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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의학적 측면에서 보는 생명복제의 현실과 인류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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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3 ㅣ No.252

의학적 측면에서 보는 생명 복제의 현실과 인류의 미래

 

 

1. 시작하는 말

 

1997년 2월 27일자 Nature라는 과학 전문 학술지에 영국 로슬린연구소의 유전학자인 윌머트(Wilmut) 박사 팀이 체세포 핵 이식 기법(Nuclear Transplantation Technique)으로 돌리(Dolly)라는 양을 복제하였다는 논문이 실렸다.1) 이후 우리 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는 같은 기법으로 여러 가지 동물 복제에 성공하였다는 보고들을 했다. 올해 한 학술 잡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이전의 복제 동물들은 모두 생식과 관련된 암컷의 세포를 이용해 복제되었으나 미국 하와이대 연구팀이 수컷 생쥐의 꼬리에서 떼어 낸 체세포를 이용해 수컷 생쥐의 복제에 성공했다고 한다.2) 이는 동물 신체 중 어느 부분의 세포라도 동물 복제에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1998년 12월 15일에 국내 한 대학 병원에서 인간 난자에 체세포 핵 이식이 성공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 같은 일련의 보고들에 의해 인간 배아(human embryo)를 이용한 인간 복제(human cloning)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인간 복제의 윤리적, 법적 그리고 사회적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분자 생물학(Molecular Biology) 특히 유전 공학(Genetic En-gineering)의 발달로 관련 여러 가지 기법들이 농업, 산업적으로 적용되어 인류 복지 증진에 이바지하고 있고, 유전자 진단법(Gene Diagnosis)이 현재 각종 질병의 진단에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앞으로는 유전자 치료법(Gene Therapy)이 암을 포함한 여러 가지 불치의 성인병과 유전 질환들의 치료에 적용될 것이다. 그러나 모든 문제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기 마련이다. 이에 유전 공학의 어제와 오늘을 알아보고 현재 산업적으로 유전 공학 기법들이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는 면을 살펴보면서, 인간 배아를 이용한 인간 복제의 위험성과 부당성에 관하여 고찰해 보기로 하자. 

 

 

2. 멘델(G. Mendel)에서 돌리(Dolly)까지

 

1866년 오스트리아의 식물학자이며 수사였던 멘델(G. Mendel)이 유전 기본 법칙(Basis Laws of Heredity)을 발표한 것이 현대 생물학 발전의 시작이었다. 유전 공학이란 말은 1932년 헉슬리(A. Huxley)의 소설 Brave New World에서 최초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유전 공학의 발달은 1953년 왓슨(J. Watson)과 크릭(F. Crick)이 Nature에 발표한 두 편의 논문, 곧 DNA의 구조에 관한 것과 유전 정보가 DNA에서 어떻게 단백질 생성으로 전달되느냐는 논문들에서 비롯되었다.3) 1960년대 말 아버(W. Arber), 스미스(H. Smith), 나단스(D. Nathans)들이 제한 효소(Restriction Enzymes)들을 발견하여 오늘날의 유전자 재조합 기법이 있게 하는 데 크게 공헌하였고, 1973년에 코헨(S. Cohen)과 보이어(H. Boyer)가 African Clawed Toad 유전자를 Bacterial DNA에 삽입하는 데 성공하여 유전자 재조합 기술이 급진적으로 발달하게 되었다. 어떤 분야의 자연 과학이 획기적인 발전을 하려면 새로운 실험 방법의 발견이 중요한데, 현재의 유전 공학 발전에 크게 공헌한 것은 1983년 미국의 멀리스(K. Mullis)가 발표한 Polymerase Chain Reaction(PCR)과 1984년 영국의 제프리(A. Jeffrey)가 발표한 Genetic Fingerprinting 방법이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유전 공학 기법이 발표되면서 분자 생물학이 발전하고, 유전자 진단과 유전자 치료법 개발이 급진적으로 발달하게 되었으며, 동물 복제들이 일반화하였다. 이와 같은 유전 공학 기법의 발달로 1989년에는 미국 NIH에 National Human Genome Research Institute(NHGRI)가 설립되어, 2005년 이전에 사람 DNA 지도와 유전자 순서를 결정한다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 계획이 2000년 3월 전에 완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동물 복제 가능성을 제일 먼저 기술한 것도 1990년에 나온 크라이튼(M. Crichton)의 소설 [쥐라기 공원]이다. 1993년 미국 조지 워싱턴 대학교의 연구자들이 인간 배아를 인위적으로 복제하는 데 성공하면서 인간 배아의 시험관 내 배양이 가능해졌고, 1997년에는 영국의 월머트 박사 팀이 세계 최초로 핵 이식 기법으로 복제 양 '돌리'를 탄생시키면서 동물 복제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였고 인간 배아를 이용한 인간 복제의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 것이다. 

