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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생명칼럼: 사형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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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1-10 ㅣ No.570

[생명칼럼] 사형 제도

 

 

출처문헌 1 :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회칙 “생명의 복음”(1995.3.25)

 

56. 사형 문제는 바로 이러한 맥락 속에 놓여 있습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사형 제도를 매우 엄격하게 적용하거나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향이 사회와 교회 양쪽 안에서 커지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형벌의 정의라는 맥락 안에서 보아야 하며, 더 나아가서는 인간 존엄성과의 일치라는 맥락에서, 따라서 최종적으로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과의 일치라는 맥락에서 보아야 합니다.

 

사회가 부과하는 처벌의 첫 번째 목적은 “범죄로 야기된 무질서를 바로잡는 것”입니다. 공권력은 범죄에 대해서 그 범죄자에게 적절한 처벌을 부과함으로써 개인적, 사회적 권리 침해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처벌은 그 범죄자가 자유를 다시 행사할 수 있는 조건으로 부과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공권력은 또한 공공질서를 보호하는 목적과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목적도 완수하면서, 동시에 범죄자에게는 자신의 행위를 바꾸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자극과 동기를 제공하게 됩니다.

 

이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처벌의 본질과 범위를 신중하게 평가하고 결정해야 하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즉 다른 방법으로는 사회를 보호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범죄자를 사형에 처하는 극단까지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형벌제도를 꾸준히 개선한 결과 그러한 경우는 실제로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극히 드뭅니다.

 

모든 경우에 있어 새로운 [가톨릭 교회 교리서]가 설명하고 있는 다음과 같은 원칙은 계속 유효합니다. “범죄자로부터 인간의 생명을 방어하고, 공공질서와 개인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서 피를 흘리지 않는 수단들로도 충분하다면, 공권력은 그러한 수단들의 한계 안에 머물러야 한다. 그러한 수단들이 공동선의 구체적인 조건들에 더 잘 부합되며, 인간의 존엄성에 더욱더 적합하기 때문이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2267항)

 

 

출처문헌 2 : 뉴멕시코 주 주교들, “교정 제도를 돌아볼 적절한 시기”, Origins 26 : 36호(1997.2.27), 586-588면

 

국가는 공공질서를 지키고 공동선에 이바지한다는 맥락에서 범법자들을 처벌할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있다. 감옥에 갇힌 일부 죄수들은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고 엄청난 고통을 불러 온 이들이다. 그들은 여성들이나 어린이들과 같은 무방비의 무고한 사람들을 해치고 우리 이웃과 공동체의 안전을 파괴하였다. 우리는 우리 사회에서 범죄 행위를 줄이기 위하여 노력하는 치안의 임무를 지지한다. 사랑의 교역자들인 우리에게 흉악한 범죄의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은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므로, 우리는 그들에게 연대를 약속하며 우리 직무의 치유의 손길을 뻗친다.

 

1995년 9월 19일, 우리는 사형 제도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오늘 우리는 사형에 반대하는 우리 입장을 다시 강조하고자 한다. 미국 천주교 주교들과 연대하여 우리는 인간 생명의 가치와 존엄에 대한 우리의 투신을 생각한다. 우리는 다시 사형 제도에 의존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생명의 존엄을 더욱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고 확신한다.

 

위와 같은 관점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실질적인 권고를 제시하는 바이다.

 

1. 가능한 모든 곳에서 위험이 낮은 범죄자들을 공동체 기반의 환경에서 다룰 수 있도록 조치를 확대한다.

 

2. 흉악범들과 그렇지 않은 범죄자들 그리고 사회 복귀 노력을 보이는 수감자들과 교정에 관심이 없는 이들을 구분하도록 권고한다. 모범이 될만한 교정 공동체가 조성되어야 한다.

 

3. 행동 개선과 취급 프로그램뿐 아니라 실제적인 교육 프로그램들을 마련하여 그러한 교육을 받고자 하는 이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4. 상습 범죄 비율을 줄이려면 약물 및 알코올 중독에 대한 효과적인 사회 복귀 프로그램들을 마련하여야 한다. 전국적으로 12단계 프로그램이 효과적인 것으로 판명되었으므로, 모든 수감자가 이러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촉구한다.

