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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인간 배아 복제의 범죄성: 이론과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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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7 ㅣ No.385

인간 배아 복제의 범죄성: 이론과 현실

 

 

1. 들어가면서

 

2004년 초반에 황우석 교수와 문신용 교수가 발표한 인간 배아 복제 성공은 국내외 언론에 의하여 상당한 찬사와 우려를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발표가 함의하는 사회적인 의미는 아직 분명하게 논의되고 있지 못하다. 과학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황-문 두 교수의 업적은 매우 가치 있는 결과라고 한다. 우선 세계 최초의 공식적인 인간 배아 복제 성공이라는 측면에서 그렇고, 가설에 불과했던 인간 복제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국내 언론의 보도는 이와 같은 업적에 매우 고무된 듯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황-문 교수의 성과는 사회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결코 찬성만 할 수 없는 요소들이 많을 뿐 아니라 상당히 위험스러운 행위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인간 배아 복제는 과학계에서 주장하듯이 단순한 실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 이유는 인간 배아 복제 행위 자체가 갖는 반사회적이고 반규범적인 성격에서 기인한다. 21세기 들어서면서 생명공학에 대한 사회적-법적 규제에 가장 많이 거론된 것이 배아 복제와 관련된 사항이었다. 어떤 의미에서 본다면 인간 개체 복제와 비교하여 배아 복제 그 자체가 갖는 위험성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과학계와 산업계에서는 인간 개체 복제와 배아 복제를 구분하여 취급할 것을 요구한다. 소위 '치료적 복제'라는 용어를 통하여 인간 개체 복제와 배아 복제의 의미를 왜곡시키고 있는 것도 그 한 방편으로 보인다.

 

왜 인간 개체 복제와 배아 복제는 동시에 규제되어야 하고, 더 나아가서 배아 복제 자체가 인간 개체 복제와 비교하여 오히려 더욱 위험스러운 행위인지는 아직 많은 연구가 존재하지 않고 있다. 이 글에서는 어떤 근거로 인간 개체 복제와 배아 복제가 금지되어야 하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2. 오해

 

생명공학과 생명윤리의 대립은 매우 복잡하게 진행된 오해에서 기인하고 있다. 생명공학을 중요시하는 입장에서는 생명윤리적인 규제와 개입이 연구의 자유를 침해하고, 장차 국가 경쟁력과 과학적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논변하고 있다. 반면에 생명윤리를 수호하는 입장에서는 생명과학이 갖는 가치유린적 성격과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거의 20여년에 걸쳐서 철학과 신학, 종교학, 생물학, 사회학 등의 모든 분야에서 생명윤리와 생명공학간의 대립을 해소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쉽게 해결되지 못한다.

 

1) 왜곡현상

 

첫째 생명공학의 발전을 저해함으로써 야기되는 효과는 제3자의 입장이 아닌 당사자의 이해관계와 접목될 때 심정적으로 상당한 호감이 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미 규제를 법제화한 국가들의 경우도 이념과 별개로 자신의 주변상황이 찬성과 반대의 결정적 요소가 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예를 들면 본인이나 가족이 난치병에 걸려서 고생하는 경우, 생명공학에서 예견될 수 있는 새로운 신약은 유일한 희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회정책의 결정에서 파생될 수 있는 이러한 왜곡은 생명윤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등장하고 있다. 생명윤리 토론회에서 난치병 환자들의 보호자들이 생명공학계를 응원하거나 동조하는 것은 빈번하게 목격될 수 있는 현상이었다.