 

 

3. 돌리(Dolly) 출현의 생물학적 의의

 

수정란에서 60조 개의 세포로 구성된 몸이 되는 과정을 발생(Development)이라고 한다. 발생은 세포의 수가 증가할 뿐 아니라 세포마다 독특한 기능을 갖게 되는 분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모든 성인병은 세포의 기능 이상 곧 분화가 잘못되어 일어나는 질병이다. 암은 어느 특정 세포가 분화되지 않고 미성숙된 세포가 증가되어 오는 질환이며, 노화란 분화 세포의 수명 때문이 아니고 기간 세포(여러 종류의 특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모세포)가 수적으로 제한되어 있어 더 이상 세포가 분화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복제 양 ‘돌리’가 태어나기 전까지 모든 생물학 교과서는 한결같이 세포가 일단 분화되면 더 이상 예전 초기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돌리’의 출현으로 분화 과정은 되돌아갈 수 있는 가역적 현상임이 밝혀졌다. 곧 분화 세포의 핵이 기간 세포는 물론 완벽한 개체를 만들 수 있는 배세포 상태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곧 적절한 처리로써 말단 분화 세포라도 기간 세포로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복제 양 돌리의 탄생은 분화 연구의 신기원을 이룩한 역사적인 업적이다. 분화기 전을 밝히면 암을 포함한 성인병뿐 아니라 노화까지 막을 수 있다. 새로운 분화 이론이 의학의 혁명을 가져올 것이다. 일란성 쌍둥이 경우를 제외하면 유전 형질은 사람마다 독특하다. 다시 말해서 사람의 형성은 일회적인 사건이다. 지금까지의 지식으로는 종(species)은 영원한데 개체는 일회적인 사건으로 종말을 맞이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핵 이식 기법에 따른 동물 복제의 성공으로 분화가 가역적인 현상이라는 것이 알려졌고, 동시에 인간 복제가 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의 형성은 더 이상 일회성이 아니고 개체가 영원히 계속될 수도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잘못된 목적을 가지고 인간 배아를 이용하여 인간 복제를 시도한다면 사회적 윤리 규범이 파괴될 수 있으며 큰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여기에서 우선 지금까지의 유전 공학 기법의 산업적 적용 범위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4. 유전 공학의 산업적 적용

 

산업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유전 공학 기법의 대표적인 것이 유전자 재조합 기법(그림 1)과 체세포 핵 이식 기법(그림 2)이다. 유전 공학 기법들이 농업 분야에 널리 적용되어 식량 증산을 포함한 인간 복지 증진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그러나 요사이 유전자 조작 식품들의 인체 위해(危害) 여부에 관하여 많은 논란이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서는 주로 동물 복제 관련 유전 공학 기법들의 산업적 적용 범위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하자.4)

 

1) 고능력 가축의 조기 증식 및 개량

 

1980년대부터 수정란 이식 기술로 산유량이 증가된 젖소 개량을 꾸준히 계속해 왔다. 앞으로 체세포 핵 이식 기술을 젖소에 적용한다면 산유량이 증가된 젖소 개량뿐 아니라, 고품질의 육우 개량, 양질의 양모를 생산하는 면양의 개발 등에도 적용될 것이다. 국내에서도 서울 대학교 수의과 대학 황우석 교수 팀이 체세포 핵 이식 기술을 응용하여 개량 한우와 산유량이 증가된 젖소 개발에 성공하였다는 보고도 있고, 기타 몇 군데의 대학, 연구소에서 이 방면의 연구에 열심인 것으로 알고 있다. 

