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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생명칼럼: 성폭행 - 강간의 경우 모닝필 사용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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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1-10 ㅣ No.568

[생명칼럼] 성폭행 - 강간의 경우 ‘모닝필’ 사용문제

 

 

1. 강간의 경우 ‘모닝필(사후피임약)’의 사용1)

 

(1) 무엇이, 언제 투여되는가?

 

일반적인 피임 목적의 ‘알약’ 사용은 매일 30㎍의 에스트로겐을 복용하는 것인 반면, 사후 피임의 목적으로 사용될 때는 성관계 후 72시간 안에 100㎍의 에스트로겐을 복용하고 12시간 후 다시 한번 더 복용하게 된다.

 

영국 보건사회보장부(DHSS)의 <피임 시술에 관한 안내서>(1978년)는 “이 방법은 과도한 에스트로겐을 투여하게 되므로 응급 상황에서만 사용되어야 하며 일반적인 피임 목적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2) 윤리적으로는 어떠한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혼인한 부부가 피임에 의존하는 것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가르치고 있다.

 

“남편과 아내 상호간의 완전한 자기 봉헌을 표현하는 본래의 언어가 산아 제한이라는 객관적으로 모순 된 언어, 곧 자신을 상대방에게 완전히 바치는 것을 거부하는 언어로써 덮어씌워진다. 이것은 생명에 대한 개방성을 적극적으로 거부함과 아울러 인간 전체를 바치도록 되어 있는 부부애의 내적 진리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회칙 ‘가정공동체’ 32항 ; 2차 바티칸 공의회 ‘사목헌장’ 51항 ; 회칙 ‘인간생명’12, 14항 참조)

 

아울러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잉글랜드와 웨일즈 주교회의 생명윤리공동위원회는 사후 피임약 사용과 관련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극소수의 경우, (강간 후) 실제로 임신이 될 수도 있다. 그러면 그 부모나 부모의 세포와는 구별되는, 새로운 인격(을 갖춘) 존재가 생긴다. … 이때부터, 도덕률이 요구하는 것은 가장 본능적인 감정적 반응보다도 더욱 분명하다. 그것은 바로 한 남성이 여성을 강간한 것 때문에 새로 수태된 생명이 죽음의 고통을 당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낙태와 살 권리’ 21항)

 

“따라서 출생 전 태아의 발달 과정은 그 과정의 지속을 방해할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어떠한 절차나 기술 과정의 간섭을 받아서도 안 된다. 우리가 낙태를 이야기하면서 낙태 의도를 비난하는 것은, 그러한 의도로 사용되는 모든 절차나 기술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 어떠한 기술이나 장치가 수태 이후 그러한 효과를 가져온다면, 그것은‘피임’또는‘월경 적출’등의 다른 이름으로 불리더라도 사실상 낙태제, 낙태 장치에 불과하다.”(‘낙태와 살 권리” 16항)

 

그러므로 “(배아의) 발달 과정의 지속을 방해할 목적으로” 간섭하는 것과 “적극적으로 배아를 죽이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죽을 수도 있다는 가망성이나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행동하여 … (배아를) 제거하려고 간섭”하는 것은 배제된다. -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잉글랜드와 웨일즈 주교회의 생명윤리공동위원회, “강간의 경우‘모닝필’의 사용”(1986. 1. 31)

 

 

2. 강간의 경우 ‘모닝필’의 사용에 대한 답변2)

 

‘모닝필’에 관한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운영위원회의 보고서에 대해서 여러 염려들이 있었다. 보고서대로라면 강간의 경우 ‘모닝필’ 사용을 권장하는 것인가? 드문 경우에 대해서는 낙태를 인정하는 것인가? 의사들은 강간을 주장하는 환자가 거짓말을 하거나 이미 임신한 것일 수 있다는 위험을 무시할 수 있는가? 배란 주기가 일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은 무시하는가? 30%의 낙태 위험과 태아의 목숨을 건 다른 형태의 ‘도박’을 감수하는 것인가? ‘응급용’이라면 사후피임약 사용을 인정하는 것인가?