 

두 번째는 생명공학이 갖는 과학적 의미보다는 그를 통한 경제적 이익과의 관련성이다. 생명공학은 20세기를 주도한 산업혁명과 맞먹는 규모의 경제적 발전의 원천이다. 전세계는 생명공학을 통하여 새로운 경제적 이윤의 창출을 꿈꾸고 있는 것이 그 때문이다. 생명공학이 갖는 위험성이나 반규범적인 사태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단기간의 이익은 생명윤리적인 검토를 실질적으로 왜곡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현실적인 문제로 생명공학 연구를 위하여 투자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하여 자신들의 연구성과를 부풀리거나, 이를 통하여 주식시장에서 상당한 기대차익을 얻으려는 무리한 시도들이 생명공학의 미래에 대하여 지나친 환상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파산한 미국의 거대 생명공학 벤처 ImClone의 경우나 영국의 British Biotech의 사례는 현재 도산 직전에 처한 수천개의 생명공학 회사들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과학자들 스스로 갖고 있는 '무지와 환상'이다. 20세기 들어서면서 생물학의 발전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새로운 육종학과 종자개량술의 등장은 결국 의도하였건 아니 하였건 노예제도의 붕괴로 인한 노동력 공백을 메울 수 있었다. 이들의 연구는 미시적인 측면에 국한되었다. 그러므로 그들의 연구가 거시적으로는 어떤 결과로 전개될지 아무도 몰랐다. 비근한 예로 그동안 발견되지 아니한 종들을 기록한 문서에 불과한 챨스 다윈의 서적은 진화론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변화시켰다. 원자의 운동량을 측정하는 와중에 핵무기가 개발되고, 양의 품종개량을 위한 우연한 실험에서 복제기술이 탄생하였다. 20세기 과학의 위대한(?) 발견은 대부분 우연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단순한 우연은 기묘하게 응용되어 필연적인 비극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빈번하게 반복되는 가장 큰 이유는 과학적 실험과 발견이 항상 미시적인 이해에서 발생하는 반면, 그를 응용하는 사회적 시각은 전혀 다른 목적을 따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2) 위험의 규제 원리

 

현대사회는 수많은 위험원에 노출되어 있다. 거대한 원자력발전소의 붕괴사건이나 각종 공해로 인한 질병, 유해 식품 문제, 테러 등과 같은 사항들은 더 이상 인간의 통제 밖에 놓인 위험요소들이다. 이러한 위험요소들은 인간 스스로 자초하였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로 규정한 것은 단지 현대사회의 기능요소들이 순간적인 실수로 거대 위험을 창출한다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저서 '위험사회'의 핵심적인 성과는 위에서 거론한 사회적 의사소통 왜곡의 위험성을 거론한 것이다. 즉 거대사회의 매스미디어와 대중적 편견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완전한 인식과 이해를 가질 수 없다. 그로 인하여 어떤 정책적 판단에서는 항상 거대 이익에 대한 몰가치적 편향이 뒤따른다. 전쟁에서 이기려는 단기 전략이 자신의 통제범위를 벗어나는 핵전쟁의 위기에 발생시키게 되고, 당장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하여 더욱 상징적이고 선동적인 정책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악순환을 지적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사회적 위험성에 대한 의사소통 왜곡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생명공학의 규제 필요성에서 등장하는 위험규제 원리는 실제로 생명공학 기술이 갖는 그 자체의 위험성의 통제가 중심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미 생명공학 기술 자체가 갖는 위험성은 기존의 법률과 사회적 장치에 의해서 통제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문제 삼고 있는 생명공학 기술의 위험성은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생명공학 규제를 위한 토론에서 등장할 수 있는 대화의 왜곡현상이다. 과학기술 자체의 위험성이 아직 과학적으로 판명 조차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위험성이란 처음부터 의미없는 것이다. 풀어서 말한다면, 인간 복제의 위험성이란 단순하게 과학적 변이나 알러지 반응, 또는 복제된 개체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위험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규범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그 복제를 논의하는 상황 자체의 위험성과 복제 현상이 갖는 추상화된 관념적 위험성이 우선적으로 거론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현대 사회의 위험 규제는 위험요소의 관리에 대한 것이 아니라 위험요소의 발견과 대안에 얼마나 왜곡 없는 참여가 보장되고, 그 참여를 통하여 실질적인 사회구성원의 합의가 도출될 수 있느냐가 실질적인 내용을 이루어야 한다. 그러므로 결국 과학기술의 위험성은 과학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판단의 문제인 것이다.