 

2) 형질 전환 동물 생산과 치료제 개발

 

체세포 핵 이식 기법의 개발로 형질 전환 동물의 산업화가 촉진될 전망이며 이 방면의 연구가 향후 의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 동안 연구 과정에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었지만, 1997년 7월에 영국 로슬린 연구소에서는 형질 전환 체세포를 핵 치환하여 최초로 사람 혈액 응고 인자 Factor IX을 생산하는 형질 전환 면양 폴리(Polly)가 개발되었다.5) 국내에서도 한국 과학 기술원(KAIST)의 유욱준 교수 팀이 암 치료 보조제로 사용되는 Granulocyte Colony Stimulating Factor(G-CSF)를 분비하는 형질 전환된 흑염소 개발에 성공하였다고 하며, 농촌 진흥청 축산 기술 연구소 발생 공학 팀이 사람의 신장(Kidney)에서 생산되는 조혈 촉진 호르몬을 만드는 에리스로포이에틴(Erythropoietin) 유전자를 가진 형질 전환 돼지를 개발하였다고 한다. 또 최근 KAIST의 최준호 교수 팀이 여러 가지 유전 공학 기법을 응용하여 자궁 경부암을 일으키는 hSNF5 라는 단백질을 찾아냈다고 하며, 이 결과는 앞으로 항암제 및 항암-백신 개발의 가능성을 높여 주었다.6) 

 

3) 멸종 또는 희귀 동물의 증식 보존

 

환경 오염과 생태계 변화로 일부 동물 종(species)이 급격히 감소하거나 멸종되고 있다. 최근 뉴질랜드 연구 팀에서는 엔더비 섬에 마지막으로 살아 있는 고유 계통의 젖소에서 난소 과립막 세포를 이용한 체세포 핵 이식 기법으로 다섯 마리 송아지를 생산하는 데 성공하였다고 보고하였다.7) 이와 같이 체세포 이용 동물 복제 기술은 동물 유전 자원의 보존 차원에서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4) 대체 장기 생산용 형질 전환 동물

 

미국과 영국에서는 해마다 30,000여 명의 환자가 신장 이식 수술을 받고 있으며 약 24,000명의 환자가 대기 중이다. 또한 심장 이식은 40,000여 건에 이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장기 이식을 위한 장기 공급의 필요성이 점점 증대되고 있다. 장기 이식을 위해서는 면역 거부 반응이 없는 장기가 필연적으로 선행되어야만 하는데 현재는 장기 기증 지원자에 의존하기 때문에 장기 공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곧 장기 이식을 받기 위해서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급성 환자인 경우는 장기 이식을 받지 못하고 사망하게 된다. 이때 면역 거부 반응이 없는 동물의 장기를 일시적으로 시술받을 수 있게 된다면 이들 급성 질환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전세계적으로 체세포 핵 이식 기법에 따른 대체 장기 생산용 형질 전환 동물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 

 

 

5. 인간 (배아) 복제가 왜 거론되었는가?

 

장기 이식술의 발달로 각종 장기의 필요성이 증가되면서 학자들은 장기 조달 방법을 강구하게 되었다. 현재로서 생각할 수 있는 장기 조달 방법은 타인 장기를 공여받는 것, 필요 장기를 동물에서 복제하는 것, 필요 장기만 태생기에 기관 배양(Organ Culture)하는 것, 그리고 일정 성장 후 필요 장기만 채취하는 것 등이다. 

 

동물에서 필요 장기만 복제하여 사용하는 이 방법도 일시적인 것이지 최종적인 방법이 되지 못하고 결국에는 타인 장기를 이식하여야 한다. 그래서 학자들이 필요 인간 장기를 태생기에 기관 배양한다거나, 일정 성장 후 필요 장기만 채취할 수 있는 인간 배아 복제 또는 인간 복제에 관하여 조심스럽게 거론하기 시작하였다. 

 

여기에 편승하여 일부 몰지각한 인간들이 일회성인 인간 삶을 망각하고 자신 삶을 영원히 계속하려고 하면서 인간을 창조하신 하느님의 고유 영역을 침해하려는 욕심 때문에 인간 복제 필요성을 주장하기에 문제점이 더해지는 것이다. 