 

운영위원회는 우선 이러한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은 ‘아니다’라고 밝힌다. 그 보고서는 교회가 일관되게 그리고 매우 확고하게 가르쳐 온 세 가지 진리를 아무 조건 없이 받아들인다.

 

(1) 인간 배아는 수정 이후 어느 단계에 있든지 배아의 발달을 방해하거나 그 발달 가능성을 줄이려는 의도로 이루어지는 어떠한 절차나 기술(약제의 투여를 포함하여)의 간섭도 받아서는 안 된다.

 

(2) 부부 행위만이 유일하게 도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성관계이며,

 

(3) 부부 행위의 출산 효과를 억제하는 조치는 결코 올바르지 못하다.

 

그러나 태아의 존재 가능성 때문에 도덕적 상황은 상당히 달라진다. 상황이 어떠하든 배아의 존재가 확실히 밝혀졌거나 존재할 것으로 짐작되거나 심지어 단지 예상되거나 걱정되는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배아를 제거할 의도(그 의도가 부분적인 것이라 해도)로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

 

또한 보고서가 분명히 밝히고 있듯이, 정보를 충분히 숙지하고 올바른 양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배란이나 정자 이동의 방지 등 다른 목적에 따르는 한 부작용으로라도 배아가 죽을 수 있다는 실질적인 위험을 무릅쓰려 들지는 않을 것이다. 부작용이란 목적이나 수단으로 선택되지 않았지만, 예상할 수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인정되는 효과를 말한다. 그러나 부작용을 감수하는 것이 제 삼자(여기서는 배아)에게 부당할 경우,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3) -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잉글랜드와 웨일즈 주교회의 생명윤리공동위원회, “강간의 경우 ‘모닝필’의 사용”에 대한 답변”(1986.9.11)

 

 

3. 정리

 

사실 강간으로 인한 임신이나 기형 임신 등 나름대로 고통스러운 현실은 실로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지만 낙태가 적극적인 해결책이거나 최선의 방법은 결코 아니다. 다시 말해서 이미 태어난 사람(임신 당사자)의 어려움이나 인격권 때문에 태어날 태아의 근원적인 생명을 외면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사회 도덕적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임신, 곧 근친상간이나 혼인 전의 임신, 강간에 의한 임신은 엄격히 말해 부모나 당사자의 부주의에 따른 잘못된 결과이기에, 그 책임을 무죄한 태아에게 일방적으로 뒤집어씌운다는 것은 생명에 대한 침해이고 모독이며 무책임한 태도이다. 한마디로 어른들의 부주의, 당사자의 실수로 무죄하고 아무런 저항 능력이 없는 태아가 희생되어야 한다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

 

우리 나라의 모자 보건법은 일종의 가족 계획법이고, 그 가족계획 사업의 핵심은 태아 살해 곧 낙태의 정당화 사유를 부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모자 보건법의 낙태 허용과 관련된 모든 규정은 헌법 제10조 ‘인간 존엄과 가치’에 위배되기 때문에 명백한 위헌이며, 합법적 태아 살인법이다. 특히 모자 보건법에는 강간 또는 준 강간에 의한 경우에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이것은 언뜻 보기에는 불행을 당한 사람을 도와주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혜택보다는 남용의 위험이 더 많다.

 

결론적으로 강간에 의한 임신의 경우라 할지라도 그 태아는 고유한 생명권을 가지고 있으며, 이 문제는 낙태로 해결될 문제가 결코 아니다. 또한 이러한 문제는 한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사회의 전체적인 문제이기에 우리 사회가 함께 그 짐을 져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의 정책적인 지원과 제도적인 장치가 하루 빨리 마련되어야 하며, 우선적으로 예방적 성교육, 성폭력의 방지, 미혼모의 보호 대책, 입양 사업을 사회가 함께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월간빛, 2003년 5월호, 이창영 바오로 신부(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사무국장,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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