 

 

3. 개입 근거

 

생명공학 규제에 대한 지금까지 논의를 살펴본다면 규제를 위한 설명의 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 세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첫째는 종교적인 설명에서 제기되는 소극적인 자제원칙이고, 두 번째는 철학적인 숙고, 세 번째는 법적인 규제이다.

 

1) 소극성 원칙

 

이미 천주교와 개신교 등의 집단에서는 인간 개체 복제나 배아 복제에 대한 반대를 분명하게 표시하고 있다. 이 주장의 주된 골자는 "인간의 생성과 소멸은 기독교 원리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므로 인간 스스로 개입할 수 없다"는 '소극성의 원리'이다. 종교적인 소극성 원리가 갖는 성격은 사회적 금기와 유사성을 가진다. 실제로 금기란 확인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해 행동중지를 명령하는 기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는 같은 소극적 태도를 교육시키는 학습효과도 포함된다. 종교적인 금기가 많은 이유는 해당 금기의 사회적 기능을 종교를 통하여 가장 효과적으로 학습시킬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종교적 금기는 사회적 금기와 전혀 다른 것으로 이해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과학에 의하여 시작된 일련의 종교적 금기와해는 종교적인 금기 모두가 미신으로 오해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세속에서 말하는 미신화된 종교적 금기는 실제로 금기와 다르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다. 금기해체의 역기능은 종교적 소극성 원리가 단순히 도그마 신념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과학과 종교를 대립적으로 이해하는 근대적 오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계몽시대 이후 가속화된 금기로부터의 해방이 오히려 오랜 역사를 통하여 구성된 이성적 사고의 안전장치를 해체시켰다는 점을 지각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인간 사회에서 종교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만 가장 최고의 덕목은 '인간과 자연에 대한 전체성의 재고'라고 할 수 있다. 그 전체성이란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미시적인 분석이 갖는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필수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인간이 갖는 이성의 한계 역시 이러한 전체성의 재고를 통하여 신중성을 갖추게 되는 것이 종교적 금기의 실질적인 기능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결국 소위 종교적인 소극적 원리는 종교에 대한 도그마적 복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금기가 갖는 순기능을 종교를 통하여 학습시키는 정책적 배려가 깔려있다. 즉 소극성 요청은 도그마적인 복종을 통하여 어떤 판단에 대한 진지함을 요구하는 정책인 것이다.

 

2) 철학적 논증

 

생명윤리 논의에서 철학적 논증은 매우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거의 모든 유파와 학설들이 철학적인 논증의 구성요소가 되고 있다. 여기서 모든 논의를 설명할 수 없으므로 두 가지의 중요한 설명만을 지적하도록 하겠다. 물론 이 두 가지 논증은 뒤에 설명할 법학적 논증에 근거가 되는 내용이다.

 

생명공학이 발전하면서 철학적 논변으로 가장 많이 등장한 것은 임마누엘 칸트의 철학적 태도와 그 반대적 논변으로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적 발상이다. 칸트의 "수단-목적 공식"은 가장 일반화된 생명윤리의 주요 철학적 근거로 거론되고 있다. 즉, 인간 배아를 수단으로 삼지 말고 목적으로 삼아 존중하라는 칸트의 해석은 생명공학이 갖는 물신화 경향을 반대하는 논증으로 이용되었고, 벤담의 공리주의적인 선택원리는 생명공학 기술이 양적으로 계량된 이익만을 옹호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위하여 채택되었다. 그 철학적인 함의는 여기서 논의하지 않겠지만, 생명윤리 논의를 위한 철학적 교두보는 평면적으로 정리하면 첫째 타인을 수단으로 삼지 말고, 둘째 생명공학적 기술은 가치적 이익을 위하여 선택되어야 한다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최근에는 윤리학자들의 도움으로 생명공학이 갖는 사회윤리적인 의미가 제기되기도 하였는데, 그 중 돋보이는 해석은 생명공학은 결국 사회적 신뢰성을 기본으로 제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견해는 생명공학의 존재성이 사회적 구조에서 다시 구성되어야 한다는 발상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생명공학은 생명윤리와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생명윤리를 전제해야만 사회적 의미를 획득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3) 규제 원리