 

 

6. 인간 배아 실험에 관한 국내외 의견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외국에서는 1990년 초부터 인간 배아 복제와 인간 복제 연구 등 생명 윤리에 관한 독립적인 법이 제정되어 관련 연구자들이 지켜야 할 규정이 만들어져 있다.8) 독일과 프랑스가 매우 엄격하게 인간 배아를 이용한 실험을 금지하고 있어 인간 배아 복제를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반면, 그 외 나라에서는 인류의 사회적 윤리 규범을 해칠 수 있는 목적으로 시행되는 모든 인간 복제 실험은 금지되어야 한다고 하면서도 이 법이 엄격히 지켜진다는 전제 아래, 14일 이내 착상 전 수정란 단계까지는 연구가 허용되어, 조심스럽게 21세기 의학 발전의 새로운 전환점을 모색하려고 한다. 미국도 1994년에 복제 인간 생산에 대한 연구비 지급을 중지하였으나, 지난 5월 23일자 Washington Post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 직속 생명 윤리 자문 위원회는 인간 배아 실험에 따른 생명 윤리 논란에도 유전 질환, 암 그리고 당뇨병과 같은 난치병 치료를 목적으로 행한 실험들에서 얻게 되는 사회적 효용이 더 크다는 이유로 착상 전 수정란을 이용한 복제 실험과 연구를 허용하도록 대통령에게 권고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유전 공학 관련 학자들은 '인간 복제'라는 목적으로 시행되는 모든 실험은 금지되어야 한다고 하면서도 21세기에는 생명 복제 기술이 엄청난 의학적 유용성을 지니고 있기에 체세포 핵 이식 난자가 체외에 존재하는 한 인간 복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체세포 핵 이식된 난자의 자궁 내 착상 단계를 엄격히 규제하면서, 수정 후 14일 이내 수정란의 연구는 허용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9) 

 

또한 국내에서도 기존의 생명 공학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줄 알고 있으며, 생명 공학 안전 윤리 위원회가 신설되어 인권 보호 차원에서 체외 수정 등 생식 보조 기술과 유전자 치료의 무절제한 오용을 방지하고 배아 보호, 인간 복제 금지 등에 노력하고 있는 줄 알고 있다. 

 

<표> 인간 배아 복제 및 인간 복제에 관한 각국 규정

 국명

 제목

 제정일

 주요 내용

 영국

 인간의 수정과 배아 연구법

 1990. 11.

 체외 수정과 인간 배아 취급을 규정

 복제 인간의 생산 금지

 독일

 배아보호법

 1990. 12.

 체외 수정과 인간 배아 취급을 규정

 복제 인간의 생산 금지

 프랑스

 생명 윤리법

 1994. 7.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

 캐나다

 복제된 인간 배아 생산 금지령

 1995. 7.

 체외 수정과 인간 배아 취급을 규정

 복제 인간의 생산 금지

 미국

 복제 인간 생산에 관한 대통령령

 1997. 3.

 복제 인간의 생산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 금지

 이탈리아

 복제 실험 금지령

 1997. 3.

 인간과 동물에 관한 모든 복제 실험의 금지

 일본

 복제 인간 제조 연구 규제 지침

 1998. 7.

 복제 인간 제조 금지

 

 

 

7. 수정 후 14일 이내의 착상 전 수정란이란?

 

난자(ovum)와 정자(sperm)가 수정(fertilization)되어 접합체(zygote)가 되면 접합체는 자궁관(uterine tube)에서 자궁(uterus) 쪽으로 이동하면서 2세포기(two cell stage), 4, 8, 16세포기를 거쳐 32세포 이상으로 분할된 오디배(morula)라는 세포 덩어리가 된다. 오디배는 세포 분할을 계속하여 주머니배(blastocyst)가 되는데 이는 속세포덩이(inner cell mass)와 영양막(trophoblast)으로 구성되어 있다. 속세포덩이는 후에 배아가 되고 영양막은 태반(placenta)이 된다. 접합체에서 착상 전 주머니배가 되기까지 14일, 약 2주가 필요하다.10) 일부 유전 공학자들은 착상되기 전의 주머니배는 분화 시작 전의 세포 덩어리에 불과하므로, 수정 후 14일 이내의 착상 전(前) 수정란(접합체에서 착상 전 주머니배)을 이용한 연구는 허용되어야 한다고 거론하고 있어 여러 가지 윤리적, 법적 그리고 사회적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8. 인간 배아 복제의 부당성