 

5. 국가는 석방된 죄수가 그들의 가정이나 공동체에 원만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고용과 주거, 후속 교육에 관한 고려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6. 교정부(Corrections Department)는 공동체에서뿐만 아니라 감옥에서도 피해자 인식 프로그램(victim awareness program)을 개발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하여야 한다. 피해자 인식 프로그램은 피해자의 필요에 응답하고 피해자의 상처 치유는 물론 범죄자의 개정에도 이바지한다.

 

7. 우리는 더욱 협력적인 관계를 증진시킬 수 있도록 뉴멕시코 주의 교정부 공무원들과 종교 지도자들 사이의 대화를 요청한다. 이러한 교류에는 종교적 다양성에 대한 배려와 다른 상호 관심사들과 같은 영역들이 포함될 것이다.

 

 

정리 

 

사형은 보편적으로 인정된 인간의 생명을 무시하는 행위로써, 가장 잔인하고 비인도적이며 불명예스러운 형벌이다. 사형으로 폭력을 이길 수는 없으며, 이는 보복과 복수를 우선 순위에 놓는 행위일 따름이다. 그보다는 관용과 용서, 사랑과 정의의 실현으로 범죄자들이 진정한 회개를 통해 생명의 길로 나아가는 데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사형 제도 폐지 운동은 단순히 사형수들을 살려주자는 차원을 넘어 오늘날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생명운동’인 것이다.

 

우리 한국 사회에서도 사형 제도에 대한 의견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최근 들어 종교계(천주교를 중심으로 한 사형 제도 폐지를 위한 범종교 연합)의 노력으로 과반수가 넘는 160여 명이나 되는 현 국회의원들이 사형 제도 폐지를 위해 입법청원을 하면서 사형 제도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높아가고 있다. 더욱이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산하 사형제도 폐지 소위원회의 다양한 활동(가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화해와 용서를 위한 모임 및 각종 문화행사)과 노력으로 국민들의 여론이 사형 제도 폐지 쪽으로 거세게 불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현재 사형 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이 51%에 이르고 있으며, 특히 감형이 전제되지 않는 절대적 종신형이 그 대체형으로 도입될 경우 거의 70%가 사형 제도 폐지에 동의하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95년 3월 25일에 발표한 회칙 ‘생명의 복음’에서 “사회적 측면에서 보아 사형은 일종의 ‘정당방위’라고 하는 경우에조차도 사형 제도에 대한 공적인 반대가 커지고 있다는 징후가 있다.”(27항)고 지적하고 “범죄자를 사형에 처하는 극단까지 가서는 안 된다.”(56항)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해 30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5항)에서 교황은 “악행을 저지른 자들이라 하더라도 어떠한 형벌이든 범죄자들의 양도할 수 없는 존엄성을 말살할 수는 결코 없다.”면서 “회개와 갱생의 모든 기회가 언제나 열려 있어야 한다.”고 천명하였다. 나아가 교황은 35차 세계 평화의 날(2002년 1월 1일) 담화문에서 “정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고 용서가 없으면 정의도 없다.”는 제목으로 이 시대의 평화를 위해 참으로 필요한 것은 정의와 용서하는 사랑임을 분명히 밝히셨다.

 

이는 사형 제도 폐지 운동이 단순히 사형수의 생명만을 살려 주자는 차원을 넘어 이 시대에 참으로 필요한 진정한 ‘생명운동’과 ‘평화운동’임을 강조하신 것이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고귀한 존재이다.(창세 1,26-27) 다시 말해서 하느님께서 인간을 당신의 모상대로 창조하셨다는 것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인간의 존엄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창조주이신 하느님 외에 그 어느 누구도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거나 조장할 수 있는 권리는 없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국가나 또는 어떤 ‘권위’에 의해서 사형제도가 존속해 온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죽음의 문화’임에 틀림없다.

 

비록 인간이 어떤 이유에서든 죄를 지었지만 끊임없는 회개와 보속의 삶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과 용서의 체험을 하게 되고,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구원에로 불리운 존재이기에 사형 제도는 그리스도교적 인간관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침해로 분명 사회 속에서 사라져야 할 제도적 폭력이며 살인행위이다.

 

3세기의 교부 성 이레네오는 이렇게 말했다. “하느님의 영광은 살아있는 인간이다.” 

 

[월간빛, 2003년 7월호, 이창영 바오로 신부(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사무국장,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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