 

법학적으로 생명공학을 규제하는 근거는 위에서 제시된 종교적 소극성과 철학적 논증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므로 요약하면 법학의 규제 근거는 ⅰ) 위험성 관리의 소극성, ⅱ) 과학기술의 가치적 판단, ⅲ) 이익교량의 원칙으로 분류할 수 있다. 여기서 위험성 관리의 소극성은 이미 헌법과 다른 법률에 의한 원칙과 부합된다. 여기서 생명공학의 위험성은 과학적 위험성과 함께 그 사회적 가치의 교란에 대한 위험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법학은 가치적 대상과 사실적 대상을 동시에 고려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법적인 규제를 위하여 생명공학 기술은 과학적 위험성이 없는 것으로 인정되어도 사회적 가치교란을 위한 규제가 가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과학기술의 사회적 가치판단에 의하여 규범적으로 제한된다. 즉 헌법상의 기본권인 '연구의 자유'는 전체 사회의 관념 향상을 위한 것이 아닐 경우 연구활동이 제한될 수 있다. 그러나 주관적인 상상이나 발상을 제한 할 수 없는 것이 근대 법학의 태도이다. 전체 사회의 관념과 부합하지 않는 연구 활동은 규제 대상일 뿐 아니라 범죄구성의 요소로 판단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계영역에 위치하는 분야에 대한 선택원리로는 이익교량의 원리가 고려될 수 있다. 법에서 인정하는 이익교량은 동일한 가치의 교량이 원칙이다. 그러므로 배아생명의 교량은 다른 인간과의 생명과 갈등해야만 제한적으로 한 생명의 침해를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침해긍정은 적극적인 긍정이 아니라 단순히 처벌을 하지 않는다는 소극적인 정당화로 해석된다.

 

그러므로 법학적 원리에 따른 생명공학 기술, 특히 배아복제와 관련해서는 배아복제의 사회적 의미와 배아생명침해에 대한 대향적 이익갈등이 주된 논의거점이 된다. 만일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아래에서 설명하는 원리에 따라서 범죄화될 수밖에 없다.

 

 

4. 배아 복제의 범죄화

 

형법의 영역에서만 본다면 1970년을 기점을 한 비범죄화 경향은 당시 새로운 형사정책의 분명한 태도를 보여주는 일련의 사건을 의미한다. 근대 국가의 권위주의를 타파하고자 비롯된 형벌권력의 합리화-정형화 시도는 비범죄화라는 개혁 프로그램으로 전개되었다. 이로부터 많은 범죄유형들이 비판받았고 폐지되었다. 일례를 들면 경미범죄들이 대부분 범죄라는 표제를 떼게 되었고, 정치적인 범죄들이 해방되었다. 그리고 이에 덧붙여서 도덕적인 비난을 강하게 받았던 범죄군들이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던 것이 사실이다. 간통죄와 일부 명예관련 범죄들이 비범죄화의 시험대에 섰다. 법과 도덕의 분리주의가 성행하면서 형사정책적으로도 법은 도덕과 기능적으로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이 다수의 지지를 획득한 것도 이 시기였다.

 

이와 같은 경향에 따라 형벌권의 합리화와 정형화가 가속되기는 하였다. 그로 인하여 기존의 범죄가 비범죄화되는 것은 수월해졌지만, 새로운 범죄가 인정되는 것은 매우 까다롭게 만들었다. 이는 범죄화와 비범죄화의 정확하게 분석된 기능성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좌우되는 문제로 변하였다.