 

1) 체세포 핵 이식 기법의 발달로 인간 복지 향상을 위해 동물 복제가 보편화되어 가고 있지만 여기에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예를 들면 공여 핵의 세포 주기 조절, 공여 핵의 reprogramming 및 발달기 전 규명, 제핵용 난자들의 동기화, 동물 종 특이적 차이 규명, 핵 치환 수정란의 낮은 발달률 및 착상률이다. 

 

이 밖에도 체세포 핵 이식 기법에 따른 동물 복제술이 정착되려면 해결되어야 할 선결 문제들이 많이 있다. 

 

2) 인체 세포 안에는 텔로메아(Telomere)라는 수명 시계가 있다고 한다.11) 곧 세포 분열이 거듭될수록 이 텔로메아 길이가 짧아져 사람의 남은 수명을 알려 준다고 한다. 최근 Nature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돌리’는 현재 3살이지만 6년생 양에게 유전자를 받았기 때문에 같은 연령의 양에 비하여 텔로메아의 길이가 짧고 조로(早老)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12) 다시 말하면 세포에도 연령이 있기 때문에 복제 동물의 경우 유전자를 제공한 동물의 나이만큼은 이미 살고 태어난 것과 같아 조기에 늙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느 사람이 배아 복제 기술로 아기를 낳는다 해도 유전자를 제공한 사람만큼만 살고 죽을 아이를 키우게 되는 비극을 안게 된다. 다시 말하면 자연의 법칙을 무시한 인간 복제는 불필요한 장난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3) 사람들은 과학 기술의 편리함을 즐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과학 문명에 대한 소외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고 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핵 폭탄, 자연 파괴 그리고 인구 증가와 같은 과학 지식의 오, 남용으로 인류 사회가 고통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 허용된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대부분 통제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인간 배아를 이용한, 엄격히 말하면 착상 전(前) 수정란을 이용한 인간 복제 가능성이 높은 실험 자체는 초기부터 금지하여야 한다. 

 

4) 가톨릭 교회에서는 유전자를 변형 조작하는 것은 반대하지만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인간 세포들의 조작과 의약 개발을 위한 동물이나 식물 세포들의 조작에 관하여는 비교적 관대한 입장이다.13) 그렇지만 가톨릭 교회에서는 비록 배우자간의 체외 수정이라 할지라도 배우자 사이의 사랑을 표현하는 고유한 부부 행위의 결실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단정짓고 있다.14) 정자와 난자는 수정된 순간부터 아버지의 것도 어머니의 것도 아닌, 새로운 한 생명으로서 시작된 것이다. “수정에 의해서 생성된 수정란은 이미 새로운 개체로서 그 생물학적 주체성이 인정된다.”15)라고 한다. 따라서 수정란이 수정된 인간 존재의 전(前) 인간 생명의 단계나 조건이 의미하는 배아 이전 단계라는 것은 그릇된 개념이다. 수정란을 이용한 인간 배아에 대한 조작과 실험, 그에 따르는 희생은 다름아닌 인간 생명에 대한 살인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우리는 인간 배아 복제가 아무리 좋은 목적을 가진다 해도 인간 생명의 존엄성은 어떠한 경우에도 보호되어야 한다는 대원칙에 따라 인간 배아의 복제를 반대하여야 한다. 

