 무척이나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성당 지붕에 설치된 십자가 작품이 도드라져 ‘아~ 저기가 대화성당이겠구나’ 싶다. 조각가 한진섭(요셉) 작가가 마태오, 마르코, 루카, 요한 복음서를 쓴 ‘복음사가’를 독특한 형상으로 표현한 청동 작품이다. 한진섭 작가는 성당 마당에 있는 성모자상과 성전 제대와 십자고상, 십자가의 길 14처 작품도 만들었다.
성당 앞에 도착하자 조각가 서보원 작가가 청동으로 만든 대화성당 간판이 눈에 띈다.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한 인상을 전해주는 성당과도 잘 어울린다. 또 조각가 최태훈(토마스) 작가가 제작한 철문은 수많은 십자가가 이어져 단순하면서도 독특한 미적 감각이 돋보인다. 철문을 지나 성당 마당에 들어섰다면,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나 바닥을 보자. 바닥에는 돌을 이용해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마태 14,13-21) ‘오병이어’ 말씀 형상이 표현돼 있다. 성당 마당에는 잘 가꿔진 잔디와 크고 작은 나무들이 보기 좋게 자리 잡았다. 양지바른 곳에 모아둔 장독대마저, 예술 작품으로 느껴진다.
이 외에도 한진섭 작가의 제대와 십자고상, 십자가의 길 14처는 눈길을 끌 만하다. 벌써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의 작품들과 견주어 봐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또 여러 작가가 참여했지만, 성당에 들어오는 이들에게 잠시나마 마음의 안정을 전해주는 요소가 가득한 공간이다.
식구(食口), 한 가족 같은 공동체
대화본당은 1931년 5월 1일 설립됐다. 본당이 자리 잡고 있는 대화면은 평창군의 중심에 있어, 1975년 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에는 강원도와 서울을 잇는 교통요지로서 복음화 역할을 충실히 해오던 곳이다. 본당 설립 후 34년간 지역 복음화의 중심에 있던 본당은 1965년 10월 평창본당 소속 대화공소로 변경, 28년간 공소로 지내다 1993년 3월 다시 대화본당으로 승격됐다. 현재 교적상 본당 신자 수는 650여 명 정도로, 주일미사는 120여 명이 참례하고 있다.
본당 주임 곽호인 신부는 아이들보다는 어르신들이 많은 전형적인 시골 본당이라 소개하고는 “미사참례자의 반 정도가 여생을 보내기 위해 도시에서 새로 이주해온 외지 신자들로, 본토박이 신자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모습이 참 보기 좋은 공동체”라고 전했다. 이어 곽 신부는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공동체를 더러 본 적이 있어 걱정했지만, 매 주일 교중미사 후 신자들과 함께 나눈 식사가 가교 구실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본당은 혹한·혹서기를 제외하고는 매 주일 교중미사 후 함께 식사를 나누고 있다. 몇 안 되지만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한 가족처럼 준비한 음식을 나누며 곽 신부가 지향하는 ‘형제애’를 나누는 공동체, 함께 기도하는 공동체를 위해 나아가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2월 5일, 박원희 기자] 0 3,276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