 

1) 범죄화의 근거

 

일반적으로 형법적인 범죄가 새로 구성되기 위해서는 규범위반과 법익침해라는 두가지 성격을 갖추어야 한다. 근대 형법이론에서 법익침해는 실질적인 침해상황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면, 규범위반이라는 근거는 보다 관념적인 요소로 이해된다. 우리나라 형법은 좀 더 실질적인 법익이라는 물화(物化)된 개념을 차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규범위반이라는 추상적 이념은 정형화된 형법이론에 걸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롭게 사회적으로 문제화되기 시작한 범죄유형들은 기존의 물화된 법익으로는 설명되기 힘든 요소들을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면 정보통신과 관련된 범죄나 환경범죄와 같은 유형들은 실질적으로 입증되지 못하는 범죄군으로 분류되기 쉽다.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형사법은 새롭게 제기되는 범죄화의 근거를 단순한 법익관련성에서 벗어나 규범위반, 즉 일정한 사회적 의무를 전제로 하는 의무침해범죄로 규정하기 시작하였다.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형사법의 새로운 경향은 법치국가의 정형성을 해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도입되었다. 수많은 교통과실범죄와 의료과실범죄, 신종 범죄로 분류되는 다양한 유형들의 행위들이 범죄화의 대상으로 검토되었다. 이를 통하여 형사정책은 종전의 소극적인 의미에서 매우 적극적인 형사정책으로 변하기 시작하였다. 소위 '공격적 형사정책'의 경향은 북유럽과 북미의 새로운 형사정책으로 자리잡고 있다. 새롭게 시도되는 형사정책의 범죄화의 근거는 규범위반, 즉 의무침해라는 요소 이외에도 장차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의 예방적 조치가 포함되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종래 '법익침해-권리보장'이라는 도식은 '의무침해-위험예방'이라는 도식으로 변모하여 새롭게 형법의 임무로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 범죄화의 한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화에는 일정한 자제 원리가 내재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범죄화는 필연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속박하고, 그 상징적인 효과로 인하여 사회적인 영향력이 큰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형벌의 상징적인 효과는 형사정책의 범위가 기존의 형법률의 매우 신중한 고려를 초과하는 것을 꺼리게 만든다. "형사정책은 형법의 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라는 표현은 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형사정책적으로 새로운 범죄를 구성하기 힘든 까닭은 바로 이와 같은 형법 자체의 겸억성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모든 행위가 단순히 의회의 절차만 통과하면 범죄로 정당화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원리 덕분이다.

 

더욱이 범죄화는 비범죄화의 경향에 의해서 일정부분 해체되어 버린 자유주의적 이해로 인하여 더욱 속박된다. 비범죄화보다는 범죄화의 구성이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무엇이 범죄화를 정당화시키는지는 무엇이 비범죄화시키는지에 대한 논의와 비교하여 열세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각종의 원칙과 금기를 생성하는 주체의 권위가 실추된 지금의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게 보인다.

 

3) 배아 복제는 범죄인가?

 

생명공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복제와 배아복제는 가장 먼저 범죄로 규정되기 시작하였다. 두 가지 사안은 범죄근거에서 공통점과 상이점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공통점은 인간 개체 복제와 배아 복제는 모두 반윤리적이다. 모두 규범침해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설명되고, 사회적 가치의 파괴라는 위험성과 직면해있다. 그러나 다른 범죄와 비교해서 인간 개체 복제와 배아 복제가 그처럼 빨리 진행된 이유는 어떤 근거가 충분해서라기 보다는 인간 개체 복제와 배아 복제 자체가 갖는 상징적 위험성에 더 많이 기대고 있는 듯하다. 다른 국가들의 법률과 국제협약들이 아직 완전한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 못하는 것도 그 이유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인간 개체 복제의 형법적 금지 근거는 배아 복제의 금지 근거와 전혀 다르게 파악될 수 있다. 두 가지 모두 반윤리적인 행위라는 데에는 일치하지만, 인간 개체 복제는 보다 추상적인 근거를 가진다. 왜냐하면 인간 개체 복제는 새로운 생명을 얻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구체적인 법적인 갈등은 생명을 얻는 절차상의 어색함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반면에 배아 복제는 직접적으로 배아 생명권이 침해된다는 데에서 규범적인 규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여기서는 배아 복제의 이유가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대 배아복제 자체가 치료/연구 목적을 위하여 줄기세포를 체취하는 데에 있다면 필연적으로 복제된 배아는 폐기된다. 그러므로 이는 직접적인 배아 살해라는 현상과 직결될 수 있다. 다른 예로써 배아 복제가 인간 개체 복제를 위한 전단계로서 실행된다면 조금 다른 분석이 필요하다. 인간 개체 복제와 관련된 추상적 논의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간 개체 복제와 배아 복제의 논의에서 문제되는 행위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ⅰ) 인간 개체 복제와 ⅱ) 치료/연구 목적의 배아 복제와 ⅲ) 개체복제를 목적으로 하는 배아 복제로 구분된다.