 

 

9. 맺음말

 

지난 5월 30일 제5회 ‘생명의 날’을 맞아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는 “인간 배아를 복제하여 그것을 치료용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곧 인간을 치료하기 위하여 치료용 인간을 만들어 희생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과학과 기술은 반드시 인간 생명을 존중하면서 인간에게 봉사할 때 그 가치와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그렇다. 종(species)은 영원하되 인간의 형성은 일회적인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어느 인간의 잘못된 욕심과 그릇된 생각으로 하느님의 창조 질서가 무너진다면 지금까지의 다른 과학 지식의 오?남용보다 더 큰 재앙을 인간들이 당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 인간 복제라는 말이 나오게 된 장기 이식에 관한 개념들을 재정립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복제 인간의 가능성으로 인간 기술의 개가, 인체 부품 시대의 도래 등 희망찬 미래를 약속하는 듯하나 현세는 지나가는 것이며 현실 생활에서 영원한 생명을 일구어 내지 못한다면 인생은 허무한 것이다. 요절한 사람이 반드시 불행한 사람이고 장수 자체가 행복도 아니다. “노인은 오래 살았다고 해서 영예를 누리는 것이 아니며, 인생은 산 햇수로 재는 것이 아니다. 현명이 곧 백발이고, 티없는 생활이 곧 노년기의 원숙한 결실이다”(지혜 4,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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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I. Wilmut · A. E. Schnieke · J. Mcwhir · A. J. Kind. K. H. S. Campbell, “Viable offspring derived from fetal and adult mammalian cells.” Nature 385(1997), 810-813면. 

2) T. Wakayama & R. Yanagimachi, “Cloning of male mice from adult tail-tip cells”. Nature Genetics 22(1999), 127-128면.

3) J. D. Watson & F. H. C. Crick, “Molecular structure of nucleic acid. A structure for deoxyribose nucleic acid.” Nature 171(1953), 737-738. 964-967면. 

4) 한용만/이경광, “동물 복제의 산업적 적용 및 향후 전망”, [생화학 뉴스] 19(1999. 3.), 16-18면. 

5) A. E. Schnieke · A. J. Kind · W. A. Ritchie · K. Mycock · A. R. Scott · M. Ritchie · I. Wilmut · A. Colman & K. H. S. Campbell, “Human factor IX transgenic sheep produced by transfer of nuclei from transfected fetal fibroblast.” Science 278(1998), 2130-2133면. 

6) D. Lee · H. Sohn · G. Kalpana · J. Choe, “Interaction of E1 and hSNF5 proteins Stimulates replication of human papillomavirus DNA.” Nature 399(1999), 487-491면. 

7) D. N. Wells · P. M. Misica · J. T. Forsyth · M. C. Berg · J. M. Lange · H. R. Tervit · H. W. Vivanco, “The use of adult somatic cell nuclear transfer to preserve th last surviving cow of the Enderby island cattle breed.” Theriogenology 51(1999), 217면. 

8) 남명진, “인간 복제에 대한 제도적 대응”, [생화학 뉴스] 19(1999. 3.), 30-33면. 

9) 서정선, “21세기 열린 사회를 위한 첨단 의학의 긍정적 역할과 부정적 영향”, [생화학 뉴스] 19(1999. 3.), 19-22면. 

10) The Developing Human, 6th edition, edited by K.L. Moore · T. V. N. Persaud. (1998) W. B. Saunders Co., Philadelphia, PA. U.S.A. 

11) A. G. Bodnar · M. Ouellette · M. Frolkis · S. E. Holt · C-P. Chiu · G. B. Morin · C. Harley · J. W. Shay · S. Lichtsteiner · C. Wright · J. W. Shay · S. Lichtsteiner · W. E. Wright, “Extension of life-span by introduction of telomerase into normal human cells.” Science 279(1998), 349-351면. 

12) P. Shiels · A. J. Kind · K. H. S. Campbell · D. Waddington · I. Wilmut · A. Colman · A. E. Schnieke, “Analysis of telomere lengths in cloned sheep.” Nature 399(1999), 316-317면. 

13) 교황청 보건 사목 평의회, [의료인 헌장], 가톨릭 중앙 의료원 원목실 옮김, 1998년, 28면; 치료 목적의 유전자 조작은 허용. 35면; 배우자간 체외 수정 반대. 

14) 위와 같음. 

15) 신앙 교리성. [생명의 선물]; AAS 80(1988), 78-79면.

 

[사목, 1999년 11월호, 김인경(가톨릭 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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