 

a) 먼저 치료/연구 목적의 배아 복제는 단순한 '배아 살해'로 파악이 가능하다. 여기서 해결되어야 하는 전제조건은 배아가 인간이냐하는 점이다. 즉, 언제부터 인간이 시작되는가 하는 문제이다. 전통적으로 형법은 태아와 출생후의 인간을 구분하여 모체 내에 있는 태아를 출생후의 인간과 다르게 취급하고 있다. 출생후의 인간은 진통이 개시되면서부터 인간으로 인정하여 그에 대한 법적 보호를 규율한다. 그러나 태아의 경우는 모체내에 있는 경우 출생 이전의 인간으로 별도의 법적 보호를 명시한다. 여기서 새로운 문제는 체외에서 수정된 수정란 또는 체외에서 체세포 핵이식에 의하여 복제된 수정란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두 가지 견해가 대립하는데, 첫째는 인간의 시작을 수정으로 파악하는 '수정시설', 둘째 자궁 착상을 전제로 하여 인간의 시작을 이해하는 '착상시설'이다.

 

복잡한 법적인 논의를 회피하고 단순화해서 말한다면 착상시설의 입장은 체외수정이라는 방식이 보편적으로 알려지지 않는 상태에서 제안된 견해이다. 모체내 수정만이 가능한 경우도 태아의 성립시기에 대한 논쟁은 존재하였다. 낙태죄의 구성시기를 둘러 싼 논쟁에서 의학적인 구분은 태아를 수정 이후 7~8주가 지나야 한다. 그렇다면 순수 문리적 해석에 따르면 수정 이후 7~8주 상태의 태아는 전배아, 또는 배아로 구분되어 이에 대한 낙태행위는 형법 제269조 이하의 낙태의 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는 낙태죄의 보호목적을 아예 부정하는 해석이 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판례상으로 태아의 성립시기를 의학적인 구분과 다르게 '잉태시'로 확정하였다. 잉태라는 단어는 의학적인 단어는 아니지만 형법적인 보호시기를 자궁 착상시로 확장한 해석으로 평가된다. 그러므로 착상시설의 이론적 배경은 체외 수정에 의한 수정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해석의도를 목적론적으로 해석한다면 체외 수정에 의한 배아의 보호를 위하여 당연히 수정시설이 채택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인간의 시작은 체외수정의 경우 수정시로 인정되어야 하고 체내수정된 경우만 전통적인 착상시설에 의해서 평가받아야 한다.

 

결국 치료/연구 목적의 배아 복제는 배아 살해 또는 인간에 대한 살해행위로 규제되어야 한다.

 

b) 인간 개체 복제의 금지 필요성은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좀 더 추상적인 근거를 갖추어야 한다. 일부 철학자들은 '사회적 차별'을 거론하기도 한다. 즉 복제된 인간과 출생한 인간의 구분에 의해서 타자화되는 복제 인간들의 사회적 지위가 차별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복제기술의 불완전성과 장래의 의학적-생물학적 위험성을 들기도 한다. 소위 '급한 경사길 이론'은 여기서도 제기되기도 하는데, 인간 개체 복제로 인하여 기존의 사회적 규범과 가치가 일순간에 몰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엄밀히 말해서 인간 개체 복제의 금지 근거는 현재로서는 매우 불완전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인간 개체 복제가 갖는 어색함이 인간 개체 복제 자체를 금지로 인식하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인간 개체 복제로 인하여 발생할 위험성이나 사람들의 관념에 자리잡고 있는 종교적인 우려감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므로 더욱 중요한 것은 정책적으로 배아 복제를 금지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치료/연구 목적의 배아 복제를 제한적으로라도 인정하는 것을 통하여 훼손되는 인간 생명 경시 경향은 결국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것이고, 그로 인해 발생되는 상황은 우리의 통제영역 밖에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황-문 양 교수의 발표가 있으면서부터 배아 복제가 성공했다면 인간 개체 복제를 못할 근거가 무엇인지를 반문하는 입장이 생겼다. 배아 복제의 성공은 줄기세포 추출을 근거로 하여 폐기하지만 않는다면 인간 개체 복제의 금지 근거 중의 하나를 결정적으로 손상시키는 단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위험하지 않다면 왜 금지하는가?'

 

c) 실질적인 위험성은 인간 개체 복제가 아니라 배아 복제 자체에 편중되어 있다. 그러므로 배아 복제는 이중의 위험성을 지닌다. 첫째는 치료/연구 목적의 배아 복제의 경우 배아 생명 침해의 결과가 발생하며, 인간 개체 복제를 목적으로 하는 복제의 경우 의학적인 위험성과 함께 심각한 사회적 해리현상이 야기될 수 있다. 인간 개체 복제는 배아 복제와 뗄 수 없는 요소로 판단해야 한다. 두 가지 행위가 동시에 금지되지 않는다면 어떤 측면에서 인간 복제는 허용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결국 치료/연구 목적의 배아 복제는 살해행위로 적극 해석되어야 하며, 개체 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배아 복제 역시 전면 금지되어야 한다.

 

 

5. 나가면서

 

현재 국내에 발효되고 있는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은 치료목적의 배아 복제를 금지하는 법규정을 두고 있다(법률 제12조). 그러나 부칙에서는 이를 2005년 1월 1일부터 발효되도록 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현재 범죄인데 처벌은 2005년 1월 1일부터 하겠다'는 법률이다. 입법형식상으로는 '한시적 처벌유예 입법'이라고 할 수 있다. 추측컨대 이 법률의 부칙은 생명공학계의 활발한 로비에 의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제10조의 인간 개체 복제와 제11조의 이종간교잡행위는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한 시점인 2003년 12월 29일부터 금지되고 있다. 그러나 논의의 여지가 있는 배아 복제에 대해서는 1년간 처벌 유예를 선언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배아 복제의 심각성을 전혀 감안하지 않는 정책적 착오로 보인다. 왜냐하면 모두가 다 잘 알고 있듯이 우리나라의 배아관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인공임신에 관한 법률 조차 단 한건이 없는 것이 현실이고, 주무 부서 역시 없는 것이 사실이다. 원숭이 생식자를 구하는 것보다 인간 생식자를 구하는 것이 더 쉬운 것이 우리나라의 형편이다.

 

이 법률은 그 동안 4년을 끌어 온 생명윤리 논의의 결과라고 보기에는 너무 허술하고 부족한 점이 많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전혀 규제가 없는 인공임신과 배아 복제에 대한 실질적인 금지를 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또한 이 법률의 부칙과 규정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생명윤리에 대한 느슨하고 안일한 태도 역시 불완전한 것으로 지적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의 반대와 설득에도 불구하고 생명공학의 새로운 기술들은 실재하는 위험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를 통제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방법은 생명공학에 대한 규제법률이다. 남아 있는 일은 세부적인 시행규칙을 어떻게 입법 하느냐이다. 특히 모든 배아 연구에 대한 전권을 가진 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구성과 배아관리 기준과 세부사항에 대한 하위법률 제정에 대한 사항들이 검토되고 분석되어야 한다. 또한 현재 입법화된 법률에 대한 헌법 합치성이나 다른 법규와의 상관관계도 살펴봐야 한다.

 

그동안 생명윤리 논의에서 주장한 생명공학에 대한 규제 요구는 대부분 이 법률에서 다루고 있지만 실질적인 허용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결국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주요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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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일(한국형사정책연구원) /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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